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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정적이 흘렀다.

황보세가주가 서준을 미친놈 보듯 바라보았다. 패진광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놈 맞으니까 의심할 것 없다.”

“아니, 말을 좀 서운하게 하시네.”

서준이 끌끌 혀를 차며 손을 휘둘렀다. 자연스럽게 일어난 바람이 천장의 잔해들을 밀어냈다.

허공섭물로 의자를 끌어와 앉으니 황보세가주의 눈이 가늘어졌다.

“나는 손님을 초대한 적이 없는데.”

“여기 남궁세간데? 굳이 따지면 그쪽이 손님이지. 이렇게 상식이 없어서야.”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구나.”

“거, 하늘이 무서우신가? 하늘이 무서워서 집밖으로는 어떻게 나간대.”

애초에 남궁의 사람에게 하늘이 무섭냐니? 헛소리가 따로 없다.

서준이 뚱한 표정으로 황보세가주를 바라보자 패진광이 나섰다.

“투왕 황보륭이다.”

“아, 륭 씨?”

“미친놈.”

패진광이 이번에는 황보륭을 보았다. 황보륭이 혀를 찼다.

“이놈이 멸사천군이겠군.”

“멸사천군? 그새 새 별호가 생겼나?”

패진광이 어깨를 으쓱이며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느닷없이 시작된 삼자대면에 서준이 팔꿈치를 무릎에 댄 채 턱을 괴었다.

“그래서, 내가 왜 왔는지는 알지?”

“혜지의 혼례 문제냐?”

“알면 조용히 빠지는 게 어때?”

다 늙어서 조용히 수련이나 하면 될 노친네가 왜 까마득한 후손의 결혼 문제에까지 간섭인지 모르겠다.

“굳이 이런 상황에 남궁세가와 깊게 얽혀야 할 이유를 모르겠군.”

“애들 문제는 애들이 알아서 하겠지.”

패진광이 턱을 긁적였다.

“너도 애잖아.”

“아, 거. 영감. 지금 진지하게 얘기하잖아.”

패진광이 입을 다물었다.

황보륭이 묘한 시선으로 서준을 보았다. 그러더니 대뜸 주먹을 뻗었다.

쉬익-!

공간을 뛰어넘은 듯 뚝뚝 끊기는 움직임. 순식간에 치달은 주먹이 서준의 코앞에서 멈췄다.

콰아앙-!

어느새 허공에 자리 잡은 서준의 마검이 그의 주먹을 막아섰다. 이기어검이다.

“뭐, 한 번 해보자는 건가?”

진심으로 내지른 주먹이 아니기에 서준도 크게 반응하진 않았다.

“기본은 하는군.”

“아하.”

시험을 해보시겠다? 서준이 웃었다.

“보자….”

분명 태산벽력신권(太山霹靂神拳)이었던가?

우르릉-! 서준의 마검이 벽력을 휘감은 채 마치 주먹처럼 휘둘러졌다.

꽈아아아앙────────!!

막아낸 황보륭의 신형이 두 걸음 밀려났다. 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건….”

“뭐. 확 삼재검법처럼 저잣거리에 풀어줘?”

패진광이 조신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미친놈.”

“아니, 영감. 우리 같은 편이라니까?”

“난 빼줘라.”

“되겠냐고.”

“지랄맞구만.”

혀를 차는 패진광을 황보륭이 황당한 시선으로 보았다.

“지금 상황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지?”

“나라고 아나? 얘한테 물어봐.”

패진광이 서준을 가리켰다. 서준이 픽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황보륭에게 다가가 얼굴을 들이대니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뭐냐.”

“혼인.”

“…멋대로 해라. 이 정도면 남궁이 흔들리진 않겠군.”

“꽤 쿨한데?”

“대신 한 가지는 확실히 하지.”

황보륭이 서준의 얼굴을 밀어냈다. 서준은 그의 손이 닿기 전에 한 걸음 물러나 그를 빤히 보았다.

“네가 마기를 쓴다는 말이 있던데.”

“그래서?”

“사실인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당연히 쓴다.

“하긴. 마기가 느껴지진 않는군.”

그때,

덜컥-! 소란을 느꼈는지 다급히 문이 열렸다.

“가주!”

황보준이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서준이 손을 흔들었다.

“넌 뭐 할 게 없냐? 맨날 여기저기 쏘다니네.”

