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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4 KiB
Raw Blame History

단숨에 무대의 주인공이 바뀐 것 같다.

이러한 감상이 문득 들 정도로 마법사 병아리의 존재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야, 외모로 무대를 씹어 먹네.

이한은 솔직히 병아리의 외모에는 큰 관심이 없다.

예쁜 건 인정하지만, 그는 사람을 볼 때 얼굴이 아닌 뼈와 골격의 형태부터 보다 보니, 얼굴 겉가죽 같은 건 그다지 큰 흥밋거리가 아닌 것이다.

그나마 최근에야 어느 시녀님에게 설렘을 느낄 때가 있지만, 그걸 제외하고 그가 딱히 여성에게 설렘을 느낀 적은 없다.

허나 지금은 또 달랐다.

설렌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게 바로 걸어 다니는 작품이란 거구나.

감탄이 절로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지.

아름다운 조각상이나 그림을 보는 느낌.

전생에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조각상을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오고 멍을 때리게 된다고 하던데, 병아리의 외모와 분위기는 그러한 예술작품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곰순아, 나 쟤가 좀 낯설어지려고 그래.”

“저, 저도요….”

같은 여성마저 홀리는 마성.

만약 진짜 몽마를 보지 못했다면 마법 병아리가 몽마가 아닐까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반요정이라더니. 어머니 피가 진하네, 병아리 녀석.

그만이 아이린이 블레이크 공작의 친녀임을 알며, 아이린이란 소녀가 요정의 피를 진하게 물려받았음을 안다.

예로부터 요정의 아름다움은 여신이나 천사와 비견되며, 여러 신화에서 미의 여신으로 등장한다고 하더니….

‘왜 그런 말이 있는지 알겠어.

평소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외모임에도 작정하고 꾸미니 왜 요정이 옛사람들에게 숭배마저 받았는지 확실하게 깨닫게 된다.

이래서 여자의 변신은 범죄라고 하나 보다.

‘무서운 점은 아직 성장기란 거지.

병아리는 놀랍게도 아직 성장기가 끝나지 않았고, 이제야 막 시작하는 단계다.

아마 성장하고 나면 경국지색이란 말이 왜 있는 건지를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훗날이 더 무섭다는 뜻이리라.

이한은 훗날 저걸 누가 데리고 갈지 모르겠으나, 부디 자신이 아니길 바랐다.

‘공작 그 양반 사위도 되고 싶지 않고, 무엇보다….

스윽,

저릿저릿!

‘질투에 찬 수컷들이랑 엮이고 싶지도 않네.

곰순이를 옆에 데리고 있을 때도 약간 따끔따끔한 시선이 쏟아졌지만, 마법사 병아리가 근처를 맴돌고 있으니 차원이 다른 질투가 담긴 시선이 모여 들었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몇백 번은 죽일 수 있을지 않을까 싶은 강렬함.

흠….

‘왜 용기 있는 자가 미녀를 얻는지 알겠네.

배짱이 없다면 이런 질투도 감당 못 할 테니 말이다.

허나.

“…거슬리네.”

쯧!

이한은 불쾌감을 느끼며 혀를 찼다.

질투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쏟아지는 시선이 영 방해가 되는 건 맞으니까.

나지막하게 한마디를 중얼거리는 이한이 귀찮음을 느낄 때.

[………….]

“…응?”

…주변이 갑자기 왜 이리 조용하지?

일순 급격히 조용해지는 주변이었고, 이한은 눈을 끔뻑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컷들, 그러니까 방금 전만 해도 그를 향해 살벌한 시선을 날리던 것들이 모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며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

의문을 드러내는 그가 눈을 끔뻑이고 있자.

“…교관, 왜 갈수록 인간에 멀어지고 있나?”

“뭐라는 거냐?”

쿤타 녀석이 어처구니없이 바라보았고,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아마 그에게 시선을 보낸 남성들은 순간 소름이, 아니 모골이 송연해졌으리라.

‘사자후, 인가?

주륵….

사자후.

기백을 목소리에 담는 법이라 했고, 아르노를 비롯한 가란드는 저 방식에 제압당한 날도 있었다.

다름 아닌 교관과 첫 만남에서 치러진 대련식에서….

  • 사자후라고 한다.

정녕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가 눈앞에서 포효하는 듯한 기백을 내뿜는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들에게 평생 동안 잊지 못할 충격적인 기억일 터.

허나 그때와 지금의 사자후는 또 남달랐다.

딱히 의식하여 기백을 내뿜은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기백’을 담고 있다.

