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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3 KiB
Raw Blame History

“한 번만 말할 거니까 잘 들어.”

“나는 언제나 금춘봉의 말을 경청하고 있어요.”

“사랑해.”

“어?”

“나랑 살자. 잘 해줄게.”

데굴-, 서준의 눈이 굴렀다.

“우리 지금도 같이 살고 있는데…?”

“…진짜 뒤진다. 무슨 말인지 알잖아.”

춘봉의 날카로운 시선이 서준을 꿰뚫었다.

서준은 뭐라 말도 못 하고 이리저리 눈만 굴렸다.

사랑한다고? 물론 자신도 춘봉이를 사랑한다. 귀여운 내 동생. 그녀를 위해서라면 하지 못할 일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병신에 눈치가 없어도 춘봉의 사랑한다는 말이 담고 있는 의미 정도는 안다.

가족으로서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다. 남녀로서. 아이 셋 낳고 오순도순 알콩달콩 살아보자는 말이다.

“…….”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족끼리 이러면 안 돼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병신은 아니다. 그런 말이 춘봉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 정도는 안다.

‘넌 동생이고 난 오빠야?

똑같은 말이다. 이것도 안 된다. 춘봉이 상처받고 잉잉 울 수도 있다.

그러면…,

‘굿. 우리 오붓한 시간이나 함 보낼까?

이서준 네가 드디어 정신이 나갔구나. 확 그냥 접시물에 코 박고 뒤져버렸으면 좋겠다. 물론 그 정도로는 안 죽지만.

“으음….”

서준이 데굴데굴 눈만 굴리고 있자 춘봉이 픽 웃었다.

“나도 알아. 네가 나 여자로 안 보는 거.”

“아니…. 여자인 건 아는데….”

“…그냥 닥치고 있지? 죽여버리고 싶으니까.”

“넵.”

서준이 닥쳤다. 춘봉은 흔들리려는 입매를 바로하며 애써 가슴을 쭉 내밀었다.

“근데 네가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나 금춘봉이야. 천하제일귀 금춘봉.”

“…….”

“언젠가 너도 나한테 홀리게 되어 있어. 지금이야 귀여운 동생이지만, 내가 조금만 더 자라도 그런 생각 못 할걸?”

춘봉이 흥- 콧김을 내쉬었다. 다리가 덜덜 떨린다. 그녀는 티내지 않으려 애쓰며 서준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

당황을 담고 떨리는 그의 두 눈과, 어색하게 올라간 입꼬리. 춘봉은 내심 안도했다.

‘그래. 이 정도면 됐어.

싫어하는 기색이 없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며칠 정도 조금 어색하겠지만…, 오래 가진 않으리라 믿는다.

우리 사이니까.

춘봉이 손을 뻗었다. 저항하지 않는 서준의 멱살이 잡혔다. 그녀는 힘을 주어 그것을 세게 끌어당겼다.

서준의 상체가 딸려온다. 춘봉은 눈을 감았다. 이내 살짝 고개를 내밀어─

쪽-

다시 한 번.

쪽-

조심스레 눈을 뜨니 멍청하니 자신을 쳐다보는 서준의 얼굴이 보인다.

춘봉은 제 입술을 매만졌다. 옅게 남은 온기가 느껴진다.

‘…미쳤나 봐.

갑자기 어디서 이런 용기가 튀어나와서….

아니, 사실 알았다. 오빠를 정말 잃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아서, 어쩌면 조금 조급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 한 걸음에 아무런 후회도 없다.

이서준이니까. 자신에게서 멀어질 일은 없으니까.

춘봉이 삐죽 웃었다.

“야.”

“…어?”

“뜌땨따.”

“우, 우땨따…?”

“좋아. 처신 잘 하라고.”

서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춘봉이 지붕을 박찼다.

탁-

얼핏 여유로워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최소한 서준의 시야 밖으로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후다닥-! 그의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춘봉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속하게 이동했다. 그리고는 제 방으로 돌아와 곧장 이불 속에 파고들었다.

“으, 으으…. 으끼야아아악…!!”

팡팡팡팡팡-! 춘봉의 발길질에 이불이 곧이라도 찢어질 듯 요동친다.

“미, 미쳤나 봐 진짜아악…!”

팡팡팡팡-!

한참을 허우적대던 춘봉은 헥헥대며 숨을 가다듬었다. 중요한 사실이 하나 생각났다.

