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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기련문주 혁문약은 끊임없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좀 곱게 쳐죽어라…!”
기련문주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손으로 무수한 인을 맺으며, 세상의 온갖 요소를 불러와 주술로써 현현시켰다.
화아아아악────────!!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남궁진천의 검이 움직이면 그 모든 주술이 무로 화한다.
‘도대체 어떻게…!’
제천혁의 주먹을 두 번이나 쳐맞았다. 옆구리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가슴은 움푹 패였다.
아무리 화경의 무인이라고 한들 저런 걸 맞고 멀쩡할 수는 없다.
제천혁의 권격은 단순한 주먹질이 아니다. 파천(破天). 그 흉악한 이름만큼이나 주먹에 담긴 공능 역시 끔찍하다.
그의 주먹은 존재를 지운다. 어설픈 무인이라면 스치기만 해도 즉사.
제아무리 남궁진천이라고 한들 두 번이나 정통으로 얻어맞았으면 멀쩡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이극분멸세(二極分滅世)…!”
기련문주는 전력을 쥐어짜내 다시 한 번 주술을 발휘했다. 남궁진천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남겼던 그 주술.
피하기 어려운 주술은 아니나, 남궁진천은 결코 피해낼 수 없다. 피했다가는 남궁연이 죽는다.
우드드득-!
공간이 일그러지며 주변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한 점으로 수축하는 흑색의 별.
남궁진천의 눈이 그것을 무심하게 훑었다.
서억────────
이기어검이 흑점의 중앙을 훑고 지나간다. 픽-! 주술이 맥없이 흩어졌다.
“씨발….”
일전에 그에게 타격을 줄 수 있었던 것은 검율이 주의를 끌었기 때문이다.
이제 제천혁과 기련문주 단 둘만이 남은 상황. 더 이상 기련문주의 주술은 대단한 위협이 되지 못했다.
“도대체….”
이쪽이 사냥하는 입장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그런데 왜 이쪽이 조급해해야 하지? 남궁진천은 저렇게 담담한데?
“제천혁.”
“…뭐냐.”
몇 번 움직이지도 않은 제천혁의 전신은 땀으로 축축했다.
가만히 서서 남궁진천을 견제하는 것만으로 심력 소모가 막심한 탓이다.
그가 없었다면 이미 자신은 죽었다. 그것을 알기에 기련문주는 이만 부득부득 갈아댔다.
“이제 속전속결이다. 진법을 해제하겠다.”
“…가능하겠나?”
속전속결? 말이 쉽지 불가능에 가깝다.
“가능하고 자시고, 안 하면 내가 죽는다.”
기련문주는 즉시 수인을 맺었다. 왼손의 검지를 펴고, 오른손의 엄지로 이었다. 동시에 나머지 손가락으로 검지를 감싸쥐어 지권인(智拳印)을 완성했다.
“흡(吸).”
파라라락────────!!
노란 부적들이 흩날린다. 진법이 사라지며 격리되었던 공간이 현세에 드러나고, 그를 보조하던 외부의 초절정들이 몸을 비틀댔다.
“크윽…!”
“이, 이건…!”
경악한 이들이 급히 몸을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아─”
입을 벌려 소리내니 곧 시작이요,
“─훔.”
입을 닫아 끊어내니 곧 끝이라.
두 음절에 시작과 끝을 담아내니 모든 생명이 기련문주의 혼에 귀속된다.
아훔(阿吽).
“끄아아아악…!!”
“아, 안 돼…! 이렇게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준비해두었던 술법이다. 외부의 변수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외부의 변수는 무슨.
남궁진천 하나조차 잡아내지 못했다.
‘사흑련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네 명의 화경이었다.’
제천혁은 말할 것도 없고, 검율, 능평호, 기련문주 자신 역시 화경 중에서도 윗줄에 놓이는 하늘 위의 무인들이다.
헌데 이따위 결과가 나올 줄이야.
사마현 그놈이야 초절정조차 되지 못한 범인이니 예측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제아무리 똑똑하면 뭐 하나. 결국 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한낱 인간일 뿐인데.
인간의 계책이 판을 짜낼 수는 있을지언정, 결국 그 판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것은 소수의 고수들이다.
이 모든 일은 남궁진천이 비상식적으로 강하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무를 수도 없다. 여기서 남궁진천을 죽이지 못하면 자신이 살아남지 못한다.
설령 살아남는다고 한들 한평생 남궁진천의 눈을 피해 숨죽여야 하리라.
