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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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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어, 음….”

춘봉이 머리를 긁적였다.

“갔네.”

그녀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멍하니 서준이 사라진 장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만찬장은 개판이 났다. 부서진 집기들이며 그 파편들이 바닥을 뒹굴고 있다.

그나마 서준이 미리 빼둔 접시들만이 멀쩡했다.

“이야, 이거 어떡하지?”

춘봉이 머쓱하니 머리를 긁적이고 있자 남궁명이 작게 웃었다.

“괜찮습니다. 이 기회에 새것들로 바꾸면 되죠.”

“비싸지 않나?”

“얼마 안 합니다.”

남궁세가는 부유하다. 그들 입장에서야 물론 얼마 안 하긴 하겠지.

춘봉은 괜히 바닥을 뒹굴던 접시 하나를 집어들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네.

아마 오빠도 비싸 보여서 미리 빼둔 게 아닐까? 접시뿐만이 아닌 다른 집기들도 값이 상당할 거다.

“확 황실에 청구해버리면 안 되나?”

“하하….”

남궁명이 어색하게 웃으며 손님들을 보았다. 그들 중 대부분이 사색에 잠겨 있었다. 아마 눈앞에서 본 화경 간의 전투에서 무언가를 얻고자 집중 중일 터.

“일단 자리를 파하죠.”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들을 붙잡고 있어봐야 아무런 득도 되지 않는다.

남궁명이 부드럽게 웃었다.

“다만 종남은…, 잠시 남아주시겠습니까?”

고고하게 머리를 치든 학은 일찍 죽기 마련이라 했다던가?

이미 죽은 무림맹 장로의 독단이라 한들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남궁명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황제는 허공을 박차 이동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알 놀았구만.”

멸사천군이라는 사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재밌었다.

소문으로만 들었을 때는 피에 미친 광인인 줄 알았는데 실상이 어떻건 겉으로 보기에는 나름 멀쩡한 놈이 아닌가?

허나 확실히 대부분의 화경이 그렇듯 제정신이 아닌 것은 확실한 터라,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나름 괜찮은 유희가 됐다.

실력 자체도 괜찮은 듯싶고.

‘놈이 다음에 황궁에 오면 뭘 해볼까.

생각만 해도 벌써 기대가 된다. 황제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어렸다.

‘조금 고전적으로 미인계를 써봐?

만찬장에서의 모습으로 봐서는 꽤 재밌을 것 같은데. 황실에 널린 게 미녀 아닌가? 원한다면 미녀들의 살결에 아예 파묻히게 만들어줄 수도 있었다.

아니면 황실의 자랑인 화포병의 위력을 몸소 느끼게 해주는 것도 괜찮을 테고. 여차하면 황비들한테 무언가 시켜보는 것도….

“음?”

그때, 황제의 기감에 이상한 것이 걸려들었다. 공간의 일렁임. 동시에 그의 눈이 부릅 뜨였다.

“뭐…?”

무언가가 상상을 초월한 속도로 가까워진다. 황제는 승부욕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호오, 해보자는 건가?”

누군진 몰라도 건방지다. 놈의 정체 따위는 알 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저놈이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어왔다는 것.

황제의 발끝에 무식한 양의 내공이 뭉쳐들었다.

내공이 천일양제극화신공의 공능을 빌어 태양으로 화하고, 방향성을 부여하여 단번에 쏘아낸다.

콰아아아아──────────!!

밤하늘에 붉은 궤적이 그려졌다.

“하하하하…!”

태양의 열기에 앞을 가로막는 공기의 벽이 불타 스러진다. 어지간한 자라면 그의 발끝조차 따라올 수 없는 속도.

황제가 크게 웃으며 뒤따라오는 누군가를 비웃었다.

“열심히 쫓아와보…, 어라.”

쩌억-! 눈앞의 공간이 찢어진다. 동시에 그곳에서 익숙한 얼굴이 튀어나왔다.

“아니, 재회가 너무 이른 것 같은데?”

황제가 어색하게 웃으며 한층 속도를 높였다.

콰아아-! 발바닥에서 불꽃을 뿜어내며 비행하는 황제는 빨랐다.

허나 그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면, 서준의 경공은 다른 건 몰라도 그 속도 하나만은 상식을 벗어났다는 것.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동시에 서준의 신형이 황제를 스쳐지나갔다.

“워메….”

황제가 멍하니 멀어지는 서준을 보았다.

“…빠르네.”