교관이 불쾌감을 느끼며, 자신을 향해 적의를 내뿜는 이들을 향해 [위협]을 무의식적으로 내뿜은 것이었고, 교관에게 질시 어린 시선을 쏟아내던 이들은 환각마저 보았을 게 분명하다.

─코끼리 덩치만한 호랑이가 눈앞에서 으르렁거리는 착시 현상을 말이다.

그리고 적의는 품지 않았으나, 본의 아니게 상당한 실력 탓에 상대의 기세를 읽어내는 능력이 뛰어난 삼인방은 괜히 모닥불 근처에 있다 불똥에 맞은 사람들처럼 몸을 떨었다.

“돌아버리겠군, 지금 5초 정도 몸이 마비됐다.”

“쿠, 쿤타는 10초였다….”

“…저건 이미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몸이 잠시 마비되었던 세 사람은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저건 더는 기술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저 화를 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사자후가 나오는 것이니까, 즉….

“교관, 짐승 됐다.”

“…표현이 좀….”

“틀린 말은 아닌데, 영….”

“차라리 야수가 맞겠지.”

“그건 좀 괜찮군요. …응? 로엔 공자님?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오자마자 마물이라도 나온 줄 알았다. 무슨 일이 있었지?”

“…하하.”

무려 라이오넬의 공자가 왔는데도, 그 존재감이 잊히는 강렬함이라니….

아르노는 헛웃음을 삼켰으며, 가란드는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고, 쿤타는.

“음, 아! 저런 걸 보고 ‘미녀와 야수’라고 하는 건가!”

뜻하지 않게 이 세상에 없는 동화의 제목을 말하는 바바리안이었고, 이것이 동화의 영감이란 것을 쿤타가 깨닫는 건 훗날의 일이었다.


그림 형제 대신 그림 바바리안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역사적인 순간인지도 모른 채, 이한은 주변이 한산해진 것이 마냥 마음에 들었다.

‘이제야 주변이 좀 덜 거슬리네.

어딘지 그와 마주칠 때마다 시선을 돌리기 일쑤다.

왜 저러는 걸까?

“저 인간들 왜 저래?”

“그러게요?”

그의 위협에 노출되지 않은 이들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리기 무서울 때, 일순.

~♪.

슬그머니 악기의 소리가 들렸다.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와 유포니움과 같은 무수한 금관악기가 멋진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취주학부 생도들의 연주였다.

“아카데미 내에서 무도회나 파티가 열리는 이유 중 하나가 저거 때문이기도 해요. 음악과 미술 계열 학도들의 실력을 보여주는 날이기도 하거든요. 여기서 좋은 모습만 보이면 귀족들한테 스카우트 제안을 받기도 하고요.”

“그래? 처음 알았네.”

“으음, 데미안 조교님한테 정말 일을 다 맡기시나 보네요. 교원들한테도 협조문이 날아왔을 텐데요.”

“…그놈은 그 중요한 걸 왜 나한테 말 안 하는 거야? 불량한 놈 같으니.”

“…….”

이런 기본적인 걸 모르는 이유는 무책임한 조교 탓이다.

뻔뻔하기 그지없는 당당함을 보이며 이한은 조교를 깠다.

…만약 당사자가 이 자리에 있으면 억울한 것이다. 자긴 분명히 보고했는데 왜 못 들은 척하냐며.

허나 안타깝게도 조교는 3일 동안 야간 근무를 한지라 집에서 오침 중이었고, 자신에게 닥쳐올 불합리한 갈굼을 꿈에도 상상치 못할 터였다.

하지만 조교를 조지는 건 언제라도 가능하니, 지금 중요한 건.

스윽.

“잘 부탁한다.”

“네, 네에….”

자리에 걸맞은 예의를 보여야겠지.

음악이 울려 퍼지자 자연스레 남녀들은 짝을 지어 춤을 췄다.

마치 연극처럼 맞춰진 상황극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광경이었으나, 놀랍게도….

‘상황극 맞지, 이건.

만약 그렇게 느낀다면 정확하다 말하고 싶다.

이 파티란 건 마냥 즐기고 노는 자리 같다면 큰 착각이다.

결국 이 또한 문화계열 학부 생도들을 위한 시험의 연장선이며, 훗날 사교계를 경험할 이들을 위한 체험판 같은 것이지.

하여 제3자의 시선에는 어딘지 부자연스럽고, 동시에 상황극처럼 상황이 돌아가는 것이 맞다.

다만.

“이, 이렇게 추는 건가요?”

“잘하고 있어요, 네에 그렇게 하는 거예요, 곰돌이 8호님.”

“…병아리 12호님. 그놈의 곰돌이 그만 좀 말하시면 안 될까요?”

“그럼 대머리 8호님?”

