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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4 KiB
Raw Blame History

회의장에 일순 지독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침묵을 깬 것은 남궁혁이었다.

그는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화산의 장로를 노려보았다.

“그러니까 그 말은 지금…. 금가의 후계자나, 여기 있는 진기재천이 화산의 장로를 죽였다는 말씀이시오?”

청운신검의 검로 자체는 황운신검과 큰 차이가 없다. 무공의 흔적이 지워져 검흔만으로 판단했다면 그 둘을 구별하는 건 힘들었을 터.

즉, 종인의 실종에 황운신검이 관련됐다는 것은 서준과 춘봉 모두를 지목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좆됐나?

서준은 이어지는 대화를 들으며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헌데 생각해보니 딱히 큰일난 것 같지는 않았다.

‘근데 내가 잘못한 건 아니잖아?

따지고보면 사흑련과 손을 잡은 종인 그놈 잘못이다.

아니,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과연 사흑련과 손을 잡은 건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와 손을 잡은 건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찌 되었건 사흑련의 단약까지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아쉽구만….

이것도 사흑련에 뒤집어 씌울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이렇게 되면 괜히 화산에 시선이 분산될 것 같았다.

화산의 장로가 사흑련과 손을 잡았다? 당연히 심각한 일이다.

어쩌면 다른 문파들이 화산에 압력을 행할 빌미를 주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금가가 누명을 쓰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을 제공하는 건 내키지 않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이….

“그래서 화산에서는 아마 이것이 사흑련의 소행이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예?”

서준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 모습에 화산의 장로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진기재천의 심각한 표정을 보니 무슨 고민을 하는지 알 것 같아서였다.

혹여 금가가 누명을 쓰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모양인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그때 당시 광아랑이라는 별호로 불리던 이 장로께서 절정경에 머물고 계셨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입니다. 또한 남궁의 여식 역시 행동을 같이 한 것으로 아는데, 금가와 남궁세가가 손을 잡고 화산의 장로를 암살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지요.”

“오…?”

“더해서 종인 장로의 흔적을 발견한 곳은 화산파와 꽤 떨어진 숲속이었습니다. 아마 종인 장로께서 무언가를 발견하시고 쫓으시다 변을 당하신 듯한데….”

흘끔, 서준의 얼굴을 바라본 화산의 장로가 그를 위로하듯 말했다.

“어쩌면…, 황운신검이 사흑련의 손에 들어간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 말에 회의장의 모든 이들이 눈을 크게 떴다.

황운신검.

감히 중원 제일의 검법을 자처하더라도 누구 하나 크게 반발하지 못할 절세의 무공 아닌가.

그것이 사흑련의 손에 들어갔다?

“그, 이 장로. 괜찮을 거요. 황운신검은 그 난이도로도 위명이 높지 않았소? 사흑련 놈들이라 한들 그것을 제대로 익히지는 못할 거요.”

“그, 그렇지! 그래도 신검금가의 후계자와 그 무공의 전승자가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이오!”

“맞는 말이오. 비급만으로 황운신검을 익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너무 걱정 마시오.”

느닷없이 잔뜩 위로받은 서준은 데굴 눈을 굴렸다.

‘흠. 오히려 좋은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어쨌든 목적은 달성한 듯했다.

회의가 끝나고, 몇몇 안면이 있는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위로받은 서준은 소림사를 나섰다.

“괜찮을 거다. 가주께서도 황운신검이 그토록 익히기 어렵다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으니, 사흑련 놈들이라고 그것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리가 없지.”

남궁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준을 위로했다.

“맞습니다, 형님. 비급만으로 무공을 익히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모두가 아는 일 아니겠습니까.”

남궁명 역시 마찬가지.

어찌나 잔뜩 위로를 받았는지, 서준은 슬슬 자신이 정말로 뭔가 안타까운 일을 당한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나마 이 자리에 패진광 그 양반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무슨 반응을 보일지 상상도 잘 안 가지만, 그 양반이 위로해주면 정말로 뭔가 뭔가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 거참. 괜찮대도요.”

서준은 몸서리를 치며 후다닥 발을 놀렸다.

