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Ex2-novel-agent/content/references/novelpia/264866/140.md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4 KiB
Raw Blame History

팬드래건 왕국은 현재 여러모로 골치 아픈 사건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학술원 중간 평가 중 대대적인 ‘마물 테러’가 일어났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부 대륙 최대의 비료생산지인 ‘땅굴 붕괴 사건’이 발생했으니….

둘 중 한 사건이라도 왕국을 뒤흔들 사건이었는데, 그런 사건이 두 차례 연속 일어난 것이다.

아무렴 왕국으로선 불온한 전조이자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국에서 불온한 기척이 없는 것은 아무래도 두 차례 사건이 모두 흐지부지 끝난 덕분이 아닐까 싶었다.

등.

대형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 것치고 그다지 큰 피해가 전무했기에 왕국은 혼란이 그다지 없었다.

물론 내부적으론 각 조직마다 회의를 열며, 하루에도 고성이 오갔지만, 그건 높으신 분들의 얘기일 뿐.

백성들은 일상을 누리고 있으니 평화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리고 이러한 평화로움을 유지하는 덕분인지.

“역시 팬드래건이군. 남부의 패자(霸者)란 것이 허명이 아니야.”

“그렇군요. 최근 큰일이 자주 있었다고 하거늘.”

“허허, 자네는 그런 헛소문을 믿나? 천년 묵은 마물이 출몰하고, 거대한 자이언트 마더 웜이 땅굴을 무너트렸다는 소문을.”

“…확실히 믿기 힘든 소문이지요. 천년 묵은 마물은 모르겠으나, 마더 웜 한 마리만으로도 엄청난 골치이니 말입니다.”

“아무렴, 서부에선 웜이 발견되면 필히 죽여야 한다네. 그게 성체가 된다면 그야말로 악몽이지.”

어느 화려한 마차에 동석한 두 사내가 있었다.

금으로 도금되었으며 갖가지 화려한 보석으로 도배된 마차는 값어치를 헤아릴 수 없을 것 같았고, 이를 끄는 말은 아주 거대한 흑마가 무려 다섯 마리나 되었는데, 저 말들의 가격이 성채를 짓는 비용과 비슷하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막대한 돈지랄이 아닐 수 없다.

허나 마차와 말의 주인은 이런 막대한 돈을 물 쓰듯이 쓸 수 있는 서부 대륙의 거부이자, 서부 대륙을 지배하는 열일곱 명의 술탄 중 한 사람이기도 했다.

“술탄, 더 필요하신 것은 없으신지요?”

“방금 전 노점에서 산 포도주를 차게 해서 가지고 오거라.”

“수, 술탄의 입을 더럽힐까 심히 걱정됩니다….”

“어허.”

“……명하신 대로.”

살라흐 알 아딜 무함마드.

혹은 술탄 살라흐.

서부 대륙에서도 가장 거대한 오아시스와 거대한 금맥, 보석 광산을 비롯한 거대 상단마저 휘하에 둔 술탄이 다름 아닌 그였다.

구릿빛 피부가 잘 어우러지는 젊고 잘생긴 외형을 가진 그의 나이는 올해 겨우 27세.

이십대 나이에 술탄이란 지위를 거머쥔 그는 젊음의 오만함 못지않게 카리스마 또한 만만치 않은 이였다.

보고 있노라면 ‘아, 이 사람은 높으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후우, 역시 남부의 포도주는 어디서 사도 품질이 나쁘지 않아. 그저 아무런 가판대에서나 산 것인데도.”

“서민조차 이런 품질의 포도주를 쉽게 판다는 건 그만큼 물류의 이동이 원활하다는 거겠죠.”

“군신의 업적이지. 하여튼 대단한 양반이야. 이런 물류 이동 체계를 어떻게 구축한 건지, 원. 팬드래건과 싸운다면 남부는 이 물류 공급 때문에 지는 거야.”

“흐음, 그걸 제 앞에서 말해도 되는 겁니까?”

“그대 또한 팬드래건을 공략하는 데 관심이 있을 테니까. 안 그런가, 마법사여?”

“관두시죠, 술탄. 그리 말씀하셔도 저는 넘어가지 않을 테니.”

“이런 자리에선 솔직해도 괜찮을 텐데 말이지….”

마음 편히 속내를 털어도 된다는 듯 다정히 말하는 술탄이었지만, 사내는 속지 않았다.

도리어 경계심을 드높이며.

“편의를 봐준 것은 여러모로 감사하나, 그런 발언을 계속 하시면 동행은 여기서 끝낼 수밖에 없겠군요.”

“어이쿠, 감히 마법사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 되지, 카하하!”

강경하게 나아갈 뿐.

“…….”

원래 같으면 사내는 저런 경박하고도 열이 받는 태도에 분노했을 테지만, 하필 상대는 술탄이다.

서부의 17제후나 ‘왕’으로도 불리는 그에게 감정을 보이는 건 여러모로 조심해야 일이었고 그는 화를 억눌렀다.

‘그의 심기를 건들면 우리만 손해다.

