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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4 KiB
Raw Blame History

팔한지옥의 공능은 간단하다 못해 단순하다. 영역 내의 모든 한기를 통제하에 넣는 것.

공능 자체는 유사 영역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허나 완전해진 영역에 이전과 같은 약점 따위는 없으니. 서준은 영역의 중앙에 선 채 백윤을 보았다.

“어디 한 번 발악해 봐라.”

빙백신공은 그 내공 자체로 신공. 북해의 모든 한기가 모여드는 곳에서 흘려낸 빙백신기는 화경의 무인에게조차 추위를 느끼게 했다.

허나 백윤 역시 빙백신공을 다룬다. 미간을 구긴 백윤이 손아귀 위로 핏빛 냉기를 흘려냈다.

“능월, 달라진 것은 없다. 계획대로 간다.”

“그러지.”

백윤은 핏빛 냉기를 휘감은 손을 땅에 처박았다. 콰악-! 얼어붙은 눈이 깨져나가고, 일대의 설원이 붉게 물든다.

혈빙(血氷).

백윤의 의지에 설원이 감응한다. 붉게 물든 설원에서 무수한 얼음 기둥들이 솟구쳐올랐다.

콰르륵-!

그 형태는 일반적인 얼음과 다르다. 백윤이 다루는 얼음은 피와 그 성질을 공유한다.

액체처럼 흐르는 기둥들이 채찍처럼 늘어나며 서준을 향해 쏟아져내렸다.

‘빙백신공과 혈공을 뒤섞었나.

서준이 오른손을 활짝 펼쳤다. 쩌저적-! 일대의 한기가 그를 중심으로 휘몰아치며 쏟아지는 기둥들을 멈춰 세웠다.

능월은 아직 움직임이 없는 상황. 돌연 백윤이 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백서준이라고 했나?”

얼어붙은 핏빛 기둥 사이를 기로지른 백윤이 양손을 펼쳐 내질렀다.

쩌억-!

서준 역시 쌍장으로 대응했다. 맞닿은 서로의 손. 백윤이 손을 움켜잡으며 서준을 노려보았다.

“지금이라도 물러나라. 빙정과 백설향만 내놓으면 네가 뭘 하건 신경 쓰지 않으마.”

“내가 바라는 건 하나밖에 없는데.”

“그게 뭐지?”

“네 고통.”

그 성의 없는 대답에 백윤은 설득을 포기했다. 저와 같은 사내의 몸으로 빙백신공을 익힌 후배를 향한 작은 인정마저 털어버렸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백윤은 빙궁을 나오기 전까지 빙궁의 장로직을 맡았다.

사내의 몸으로 빙백신공을 대성하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시도를 거듭했으며, 결과적으로 빙백신공에 대해 누구보다도 해박한 지식을 갖게 되었다.

빙백신공이란 결국 빙백신기를 연마하기 위한 신공.

같은 빙백신공을 익힌 무인이 작정하고 내공을 억제한다면, 그동안 빙백신공을 익힌 두 무인은 아주 무력해진다.

일대일 상황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짓이나, 만약 이쪽에 화경의 무인이 하나 더 존재한다면?

콰아아아아─────────!!

백윤이 일으킨 막대한 내공이 서준의 내공과 얽혀 굳어간다. 백윤은 확신했다. 무력화에 성공했다.

백윤이 서준의 내공을 제한하는 사이 능월이 나섰다.

화악-!

능월의 창에 달빛이 깃든다. 월광창(月光槍). 뻗어나가는 달빛처럼 능월의 창이 서준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쐐애액-!

창이 빠르게 짓쳐든다. 서준의 시야에서는 마치 하나의 점이 순식간에 커지는 듯했다.

위험한 상황. 허나 서준은 무심했다.

“멍청한 짓을.”

쫘아악-! 서준과 맞닿은 백윤의 손바닥을 통해 대량의 내공이 빨려들어가기 시작한다.

북명신공. 깨달은 백윤의 두 눈이 부릅 뜨였다.

“어떻…!”

서준은 움켜쥔 백윤의 손을 놓지 않은 채, 팔한지옥 내의 한기를 수십 개의 덩어리로 뭉쳤다.

꽈드득-!

터무니없는 양(量)의 기운이 한데 뭉쳐 희게 점멸한다. 그런 덩어리가 수십.

빙정(氷晶).

빙궁의 신물을 본딴 수십의 구체들이 능월을 향해 일제히 기운을 쏘아냈다.

푸화아아악────────!!

당황한 능월이 급히 창의 궤적을 틀었다. 축이 되었던 왼발로 크게 원을 그리고, 새로이 축 삼은 오른발로 몸을 지탱한다.

휘리릭-! 능월의 창이 빠르게 회전하며 늦지 않게 공격을 막아낸다.

허나 쏟아지는 공격을 모두 막아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준이 백윤의 손을 움켜쥔 채 웃었다.

“이제 어쩔 거지?”

지금도 시시각각 백윤의 내공이 서준에게 흡수당하는 상황. 혀를 찬 백윤이 뒤로 크게 물러났다.

으적-!

