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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3 KiB
Raw Blame History

사춘기 춘봉. 그 아니 두려울 수 없는 이름….

서준은 이 끔찍한 사태를 도통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우리 오늘부터 따로 자.”

“뭣…! 아니, 금 씨! 갑자기 왜!”

“애초에 혼인도 안 한 남녀가 같이 자는 게 이상한 거였어.”

“원래 남매는 같이 자!”

“뭐래. 그것도 어릴 때나 그런 거지.”

흥, 매몰차게 콧방귀를 뀐 춘봉은 그대로 짐을 싸고 나갔다. 옆방으로.

남궁세가에서 서준에게 내어준 별채에는 방이 여러 개 있는 만큼, 서준의 방에서 다섯 걸음쯤 걸으면 춘봉의 방이 나왔다.

서준은 춘봉의 방에 슬쩍 고개를 내민 채 투덜거렸다.

“나 춘부이 없으면 못 자는데….”

“나 없을 동안 잘만 잤으면서 뭔 소리래? 벌여놓은 짓도 많더만.”

“그건 뭐…. 그때 얘기지….”

“됐으니까 그렇게 알아둬.”

기어코 방 하나를 차지한 춘봉은 아예 문을 탁 닫아버렸다.

“옷 갈아입을 거니까 들어오지 마.”

“…다 컸구나, 우리 춘봉이. 이제 오빠가 옷 안 갈아입혀줘도 돼…?”

“그런 짓 하기만 해봐! 진짜 가만 안 있어.”

스윽, 살짝 열린 문틈으로 고개를 내민 춘봉이 삐죽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다시 빠르게 문을 닫은 그녀가 콩콩 뛰는 가슴을 애써 달랬다.

‘그래, 이게 맞아.

지금까지가 너무 허물없이 지낸 거다. 앞으로도 그러다가는 평생 동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니 이것은 열 걸음 전진을 위한 한 걸음 후퇴….

감내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히히.”

이제 자신이 꿀릴 것은 없다. 이 월경이라는 놈은 통증이니 하혈이니 거슬리기 짝이 없지만, 임신이 가능하다는 증거이기도 한 것이다.

그야말로 어른 춘봉…!

열둘쯤 되는 손주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미리 지어둔 춘봉은 헤프게 웃으며 이부자리를 폈다.

신검금가의 재건이 머지 않았다.

“으뭄….”

눈을 뜬 춘봉은 꾸벅꾸벅 머리를 휘저으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하암…. 물….”

“오구 우리 춘봉이. 물 여기 있어.”

고개를 젖히니 물이 알아서 입에 들어온다. 꼴깍꼴깍 목구멍만 움직인 춘봉은 쩌억 하품을 하며 양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옳지, 잘한다.”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능숙한 손길에 빠르게 환복당한 춘봉이 멍하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쯤 잠든 상태로 서있으니 머리칼이 이리저리 당겨지며 정돈되는 것이 느껴진다.

부드럽게 머리를 매만지는 손길에 잠이 쏟아진다. 또 한 번 쩌억 하품한 춘봉은 습관적으로 날짜를 헤아렸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더라.

오 분쯤 고민한 끝에 결국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작은 성취감에 히히 웃던 춘봉이 퍼뜩 눈을 떴다.

“뭐, 뭐야!”

“뭐가 뭐야.”

코앞에 있는 서준이 고개를 기울였다.

춘봉은 서둘러 주변을 살폈다. 조금 휑해진 서준의 방. 왜 자신이 여기 있는 거지?

춘봉이 눈을 부릅 떴다.

“야! 니가 나 자는 동안 납치했지!”

“아닌데?”

손을 젓는 서준의 표정이 정말로 결백해보인다. 춘봉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근데 내가 왜 여기 있어…?”

“니가 밤에 문 열고 들어와서 누웠으니까?”

“난 분명 내 방에서 잤는데?”

“나야 모르지.”

서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춘봉은 심각한 표정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도대체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한참을 끙끙댄 끝에 희미한 기억의 편린을 붙잡았다.

‘하암…. 뭐야….

서늘한 날씨. 유독 허전한 옆자리.

‘이서준 이 새끼 어디 갔어….

꾸물꾸물 자리에서 일어난 자신이 비틀대며 걸어가 오빠의 방문을 열어젖혔던 기억…!

