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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4 KiB
Raw Blame History

“쿤타, 궁금한 거 있다!”

“뭐가 궁금합니까?”

“술탄이랑 마법사는 왜 마법사 병아리 만나러 오는 건가?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건가?”

“흐음, 제 예상일 뿐이지만, 아마 마탑의 경우는 영애의 재능이 과연 소문에 걸맞은 재능인지 확인하고 싶은 게 아닐까 싶군요.”

“그걸 왜 확인하는 건가?”

“영애를 마탑으로 데리고 가고 싶은 거겠죠.”

“왜인가?”

“마탑은 항상 그렇습니다. 우수한 재능을 가진 마법사가 마탑 휘하에 있기를 원하지요. 일종의 트로피가 아닐까 싶습니다.”

“…음흉한 이유다. 교관이 왜 마법사 싫어하는지 알 것 같다.”

“글쎄, 교관 나리는 싫어하는 수준이 아니지 않나? 거의 박멸해야 하는 해충 수준으로 대하지.”

“음, 그건 맞다.”

아르노와 가란드는 자주 쿤타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편이었다.

자주 대련하고 훈련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러한 관계가 자연스럽게 성립되었다.

“그러면 ‘사막의 주인’은 왜 온 건가?”

“사막의 주인? 아, 술탄을 말하는 건가?”

“술탄은…. 아마 공녀의 능력 자체가 탐나는 거겠죠. 물을 다루는 마법은 서부에서 항상 귀하게 여겨졌고, 그런 의미에서 강줄기마저 용솟음치게 하는 아이린 공녀의 마법은 술탄에게도, 아니 서부에서도 탐이 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입니다.”

수원이 한정적인 서부에서 비를 부르고 숨겨진 지하 수맥조차 발견할 아이린의 마법은 그야말로 신의 기적과 같은 바.

데리고만 간다면 술탄의 권위와 권력 기반을 한층 더 탄탄하게 해줄 것이다.

“으음, 거기도 트로피가 필요한 거구나!”

“그런 셈이죠.”

“그래도 쉽지는 않을 거야. 저 아가씨 뒤에는 무려 마검의 공작 전하가 있으시니까. 우리 영감이 말하기로 마검의 공작 전하가 작정하면 서부 전체를 불사르는 것도 가능하다던데, 그런 무서운 사람의 심기를 건드릴 용기가 그것들한테 있을지는 모르겠군.”

“…병아리 아빠 무섭다.”

“단순히 무서운 수준이 아니긴 하죠.”

이렇게 보니 술탄과 마탑의 행동력이 언뜻 만용으로 보인다.

불나방과 다름없는.

“으음, 머리 아프다.”

바바리안은 그런 친구들의 설명에 슬슬 머리가 뜨거워졌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량을 받은 폐해가 아닐까 싶었다.

“얼마 말한 것도 없습니다만. 바바리안의 단점인가?”

“그런 건 아닐 거야. 저 녀석은 몸 쓰는 데만 머리를 써서 그래. 당장 우리 용병단 바바리안은 회계를 맡을 정도로 똑똑하니까.”

“…바바리안도 다 개인편차가 있다는 거군요. 그보다 회계사 바바리안이라니, 만나보고 싶습니다.”

“흐흐,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초대하지.”

어느새 대화가 끝나고, 그들은 다시금 훈련에 들어갈 셈이었다.

[희생의 결계]가 펼쳐진 이후로 훈련 열풍이 부는 검술학부였고, 최상위권 실력자인 그들 또한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않겠는가.

다만.

“…그런데.”

“또 궁금한 게 있으십니까?”

“응, 다른 게 아니라 교관은 지금 뭐하는 건가?”

“…….”

“새로운 관절기나 타격기를 연습하는 건가? 좀 특이하다”

“…음.”

쿤타의 발언에 그들의 시선은 슬쩍 교관에게 옮겨갔고, 그들은 동시에 보았다.

뽀각!

콰직!

……벌써 무거운 모래 인형이 열 개가 넘도록 처참히 파괴되는 광경을 말이다.

“스읍, 이거 좀 어렵네.”

드물게 난감함을 드러내며 곤혹스러워 하는 교관이었고, 두 생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게 춤 연습이라니….”

“상대 파트너한테 미리 명복을 빌어줘야겠군.”

춤.

흔히 사교댄스라고도 불리는 춤을 익히는 데 난색을 표하는 교관이었고, 익히는 데 어려움을 표하는 이유가 다름 아닌.

푸화아악!

……댄스 상대한테 자꾸만 기술을 걸어버린다.

그것도 흔히 살인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무식한 기술들만.

“저게 본능이라니…. 살벌하군요.”

