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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사천군이 날뛴 전장만 해도 벌써 열에 가깝다. 그런 만큼 수많은 정파의 무인들이 멸사천군을 직접 보았다.
그들과, 천운이 따라 살아남은 사흑련의 무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멸사천군은 피에 미친 광인이다!’
수십, 수백의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정상적인 인간의 심성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손짓 한 번에 사람 수백, 수천이 죽어나간다면? 그 손을 함부로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전장의 모든 무인들이 말했다.
‘멸사천군은 사파의 무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그의 눈에 사파 무인들이 벌레 비슷한 무언가로 보이지 않는 이상, 그런 무자비한 손속을 펼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벌써 그가 죽인 무인의 수만 해도 다섯 자리에 가깝다. 그 수많은 생명이 그의 손짓 몇 번에 스러졌다.
전장에 나오는 것이 대부분 절정 이상의 무인들이기에 그쯤에서 그쳤으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면 그 수가 비약적으로 늘었으리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추측이었다.
그렇다 보니 그를 눈앞에서 본 이들은 멸사천군이라는 별호를 입에 담을 때 항상 그 두려움을 설파했다.
그런 구체화된 공포와 더불어 하나의 소문이 더해졌다.
‘멸사천군은 마기를 다룬다. 그 독한 마음이 기운에도 묻어난 것이 틀림없다!’
멸사천군의 이름은 정파의 무인들 사이에서도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여러 목격담까지 더해지니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 소문은 제갈통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이러한 상황이라 합니다.”
제갈통 앞에 턱을 괴고 앉은 서준이 냉소했다.
“알 바 아니다.”
“마기에 대한 소문은 해명하시는 편이….”
“해명? 누구한테?”
붉은 눈이 제갈통을 보았다.
“시답잖은 놈들이 나를 의심해 봐야 뭘 할 수 있다고. 신경 꺼라. 지금 필요한 건 검종문의 상황이야.”
“음…. 알겠습니다.”
이어진 제갈통의 설명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검종문을 지원하러 왔던 화경의 무인들은 곧장 본인들의 문파로 돌아가지 않았다.
무언가 얘기가 오간 듯 검종문과 애매한 거리를 취하고 있으며, 일이 터지면 곧장 지원을 올 것으로 보인다.
“흐음….”
고민하던 서준이 지도를 가리켰다.
“전에 중원의 동쪽에서 서쪽을 가로지르며 주의를 끈 놈이 대흑산파의 전대 고수라 했나?”
“예. 려원이라는 자입니다.”
남궁진천을 유인할 당시, 남궁연을 제압한 것으로 추측되는 자다.
“잘 됐네.”
서준의 눈이 지도 위의 검종문과 대흑산파를 보았다.
“대흑산파에도 인사는 해야지.”
서준이 내놓은 계획을 들은 제갈통은 경기를 일으켰다.
“너무 무모합니다! 그런 건 계책이 아니라 도박이 아닙니까!”
“놈들도 했는데 내가 못 할 이유는 없지.”
무림맹을 떠나는 서준을 제갈통은 붙잡을 수 없었다.
“끄응…. 아무리 그래도 이건….”
홀로 남은 제갈통이 머리를 싸맸지만, 서준이 알 바는 아니었다.
서준은 계획을 당장 실행에 옮기는 대신 우선 남궁세가로 복귀했다.
계획을 위해서는 검종문의 전대 문주, 전해 듣기로 검현이라 하는 놈을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그를 위해 놈의 이기어검을 파해할 무공을 만들어야 했다.
동시에 조금 한가해진 남궁수아의 무공을 봐줄 생각이었다.
쉬익-!
곧장 연무장으로 향하니 그곳에는 두 자루의 검을 휘두르는 남궁수아가 있었다.
비교적 짧은 장검과, 기다란 대검.
쌍검을 휘두르는 남궁수아의 모습에는 그새 어느 정도 형(形)이 잡혀있었다.
“브라보.”
짝짝, 박수 소리에 남궁수아가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돌렸다.