“말도 안 돼….”

기어코 독립조차 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단 말인가.

경악한 춘봉이 머리를 싸맸다.

“어이, 금 씨. 우리 슬슬 가야 돼.”

“응? 어, 어어. 맞지. 가야지.”

“세수 한 번 하고 와.”

“어, 세수. 응. 맞지.”

멍하니 세수하러 움직이는 춘봉을 바라보던 서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쟤 왜 저래?

금춘봉…! 너는 사춘기마저 귀엽단 말이냐…!

  • 아 좀! 니 빨래랑 내 빨래랑 같이 빨지 말랬지!

  • 냄새 나니까 저리 꺼져!

  • 같이 자자고? 색마 새끼. 그냥 죽지 그래?

  • 너 같은 새끼랑은 도저히 같이 못 살겠다. 나 나갈 거니까 찾지 마.

남몰래 금춘봉 사춘기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던 서준은 크게 안도했다.

‘이대로만 쑥쑥 자라주렴….

자그마한 바람을 품에 안고.

“당연한 말이지만 기근의 형성 및 성장에는 기(氣)가 필요하다. 패력괴신공을 수련하는 동안에는 내공의 성장은 포기하는 편이 좋아.”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권왕과의 수련 시간.

서준은 그의 말에 착실히 따르면서도 아니다 싶은 부분은 과감하게 버릴 줄 알았다.

“둘 다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니 멋대로 해라 새끼야.”

초절정부터는 스스로의 길을 나아가야 한다.

만약 제자가 초절정에 이르렀다면 스승으로서는 간단한 조언 몇 가지 정도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같은 무공을 펼친다 할지언정, 스스로의 길을 찾아낸 이상 결국 걷는 길은 달라지기 마련.

특히 서준과 같이 비슷한 길을 걷는 사람마저 없을 것 같은 경우에는, 그냥 멋대로 하라고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

실제로 서준은 알아서 잘 했다.

“권법도 검법이랑 완전히 다른 건 아니네요. 좀 다른 부분들만 어떻게 잘 이어붙이면 될 듯?”

“어차피 병장기란 것들이 대부분 신체의 연장 아니냐. 손은 거리가 짧은 대신 할 수 있는 것들이 조금 더 많아질 뿐이다.”

“아하.”

권법의 투로에 내공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내공의 흐름에 권법을 적당히 끼워맞춘다.

검기를 먼저 써보고 신검합일의 편린을 잡은 것과 비슷한 원리였다.

서준은 손에 권강을 휘감은 채 패력괴신공을 펼쳤다.

한 주먹에 공간을 때려부수고, 들어오는 공격은 맞고 버틴다.

그런 권왕의 무식한 싸움법을 스스로에 맞게 변형하고, 부족한 숙련도는 다른 무공을 끼워넣어 대충 굴러가게끔 만들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거 애초에 패력괴신공이 아니라 패력괴신무(覇力怪神武)라 불러야 되는 거 아니에요?”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리 불러라. 어차피 내가 지은 이름도 아니다.”

“굿.”

이제부터 패력괴신무다.

수련을 계속하는 나날이 반복되면서 서준의 몸에는 제대로 된 근육이 자리잡았다.

패진광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나 충분히 인간을 벗어날 정도로는 단단하고 질겨졌으며, 몸의 크기도 조금 불어나 체중이 늘었다.

이제는 남궁수아와 팔씨름을 해도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서준은 인내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압도적인 승리. 남궁수아를 가볍게 힘으로 누르는 날이 올 때까지 와신상담의 마음가짐으로 수련에 매진했다.

그렇게 점점 커져가는 서준의 몸을 보며 흐뭇하게 웃던 패진광은 다음날 기함을 하고야 말았다.

“뭐야…! 네 근육 다 어디 갔냐 이놈아!”

“아아, 근육 말인가.”

당장 하루 전에 비해 상당히 슬림해진 서준이 씩 웃었다.

“이것은 실전압축근육이라는 것이다.”

기근? 근육의 형태로 변질된 기라고는 하지만 결국 기다.

대충 압축해서 부피를 줄이고 밀도를 늘렸다.

말 그대로 압축 근육인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아니, 이게 효율은 더 좋은데요?”

