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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백은 서준에게 무림맹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충 이렇다.
평시에는 무림맹의 권한이 그리 강하지 않지만, 전시에는 얘기가 다르다.
곧 무림맹에서 대대적인 발표가 있을 테고, 그 이후로는 상당히 커다란 권한을 가진다. 저번처럼 제때 지원을 하지 못하는 일 역시 없을 것이다.
대본을 읽듯 주욱 정보들을 전달하는 지백은 서준이 보기에 무림맹에 그리 큰 소속감을 가지지는 않는 듯했다.
서준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기에 그냥 편하게 물었다.
“그래서 보상이라는 게 뭐예요?”
“이 소협께서 원하시는 바가 있다면 최대한 반영하겠다 합니다.”
“제가 원하는 거요?”
이게 정말 곤란하다.
무인으로서 원할 만한 것들은 영약이나 무공, 혹은 신병이기 정도일 텐데…. 서준의 경우 그 무엇도 딱히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애초에 대남궁세가의 사위 아닌가.
무림맹이 여러 문파들의 연합인 만큼 꽤 힘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무림맹이 해줄 수 있는 걸 남궁세가가 못 해줄까?
서준은 그 남궁세가에서도 딱히 원하는 것이 없어 보상을 뒤로 미뤄둔 상태였다.
“진짜 뭐 아무것도 없는데요.”
“허어…, 어찌 이리 소탈할 수가 있는지…. 이 소협께서는 소림에 몸을 담으셨어도 대성하셨을 겁니다.”
옆에서 몇 번 서준이 내린 차를 마시려 시도하던 혜운이 슬쩍 찻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로 그렇습니다. 저번 만남에서도 그리 생각했지만, 참으로 심성이 바르신 분입니다. 그야말로 뭇 무인들의 귀감이라 할 만합니다.”
“아이 참, 칭찬하셔도 뭐 안 나오는데.”
서준이 실실 웃자 지백 역시 빙긋 웃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무림맹에서 준비한 보상이 따로 있긴 합니다.”
“오? 뭔데요?”
“권한이지요. 전시인 만큼 무림맹이 몸집을 불리며 여러 단이나 대가 생겨날 텐데, 이 소협께서 원하신다면 아마 단주를 맡으실 수 있을 겁니다.”
단주? 내가 왜?
서준이 질색하며 손을 내저었다.
“어우…, 그건 좀. 애초에 그건 보상이 아니라 저 일 시키겠다는 거 아닌가?”
“전시의 무림맹에서 그만한 권한을 가진다는 건 보상이 맞습니다만…, 이 소협의 뜻이 그렇다면 제가 무림맹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받는 사람이 내키지 않는 보상은 보상이 아니지요.”
“음. 굿.”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던 서준은 문득 생각했다.
‘이상한 보상 말고 그냥 면죄부 같은 거 하나 주면 안 되나?’
언젠가 한 번 정도는 무림맹 소속 무인 대가리를 깰 일이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대뜸 면죄부를 달라는 것은 ‘나 좀 있으면 사고 칠 거예요~.’ 하고 광고하는 꼴이었기에 일단 참았다.
“전할 얘기는 이걸로 끝이에요?”
“그렇습니다.”
되게 별거 없네. 그냥 놀러오는 겸 말이나 전하러 온 것 같았다.
“그럼 우리 춘봉이 보고 갈래요?”
“춘봉…?”
지백이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혜운은 곧장 알아듣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사이가 좋으신 모양이군요. 저야 영광입니다.”
혜운은 새삼 머리를 만져진 기억이 살아나는지 제 머리를 뽀득뽀득 문질렀다.
“기대해도 좋아요.”
성장 춘봉. 처음 본다면 놀랄 수밖에 없다.
방문을 열어젖힌 서준이 소리쳤다.
“춘봉아…!!!”
커다란 목소리가 별장 내부를 돌아다니며 메아리친다.
그리고 곧 어디선가 춘봉이 쫄랑쫄랑 걸어나왔다.
“뭔데?”
“우리 춘봉이…!”
달려든 서준이 춘봉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번쩍 들어올렸다.
“자랑하려고 불렀지.”
“에휴….”
익숙해진 춘봉은 얌전히 들린 채로 구경당했다.
