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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5 KiB
Raw Blame History

우습게도 이한은 저 창잡이 기사와 주먹질까지 한 적이 있지만 따로 통성명을 나눈 적이 없다.

하긴, 첫 대면부터 서로 죽일 듯이 싸우기나 했는데, 통성명을 나눌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에.

“라크 드 듀론, 당신이 온 건가?”

뒤늦게 전투가 끝난 트리스탄의 기사가 창잡이를 그렇게 부르는 것으로 이한은 자신과 싸운 기사의 이름을 제대로 알게 됐다.

라크. 아마 저것이 저 창잡이의 이름인가 보다.

처음으로 창잡이 기사의 이름을 제대로 알게 된 이한이었으나, 그나 저들이나 통성명을 나누며 친분을 쌓을 시간은 아니었다.

그럴 마음이 없기도 했고.

터벅.

“이한 경?”

“어디를 가시는 건지…?”

그가 발걸음을 돌리고 있으니, 갈라하드와 트리사탄의 기사가 눈을 끔뻑였다.

적도 다 쓰러트린 마당에 어딜 가나 싶어서.

이러한 물음에.

“어딜 가긴, 이 아사신인지 하는 놈들 불러들인 놈 끝장내러 가야지.”

왜 당연한 걸 묻느냐며 당당히 말했고, 잠시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던 두 기사는 뒤늦게 기겁했다.

……그가 술탄을 추궁하겠다는 뜻을 알아먹었기에!

“이한 경, 그건 아무래도….”

“진정하십시오. 비록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지 않습니까? 막무가내로 술탄을 건드리면 외교 문제가 됩니다.”

상식적인 조언이었다.

아무리 지금은 여자에 미친 것 같아도 술탄은 술탄.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철저함을 유지했을 것이며, 아마 아사신을 고용했다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겠지.

“그놈이 확실한 것 같은데?”

“…우리 또한 그렇게 생각하지만, 술탄 쪽에서 끝까지 발뺌하면 그만입니다.”

“흐음.”

“이대로 술탄을 공격하는 건 그저 자기만족밖에 되지 않을 테지요.”

그러니 자신이 술탄을 친다는 건 그저 의심정황이 있다는 이유로 분풀이를 하는 것밖에 더 되지 않는다.

다만.

“흔적만 안 남기면 되잖아? 한두 시간만 주면 그놈 입에서 무슨 말이든 나오게 할 자신이 있어. 그러니 걱정 마.”

이한은 결코 놈을 가만 둘 마음이 없었다.

의심만 있지 증거는 없다?

걱정 마라, 그는 그 증거를 놈에 입에서 나오게 할 자신이 있다.

아무렴, 제까짓 게 얼마나 분근착골을 참는지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때….

처억.

“…뭐야?”

“경거망동하지 마라.”

“…….”

자신을 정면에서 막아서는 놈이 있었다.

창잡이, 녀석이 그의 앞길을 막아섰고, 이한은 자신을 막는 창잡이에게 눈을 반개하며 경고했다.

“-난 내 영역을 건드린 놈을 봐준 적이 없어.”

그래, 원리원척을 중시하는 기사에게 있어 자신의 행동은 어리석은 놈의 화풀이로만 보일 테지.

하지만.

‘범죄자 마인드 가진 놈은 무조건 사고 친다. 지금 쳐야지.

범죄자 마인드를 가진 놈들이 얼마나 무서운 인종인가.

특히 권력마저 가진 놈들이라 더욱 파렴치한 놈이다.

…자신이 절대 처벌 받지 않으리라 확신할 터이니.

이한은 절대 그 꼴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놈이 다음 사고를 일으킬 때까지 기다려줄 마음은 없다!

흔한 로판식 사고 해결법은 ‘증거를 찾을 때까지 참아야 하며 범죄자라도 잘생기고 돈 많은 놈이면 봐줘도 된다. -는, 기적의 논리가 성립되지만, 이한의 사전에는 그런 ‘로판식 논리’ 따윈 없다.

죄를 지었고, 나쁜 일을 했으면 그에 마땅한 처벌을 내려줘야지!

“비켜라 창잡이.”

“시건방진 무뢰배 같으니…!”

눈을 부릅뜨며 창잡이가 분개했다.

“이 바보 같은 놈! 기사가 되어서 어찌!”

“난 너랑 기사도 따질 마음 없다.”

기사도를 들먹이며 그를 막아 세우려는 건가?

하여튼 고지식한 기사란 것들은 이래서 문제다.

기사도로 다 해결할 수 없는 게 세상 이치이거…-.

“-순서를 지켜라! 내가 먼저다!”

“??”

…뜬금없는 선언에 이한은 두 눈을 끔뻑거렸다.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허나 잘못들은 게 아니란 듯 창잡이가 다시금 소리쳤다.

“못 들었나! 순서를 지키라 했을 텐데! 감히 아가씨의 첫 파티를 망치려 한 자다! 한두 시간이 아니라 평생토록 고통을 줘도 부족하거늘!”

“…내가 따지긴 뭐하긴 한데, 너 그래도 돼?”