‘걔랑 나랑 같은 방이잖아.

파르르…, 춘봉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춘봉이 떠나고도 한참 동안 지붕 위에 서있던 서준은 멍하니 입술을 매만졌다.

‘언젠가 너도 나한테 홀리게 되어 있어.

맞는 말이다. 춘봉이 원해서 꼬시지 못할 남자가 어디 있을까.

설령 뇌까지 근육이 들어찬 패진광이라 할지라도 춘봉이 마음만 먹는다면 며칠 내에 꼬셔낼 수 있을 거다.

  • 어이 영감! 뜌땨따!

문득 패진광에게 플러팅하는 춘봉의 모습을 떠올린 서준은 눈을 번뜩이며 마음속 데스 노트에 패진광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패진광 이 새끼 뒤졌다 진짜.

다음에 보면 진짜 뒤지기 직전까지 후려패야지.

그렇게 한참을 끙끙 앓던 서준은 이내 조심스럽게 방으로 향했다.

드륵-, 살짝 문을 열어보니 조용한 방 내부가 보인다. 볼록 튀어나온 이불이 하나. 스으- 피유…. 춘봉이 잠들었을 때 나는 호흡 소리다.

서준은 월하무영까지 펼쳐가며 조심스레 춘봉의 옆에 누웠다.

한바탕 난리라도 피웠는지 너덜너덜해진 이불이며, 살짝 땀에 젖은 춘봉의 이마를 바라보던 그가 손을 뻗었다.

“오구구 우리 춘봉이.”

뭐가 어찌 됐건, 춘봉의 곁에서 떨어질 생각은 없다. 춘봉이 꺼지라며 질색을 하지 않는 이상에야.

하지만, 뭐.

‘그럴 리가 없지.

서준은 흐뭇하게 웃으며 춘봉을 꼭 껴안고 눈을 감았다.

“어이.”

눈을 떴다. 춘봉이 보인다.

“어제 그러고 나서 이게 맞냐?”

춘봉의 날카로운 시선에 서준이 슬쩍 눈을 돌렸다.

“그치만…, 안고 자면 꿀잠 잘 수 있고….”

“시끄러.”

쪽-, 잽싸게 입을 맞춘 춘봉이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으히히 웃음 소리를 흘리는 것이 아주 기분이 좋아 보인다.

“…세상에.”

하루 아침에 세상이 격변했다. 한동안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서준은 느지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그는 잠시 기신경에 발을 담궜다. 우웅-, 주변의 기가 그의 기에 공명한다. 서준은 구석에 놓여있던 검을 이기어검으로 움직여 허리춤에 매달았다.

한동안은 이런 방식으로라도 윗 경지에 익숙해질 생각이었다.

‘어쨌든 춘봉이 상태는 괜찮아진 것 같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이지만, 오히려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아보인다.

물론, 자신이 조금 곤란해지긴 했지만…. 평소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

‘일단 장인어른께 미리 연락은 드려야지.

하루라도 빨리 강해지기 위해, 서준은 곧 마교로 향할 생각이었다.

그를 위해 마교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더해서 장인어른께 무공에 대한 조언까지 받을 수 있다면 베스트.

  • 내 딸을 울리다니….

서억-!

서준은 괜히 서늘한 목을 쓰다듬었다.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

기별을 넣자마자 방문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서준은 적당히 옷을 갖춰입은 뒤 가주전으로 향했다.

“어서오게, 사위….”

그곳에는 언제나와 같은 모습의 남궁진천이 있었다. 하지만 서준의 눈은 전과 달라졌다. 반사적으로 남궁진천의 기세를 살핀 순간,

오싹────────

서준은 오소소 일어난 소름을 문질러 가라앉혔다.

‘…진짜 말도 안 되네.

저게 정녕 시혈만천과 같은 화경이 맞단 말인가? 시혈만천 따위가 열 명이 있어도 남궁진천의 옷자락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았다.

“호오…. 몰라보게 달라졌군….”

“그런가요? 격차가 줄어든 것 같지도 않은데.”

“아무리 그래도 사위…. 무공을 익힌 세월이 있는데 벌써부터 따라잡히면 내가 뭐가 되겠나…. 부디 천천히 쫓아와주게….”

그 말에 서준이 낄낄 웃었다. 썩 재밌는 농담이었던 까닭이다.

“으음…?”

…남궁진천은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장인어른을 하루 아침에 따라잡을 자신은 없는데.

