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Ex2-novel-agent/content/references/novelpia/290659/59.md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7 KiB
Raw Blame History

용봉지회의 결승으로부터 며칠이 지나 서준 일행이 하남을 떠났다.

하남을 떠나기 얼마 전, 십육명문의 장로들이 모이는 마지막 회의에는 서준도 양심상 참가했는데─ 회의 내용 자체는 이전과 크게 다른 것이 없었다.

새로운 일이라면 감숙의 고랑현에 새로운 대마두가 나타났다는 것 정도.

천서준의 존재야 서준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에 크게 놀랄 일도 아니었다.

장로들은 마교에 대한 경계를 조금 더 강화하기로 협의하며 회의를 마무리지었다.

“허허, 오늘 저메추 받겠소.”

“저메추…? 그게 무슨 소리요, 허도진인?”

“저녁 식사를 무엇으로 할지 추천을 받겠다는 말이오.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말이라더군.”

“허어, 이런 게 격세지감인가. 세월이 참 빠르구려.”

허도진인이 mz력을 뽐내는 일도 있긴 했지만 큰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남을 떠나는 마차 안. 오랜만에 집에 돌아가는 기쁜 날이건만…, 서준은 흘끔흘끔 춘봉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뭐.”

“어? 아니…, 그냥.”

“…….”

노려보는 춘봉의 시선이 매섭다.

춘봉은 요 며칠 기분이 안 좋았다. 춘봉 뽀뽀 사건으로부터 하루 이틀 정도는 부끄러워하며 팔짝팔짝 뛰어대더니, 시간이 지나자 갑자기 기분이 급락해버린 것이다.

‘뭐지….

춘봉 심리 박사 학위의 소유자 이서준조차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평소와 다를 게 없었는데 도대체 왜…?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 혹시 그날이야?”

옆에서 남궁수아의 경악 어린 시선이 날아들었다. 춘봉 드롭킥은 덤이었다.

“커억…! 아, 아니…! 왜!”

“넌 그냥…! 뒤져 그냥…!”

첫날은 그렇게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갔다.

다음날은 그래도 밤새 자장가를 불러준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춘봉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서준은 안도하며 창을 통해 마차 밖을 내다보았다.

“봄도 다 끝났네.”

분명 하남에 올 때 눈이 내렸던 것 같은데, 이제는 거의 여름에 가까운 시기였다.

이렇게 세월이 지나다 보면 서른도 금방일 테고, 마흔, 쉰, 백, 오백, 천….

‘흠.

아무리 그래도 천 살은 금방 올 것 같진 않았다

그쯤 되면 워-킹 화석이라 불러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아, 늙기 싫다.”

“뭐 이놈아?”

최고령자 패진광이 긁혔다. 앞선 마차에 타고 있던 그가 마차 창밖으로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너도 금방이다 이놈아.”

“거, 영감.”

“뭐냐.”

“영감 도대체 몇 살이에요?”

“나도 모른다. 오백이 넘은 후로는 세질 않아서. 칠백은 넘은 것 같은데.”

“와, 진짜 미친 워-킹 틀딱 새끼….”

“생사결 신청이냐?”

“그건 좀.”

서준이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자잘한 일이라면 몰라도 하남에서 큰일이 벌어질 리도 없고, 무슨 일이 벌어진다 해도 이곳에 있는 전력은 어지간한 대문파를 압도할 수준이다.

마음을 놓아도 된다. 상식적으로는 분명 그랬다.

‘음?

서준의 기감 끄트머리에서 무언가가 느껴짐과 동시에, 하늘에서 붉은 기둥이 떨어져내렸다.

‘피?

생각보다도 먼저 몸이 움직였다.

기둥은 거대하다. 이 일대를 모조리 찍어누를 수 있을 정도 크다. 막지 않으면 마차 째로 찌그러진다. 일행 역시 함께.

우우웅──────────

본능의 영역에서 일어난 내공이 역태극을 그리며 하늘로 쏘아졌다.

역천일월공이 핏빛 기둥의 중앙을 꿰뚫고, 쩌적-! 기둥이 부서져내리며 그 파편들이 일행을 덮쳤다.

“아악…!”

“파, 팔이…!”

파편에 얻어맞은 무인들의 사지가 찢겨나간다.

초절정에 속하는 고수들이 급히 파편들을 막아냈으나, 전부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몇몇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부상을 입고 쓰러졌다.

서준의 눈이 환하게 빛났다.

“전부 뒤로 빠져.”