“갈라하드를 건드렸다면 설사 제국의 황제라도 죽어야 하는 바!”

“…이 인간 생각보다 더 또라이네?”

이한은 직감했다.

이놈은 자신보다 더하면 더했지, 샌님 부류는 아니라고.

어쩌면…….

‘치, 친해질 수 있을지, 도?

이한은 이 미친 창잡이게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다.

……기분 더럽게도.

“-까마귀들과의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하, 그런가. 역시 까마귀들한테 기대를 하면 안 되는군. 쓸모없는 놈들이야.”

돌아가는 마차 안.

술탄은 비릿한 조소를 머금었다.

역시 까마귀 무리에게 기대 따윈 해선 안 되었다는 듯이.

“술탄….”

다만 보고를 올리는 호위 무사장은 알았다.

살라흐가 이번 일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고, 막대한 자산과 손해를 감수했는지.

아무리 살라흐가 술탄 중 가장 부유하다고 해도 아사신을 대량으로 고용하는 건 한동안 허리가 휘청거릴 일이다.

‘그놈들은 일이 실패해도 배상금조차 안 주기로 유명하니까….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러한 뻔뻔함을 유지해도 될 만큼 아사신은 의뢰 성공률이 높은 집단이다.

‘아사신이란 이명이 괜히 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니까.

한데도 실패했다는 건….

“영락했을지언정 팬드래건이다 이 말인가….”

팬드래건이 그들을 막았다는 뜻이리라.

그것도 아무런 잡음도 없이 아사신을 잡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술탄국 중 아사신을 아무런 잡음 없이 잡을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되지?

당장 떠오르는 건 군사력만으론 따라올 수 없다는 술탄 마함의 무사들이 있으나, 그들조차 과거 아사신과 싸우다가 피해가 상당하다고 했다.

물론 환경적 요인이나 타국이란 점을 감안했을 때 팬드래건에게 한 수 뒤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아니다, 그 모든 것이 변명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아사신은 실패했고, 그들이 무능했을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살만.”

“……그렇습니다.”

“그럼 두 번째를 준비하면 되겠지.”

“수, 술탄, 허나 그랬다간 자칫 들킬 수도….”

아사신을 움직이는 것에 실패했으니 다음 수를 준비하겠다.

그러한 술탄의 선언에 살만은 기겁했다.

아무리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지만, 이미 팬드래건 측은 술탄을 의심하고 있을 터.

한데 이런 상황에서 다시금 수작을 벌인다면 그때는 숨기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고, 정식으로 그들을 조사하기 위해 왕실 차원에서 파견이 나올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하여 감히 술탄을 벌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술탄이 한 나라의 왕인 이상.

하지만.

‘불청객 취급받으면 쫓겨나가는 건 어쩔 수 없을 테지.

그리고 만약 쫓겨난다면….

‘술탄이 무사히 살아 돌아가실 수 있을까?

섬짓!

[불행한 사고, 술탄이 탄 배가 갑작스럽게 침몰했다고 하는데….]

[화마에 휩싸이는 술탄국, 술탄 살라흐의 부재로 인한 권력 투쟁의 시작!]

[의문의 사고?! 혹시 술탄은 다른 술탄에게 암살당한 것인가?]

주륵….

살만은 소나기를 맞은 것처럼 식은땀을 한가득 흘렸다.

자꾸만 미래에 나올 신문의 일면을 차지할 오싹한 기사들이 보여서.

끔찍한 미래가 아닐 수 없다.

허나 살라흐는 부하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아직 그는 포기하지 않았으며, 반드시 목적을 이룰 것이란 것처럼.

“이미 돛은 펼쳐졌다. 한데 어찌 출항하는 배를 멈출 수 있으랴.”

“술탄….”

“지금 닻을 내린다면 침몰만이 예정되어 있다. 그걸 원하지는 않겠지?”

“…….”

“살만, 나를 믿어라. 나는 지금껏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으니!”

술탄 살라흐. 전대 술탄의 무수한 자식들 중 하나에 불과했으나, 치열한 권력 투쟁 끝에 젊은 20대 나이에 술탄이란 위대한 지위에 오른 군주.

위기는 있었으나, 그를 따르는 수하들과 행운, 뛰어난 능력이 있었기에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있다.

하니, 그는 실패했을지언정 절망하거나 겁먹지 않았다.

무조건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성공한다면 위험을 감수한 것보다 훨씬 더 값진 대가가 돌아오는 법.”

자고로 투자란 건 잃은 만큼 더욱 큰 금액을 손에 넣으면 얼마를 잃었던 성공인 법이다.

따서 갚으면 되는 거다, 따서!

‘신비’, 그 찬란한 힘만 손에 넣을 수 있으면 된다.

그러기만 한다면….

“잃은 것 이상을 얻을 수 있다.”

술탄의 사전에 전진만이 있을 뿐이다.

‘…아, 생각해 보니 얻을 게 한 가지 더 있었군.

살라흐는 오늘 자신이 만난, 신비보다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보석과 같은 여인을 떠올렸다.

갈라하드의 수양녀이자, 가장 값진 신비를 가진 마법사.