“아.”

상황을 파악한 듯한 황보준이 고개를 까딱였다.

“일들 보십쇼.”

탁, 문이 닫혔다. 황보륭이 혀를 찼다.

“숫기 없는 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서준이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젖혔다. 시원하게 뚫린 구멍 사이로 옅은 달빛이 들어온다.

“경치 죽이네.”

낄낄 웃으며 바닥을 박차 뛰어올랐다. 서준은 그대로 지붕 위에 쪼그려 앉아 황보륭을 내려다보았다.

“아무튼 해결된 걸로 알고 가봅니다?”

“멋대로 해라.”

황보륭이 혀를 찼다. 패진광이 다급하게 뛰어올라 서준의 옆에 섰다.

“같이 가야지. 여기 나 혼자 남으면 분위기가 어색해져.”

“왜, 이 기회에 권왕 별호 걸고 대련이라도 해보지 그래요?”

“헛소리 마라.”

“싫으면 말고.”

서준이 픽 웃었다.

“그럼 다음에 봅시다. 와준 건 고마워요.”

다음 날, 서준은 남궁명을 찾아갔다. 그의 옆에는 당연하다는 듯 황보혜지가 있었다.

“명아.”

“형님, 도대체 어제는….”

“형이 다 해결했다. 너희 혼례는 언제 올릴래?”

“예…? 아뇨, 그…. 우선 조금 시일을 두고자 합니다.”

“그래?”

슬쩍 황보혜지를 보니 그녀가 뺨을 붉혔다. 서준이 웃었다.

“아주버님이라고 불러도 돼.”

“제, 제가 어떻게….”

“천천히 해도 되고.”

서준은 남궁명의 책상 위에 정리되어 있는 서류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나저나 요즘 별일은 없어?”

“아주 없다고는 못 하지만, 형님께 부담을 드릴 정도는 아닙니다.”

서준이 너무 눈에 띄게 사흑련에 대한 복수를 행하고 있어서 그렇지, 남궁세가 역시 남궁진천의 죽음에 분노하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화경을 제외한 남궁세가의 전력은 십육명문 중에서도 최상위. 굳이 서준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괜찮다.

더욱이 남궁명은 바빠 보이는 서준에게 괜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다만 서준은 딱히 별 생각이 없었다. 그의 눈이 서류를 훑었다.

“황산 인근에서 마물 범람이라…. 이거 내가 갈까?”

마물 범람. 상당히 오랜만이다.

이전 자신이 마물 범람을 해결했을 때 장인어른께서 데리러 오셨던 기억이 난다.

“예?”

“아니다. 내가 갈게.”

“하지만…. 바쁘지 않으십니까?”

“일단락 돼서 요즘 한가해.”

서류를 품에 넣었다. 가기 전에 총관에게 한 번 들르면 될 것 같았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서준이 남궁명을 뒤로했다. 그러다 방을 빠져나가기 전, 삐죽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좋은 시간 보내.”

“아…! 가, 감사합니다, 진기재천 선배님!”

황보혜지가 꾸벅꾸벅 고개를 숙였다. 기분이 좋아졌다.

서준은 황산으로 향하기 전 남궁수아에게 들렀다. 그녀를 무릎 위에 앉히고 대범하게 가슴을 주물럭거리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뜌땨….”

남궁수아가 쿡쿡 웃었다.

“그렇게 좋아? 그냥 지방 덩어린데.”

“그 지방에 담긴 오묘한 이치가 있는 거지. 춘봉이 볼살이랑 비슷하게.”

남궁수아가 서준의 가슴에 기댄 채 슬쩍 몸을 틀었다. 치뜬 눈이 서준을 올려다보았다.

“부족하지 않아? 다른 것도 해줄 수 있는데.”

“아직 아이를 갖기에는 조금….”

남궁수아의 눈이 샐쭉 휘어졌다. 그녀가 서준의 귓가에 속삭였다.

“웬만한 문파에는 피임 무공이 있는 거, 알아?”

“…왓?”

그딴 게 진짜로 있다고? 이건 좀 놀라웠다.

“꼭 거기까지 안 해도 이것저것 공부 많이 했는데.”

남궁수아의 붉은 혀가 입술을 쓸었다. 동작 하나하나가 묘하게 선정적이다. 서준의 눈이 데굴 굴렀다.