백윤의 손목이 도마뱀의 꼬리처럼 뜯겨나간다. 허나 백윤이 이룬 경지는 실상 화경이 아닌 혈인경. 쯔르륵-, 뜯겨나간 손목이 순식간에 재생했다.

서준이 그를 비웃었다.

“꼴이 추한데.”

“…달라지는 건 없다.”

서준을 경계하던 백윤이 눈짓했다. 서준의 공격을 걷어낸 능월이 즉시 내달렸다.

상대가 북명신공을 익힌 이상, 백윤이 그를 정면에서 상대하는 것은 불리하다.

본래라면 백윤 역시 북명신공에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었을 테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저놈의 북명신공은 백윤의 저항을 손쉽게 무시하고 그 내공을 탐했다.

백윤은 상황 파악과 동시에 결론을 내렸다.

‘능월이 놈을 붙잡는 동안 내가 놈의 숨통을 끊는다.

쩌저적-, 백윤이 손아귀 사이로 빙혈신기(氷血神氣)를 끌어모았다.

달려드는 능월. 서준이 짓쳐드는 창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꽈아앙-!

위로 쳐내는 손짓에 능월의 창이 솟구친다. 능월은 그 힘을 거스르지 않았다. 창의 날을 뒤로 빼며 반대편 끝에 달린 창준(槍撙)을 쳐올린다.

쉬익-!

서준은 여유롭게 한 걸음 물러났다. 창준이 코끝을 스친다.

그 상태로 손아귀에 북해의 한기를 끌어모았다. 씨이이잉-! 희뿌연 냉기가 거세게 회전한다.

냉기의 회전이 주변의 바람을 이끌고, 어느덧 드넓은 팔한지옥의 영역 전체를 휘감는 소용돌이로 화한다.

그 소용돌이가 시작되는 곳. 서준은 손아귀에서 회전하는 냉기의 정수를 능월을 향해 쏘아냈다.

콰류류류────────!!

거대한 냉기의 폭풍을 마주한 능월의 눈이 가라앉았다.

‘이게 궁주가 아니라고?

기를 다루는 솜씨가 경악스럽다. 만약 궁주가 이보다 강하다면…. 능월이 이를 악물었다.

쿠웅-! 거세게 땅을 짓밟은 왼발. 그것을 축으로 한 회전이 허리를 거쳐 손끝에 깃들고, 창끝이 일순 폭발적으로 회전하며 폭풍을 찢어발긴다.

푸화악-!

서준과 능월 사이로 길이 열렸다. 그 찰나, 힘을 끌어모으던 백윤이 양손을 앞으로 펼쳤다.

혈빙옥(血氷玉).

우우웅-! 흰 구체와 붉은 구체가 하나의 점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각각이 빙공과 혈공의 정수.

이내 하나로 합쳐진 이색의 구체가 아득한 속도로 쏘아졌다.

퓻-!

그 속도는 가히 신속이라. 가만히 혈빙옥을 바라보는 서준의 모습에 백윤이 푸른 눈을 번뜩였다.

‘잡았다.

그 신검금가의 가주조차 혈빙옥을 막아내지 못하고 백윤에게 승기를 내주었다. 비록 온전히 화경에도 들지 못한 상대였으나, 그럼에도 금가는 금가.

혈빙옥을 대수롭지 않게 막아내려 들면 반드시 피를 본다.

‘방심했구나.

혈빙옥이 관통력을 극대화한 초식이라고는 하나, 맞는 순간 체내의 내공과 혈액이 얼어붙으며 깨져나간다.

이대로 놈을 몰아붙인다면….

화악-!

“뭐…?”

희고 붉은 궤적을 그리던 혈빙옥이 흩어진다. 하나로 합쳐졌던 이색의 구체가 도로 둘로 나뉘어 서준의 뜻에 순종한다.

백윤의 눈이 부릅 뜨였다.

서준은 그런 백윤을 서늘한 시선으로 내려보았다.

“아무렇게나 힘을 합친다고 더 강해질 리가 있나.”

우웅-, 서준의 주위로 흰 구체와 붉은 구체가 각각의 궤적을 그리며 공전한다. 다름 아닌 백윤이 쏘아낸 혈빙옥이다.

백윤이 쏘아낸 기운이 서준의 통제를 따른다는 것. 그것이 뜻하는 바는 명백하다.

능월마저 그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허탈한 시선으로 보았다.

“…괴물이군.”

혈빙옥은 결코 저렇게 쉽게 파해할 만한 절기가 아니다. 제아무리 화경이라 한들 정면에서 맞닥뜨린다면 제대로 방어해내기 힘든 고절한 초식이다.

그걸 막아내는 것도 아니라 저렇게 손쉽게 파해한다? 기의 지배력이 규격 외라는 소리다.

서준은 능월의 반응을 무시한 채 손을 뻗었다. 그의 손끝에서 적백의 구체가 회전하며 하나로 합쳐진다.

백윤이 펼쳤던 혈빙옥과는 달리 두 구체가 완전히 뒤섞였다.

오묘한 분홍빛을 띤 구체의 모습에 서준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나름 어울리는 색인데.”