“후우….”
절규하는 초절정 무인들이 재가 되어 스러진다. 기련문주는 그 모든 기운을 오롯이 담아냈다.
“시작하지.”
기련문주의 눈에 묘한 광망이 어렸다.
우르릉-! 땅과 하늘이 뒤얽히며 손을 뻗는다. 휘어지는 공간. 그 안에 선 남궁진천이 허공을 두드렸다.
불개화지천. 그의 영역이 기련문주의 주술을 밀어낸다.
제천혁은 좌시하지 않았다. 드디어 그 무거운 발걸음을 떼었다.
공간을 접어 이동한 그가 주먹을 크게 뒤로 당겼다.
“남궁진천, 그대가 쌓은 무에 경의를 표하오.”
진심이었다. 중원의 그 어떤 인간도 이러한 위업은 이루어낼 수 없다.
현경에 발을 들인 반신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화경의 극에 가까운 네 명의 무인을 상대로 이런 결과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계획의 성공까지 남았던 단 한 걸음. 남궁진천은 그 모든 일을 허사로 되돌렸다.
“…….”
남궁진천은 대꾸하는 대신 오른손으로 검결지를 맺어 내찔렀다.
핏-, 검결지가 먼저 공간을 찢으며 나아가고,
쉬익-!
제천혁의 주먹이 곧장 쏘아졌다.
무림의 최정상에 선 이들의 격돌은 고요했다. 공간이 찢어져 기후가 변하고, 지형이 뒤틀림에도 두 사람 사이에서는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그 모든 힘이 오롯이 서로에게 향했다.
우르릉-!
찢긴 하늘이 비를 쏟아낸다. 남궁진천은 제천혁의 손목을 쳐내며 으스러진 왼손을 내질렀다.
제천혁은 비스듬하게 걸어 피했다. 동시에 반대손을 내질렀다.
휘릭-!
남궁진천의 이기어검이 제천혁의 주먹과 부딪혔다. 서억-, 제천혁의 주먹에서 피가 터졌다.
기련문주가 그를 지원했다.
사막의 모래가 수천 자루의 창이 되고, 하늘 위 비구름이 무수한 비수가 된다.
불어닥치는 바람에 실린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마저 남궁진천의 목숨을 노렸다.
주륵-
남궁진천의 입가에서 핏줄기가 새어나왔다. 그는 단 한 걸음조차 물러나지 않았다.
남궁연의 앞에서 모든 공격을 막아내며 묵묵히 견뎌냈다.
그러다 일순, 그의 눈이 번쩍였다.
“크윽…!”
쏟아지는 압력에 기련문주가 비틀댄다. 제왕검형. 제천혁의 미간이 구겨졌다.
‘이 나를 눈앞에 두고….’
전력을 다해 주먹을 내질렀다. 남궁진천은 피하지 않았다.
퍼억-!
몸을 비틀어 왼쪽 어깨를 내어줬다.
이걸로 충분하다. 하늘로 솟았던 검이 빛을 뛰어넘어 기련문주의 머리 위에 처박혔다.
피잇──────────
소리조차 없이, 세계가 베였다.
공간이 단면을 따라 미끄러지며 새카만 우주를 투영한다.
반으로 잘린 기련문주의 입이 쩍 벌어졌다.
“안, 돼….”
둘로 나뉜 시체가 사막의 모래에 파묻혔다. 남궁진천이 눈가를 찌푸렸다.
‘주술인가.’
완전히 죽지 않았다. 끝을 내려는 찰나, 제천혁이 깊숙이 파고들었다.
“후웁…!”
그의 주먹이 희게 타오른다. 남궁진천은 검을 빠르게 회수했다. 이기어검이 사이를 가로막는다.
허나 부상이 너무 컸다.
“쿨럭….”
남궁진천의 입에서 핏덩어리가 튀어나왔다. 검이 흐트러진다. 제천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쩌어어억──────────
내질러진 주먹이 검과 함께 가슴을 관통했다. 꿰뚫린 가슴에서 피가 쏟아진다.
울컥-
피를 토해낸 남궁진천의 눈이 떨린다. 제천혁은 그제서야 미소 지었다.
“그대도 죽음은 두려운가 보오.”
남궁진천은 대꾸하는 대신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부러져 반 토막 나버린 검.
‘부인….’
희끗하게 스치는 기억이 부인의 얼굴을 비춘다.
‘상공께서는 정이 너무 많아요. 제가 없으면 어찌 하시려고….’