그녀를 본 혜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아이들이 빨리 자란다고는 하지만 정말 눈 깜짝할 새 자라셨군요.”
“뭐…, 그렇죠.”
혜운을 알아본 춘봉이 제 말랑한 뺨을 긁적였다.
“오랜만에 뵙네요.”
“예. 오랜만입니다, 천하제일귀 소저.”
“뭣….”
춘봉의 몸이 흠칫 떨렸다. 저딴 별호를 입에 담는 사람이 이서준 외에 정말로 있을 줄이야…!
“아니, 그건 어떻게…?”
“저번에 이 소협께서 알려주시지 않았습니까.”
혜운이 온화하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인사가 아니라 자신의 민머리를 강조하는 듯한 자세다.
“느닷없지만 한 번 만져보시겠습니까.”
“음…, 사양하지 않고….”
챱챱, 혜운의 민머리를 두드린 춘봉이 눈을 크게 떴다.
“오…!”
“어떻습니까.”
“발전하셨네요.”
“그날 이후로 누군가에게는 이 또한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서준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 진짜 부처 환생인가?’
마음이 그냥 태평양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넓다.
게다가 가만히 혜운과 춘봉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으니 아주 가관이다.
“뭘 좀 아시네요. 저도 제 두 뺨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아주 공감이 됩니다.”
“허…, 소저께서도 부처의 가르침을 행하고 계시는군요.”
“아, 그래도 다른 사람이 만지지는 못 하게 하고 있어요. 볼손실 때문에…. 오빠 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수출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 셈이지요.”
“모든 중생을 사랑하라는 것은 불도(佛道)를 걷는 이가 행해야 할 가르침일 뿐, 남매가 서로를 그토록 아끼니 부처께서 보아도 분명 흡족해하실 겁니다.”
저게 무슨 대화인지 모르겠다.
멀뚱히 서있는 지백을 바라보자 그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허허 웃었다.
“혜운이 저리 밝게 웃는 모습은 또 오랜만이군요. 아무래도 저 소저에게는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는 모양입니다.”
“뭣. 아니, 스님! 깨달음이 뭐 거의 부처 급인데? 아주 정확해요.”
그렇게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그냥 사라졌다.
“이제 보니 소림도 꽤 괜찮은 문파인 것 같아.”
서준이 지붕 위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를 내렸다.
이걸로 마지막 분량. 따로 커피를 구하지 않으면 더는 마실 수 없다.
아쉬울 따름이다. 한 번 알아보긴 해야 되는데, 어디다 물어봐야 되려나.
“원래 문파마다 색이 조금 있기는 한데, 어디든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지. 개새끼는 개새끼고.”
춘봉은 슬쩍 서준에게서 멀어졌다. 저 커-피라는 물건. 아주 사악하기 그지없는 음료다.
혹여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잠에 들지 못할까, 안전 거리를 확보한 춘봉은 주섬주섬 청자향을 꺼내들었다.
꼴깍, 달달함이 전신에 퍼지자 입꼬리가 비죽 치솟는다.
이것이야 말로 행복.
히죽히죽 웃는 춘봉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던 남궁수아가 서준에게서 커피를 받아들었다.
“아, 고마워.”
“뭘요. 수련은 잘 되고 있어요?”
“응. 종증조부께서 정말 열의를 다해 가르쳐 주고 계시니까. 서준이 네가 말한 것들도 조금 알 듯 말 듯 하는 것 같아.”
“오, 그러면 진짜 곧일 수도?”
서준이 씩 웃으며 잔을 내밀자, 남궁수아 역시 쿡쿡 웃으며 잔을 맞부딪혔다.
쨍-
맑은 소리.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시답잖은 얘기들을 나누니 몸이 노곤해진다.
서준은 가만히 커피 향을 즐겼다.
밤하늘 아래 커피 한 잔.
셋이서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
행복이 뭐 별거 있을까. 이런 시간 하나하나가 전부 행복이다.
고개를 까딱이던 서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지.”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셋이 모여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으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허나 누군가에게는 이런 시간이 그저 지루할 뿐이요, 또 아주 질색하는 이 역시 있을 터.
하나의 행동임에도 주체가 달라짐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달라지니, 그 또한 마음 먹기 나름이라.
휘몰아치는 영감을 붙잡은 서준이 검을 뽑아들었다.