“아, 왔어…?”
쓰게 웃는 그녀의 혈색은 빈말로도 좋다 하기 어려웠다.
‘이게 그나마 나아진 거긴 한데….’
그냥 요즘 남궁수아만 보면 마음이 아프다. 뭐라도 저 입에 물려주고 싶다.
소싯적의 금춘봉은 토실토실 살을 찌우고 싶은 느낌이었다면, 요즘의 남궁수아는 살이고 뭐고 일단 혈색부터 어떻게 좀 해주고 싶은 느낌이다.
서준은 야생의 금춘봉을 마주쳤을 때 공물로 바치는 용도의 빙탕호로를 품에서 꺼내 남궁수아의 입가에 가져다댔다.
“자, 이거라도 먹고 해.”
“…요즘 나만 보면 왜 이렇게 뭘 먹이려 드는 거야?”
남궁수아는 헛웃음을 흘리면서도, 얌전히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돈하며 빙탕호로를 입에 넣었다.
“음….”
그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너무 단 모양이다.
‘누나용 간식도 좀 들고 다닐까?’
고민하는 서준에게 남궁수아가 바짝 다가섰다. 땀을 흘려 살짝 짙어진 그녀의 체향이 코를 파고든다.
그녀가 말없이 서준을 꽉 끌어안았다.
“먹는 것보다 그냥, 가끔 꽉 안아줘.”
서준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그는 약간의 머뭇거림 끝에 남궁수아를 꽈악 끌어안았다.
“가끔?”
“더 자주면 좋고.”
이거 안 되겠네.
“확 볼 때마다 끌어안아야지.”
그녀를 번쩍 들어 적당한 곳에 앉힌 서준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옅은 바람이 불었지만 땀에 젖은 남궁수아의 몸이 식는 일은 없었다. 꽉 끌어안긴 채 온기를 만끽하던 그녀가 서준의 팔을 톡톡 두드렸다.
“잠시만.”
팔을 놔주니 남궁수아가 두 자루 검을 든 채 서준의 앞에 섰다. 손이 근질근질한 모양이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왠지 모르게 지금 하면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때.
‘쌍검이라….’
쌍검 하면 항상 따라오는 의문이 있다.
무기가 두 개면 두 배로 센 거 아니에요?
당연하지만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팔만 여섯 개 달린 아수라 이서준이 천하제일인이었을 거다. 마교에서 봤던 50도류 지네는 현경도 두드려 패고 다녔겠지.
쌍검은 물론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검의 무게는 아무런 문제가 안 돼.’
남궁수아는 초절정 고수다. 한 손으로 검을 휘두른다고 문제될 건 전혀 없다.
1톤쯤 되는 검도 무난하게 휘두를 테니 당연한 소리다.
‘하지만 상대하는 놈들도 비슷하다는 게 문제다.’
둘의 힘이 비슷하다면, 당연히 한 손보다는 두 손으로 휘두르는 검이 강하다.
물론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검을 무식하게 휘두른다면 몰라도, 남궁수아 정도의 검술이 있다면 알아서 잘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약점이 될 수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또한 생각보다 쌍검술은 방어적인 경향이 강하다.
‘그럴 거면 차라리 한 손에 방패를 들면 되지 않나 싶긴 한데….’
말없이 고민하는 서준의 앞에서 남궁수아가 검무를 추었다.
“오?”
이전의 남궁수아가 펼치던 검과 비슷하다. 무게중심을 이용해 끊김 없이 흐름이 이어진다.
두 자루의 검은 그 길이의 차이를 이용해 상대의 감각을 속이고, 문득 쏘아지는 장검의 속도는 마치 번갯불을 보는 듯했다.
빈틈을 노려 공격하려는 상대의 눈에는 남궁수아의 몸을 가린 대검밖에 보이지 않을 터.
그러다 한 순간에 터져나오는 대검의 폭발력은 과연 남궁이라는 이름을 실감케 했다.
“후우….”
크게 숨을 내쉰 남궁수아가 서준을 보았다.