허나 언급한 위명보다도 찬란한 아름다움은 황홀한 것이었고, 살라흐는 어떻게든 그 소녀를 손에 넣고 싶었다.

‘아이린, 아이린 윈들러.

그 아름다운 보석에게서 신비를 빼앗는 건 나중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그 보석은 아무래도 자신이 품어야 할 것 같았기에.

‘모든 것을 가질 것이고, 모든 것을 내 손 아래 둘 것이니…!

불끈, 하고 살라흐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는 술탄, 하고자 하면 모든 것을 손에 넣는 권력의 화신일지니.

그에겐 포기란 것은 없었….

콰직!

“-?”

……순간, 살라흐는 정신이 멍해졌다.

일순간 일어난 일을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 것이었고, 그는 쓰러지는 수하의 이름을 불렀다.

“…살만?”

호위 무사장 살만.

팬드래건으로 따지면 기사단장급이요, 그 실력은 술탄인 자신을 호위한다는 것만 보아도 술탄국 제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실력자였다.

한데 그런 살만이….

푸화아아악!

“끄으윽! 수, 술탄 도, 도망가십시오! 도, 도망을….”

“살만!!”

호위 무사의 팔이 두동강났다.

갑작스럽게 마차의 창문을 뚫고 들어온 무언가에 의해.

“…조약, 돌?”

그리고 살라흐는 보았다.

그의 자랑스러운 무사장의 팔을 두동강 낸 것에 정체는 암기나 화살조차 아닌, 단순한 조약돌에 불과하단 것을.

허나 그 조약돌은.

콰아아앙!!

“!!!?”

무차별적으로 마차를 두들겼고, 무수한 보호마법이 무색하게 만드는 강렬함을 보였다.

10중첩 된, 오우거조차 꿰뚫지 못할 보호마법이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기, 기습이다! 술탄을 지켜라!”

“술탄을 지켜…, 커헉어억!”

콰직!

술탄을 호위하는 백 명의 무사들은 혼비백산이었다.

날아오는 조약돌 하나 막지 못하며 그대로 죽음에 이르거나 불구가 되는 자들이 늘어났고, 살라흐는 몸을 떨며 바닥에 고개를 박고 숙여야만 했다.

“대, 대체 이게 무슨…-.”

푹!

“…?”

주르르륵…!

살라흐는 뒤늦게 알았다.

자그마한 조약돌은 기어이 그를 귀를 스쳤고,

타악….

두동강 난 호위무사의 팔처럼 그의 귀 또한 싹둑 잘려나갔음을.

“끄아아악!”

그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이거 상당히 어렵네.”

“어렵다면 말해라, 내가 할 터이니.”

“기다려. 내기는 내기잖아. 진 놈은 빠져.”

“…….”

“그러게 누가 지라고 했나.”

이곳에 오기 전 간단한 가위바위보에서 승리를 거머쥔 기사는 기세등등하게 웃으며 다시금 조약돌을 발로 찼다.

대략 2km 반경에서 이루어지는 저격을 조약돌로 해내는 격이었으나, 기사의 심상치 않은 기술은 이 말도 안 되는 저격을, 아니 투석을 해내게 했다.

이를 구경하는 중인 트리스탄의 기사는 또 신기한 기술을 꺼낸다며 그를 향해 물었다.

“그건 또 뭐라는 기술입니까?”

전날에는 허공을 걷더니, 이번에는 조약돌로 궁수보다 더욱 대단한 저격술을 해낸다며.

이러한 물음에.

“기술도 뭣도 아니야, 그냥 왕년에 포x리스 좀 했지, 뭐.”

“포, 포트…??”

“그런 게 있어.”

예로부터 한민족은 저격술의 달인이었으며, 석전과 양궁과 같은 원거리 무기를 즐긴 원딜의 일족인 바.

비록 전생이지만 한때 원딜의 일족에 속해 있던 짬밥은 어디 가지 않는 것이었다.

“다시금 말하지만, 이한 경. 다른 건 다 좋으나 제발….”

“알고 있어, 죽이지 않으면 되잖아, 흔적도 안 남기면 되는 거고. 그러니까 이렇게.”

후욱!

-약간만 괴롭힐 뿐이었다.

뭐….

“당사자는 죽는 게 나을까 싶긴 할 테지만.”

“…….”

“아, 그리고 아사신 녀석들 시체 좀 가지고 온 거 여기 놔두고 가자고. 그렇게 해놓으면 더 재밌을 것 같으니까, 안 그래?”

“…하.”

두 기사는 생각했다.

가능하면 이 인간이랑은 적으로 만나면 안 될 것 같다고.

악독하고도 지독한 인간이 아닐 수 없었기에….

“흥, 무뢰배치곤 현명하군.”

“그렇지?”

“다만 어설프다. 시체만이 아니라, 다른 술탄의 깃발 문양을 새겨놓으면 더 좋을 테지.”

“…나쁘지 않은데?”

…그리고 악질은 한 놈이 아니란 사실이 술탄에겐 더할 나위 없는 불행이 아닐까 싶었다.

태닝 양아치를 괴롭히는 데 진심인 두 기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