혼원신공의 내공이 터져나오며 서준의 손끝에 뭉쳤다. 빠르게 다가오는 무언가. 꿰뚫는다는 강한 의념과 함께 역태극을 쏘아냈다.

관천(貫天).

쩌어어억──────────

공간을 꿰뚫고 나아간 사일의 심상이 목표에 적중했다.

콰르륵-!

정확히는 붉은 장막에 부딪혔다. 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사내가 웃었다.

“어림도 없…, 흠?”

사내가 일순 비틀거렸다. 어깨를 찍어누르는 듯한 압력. 일전의 공격에 담긴 심상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내가 미간을 찌푸렸다.

“건방진 것….”

사내가 손을 휘저었다.

“끄읍…!”

“컥…!”

핏빛 기둥의 파편에 부상을 입었던 무인들이 몸을 꿈틀댄다. 이내 그 움직임이 멎었다. 숨이 끊어졌다.

동시에 서준이 급히 기막을 펼쳤다.

화아악-!

퍼져나간 기의 장막이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막아냈다.

‘독이다.

곤란하다. 서준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마차 안에 있는 건 춘봉, 남궁수아, 남궁명. 앞의 마차에는 패진광과 남궁혁, 또 장극. 마차 밖에는 남궁세가의 무인들.

서준은 사내를 살폈다. 기세가 묘하다. 지금껏 보아온 화경들과 달리 공간 자체와 하나가 된 느낌은 없다.

대신 피냄새가 짙다. 초절정이라 할 만한 수준도 아니다. 화경과 비슷한 수준. 그렇다면?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여기서 움직이지 마.”

즉시 마차에서 빠져나온 서준이 마차 지붕에 올라 사내를 바라보았다.

패진광, 남궁혁, 장극 역시 마차에서 내려 하늘 위에 선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이내 사내 뒤로 흑의인 넷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준은 사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영감, 아는 사람이야?”

“아니. 처음 보는 놈이다.”

“아예 몰라?”

“…혈공이다.”

혈공(血功)? 어째 피냄새가 짙더라니.

서준은 별생각 없이 눈살을 찌푸렸으나, 장극과 남궁혁은 달랐다.

“…혈공? 혈교라는 말씀이시오?”

남궁혁의 말에 패진광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는 없다. 혈교는 아예 뿌리를 뽑아냈어. 그 혼과 무공의 심상 자체를 추적해 모조리 척살했으니 생존자가 남아있을 리가 없다.”

친절하게도 대화를 나누는 동안 기다려준 사내가 끌끌 혀를 찼다.

“이만큼 기다려줬으면 되겠지. 아는 놈은 없겠지만─ 본좌는 시혈만천이라 한다.”

공격부터 날린 놈이 아주 여유롭다.

서준은 뜨거워지려는 머리를 애써 식혔다. 이 자리에서 막 나갈 수는 없다. 춘봉, 남궁수아, 남궁명. 이 셋을 지키며 싸우기에는 쉬운 상대가 아니다.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이미 죽어 아주 좆같지만, 판단을 잘못하면 여기서 더 죽는다.

시혈만천이 말을 이었다.

“여기 금희라는 년이 있음을 안다. 그년만 내놓아라. 그러면 곱게 보내주마.”

“…씨발년이.”

쩌적-, 서준이 곧장 내단을 깨부쉈다. 순식간에 정기신의 균형이 무너지며 기(氣)가 폭발적으로 불어난다.

‘지랄 맞네.

어지간하면 마인화는 쓰고 싶지 않았다. 저번에는 폭주 직전까지 갔다. 아마 이번에는 더 심할 테지만, 수단을 가릴 상대가 아니다.

우드득-!

서준의 머리 위로 기다란 뿔이 돋았다. 동시에 옆구리에서 두 쌍의 팔이 솟았다.

시혈만천의 표정이 뒤틀리는 것이 보인다. 예상하지 못했을 지금이 최적의 시기.

스아악──────────

찰나만에 완성된 여섯 줄기의 역천일월공이 뻗어나갔다.

시혈만천이 혀를 찼다.

“권주를 마다하는군.”

신혈만 내놓는다면 고통 없이 죽여주려 했건만.

콰륵-! 시혈만천의 소매에서 뿜어져나온 핏줄기들이 역천일월공을 막아섰다.

“흠…!”

시혈만천의 눈이 부릅 뜨였다. 위력이 이상하다. 곧장 힘을 더해 위로 올려치니 역천일월공의 줄기들이 하늘로 솟았다.

“놈….”