“어때?”
“생각보다 훨씬 잘하네.”
서준은 쌍검에 대해 하던 고민을 집어치웠다. 확실히 남궁수아에게는 검에 대한 감각이 있다. 검술 쪽은 내버려둬도 알아서 잘 해내리라.
그녀를 빤히 보던 서준이 물었다.
“오늘 같이 잘래?”
“으, 으응…? 알았어…. 준비할게….”
화악-! 남궁수아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오.’
저것도 혈색이 돌아왔다고 할 수 있는 건가?
서준이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자자는 말은 결코 이상한 뜻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게 다 무공을 위해서다.
“어, 더 해봐. 자세히 설명하는 게 좋을 거야.”
짝다리를 짚고 선 춘봉이 서늘한 눈으로 서준을 보았다.
“억울해요.”
“색마에게 억울함은 사치다!”
“아니, 진짜 그런 뜻이었어도 어차피 약혼잔데….”
“뭐, 뭣…!”
춘봉이 펄쩍 뛰었다.
“어딜 혼례도 안 치른 남녀가 그런 파렴치한 짓을…!”
날뛰는 유교 춘봉을 품에 안아 제압한 서준이 설명했다.
“아니, 진짜라니까? 춘봉신공 생각해 봐.”
“춘봉신공이 뭐?”
“솔직히 수아신공이 춘봉신공에 비해 완성도가 좀 떨어지잖아?”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서준과 금춘봉은 본디 하나. 서준은 춘봉 본인보다도 그녀의 몸을 더 잘 알았다.
“헛….”
뭔가 야릇하게 들리는 말에 춘봉의 몸이 굳었다. 서준이 말을 이었다.
“너랑은 하루 종일 붙어다니고, 잘 때도 같이 자고, 절맥 때문에 혈맥도 맨날 살피고 그랬으니까 그런 걸 거 아냐.”
“그런가…?”
“아마?”
서준도 확신은 못 했다. 그냥 금춘봉이 금춘봉이라 그럴 수도 있었다.
“아무튼 누나랑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리면 뭐가 좀 되지 않을까?”
“…확실해?”
“뭐가?”
“무공 말고 애가 생기는 거 아니야?”
“뭐뭣.”
서준이 입을 틀어막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니었다.
“뭐…, 약혼도 곧 할 텐데 상관 없지 않나?”
“…뒤져랏!”
얻어맞았다.
서준은 춘봉 펀치에 두드려 맞으며 낄낄 웃었다.
‘아이는…, 일단 어떻게든 전쟁이 끝난 뒤에 만드는 게 맞다.’
춘봉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당장 아이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 이런 시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가는 서준은 스스로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아빠라….’
무엇보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한 아이의 아버지라니?
실감은커녕 영 좋지 않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문득 서준을 안마하듯 두드리던 춘봉의 귀가 쫑긋거렸다.
“응? 이게 무슨 소리지?”
그녀가 어딘가를 빤히 바라보자, 둘의 대화를 들으며 조용히 얼굴을 붉히던 남궁수아가 답했다.
“오늘 남궁세가에 새로운 기수가 들어오거든.”
“이런 시기에?”
“어떤 시기든. 남궁은 항상 그래왔어.”
남궁의 새로운 무인들?
안마받던 서준이 몸을 일으켰다.
‘첩자야 알아서 잘 걸러내긴 했겠지만….’
상당히 신경 쓰인다. 막내처럼 지내던 녹림대의 후임이 들어온 것 아닌가?
서준이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흘끗거리자 남궁수아가 그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가볼래?”
“그래도 되나?”
“당연하지. 남궁의 태사잖아.”
태사가 아니었어도 딱히 상관은 없었을 테지만, 서준이 태사직을 맡은 이상 새로운 남궁의 무인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오…. 그러면 기강 한 번 잡아야지.”
서준이 당장 걸음을 옮겼다.
대남궁세가에 발을 들인 이상, 그들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그렇게 만든다.’
서준의 눈이 붉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