“살벌하다 못해 무섭네, 무서워.”

살인 댄스.

그야말로 죽음의 스텝을 창시하는 교관의 춤사위는 그들의 등골마저 서늘하게 했다.

콰직!

인형의 허리가 완전히 꺾여갔다.


“나 참,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네.”

이한은 투덜거렸다.

뜻하지 않게도 쉽게 마탑의 주문쟁이를 볼 기회가 왔지만, 일단 접촉하기 위해선 그 또한 파티에 참석해야 하는 상황.

몰래 침입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일 테지만, 이한은 일단은 정석적으로 다가가기로 했다.

그가 마탑을 조심스럽게 대해서가 아니라.

  • 제발요, 사부님….

두 손 모아 부탁하는 곰순이의 애절한 눈빛에 이길 수가 없어서.

‘어디서 이상한 필살기를 배워왔어.

제대로 배웠더라.

손동작과 눈빛, 거기다 몸짓마저 모조리 다 동정심을 자극할뿐더러, 그녀의 슬픈 분위기를 증폭시켜 이한으로선 차마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현재, 정석적으로 다가기로 결정했기에 이한은 파티 예절이나 문화 따위를 배우는 중이었다.

다만 배우기로 마음먹은 것과 달리.

“파티 음식은 기본적으로 손을 대는 종류가 아니에요. 먹으라고 만든 게 아닌, 그저 보고 즐기라고 만든 거죠.”

“…뭘 그런 아까운 짓을 하냐?”

시작부터 난관이란 게 문제였지만.

이한은 대노했다.

음식으로 장난치는 건 그가 가장 싫어하는 행위 중 베스트5 안에 드는 것이었기에.

파티 예절과 문화를 가르치는 레비는 땀을 삐질거리며 빠르게 뒷말을 덧붙였다.

“그, 그래도 음식들은 사용인들이 다 가져가거나 먹으니 버리진 않아요.”

“당연히 그래야지.”

“아, 그리고 마실 게 필요하더라도 손을 드는 건 신사나 숙녀답지 않은 행동이기에, 음료를 주는 이들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

“컵을 사용할 때도 손동작은 이렇게 하셔야 해요.”

“…기절하겠구먼.”

이한은 들으면 들을수록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제이크 녀석이 가르쳐준다고 할 때 배워놨어야 했나?

그 또한 일단 기사는 기사.

기본적인 귀족 문화를 배워둬야 하는 신분이었지만, 이한은 그런 걸 배우느니 차라리 덤벨을 한 번이라도 더 드는 것을 선호했으며, 이 때문인지 귀족의 예절이니 하는 것들을 하나도 모르는 상태였다.

춤조차 처음 배우는지라 여러모로 난감한 상황을 겪는 중이기도 했다.

“…춤을 배우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

“교관님은 춤이 어렵다기보단, 힘 조절이 서투신 게 아닐까요?”

“힘 조절은 자신 있어. 근데 난 사람이 앞에 있으면 습관처럼 상대를 넘어트리거나 위협하려는 본능이 문제인 거지.”

“…기사로선 훌륭한 자세긴 하지만, 파트너는 불행하겠네요.”

레비는 언뜻 그의 습관이 이해가 가지만,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이 가는 습관이 아닐 수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다만.

“아무한테나 이런 습관이 보이는 건 아니야. 낯선 상대한테만 이럴 뿐이지. 실제로.”

투욱.

“봐라, 친숙한 상대한텐 가까이 다가가도 위협하지 않잖아.”

“…….”

“곰순아?”

“하, 하아아아…!”

“??”

레비는 허리에서 힘이 빠졌다.

자신을 향해 거리낌 없이 곁으로 다가와준 것이 몹시도 흥분되어.

‘이분은 정말이지….

레비는 자신의 몰골이 심히 창피한 것을 인지했으나 얼굴이 붉혀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흥분되는 건 흥분되는 것이고, 기쁜 것은 기쁜 것이었으니까.

‘내가 편하대….

친숙한 대상에겐 습관적인 위협이 안 나온다.

이 말은 즉, 그는 레비란 여성을 신뢰한다는 뜻이었으며, 이는 그녀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으로 다가왔다.

호감을 품은 남성이 자신에게 호의를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무척이나 기쁠 수밖에.

그렇게 행복감을 느끼는 레비였으나 오늘의 행운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걸까.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예절이라면서.”

“?”

스윽.

이한은 품속에서 진한 네이비 계열의 리본을 꺼냈다.

그녀와 잘 어우러지는 색이었고, 리본을 꺼내 남성이 여성에게 건네는 행위는 팬드래건에서 이런 의미였다.

“나랑, 파티에 같이 가줄래?”