자존심이 상한다. 자신이 공격을 흘려내야 하다니? 그것도 초절정 수준의 기공 따위를? 시혈만천이 으르렁대며 명했다.

“권왕을 맡아라.”

“…….”

흑의인 넷이 말없이 패진광을 덮쳤다.

서준은 시혈만천만을 노려보았다. 장극과 남궁혁 역시 섣불리 움직이는 대신 그를 경계했다.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마차를 지키는 일이다. 주변에 독이 퍼져있어 서준이 마차에서 멀어진다면 내부의 일행들이 중독된다.

이미 마차에서 떨어진 곳에 있던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중독되어 숨이 멎었다. 절정의 무인조차 전혀 저항하지 못한 것이다.

서준은 흐려지는 이성을 붙잡으며 말했다.

“저놈 혈공은 신경 쓰지 말고, 죽여.”

즉시 장극과 남궁혁이 움직였다.

서준은 마차 지붕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세 쌍의 팔이 각각 수인을 맺었다.

주술이 펼쳐지며 땅에서 수십의 기둥들이 치솟았다.

솟구치는 기둥을 타고 날아오른 장극이 박도에 강기를 덧씌웠다.

거령신공(巨靈神功).

장극은 천재다. 서준의 옆에 있어 빛이 바랜 듯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이미 있는 무공의 길을 따라가는 데 있어서 장극은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서준이 창시한 무공들을 익히며, 그는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그의 뒤로 흐릿한 거인의 형상이 어리며 직감이 날카롭게 날을 세웠다.

“오만이 도를 넘어서는구나.”

시혈만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혈공을 신경 쓰지 말라? 전부 막아설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어디 해봐라.”

푸화악-!

시혈만천의 전신에서 터무니없는 양의 혈액이 뿜어져나왔다.

거대한 파도가 장극을 노리고 떨어진다.

요동치는 기로 미리 파악한 서준이 여섯 손바닥 사이로 만들어낸 거대한 구체를 쏘아냈다. 혼원일월공이다.

콰아아아아앙──────────!!!

파도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그 사이로 뛰어든 장극의 눈에 녹빛 기운이 어렸다.

“상대를 잘못 건드렸구나…!”

제 주군을 기공으로 상대하려면 화경쯤 되는 위인이 아니고서야 안 된다.

놈의 기세가 대단하긴 하지만, 화경 특유의 공간과 하나된 느낌은 없다. 그렇다면 놈의 기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장극이 허공을 박차고 뛰어든 그때, 그의 직감이 섬뜩한 경종을 울렸다.

“흡…!”

서둘러 몸을 비틀었다. 허공에서 생겨난 핏방울들이 장극을 노리고 쏘아졌다.

‘어떻게?

화경이 아닐 텐데? 허나 고민할 시간 따위는 없다.

‘전부는 못 피한다…!

장극이 전신에 호신강기를 둘렀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신경 쓰지 말고, 죽이라고.”

오행(五行), 수(水), 조혈(操血).

핏방울들이 허공에 멈춰섰다. 시혈만천의 두 눈이 부릅 뜨였다.

“어찌…?”

남궁혁이 그 빈틈을 노렸다. 창궁낙하성대해(蒼穹落下成大海). 곧장 절기를 펼쳤다.

그의 검 위로 발현된 자그마한 영역. 그 안에서 끝없이 불어난 바다가 시혈만천을 덮쳤다.

시혈만천은 장(掌)을 뻗었다. 쩌엉-! 가볍게 뻗은 일장에 남궁혁의 절기가 파훼됐다.

뒤이어 달려든 장극 역시 크게 손을 휘저어 뒤로 떨쳐냈다.

시혈만천은 그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서준만을 노려보았다.

“무슨 사술이냐…!”

놈의 기공이 예상보다 강력한 것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기공에 간섭하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불가능한 일이다.

분노가 끓어오르며 시혈만천의 두 눈이 짙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서준 역시 그를 보았다.

‘알겠다.

저것이 혈공의 화경이구나. 신의 비대를 이루어 주변 공간을 정과 기로 삼는 정공의 화경과 달리, 저놈은 혈액 속에 정기신을 녹여냈다.

따로 이름이 있을까?

궁금하진 않았다.

서준은 곧장 여섯 번의 역천일월공을 쏘아냈다.

표정을 일그러뜨린 시혈만천은 간섭을 시도했다. 복수였다. 기공에 간섭할 수 있는 것은 놈이 아닌 자신이어야 한다.

과할 정도로 짙은 그의 혈기(血氣)가 주변 기를 지배하며 역천일월공을 흩뜨렸다.