펼쳐내는 것은 이리저리 휘어진, 장난 같아 보이는 어설픈 검로.
그 위로 영감을 얹어내자 춘봉과 남궁수아에게서 각각 감탄이 튀어나왔다.
“오, 엄청 화려하네.”
“응? 묵직하고 담백한 검 아니니?”
“아니, 저게 어떻게 담백해?”
“으응…?”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두 여인.
원하던 결과물에 서준이 씩 웃었다.
“됐다, 춘봉아. 춘봉신공 개선안이야.”
춘봉은 아직 청운신공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당연히 청운신공과 춘봉 사이에는 미세한 간극이 있었고, 원래라면 그 사이를 채워주는 것이 춘봉신공이 될 터였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조금 바뀌었다.
단순히 빈틈을 채워 파워업을 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신공이라 할 만한 이치를 품고 있는 무공.
그러면서도 모든 면을 춘봉에게 맞춰 오직 그녀만은 익히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을 무공.
“응? 아니, 그래서 뭔데 방금 그거.”
“춘봉신공.”
“그게 뭐냐고 그니까.”
“어…, 춘봉신공이지?”
“아오…! 이 답답한 새끼 진짜!”
춘봉이 방방 뛰었다. 서준은 낄낄 웃으며 달 아래 시를 읊듯 구결을 읊었다.
홀린 듯 구결을 듣던 춘봉은 이내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제자리에 주저앉아 운기를 시작한다.
무언가 얻어낸 것이 있는 것이리라.
반면 남궁수아는 구결을 듣고도 뭔지 모를 이질감에 섣불리 춘봉신공을 시험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준을 바라보자, 그가 슬쩍 그녀의 부드러운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누나는 괜히 이거 시험해보면 안 돼. 삐끗하면 바로 주화입마 온다?”
“아…, 그래서 춘봉신공이구나?”
“응. 처음부터 춘봉이 신체 조건에 지금까지 익힌 무공, 심상까지 고려해서 만든 거라 다른 사람이 익히기는 힘들지.”
“서준이 너는?”
“이거 내가 만든 무공인데?”
“후후, 그것도 그렇네.”
남궁수아가 살풋 웃으며 제 다리를 베고 누운 서준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역시 금 매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구나? 이런 무공까지 만들 정도면.”
“음. 그렇다 할 수 있지. 내가 춘봉이보다 춘봉이에 대해서 더 잘 알걸?”
“그러면…, 누나에 대해서도 더 알아볼래?”
남궁수아가 고개를 숙였다. 거대한 산맥에 가려져 그녀의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점차 가까워지는 산봉우리와 숨소리 탓에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아주, 깊은 곳까지.”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이 서준의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온몸의 솜털이 오소소 일어난다.
서준은 몸을 튕겨 긴급히 탈출했다.
“워, 원래 이런 건 말이야. 응? 손부터 잡고…, 차근차근 하는 건데요….”
“응? 뭐가?”
“…아기 만들기?”
“후후, 나는 그냥 속내를 털어놓고 얘기해보자는 거였는데?”
남궁수아의 눈꼬리가 예쁘게 휘어진다. 얇게 떠진 눈 사이로 드러난 푸른 눈동자가 장난기를 담은 채 서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서준이 네가 원한다면….”
“언니…!”
어느새 깨달음의 갈무리를 마친 춘봉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남궁수아는 그저 쿡쿡 웃었다.
“어머, 되게 빨랐네?”
“안 빨랐으면 뭐 하려고!”
“으음, 아기 만들기?”
“으끼야아아악….!”
춘봉이 발작했다.
“미, 미쳤어!?”
“금 매.”
남궁수아가 조금 진지해진 분위기로 말했다.
“나도 얼마 안 있으면 이립(30세)이야. 사실 지금도 조금 늦은 거라구.”
“으, 으음….”
“이대로라면 곧 할머니가 되고 말 거야.”
흑흑, 남궁수아가 장난스레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하자 춘봉이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립…? 그거 진짜 완전 아줌….”
“금 매?”
서늘한 눈빛. 처음 보는 남궁수아의 압도적인 기세에 금춘봉은 침을 꼴깍 삼키고야 말았다.
“라, 라고 할 뻔….”
서준에게 배운 절기로 위기를 넘긴 춘봉은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이 춘봉신공 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