“으음…”

이 정도면 그냥 약혼 전에 해버려도 상관 없지 않을까? 서준이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그때, 오빠의 정조에 가해지는 심각한 위협을 감지한 춘봉이 후다닥 달려왔다.

“언니이이…!”

문을 박차고 들어온 춘봉이 발을 동동 구르며 남궁수아를 째려보았다. 남궁수아가 쿡쿡 웃었다.

그녀는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바로하며 서준의 무릎 위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허리를 숙여 서준의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 밤에, 기다릴게?”

춘봉이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뭐, 뭘 기다려!?”

“으음, 역시 금 매가 먼저 하는 게 맞을까?”

“나, 나는 그….”

얼굴을 시뻘겋게 붉힌 춘봉이 우물쭈물댔다.

“그래도 좀, 그…. 너무 이른 것 같은데….”

“금 매 나이면 아이가 하나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걸?”

남궁수아 나이면 애가 다섯은 있어도 이상할 게 없다.

물론 서준은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대신 춘봉에게 손짓했다.

“춘부이 이리 와.”

“흥.”

춘봉은 한 번 튕기지도 않고 쪼르르 달려와 서준의 품에 안겼다.

서준은 그녀의 볼을 주물럭거리며 시선을 마주했다.

“언제 이렇게 컸지.”

“놀리는 거냣…!”

전혀 성장하지 못한 금춘봉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아니, 진짜로.”

신체적인 성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눈에 비치는 춘봉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뒷골목 시절에 비하면 신체적으로도 많이 자란 게 맞지만, 그럼에도 최근까지 서준의 눈에는 언제나 춘봉의 모습이 아이처럼 비쳤다.

아직 꼬맹이 같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제는 다 자라서 시집 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니.

“확 잡아먹어버릴까 보다.”

앙-! 입술로 볼을 콱 깨무니 춘봉이 발작했다.

“갸아악…!”

바둥대던 춘봉이 서준의 얼굴을 잡아챘다. 그대로 손을 쭉 밀어내니 서준과 춘봉의 눈이 마주쳤다.

“머, 멋대로 하든가!”

그리고는, 쪽, 춘봉이 재빨리 고개를 내밀어 입을 맞췄다. 거의 동시에 서준의 품에서 뛰어내렸다. 뽀르르 도망치는 춘봉의 뒷모습이 순식간에 서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상당한 몸놀림. 과연 초절정 고수다.

서준이 눈썹을 까딱이며 남궁수아를 보았다. 시선이 마주친 남궁수아가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서준 역시 뭔가 괜히 웃겨서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한동안 웃어대던 서준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며시 남궁수아의 이마에 입을 맞추니 그녀가 방긋 웃으며 서준을 올려다보았다.

“가는 거야?”

“응, 잠깐 갔다 올게.”

서준은 잠시 남궁수아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 기울인다. 서준이 픽 웃었다.

“장인어른 장례가 끝나면 바로 명이 즉위식이지?”

“응, 거의 동시에 할 것 같아.”

“그러면 조만간 약혼식도…. 흠.”

아니지. 굳이 왜 약혼식을?

고민하던 서준이 물었다.

“그냥 혼례를 올릴까?”

“응?”

남궁수아의 입이 작게 벌어졌다.

“주변 눈치 보느라 약혼식부터 하는 거 아니었어? 이제 굳이 그럴 필요 없잖아.”

“나, 나는…. 좋아….”

남궁수아의 뺨이 발갛게 익었다. 서준이 그녀를 보며 씩 웃었다.

“그러면 이제 호칭도 좀 바뀌려나?”

남궁수아가 머뭇대며 말했다.

“다른 호칭이면…. 상공…?”

“상공이라 하면 존댓말 해야 될 것 같잖아.”

“그러면, 여보…?”

서준이 볼을 긁적였다. 괜히 몸 여기저기가 간지러웠다.

“뭐, 호칭은 그때 봐서 정하면 되니까.”

“…응. 열심히 생각하고 있을게.”

“뭣.”

서준이 낄낄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아무튼 다녀올게.”

“느닷없이 마물 범람이 발생한 것에는 어쩌면 마교가 엮여있을지도 모릅니다.”

총관 진가위의 말에 서준이 침음을 흘렸다.

“마교요….”

“예. 너무 뜬금없는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