그런 그를 뒤에서 바라보던 남궁혁이 안타까움에 끌끌 혀를 찼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꼬….”

그동안 얼핏 들은 바로는 뒷골목을 전전하던 때도 있었다 하던데,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런 고생을 하면서까지 진전을 이어온 황운신검이 저 간악한 사흑련 무리들의 손에 들어가다니.

남궁혁은 새삼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보고는,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내뱉었던 말들에 대해 후회했다.

“참으로 염치가 없구나….”

“종증조부….”

남궁명은 질끈 눈을 감았다.

과연 무엇이 형님의 마음을 낫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문득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모임? 애들 모임에 같이 가자고?”

서준은 남궁명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기지수들 노는 데 자신이 가서 뭘 한단 말인가?

그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며 남궁명이 씩 웃었다.

“그래도 다들 형님 또래 아닙니까. 어쩌면 그곳에서 좋은 친우를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가? 아니, 다들 애들 아니야?”

“그…. 형님도 나이로만 따지면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어린 편이십니다.”

“뭣.”

서준이 과장되게 놀라자 남궁명이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누님과 금 소저도 함께 가신다 하니, 어떠십니까?”

“아니, 동생.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그러면 안 갈 이유가 없다.

32강과 16강 사이에 있는 나흘 간의 빈 시간.

그 기간에는 대대로 후기지수들이 모여드는 커다란 연회가 열린다.

딱히 진출자들만이 참가하는 모임도 아니다. 자격 조건도 딱히 없었다. 하지만 십육명문이 아닌 이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가봤자 대부분이 십육명문의 후기지수들일 텐데 괜히 끼어들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까닭이다.

물론 괜히 끼어들어서 무슨 일을 벌이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곳에 서준이 참석했다.

문제될 것은 없었다. 나이 자체는 후기지수가 맞으니까.

십육명문의 장로급 인사라는 건 일단 중요하지 않았다.

“이야, 요즘 애들은 잘 노네.”

서준은 모임이 개최되는 장소를 둘러보며 감탄했다.

“내 허접 시절에는 말이야, 응? 뒷골목에서 흑도 친구들이랑 놀고 그랬어.”

“시끄러 좀.”

곁에 있던 춘봉이 툴툴댔다.

이 새끼는 말하는 것만 들어보면 무슨 200년쯤 산 틀딱 무림인 같다.

원래 살던 세계에는 기도 없었다면서.

“아니, 춘부이! 뭐지? 오늘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내가 뭐.”

“반응이 이게 전부일 리가 없는데?”

“…….”

춘봉이 서준을 빤히 노려보았다.

공식적인 모임에 나간답시고 차려입은 그의 모습은 꽤나 멀끔했다.

남궁세가의 의복을 차려입고, 평소 정돈이 덜 된 채로 다니던 머리칼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생긴 것만 보면 어디 귀공자 같은데 입만 열면 그냥 머저리가 따로 없으니 원….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상해.”

“뭐가?”

“뭔가 뭔가야….”

이 자식, 남궁세가 옷이 꽤 잘 어울린다.

“이게 그 앤티알(NTR)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보기 좋은 모습은 맞는데, 남궁세가 옷이 저렇게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편이 따끔따끔거린다.

춘봉이 묘한 표정을 짓자 서준이 기겁했다.

“야! 김춘뿡…! 너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너 말고 누가 있는데.”

“뭣.”

서준은 깨달았다.

이래서 애들 앞에서 말을 조심해야 된다는 거구나…. 앞으로는 말을 가려서 하든가 해야지.

“엇! 오셨군요!”

그때 청송이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그 옆에는 무혜도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는 그녀를 보며 서준이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

내부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꽤 많다.

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서준을 향해 꽂혀들었지만, 아무래도 다가오기는 쉽지 않은 듯 서준의 주위로 꽤 크게 빈공간이 생겨났다.

서준으로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질문 세례를 받는 건 그닥 내키는 일이 아니었기에.

“춘봉아, 가서 놀도록 하여라. 친구들 좀 사귀고 그래야지.”

대신 춘봉의 등을 떠밀었다.

“뭐? 내가 왜.”

“그야 너…, 친구 한 명도 없잖아.”