말이 안 되는 속도다. 저런 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이내 멀어졌던 서준이 황제의 코앞에 나타났다.

“어이.”

서준의 손이 황제의 뒷목을 움켜잡았다.

“네가 황궁 가면 알려준댔다?”

“우리 말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황제가 실실 웃었다. 서준도 실실 웃었다.

“쫄기는.”

“그래, 무서우니까 이것 좀 놔줬으면…, 어이쿠.”

콰아아아앙────────!!

황제를 붙잡은 서준이 무식한 속도로 날았다. 혼원보와 동시에 공간을 찢어내니 주변 풍경이 선처럼 늘어지며 스친다.

북경의 황궁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몇 분.

서준은 손에 든 황제를 발밑에 보이는 황궁을 향해 집어던졌다.

탁! 무난하게 착지한 황제가 낄낄 웃었다.

“이야, 진짜 무식하게 빠르구먼? 어쩐지 사흑련 영역을 제집처럼 드나든다 싶더라니.”

“그래서.”

“응?”

“멸신회에 대해서 뭘 알지?”

서준이 허공을 밟고 선 채 황제를 내려다보았다.

주변이 꽤 시끄러웠다. 하지만 서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황제를 노려보며 그를 압박했다.

허나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요란하게 등장한 침입자의 존재에 기겁한 무인들이 횃불을 든 채 주변을 포위하고, 온갖 진법들이 발동하며 침입자의 배제를 위해 힘썼다.

황제가 실실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맑은 소리와 함께 파동이 퍼져나가며 진법들을 걷어냈다.

“괜한 짓 하지 말고 들어가서 잠들이나 자라.”

황제의 명에 무인들이 즉시 복종했다. 순식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밤을 밝히던 횃불들이 모조리 꺼졌으나 그럼에도 황궁은 밝았다.

황제가 황궁을 밟고 선 채 서준을 올려다보았다.

“뭘 아느냐라.”

턱을 만지작대던 황제는 주변에 튀어나온 장식물에 대충 걸터앉았다.

“약속은 약속이니 알려주기야 하겠다만…, 사실 나도 자세히는 몰라.”

“뭐 인마?”

확 만찬장처럼 황궁도 부숴버릴까? 서준이 고민했다.

그 기색을 알아차렸는지 황제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놈들이 나한테 접근했었거든.”

“멸신회가?”

“그래. 하는 걸 보니 어울릴 것 같다나?”

황제가 실실 웃으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놈이 나한테 접촉했을 때 물었던 건 딱 하나. 이 중원이 마음에 드느냐는 것이었지.”

놈은 당당하게 찾아와 황제를 알현했다. 고작해야 초절정 수준. 허나 묘하게 거슬리는 기척을 가진 놈이었다.

“재밌어 보이길래 일단 붙잡긴 했는데….”

“했는데?”

“개털이더만? 딱 두 개 건졌다. 놈들이 멸신회라는 이름을 쓴다는 것과, 신혈을 없애겠다는 목표.”

“그게 다냐?”

“더 있지.”

황제가 웃었다. 서준은 혀를 찼다.

“그러면 두 개 건진 게 아니잖아.”

“아, 그렇게 되는 건가?”

황제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어쨌든. 무려 놈들의 기원에 대해 알아냈다.”

말단에 가까운 놈이었는지 금제 따위가 덕지덕지 붙어있었으나, 어떻게든 숨을 붙여놓은 채 몇 가지 정보를 빼내는 데 성공했다.

“듣고 놀라지 마라.”

“그래서 뭐냐고.”

“놈들의 기원은….”

황제가 빙긋 웃었다.

“혈교다.”

서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혈교는 그 뿌리까지 완전히 뽑아냈다고 들었는데.”

“그렇지. 정확해.”

600년 전, 당시의 화경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 존재 자체를 완전히 지워냈다.

“그러면 그 비급들은 어디로 갔을까?”

“없앴겠지.”

“대부분은 그게 맞아.”

“뭐?”

뿌리까지 뽑아냈다면서 비급의 일부를 굳이 남겨놨다?

“병신들인가?”

“혈교가 위험했던 건 그놈들이 신을 하계에 모시려 했기 때문이야.”

“그쪽 술법 같은 것만 지우고 나머지는 남겨뒀다?”

“정확히는 빼돌린 거지. 그놈들 무공도 나름 괜찮았거든.”

혈교를 멸하려 모여든 무인들 중 일부가 그 비급을 빼돌렸다.