아니, 흩뜨리려 했다.

스아아악──────────

아무런 영향이 없다. 역천일월공이 흐트러짐 하나 없이 날아든다. 시혈만천이 이를 악물었다.

“뭐냐 네놈은…!”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봐도 놈의 경지는 초절정. 이런 짓이 가능할 리 없다.

뿜어낸 핏줄기들로 역천일월공을 감싸 흘려낸 시혈만천의 눈이 붉게 빛났다.

“오냐…! 알겠다.”

가벼운 마음을 버렸다. 제대로 된 힘을 끌어올렸다.

상황을 보아하니 예상보다 권왕이 약하다. 그만한 세월을 살았음에도 외공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권왕을 너무 과하게 경계했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힘을 최대한 아낄 필요가 없어졌다.

울컥-! 시혈만천의 육신이 피로 화했다. 그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콰륵-!

길게 이어진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서준의 앞에 도달했다. 터무니없는 속도다.

장극과 남궁혁은 제때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서준은 머리에 돋은 뿔로 파악했다. 코앞에 나타난 시혈만천과 눈이 마주쳤다.

“나름 뛰어난 놈인 건 인정하마.”

그가 장을 내질렀다. 손바닥 위로 거대한 검붉은색 강기가 어렸다. 독혈강(毒血罡)이다.

서준은 가로로 길게 찢어진 동공을 통해 그것을 보았다.

‘파해할 수는 없다.

경지 차이 탓에 어쩔 수 없다. 오히려 어느 정도 맞먹는 지금 상황이 이상한 거다.

서준은 가부좌를 튼 채로 패력괴신무를 펼쳤다.

여섯 개의 주먹이 시혈만천의 일장과 부딪혔다.

꽈아아앙────────!!!

최대한 충격을 흘려냈으나, 완벽하지 못했다. 마차의 지붕이 날아갔다. 춘봉과 남궁수아, 남궁명이 경악한 눈으로 서준을 보았다.

서준은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여섯 손에 역천일월강기를 깃들였다.

하지만 시혈만천이 훨씬 빨랐다. 피로 화한 그의 몸이 기이하게 비틀리며 서준의 복부에 장을 꽂아넣었다.

퍼억-!

물기 어린 소리와 함께 서준의 몸이 박살났다. 신체 조각들이 산산이 흩어진다.

오빠아아아────!!

혼을 토해내는 듯한 절규와 함께 시혈만천이 웃었다.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이제 네 차례다.”

쯔르륵-, 피가 길게 이어졌다. 시혈만천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가 한 일이 아니다.

“뭐…?”

이내 그의 눈이 부릅 뜨였다. 박살난 서준의 몸뚱이들이 피로 이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붉은 거미줄이 쳐진 듯했다.

이내 신체 조각들이 하나의 진을 이뤘다.

역천(逆天), 역태극(逆太極), 관천(貫天).

푸화아아악──────────

거대한 기둥이 하늘을 꿰뚫었다.

진을 이루던 신체 조각들 사이, 거미줄처럼 이어진 혈액 줄기들이 조각난 신체들을 끌어당겼다.

쯔르륵-, 서준의 몸뚱이가 하나로 붙었다. 마지막으로 목 위에 머리가 얹혔다.

표정 하나 없이 몸뚱이 위로 피로 된 의복을 걸친 서준은 스스로 만들어낸 혼탁한 기둥을 보았다. 그 중앙, 한 인영이 기둥을 찢어발기며 튀어나왔다.

“도대체 네놈은….”

한쪽 팔이 날아간 시혈만천이었다. 즈르륵-, 그의 몸을 이루던 혈액이 늘어나 다시 팔의 형상을 취했다.

뒤늦게 도착한 장극과 남궁혁이 급히 서준과 시혈만천 사이를 막아섰다.

“주, 주군…. 괜찮소…?”

서준은 말이 없었다. 눈에도 빛이 없다. 이미 이성을 잃었다.

대신 그의 머리 뒤로 세 송이의 흉측한 꽃이 피었다.

두륵──

꽃에 맺힌 무수한 눈알들이 일제히 시혈만천을 바라보았다.

서준 역시 그를 보았다. 덜 붙은 목이 옆으로 크게 꺾였다 다시 붙었다.

“미물이, 감히─.”

─더, 더 높은 곳으로. 아직 부족하다. 놈을 찢어발기기 위해서는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유일하게 남은 일념이 뿌리를 내린다.

서준의 눈이 핏빛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