“네놈은 사나이도 아니다! 당장 하산해라!”

“여기 산 아닌데.”

“오냐. 오늘 누가 죽나 한 번 보자꾸나.”

그날, 가주 전용 연무장이 반파되었다.

기겁한 세가의 인원들이 달려왔으나, 남궁진천은 허허 웃으며 한 마디 하고 말았다.

“연무장이야 다시 지으면 그만이니 수련에 힘쓰시게….”

그저 대남궁세가….

서준은 남궁진천의 머리 뒤에서 번쩍이는 후광에 그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패진광은 그 일로 한참을 투덜댔다.

“끄응…. 패고 싶어도 팰 수가 없으니 원.”

“어허, 나보다 훨씬 강해지시든가요.”

“오냐, 다시 한 판 해봐?”

“어어? 연무장 또 부서진다? 진짜 이럴 거예요?”

이제 서준과 패진광의 무력은 크게 차이나지 않았고, 결판을 내려면 누구 하나는 그 자리에서 죽겠다는 생각으로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아직 서준이 될 확률이 높았다.

패진광 주먹에 제대로 한 대 얻어맞으면 몸이 산산조각 날 테니까.

몸이 산산조각 나면 아무리 자신이라 해도 죽지 않을까?

서준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닌가? 안 죽나?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차마 실험에 옮길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다 진짜 죽으면 중원에서 가장 멍청한 죽음 1위를 당당하게 달성하고도 남을 거다.

패진광에게 묻자 그도 나름 진지하게 고민했다.

“글쎄다. 네가 도망치면서 싸우면 내가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러다 잡히면 죽는 거 아닌가?”

“저번에 그 역천일월강기라 했던가? 기련문주랑 싸울 때 썼던 그거. 그거는 아무리 나라도 맞으면 꽤 깊게 베일 테니까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지.”

“목에 제대로 맞아도 절반도 못 벨 것 같은데.”

“보통 사람은 목이 절반쯤 베이면 죽는다.”

“영감님은 안 죽을 것 같은데요.”

“글쎄다…. 베여본 적이 없어서.”

그 토론을 듣던 춘봉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들은 도대체 왜 자신이 질 것 같다고 싸우고 있는 것인가….

춘봉은 그나마 정상인에 가까운 남궁수아에게 슬쩍 다가갔다. 그러자 남궁수아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금 매.”

“응?”

“서준이 팔 엄청 단단해 보이지 않아?”

“어, 응. 그렇지?”

“목 졸리면 기분 좋을까?”

춘봉은 재빨리 후퇴했다. 이 언니도 요즘 슬슬 맛이 가기 시작했다.

‘너무 친해졌나…?

전에는 조금 체면을 차리는 것 같더니, 이제는 아예 허물이 없어졌다.

춘봉은 새삼 깨달음을 얻었다.

높은 경지에 오른 무인 중에 정상인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니 그 정도 경지에 이르는 것은 평범한 사람의 마음가짐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혹시 나도…?

춘봉은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기서는 자신이 제일 정상이 맞다.

“에휴, 나라도 잘해야지.”

남궁진천이 하늘을 가로질러 나타난 것은 그때였다.

“사위….”

“엇, 장인어른!”

“종조부께서 날을 잡으셨네…. 시일은 일 주 후….”

“날이요? 그, 증명 말하는 거죠?”

“맞네….”

남궁진천 왈, 남궁혁이 제안한 시험은 총 세 가지라 하였다.

첫째는 신의.

둘째는 검술.

셋째는 무공.

“셋 중 두 가지만 통과하여도 종조부께서는 자격을 인정하겠다 하셨네…. 아마 그리 되면 자네를 지지해주실 테니 다른 잡음은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겠지….”

“실패하면요?”

서준의 질문에 남궁진천은 말없이 옅게 웃었다.

“그건 딱히 고민할 필요가 없을 듯하군….”

정말로 단전을 폐하고 혀와 손목을 자르려 들면 자신이 막을 생각이었으나,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실패하더라도 종조부께서 사위를 어떻게 하실 마음은 없어보였으니.

남궁진천은 서준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고 한 마디 응원만을 남겼다.

“이 기회에 확고히 자리를 잡아보시게….”

사위에게는 힘든 일도 아닐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