당연하지만 혈교의 부활을 꿈꾸는 머저리들은 아니었다. 그랬다가는 다시 한 번 온 중원의 화경들이 몰려들 터.

현경쯤 되는 위인이 아니고서야 그럴 배짱이 있을 리가 없다.

“혈공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나? 공공연히 드러낼 수 있는 무공도 아닐 텐데.”

서준의 질문에 황제가 고개를 저었다.

“혈공은 겸사겸사 챙긴 거고, 애초에 혈교는 술법 위주의 집단이다.”

“뭐 대단한 술법인가?”

“대단하긴 한데, 사실 그것도 덤이지.”

서준이 미간을 구겼다. 험한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일단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니 참았다.

“빙빙 돌리지 말고 결론만 말하지?”

“공포.”

“뭐?”

“멸신회라는 집단은 신에 대한 공포로 인해 생겨난 집단이다.”

“뭔….”

황제 이 새끼, 일단 그냥 설명을 못 한다. 평소에 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다녀서 그런가?

‘하는 거 보면 일부러 이러는 것 같기도 하고.

한 대 후려치고 싶은 걸 참고 물었다.

“왜 갑자기 결론이 그렇게 나는 거지?”

“본론만 말하라면서?”

황제가 실실 웃었다.

“원한다면 자세히 설명해주지.”

“…그래, 그게 낫겠다.”

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600년 전, 혈교를 멸하기 위해 나선 화경의 무인 중 일부는 신의 힘, 그 편린을 목도했다.

그들은 지독하게 깨달았다. 신이라는 것은 감히 인간이 맞설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마음이 꺾인 무인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 당시의 화경 중 꽤 많은 이들이 은거를 택했다.

무인에게 있어 비급이란 황금 따위와 비할 수 없이 귀중한 것.

기왕 은거하는 김에 새로운 형식의 무공이니 술법 따위를 연구해보려 비급을 빼돌린 이들이 몇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연구를 거듭하던 무인들 중 하나가 신에 맞설 가능성을 찾았고, 그는 당시에 함께 은거했던 몇몇 이들을 찾아갔다.

“그게 아마 멸신회의 시작일기라. 물론 내 추측이 절반 이상이라 정확한 건 아니지만.”

“금제가 걸려 있다 하지 않았나? 그런 것치고는 꽤 많이 알아낸 것 같은데.”

“황실의 기술이지. 이쪽으로 유명한 당가에도 크게 밀리진 않을걸?”

황제가 실실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만, 다른 화경들은 이 멸신회라는 놈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기다.”

“금가가 멸문했는데도?”

“정확한 건 아니니까. 정확히는 나서지 않을 명분이 있는 거지.”

황제가 말을 이었다.

“물론 아는 놈들도 거의 없겠지만.”

“퍼뜨리면 곤란한 정보인가?”

“딱히? 네 마음대로 해도 상관 없어.”

“그래?”

서준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황제를 보았다. 영 수상쩍게 굴어서 경계했는데, 그냥 평범하게 머리가 이상한 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아하니 친구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음? 황제에게 친구 같은 건 필요 없데이.”

“저런….”

친구가 없으셨구나. 그래서 그렇게 심심했던 모양이다.

서준이 픽 웃으며 황제를 뒤로했다.

“다음에 심심하면 한 번 들르지.”

“호오?”

황제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거 기대하고 있지.”

서준은 여유롭게 남궁세가로 복귀하며 고민을 이어갔다.

‘멸신회라….

신에 대한 공포로 인해 생겨난 집단이라면 신혈을 경계하는 것 역시 이상하지 않다.

멸신회가 금가를 멸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서준은 확신했다. 아마 이놈들이 맞을 거다.

‘춘봉이한테 절맥을 안겨준 무공은 분명 빙백신공이었어.

아마 화산의 종인 장로를 사흑련으로 이적시키려 했던 것 역시 멸신회일 터.

어쩌면 무림맹이나 사흑련 내에 놈들의 세작이 더 있을 수도 있다.

도대체 무엇을 약속했기에 무인들이 그들과 손을 잡았는지 당장 알아낼 방도는 없지만, 애초에 궁금하지도 않다.

중요한 건 하나.

‘북해빙궁에 단서가 있을 수도 있다.

가능성은 적지만 어쩌면 화산에도.

‘빙궁주는 뭐 하고 있으려나?

금세 또 보게 생겼네.

서준이 픽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