“…….”

“마, 맞지? 이렇게 하는 거?”

“…….”

“?”

아무런 반응이 없이 굳어버린 그녀였고, 이한은 그녀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했다.

“…사람이 눈 뜬 채로 기절하는 것도 가능하구나.”

신기한 걸 알았다.

너무 행복이 과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음을 몸소 깨우치는 레비였다.


“레비 아가씨는 왜 그러고 계세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늘진 해먹에 그녀를 눕히며 이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짐작 가는 게 없다며.

“마침 담요를 가지고 와서 다행이네요.”

“…그걸 어떻게 마침 가지고 오셨는지, 원.”

“헤헤.”

땋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시녀, 레이라 윈터가 소녀처럼 잠든 레비에게 다정스레 담요를 덮어주었다.

“입가에 미소가 있는 걸 보니 행복한 꿈을 꾸나 봐요.”

“…사람 속마음뿐 아니라, 이제는 사람 꿈까지 꿰뚫어 보나 봅니다, 시녀님은.”

“??”

“…진짜 이럴 때 보면 마냥 댕청한데 말입니다.”

때때로 그 누구보다 날카로운 안목을 보일 때가 있는 시녀였고, 이한은 이상하게 이 사람의 앞에선 순한 양이 되고 만다.

아마 너무 허약하고 순진무구하며, 위협이라곤 1도 없는 생명체란 것을 알기에 그 또한 얌전해지고 마는 거겠지.

“그보다 기사님, 춤을 배우는 게 어려우세요?”

“…그냥 진도가 느릴 뿐입니다. 차근차근 나아지겠죠.”

“나흘 안에 다 익히는 게 가능하세요?”

“…….”

참고로 파티까지 남은 기간을 말하는 것이었다.

예리한 지적이었고, 이한이 난감함을 드러내고 있으려니.

폴짝.

“그러지 마시고 저랑 같이 연습해 봐요!”

“시녀님?”

“저도 기본적인 춤은 알거든요.”

“그, 그게….”

자칫 시녀를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는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허나.

포옥.

“자, 시작~.”

“…….”

그녀는 거침이 없었다.

갑자기 안기듯이 몸에 달라붙더니 그대로 춤을 췄고, 얼떨결에 이한은 그녀의 리드에 맞춰 춤을 췄다.

“…어?”

춤을 추고 2초도 되지 않아 이한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말았다.

……춤이 되고 있다.

어설픈 건 맞지만 그가 정상적인 춤을 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여기선 이렇게요. 남성이 파트너를 지지해줘야죠. 허리를 거침없이 잡으세요.”

“…부러질까 무섭군요.”

“헤에, 저는 몸 튼튼해요!”

“그건, 그렇지요.”

그녀의 허리는 가냘프고도 부드러웠다.

자칫 허리를 부여잡다 큰일 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됐지만, 그녀의 비정상적인 튼튼함을 아는 그로선 걱정을 덜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으나.

‘이상하게 그게 잘 안 되네….

막상 이렇게 몸이 닿아 있으니 그녀가 한없이 약하고 소중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지켜줘야 할 무언가로.

“자, 조심스럽게 턴이요!”

“…이렇게 말입니까?”

“네에! 역시 몸을 잘 쓰시네요.”

“그런가요.”

“네엥!”

“하….”

손짓과 발의 움직임, 아름다운 벌꿀 색을 닮은 듯한 눈동자가 오로지 그를 향하고 있어 여름날의 꿈을 꾸는 것 같은 아름답고도 몽환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어느 순간.

“-어때요, 되죠?”

“……네에, 그렇군요.”

꿈이란 언젠가 깨고 만다는 것처럼, 춤은 끝나 있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춤을 추는 데 성공한 이한이었지만, 성취감을 느끼지도 못한 채 그는 마냥 멍하였다.

“헤헤, 저 생각보다 잘 추죠? 왕실 시녀도 가끔 무도회나 파티에 가야 할 때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미리 배워둬요. 처음 배울 때 실수가 많았지만요.”

“…….”

…이한은 일순 그녀가 자신과 아닌 다른 타인과 파티에 갈 수도 있단 사실이 몹시도 불편하게 다가왔다.

저 눈동자가 다른 사내를 향할 수도 있단 사실이 이상하도록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것이었다.

“…….”

“왜 그렇게 보세요?”

“아닙니다, 그냥 헛생각을 좀 했습니다.”

“흐음….”

“…….”

왠지 속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동자였고, 이한은 묵비권을 행사하듯 시선을 돌렸다.

그러며 생각한다.

‘아, 무도회가 갑자기 싫어진다.

기사는 무도회가 싫어졌다.

…몹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