퓻-! 혈빙옥이 백윤을 향해 쏘아졌다. 스스로의 절기가 너무 손쉽게 파해된 모습에 충격받은 백윤은 제때 반응하지 못했다.

능월이 그 앞을 막아섰다.

“월광염세(月光染世).”

공간이 달빛으로 물든다. 능월이 내찌른 창과 함께 솟구친 달빛이 혈빙옥을 꿰뚫었다.

푸화악-!

터져나오는 냉기에 능월의 머리칼이 얼어붙는다.

“흐읍…!”

쐐액-! 창을 휘둘러 냉기를 떨쳐낸 능월이 서준을 보았다. 서준 역시 그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화경?”

백윤과는 다르다. 놈이 이룬 경지는 혈인경. 혈공으로 이루어낸 경지다.

허나 능월은 말 그대로 화경.

‘그게 전부가 아니다.

동시에 혈인경까지 이루었나. 서준의 눈이 가늘어졌다.

놈의 모습을 보니 떠오르는 것이 있다.

창과 달빛. 비슷한 무공을 쓰는 사흑련의 화경이 하나 있지 않은가.

‘능평호라 했었나.

장인어른께 죽은 사흑련의 직속 무력대주.

서준이 도착했을 당시에는 이미 시체가 되었지만, 이후 제갈통에게 넘겨받은 정보를 통해 놈의 무공은 대충 파악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네놈도 금가의 멸문에 일조했나?”

능월은 말없이 웃으며 서준을 보았다. 긍정의 의미일까? 혹은 그 반대?

“뭐, 직접 들으면 되겠지.”

서준이 힘을 끌어올렸다. 놈이 영역을 꺼내들었다 한들 달라지는 건 없다. 이쪽도 마찬가지로 패를 하나 더 드러내면 그만.

우드득-!

서준의 관자놀이에서 한 쌍의 뿔이 돋아난다. 가로로 찢어진 동공이 멸신회의 두 무인을 담았다.

비대해진 신. 주변 공간을 정과 기로 삼은 영역.

조화를 이룬 정기신을 다시금 마로 물들인다.

“마하발특마(摩訶鉢特摩).”

화르륵-!

희게 물들었던 세계가 검게 타오른다. 설원 위로 타오르는 흑색의 불꽃은 그 자체로 음기의 정수.

불꽃의 형상을 취한 냉기는 제아무리 화경의 무인이라 한들 직접 닿는다면 멀쩡할 수 없다.

빙백신공을 익힌 백윤이라면 조금 더 버틸 수는 있겠지만…, 그저 그뿐.

“손패가 있다면 모조리 꺼내봐라.”

팔한지옥 중 하나로, 달리 대홍련지옥(大紅蓮地獄)이라고도 불리는 마하발특마는 그 추위에 몸이 얼어 터져 붉은 연꽃처럼 피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곳에 떨어진 중생은 25해 6000경 년간 고통받으며 그 죄를 뉘우치게 될지니.

허나 서준은 그 말도 안 되는 세월이 지난다 한들 이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지.”

서준의 의지에 감응한 일대의 냉기가 허공에 거대한 덩어리로 뭉쳐든다.

화르륵-! 검게 타오르는 불꽃. 그 냉기의 정수가 거대한 운석의 형상을 이루어 중력과 기의 인력에 이끌리니, 쿠구구구-! 그것이 대지를 향해 떨어져내린다.

능월의 눈이 잘게 떨렸다. 저건 정면에서 막을 게 못 된다.

“백윤!”

이변을 파악한 능월이 즉시 몸을 돌렸다.

“빌어먹을.”

백윤 역시 즉시 그를 뒤따랐다.

콰아아아앙──────────!!

떨어져내린 거대한 운석이 눈으로 뒤덮인 설원을 갈아엎는다. 두두두두두-! 해일이 일 듯 뒤집히는 대지의 파도가 몇백 년간 드러난 적 없던 북해의 땅을 세상에 드러냈다.

서준은 허공에 선 채 검은 흙으로 뒤덮인 땅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흙 위로 새카만 불길이 이글거린다. 불길은 새카만 연기 대신 뿌연 냉기를 주변에 흩뿌렸다.

어지간한 무인이라면 결코 살아나올 수 없는 마경이지만….

화악-! 뿌옇게 인 냉기의 안개가 흩어지고, 그곳에서 빠져나온 백윤과 능월이 빠르게 전장을 이탈했다.

백윤의 왼쪽 팔이 검게 일렁이는 냉기에 잠식되어 붉게 터진 것이 눈에 띈다.

순식간에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에 서준이 혀를 찼다.

“매번 선택을 잘못하는 것도 재능인데.”

무슨 수를 쓰든 저들의 능력으로는 영역을 벗어날 수 없다. 만약 힘의 소모를 노리는 것이라면 그 또한 멍청한 짓.

‘일단 내버려둘까.

놈들에게 잠시간의 유예를 주는 정도야 어렵지 않다. 서준은 그들이 처절하게 발악하다 끝내 절망하길 바랐다.

이 모든 일이 무의미한 발악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저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서준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