안타깝게도 그러했다.

금춘봉에게는 친구라 부를 만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기껏해야 수아 누나, 혹은 명이. 하지만 그 둘은 친구라기보다는 가족에 가깝지 않은가.

“이 나이 때 동성 친구들도 좀 사귀고 그래야 사회성 발달도 되고 그런….”

“아오! 확 그냥!”

춘봉이 발작했지만, 남궁수아는 그 얘기를 진지하게 들었다.

친구가 없는 것은 그녀도 비슷한 처지라 더욱 동질감이 들기도 했다.

“금 매, 그러면 언니랑 같이 갈까?”

친구 없는 외로움을 아는 남궁수아가 권유하자, 춘봉도 마지못해 수락했다.

“에잇, 거참! 알았어.”

거칠게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서준을 삿대질했다.

“야, 너!”

“넹?”

“사고치지 마라 진짜!”

“에이, 설마. 애들만 있는 데서 내가 뭔 사고를 쳐.”

“하긴. 그런가?”

사실 사고를 치려 해도 제정신 박힌 후기지수라면 이서준 이놈을 건드리지는 않을 터다.

저놈 하는 짓 보면 초절정이 우스워 보이지만, 손짓 한 번에 후기지수 서넛의 머리통을 터뜨릴 수 있는 게 초절정이다.

어지간히 정신 나간 놈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춘봉과 남궁수아가 친구를 찾아 떠났다.

서준은 그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남궁명에게 물었다.

“그래서 우리 이제 뭐해?”

친구가 없는 건 서준도 마찬가지였다.

사흑련의 총군사(總軍師) 사마현.

그는 현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북해빙궁이 황실의 대장군을 암살했다?”

“예, 그렇습니다.”

“난 그런 지령을 내린 적이 없는데?”

“그건….”

수하가 쩔쩔매자 사마현이 혀를 찼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원.”

그는 철선(鐵扇)으로 탁상을 두드리며 고민에 잠겼다.

혈오문의 참사에도 북해빙궁이 엮여있더니, 이번에는 황실의 대장군을 암살했다?

사마현의 서늘한 시선이 수하를 향했다.

“확실한 정보인가?”

“예. 정파 측에 심어둔 세작에게서 받은 정보입니다. 정파 쪽에서도 일을 감추려고는 들었지만, 아무래도 사건 자체가 꽤 크게 벌어진 탓에….”

“납득이 안 되는군.”

사마현이 쯧 혀를 찼다.

“빙궁 쪽에서는 뭐라던가.”

“그것이….”

수하가 진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같은 시각 북해빙궁의 심처.

빙궁주 백설향의 노성이 빙궁을 쩌렁쩌렁 울렸다.

“헛소리만 늘어놓지 말고 납득이 가는 설명을 내놓으란 말이다!”

“구, 궁주님….”

“이게 지금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가? 어떤 미친년이 문파 하나를 멸문시키고 황실의 대장군까지 암살했는데 그게 누군지를 몰라? 빙백신공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하지 않았더냐!”

“혈오문에서는 마기의 흔적까지 발견됐다고 합니다….”

“이…! 어떤 씹어먹을 종자가!”

백설향은 미칠 것 같았다.

그 정도 되는 빙궁의 고수라면 그녀가 모를 수가 없는데, 그녀가 아는 선에서 그런 짓을 저지른 사람은 없었다.

“뭐, 그러면 빙백신공이 유출이라도 됐다는 소리더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설령 유출이 됐다고 한들 누가 그 짧은 시간 내에 빙백신공을 대성해 빙궁을 사칭한다는 게야!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빙백신공은 그 고절한 위력만큼이나 익히는 것이 어렵다.

첫째로 북해의 냉기를 고스란히 체내에 담아내야 하며, 다시 그 안에 사기를 깃들여 위력을 증폭시켜야 하고, 대성하기 위해서는 빙궁의 신물인 빙정(氷晶)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만에 하나 빙백신공이 유출되었다고 한들 사칭은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장로들을 소집하라! 어떤 년이 이렇게 사고를 치고 다니는지 내 똑똑히 밝혀 일벌백계하리라!”

북해빙궁이 뒤집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