서준이 떨떠름하니 턱을 긁적이자 남궁진천이 옅게 미소 지었다.

“아무튼…. 마교에 대한 것이 궁금한 것이겠지…?”

“네.”

“내가 아는 것이라면 전부 말해주지…. 하지만 그 전에.”

남궁진천의 눈이 서늘함을 품었다. 서준의 몸이 굳었다.

‘뭐지? 좆됐나?

찔리는 것이 있던 서준은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마교에 직접 갈 것이라 했었지…? 허나 아무리 자네라도 아무런 대책 없이 마교로 향하는 것은 허락할 수 없네…. 그건 개죽음이야….”

“어휴.”

“……?”

서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법이야 있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인어른인데,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

서준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동시에 혼원신공의 운기 경로를 역방향으로 확정지으며 역용술을 펼쳤다.

스윽-

서준의 손이 떨어졌을 때, 그곳에는 천서준의 모습이 있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죠?”

“허….”

그야말로 완벽한 변장에 남궁진천이 감탄했다.

“천마가 봐도 마인인 줄 알겠군….”

“그거 칭찬이죠…?”

“물론이네…. 다만, 한 가지 주의하게….”

남궁진천이 허공섭물로 내린 차를 한 모금 들이킨 뒤 말을 이었다.

“나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경지에 오른 이라면…, 지금의 모습과 원래 모습을 둘 다 보았을 경우, 그 둘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을 걸세….”

“네? 어떻게요?”

겉모습도, 내공도 완벽하게 바꿨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자네의 영혼은 바뀌지 않아…. 명(命)의 계위, 혹은 혼(魂)의 계위라고도 불리는 차원을 볼 수 있는 자라면 자네의 영혼을 알아볼 수 있네…. 그렇다 하더라도 예의 그 모습만을 본다면 마인임을 의심하지는 못하겠지만….”

“쉣.”

경지가 높아지면 영혼을 볼 수 있다고? 이건 뭐 진짜 어쩌라는 걸까.

서준이 혀를 내둘렀다. 그러다 문득 물었다.

“마교에 그 정도 수준의 마인이 천마 말고 더 있을까요?”

“글쎄…. 아마 있지 않을까 싶네…. 사실 고수의 수는 마교가 가장 많거든….”

마공 덕분이다. 마공을 익힌 자는 빠르게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 대신 대부분의 경우 스스로 자멸하거나, 미치광이가 되어 토벌당할 뿐.

“아, 그러니까 마공은 효율이 좋은 대신 정신이 나가는 쪽으로도 효율이 좋다는 거죠?”

“그렇지…. 마공의 경우 자격이 되지 않는 이조차 초절정에서 극마로의 도약을 시도할 수 있다 들었네…. 뭐, 열이면 열 실패한다고는 하네만….”

남궁진천의 말에 서준은 내심 짐작했다.

‘마공을 익히면 대부분 인내심도 바닥일 거 아니야.

인내심 없는 마인 친구들에게 떡하니 길이 놓여있다? 대부분 일단 시도해보고 사이좋게 황천을 건너지 않을까?

“고수의 수가 많긴 해도 통제가 불가능하니 사실상 전력 자체는 정파나 사파와 큰 차이가 없네…. 다툼으로 인해 죽거나 자멸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대신 마교 내에서 고수를 만날 확률은 확연히 높겠지….”

“조심하긴 해야겠네요.”

“그렇지…. 특히, 마교의 중심인 천마전(天魔殿) 인근은 조심하게….”

남궁진천의 눈이 서늘한 예기를 품었다.

“천마전 주위 약 100리(약 40km) 정도는 천마의 영향으로 마기가 안정되어 있네….”

“네? 100리요?”

반경 100리면 대충 5000 제곱 킬로미터쯤 된다. 서울이 600 제곱 킬로미터였나 그런 걸로 아는데?

“그래…. 천마가 의식하지 않아도 그의 영향이 미치는 범위네….”

“어이가 없네 진짜.”

“그 근처의 마인들은 비교적 정신이 멀쩡한 경우가 많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앙으로 무장한 정예들이 머무는 곳이기도 하지….”

툭, 툭, 남궁진천이 탁상을 두드렸다. 드물게 날이 선 그의 눈빛이 어딘가 먼 곳을 꿰뚫었다.

“그들을 조심하게…. 무림에서 가장 강한 군대라 할 수 있는 것이 그들, 만귀군(萬鬼軍)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