희게 짓던 미소. 그 목소리. 눈동자에 비치던 자신의 모습.
그리워해도 닿지 못할 과거의 기억이다.
“하아….”
남궁진천은 흐린 시야로 제천혁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이미 사흑련에 큰 피해를 주었으나, 제천혁이 살아남는다면 곤란하다.
아직 사위가 제천혁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남궁진천은 제 가슴을 꿰뚫은 제천혁의 팔을 움켜쥐었다.
꿰뚫린 가슴의 상처보다 선명하게 남은 부인과의 기억이 더욱 아프다.
힘겹게 숨을 내쉬는 남궁진천의 눈앞에 여전히 선명한 추억이 스쳤다.
‘저…, 무사님?’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막을 수 없었다. 둑이 터진 듯 과거의 기억이 밀려온다.
그 시작은 우연이었다.
불현듯 충동적으로 떠난 무림행.
불세출의 천재라 불리던 남궁진천은 더 이상 또래에서 적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또래뿐만이 아닌 중원의 무인 대부분이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채 이백조차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이미 그의 무는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봄에 나는 나물은 향이 참 좋답니다. 드셔보시겠어요?’
그는 타고나길 세상에 무감하였고, 스스로 쌓아올린 무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삶의 이유를 찾듯 중원을 떠돌던 때에 기적처럼 한 여인과 마주쳤다.
그녀는 수수했다. 십육명문의 자제는커녕 시골에서 밭을 일구어 먹고 사는 농부의 딸이었다.
남궁진천은 신경 쓰지 않았다. 농부의 딸이건, 십육명문의 자제건, 남궁진천은 그 모두에게 관심이 없었다.
‘됐소.’
‘그러지 말고 한 번 드셔보세요.’
‘됐다지 않소.’
‘아니, 드셔보시라니까요?’
신기한 여인이었다.
그러니까, 당시의 감상으로는 아직 칼에 맞아 죽지 않은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억지로 입에 쑤셔넣어진 나물의 씁쓰름함이 여전히 입 안에 맴도는 듯했다.
남궁진천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이리도 못난 남편이라 미안하오….”
그녀를 잃고, 끝내 그녀의 검마저 잃었다.
미소 짓는 남궁진천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제천혁은 표정을 구기며 남궁진천의 가슴에서 팔을 뽑아냈다. 남궁진천은 붙잡지 못했다.
푸화악-!
솟구친 피가 사막을 붉게 물들인다.
남궁진천은 비틀대면서도 쓰러지지 않았다. 여전히 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언제까지 여기서 지내실 거예요?’
약간의 짜증과 미약한 호기심. 남궁진천이 여인을 관찰하기에는 충분한 이유였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던 무인은 이 여인이 아직까지 칼을 맞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고찰했다.
‘그대는 모두에게 이리 막무가내로 구시오?’
‘저요?’
‘그렇소.’
‘설마요.’
‘그렇다면 나에게는 왜?’
‘그래도 될 것 같아서요.’
선을 기가 막히게 잘 타는 여인이었다. 타고난 눈치가 있는 것인지, 운이 좋은 것인지.
남궁진천은 봄감자를 억지로 그의 입에 쑤셔넣는 여인에게 물었다.
‘그애은….’
‘다 먹고 말해요.’
‘…그대는 남에게 뭘 먹이는 걸 좋아하는 거요?’
‘아뇨?’
‘그렇다면 나에게는 왜?’
‘잘생겼잖아요.’
울컥-! 옅게 웃는 남궁진천의 입가에서 피가 쏟아졌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허공을 붙잡았다.
허공의 하늘이 길쭉한 형상을 갖추어 남궁진천의 검이 되었다.
“죽음이 두려우냐 물었소…?”
제천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어떻게 아직까지 서있을 수 있는 거지? 이미 숨이 끊어지고도 남을 부상이다.
남궁진천은 검을 겨누었다.
“나는 그보다 지키지 못하는 것이 더 두렵소….”
상실.
이미 한 번 잃어보았기에, 더는 잃고 싶지 않았다.
소중한 것을 잃는 것이 그 무엇보다 두려웠다.
떠올리는 것만으로 견딜 수 없는 두려움에 겁먹은 아이처럼 손이 떨려온다.
“헌데 내 가족을 지키고 죽을 수 있다니, 그보다 기꺼운 일이 어디에 있겠소…?”
오히려 바라 마지않는 일이다.
남궁진천은 티없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