“…그냥 곰돌이라 부르십시오.”

“우후후.”

이러한 자리가 처음인 하층민 출신 생도들이나, 혹은 하급 귀족들은 이 모든 게 신선하면서도 즐겁기 마련이었다.

또한 파트너와 함께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이건 큰 즐거움과 경험이 되기 마련이다.

‘하긴, 학창 시절에 뭐가 재미없을까?

말 그대로 잎사귀만 보아도 자지러지며 웃는 게 ‘청춘’이란 게 아닌가.

‘추억과 경험이란 이름의 자산이라….

문득 떠오르는 건 대학을 다닌 어느 전생 지인들의 얘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하며, 술자리나 커피를 마시며 자신의 학창 시절을 읊으며 웃고 떠들며 화를 낸다.

그 시절에 대한 얘기를 즐겁게 푸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건 단순한 파티나 시험 무대가 아니다.

어린 남녀들에겐 지금의 이 경험이 10년이건 20년이 지나도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테니까.

어린 시절에만 얻을 수 있는 낭만.

비록 한없이 어설픈 상황극 같을지라도 분명히 지금 이 자리에는 그러한 낭만이 존재하고 있음이다.

그와 춤을 추는 제자도 마찬가지다.

한껏 상기된 표정을 지은 그녀는 춤을 추었고, 즐겁게 웃고 있었다.

이 순간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듯이.

“즐겁니?”

“…아니요.”

“?”

“행복해요.”

“…그래.”

이한은 제자의 말에 그저 묵묵히 춤을 췄다.

과하게 추진 않았다.

그저 제자가 즐거워 할 수 있도록, 그 나름 최선을 다하여 춤을 추는 것이다.

여러모로 어설픈 점은 많지만, 그래도 나흘 만에 이토록 춤을 출 수 있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벌꿀색 눈이 잘 어울리는 시녀님에게 모든 감사를 돌린다.

……그렇기에.

‘…애들 노는데, 왜 이리 못난 놈들이 많은지, 원.

청춘의 한 페이지가 엉망이 되려는 것을 이한은 ‘어른으로서’ 두고 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아마 그를 비롯해 검둥이나 삼인방 녀석들은 이미 눈치채지 않았을까?

‘음습한 놈들이 좀 있네.

그다지 상종하고 싶지 않은 기질을 가진 놈들이 있다.

그런 그에게.

  • ‘아사신’입니다, 교관.

“…….”

  • 서부 대륙의 암살자들이라고 보시면 되며, 상당히 혹독한 훈련을 거친 살벌한 자들이라더군요. 한데 술탄이 설마 저들을 데리고 올 줄은 예상치 못한 일이군요….

“…흠.”

그보다 네가 더 신기한데?

전음입밀(傳音入密).

입 모양은 움직이는데, 목소리는 외부로 들리지 않고 오로지 목소리를 전하고자 하는 상대방에게만 전하는 기예.

그러한 기예를 검둥이가 해냈으며, 이한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체 저런 건 어떻게 하는 건가 싶어서.

허나 이한은 녀석이 어떻게 전음을 구사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잠시 접었다.

대신.

“곰순아, 나 잠시 일 좀 하고 와야겠다.”

“네에?”

“쥐새끼가 좀 많네.”

“…….”

“미안하다. 못난 파트너라서.”

“…후후, 아니요. 오히려 사부님다운걸요.”

“그래, 이해해줘서 고맙다.”

애들 노는 걸 방해하려는 못난 놈들을 좀 혼내주기로 했다.

아무렴.

‘애들한테 들키지만 않게 하면 되니까.

이한은 다정하게 자신이 잡은 손을 놓았다.

레비는 아쉬움이 물씬 담긴 기색이 담겨 있었지만, 그래도.

“몸조심하세요.”

“고맙다.”

그를 쉽게 보내주었고, 이한은 검둥이에게 입 모양으로 말을 전했다.

그처럼 전음 같은 건 하지 못하지만.

-갔다 올 테니까, 네가 잘 지켜,

…라고.

뜻을 전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고, 이한은 주먹을 들었다.

못 지키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고, 검둥이는.

  • 수상한 놈이 다가온다면 바로 베겠습니다.

만족스러운 답변을 해주었다.

후욱!

이한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섞이는 동시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것처럼.

“……그런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겁니까?”

로엔은 이미 사라진 그의 모습을 찾으며 되묻고 말았다.

이한이 그의 전음이 신기했다면, 반대로 로엔은 그의 움직임이 더할 나위 없이 신기했으니까.

정말이지….

“아무리 봐도 나보다 당신이 더 특이합니다.”

회귀자의 진심 어린 발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