당장 서부에만 존재하는 희귀한 소재를 마탑에 공급하는 것도 술탄이 운영하는 상단이었기에 입조심은 필수였고.

‘…이 불편한 동행이 얼른 끝났으면 좋겠군.

사내의 이름은 휴이 드 베이런.

마법사들의 상아탑으로 불리는 마탑의 후계자로 지목된 남자였다.

“이제 시선을 아예 바깥으로 돌리는군, 재미없는 사내야.”

휴이는 한숨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그렇게 시선을 바깥으로 돌렸다.

자신들을 열렬히 환영하는 군중에게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허나 자신을 환영하는 군중의 열렬한 환영에도.

“…….”

그는 한없이 차가운 시선을 머금을 따름이었다.

“-딱 봐도 흔한 주문쟁이군.”

“네에?”

“눈깔을 봐. 사람 눈깔이 아니야. 그야말로 인두겁을 쓴 놀이나 고블린이 아닐 수 없다.”

“…사부님, 그건 차별 발언이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새, 생각보다 순순히 인정하시네요?”

“난 주문쟁이가 얽히면 냉정함을 잃는 걸 인지하고 있으니까. 그러니 곰순이 네 역할이 중요한 거다.”

“제가요?”

“그래, 혹시 내가 욱해서 저걸 찢으려고 하면 네가 말려야지. 네 임무가 막중하다.”

“으음…, 무, 무리일 것 같은데요…?”

그녀의 푸른 제비꽃을 닮은 눈동자에는 곤혹스러움이 감돌았다.

친애하는 사부님의 부탁은 대부분을 이루어드리고 싶은 그녀지만.

‘…사부님은 이상하게 마법사와 관련된 일이면 전투 능력이 더 상승하는 느낌이셔.

역시 훗날 용병 여왕까지 오를 잠재력을 품은 재원답게 사내의 힘을 잘 이해하는 레비였고, 그녀는 볼을 긁적이는 것으로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진짜 큰 사고 한번 치는 게 아닐까 싶어서.

서부의 술탄과 제국의 마탑.

이 두 세력이 동시에 남부로 방문한 것은 대략 50년 만이지 않을까 싶었다.

군신의 위세에 눌려 기도 펴지 못하고, 함부로 방문조차 꺼려하던 것들이 군신이 없어지자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려 한다.

어느 귀족들은 불쾌감을 느꼈으나, 어떤 이들은 말한다.

  • 방문한 것이 큰 결례는 아니라고, 그저 우연스럽게 겹쳤을 뿐.

무엇보다 저들이 방문한 이유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아이린 영애. 자네가 선택하게 만나겠는가? 아님 직접 올 때까지 기다리겠는가? 어느 쪽을 선택하건 수긍하도록 하지.”

“그, 그냥 다 만나기 싫은데요….”

현 시대를 대표할 세기의 마법사, -가 될지도 모를 황금알과 같은 소녀.

아이린 윈들러를 만나기 위해 저들은 왕국을 방문한 것이다.

하여, 외교적으론 저들을 맞이해주는 게 정석적이겠지만….

“흐음, 영애가 싫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긴 하겠네만.”

“??”

…설득하려고 부른 게 아니었나?

무척이나 쉽게 포기하는 학장이었고, 아이린은 도리어 눈을 끔뻑거리며 이게 무슨 경우인가 싶었다.

“…저기, 학장님. 만나기 싫다고 해놓고 이런 말하기 그렇긴 한데, 순순히 포기하셔도 되는 거예요? 그래도 외국에서 온 귀한 손님인데?”

[맞아, 우리 아린이는 밀어붙이면 만나줬을 텐데, 성격이 워낙 심약해 가지고.]

‘넌 조용히 해!

만나기 싫다 하긴 했지만, 만약 학장이 밀어붙였다면 유령 소녀의 말대로 아이린의 성격상 다른 이들을 맞이해줬으리라.

“그렇지, 분명 마탑이나 술탄이나 귀한 손님임이 맞지.”

학장은 수긍했다.

소녀의 말대로 그들은 귀한 손님이 맞으니까.

제국에서 강력한 권력과 힘을 자랑하는 마탑과 서부 대륙의 술탄.

둘 모두 만만치 않은 세력이며 팬드래건조차 결례를 범하면 그건 큰 외교적 손실이자 불온한 기류를 만드는 행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자네는 일반적인 귀족 영애가 아닌 ‘갈라하드의 공녀’지 않은가? 갈라하드의 공녀께서 싫다고 하는데, 감히 어떤 미친 자가 영애를 강제할 수 있을까.”

“…….”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나 또한 공작 전하를 적으로 돌리긴 싫다네. 그분은 뒤끝이 아주 무섭거든.”

진저리가 난다는 듯 과장스럽게 몸을 떠는 학장이었고, 반은 장난 또 반은 진심이 느껴지는 모습에 아이린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학장님이, 아니 재상님이 무서운 게 있으세요?”

은퇴한 지금도 강한 권력을 지닌 분께서?

“전직 재상이네, 그리고 현직 재상이었을지라도 그분의 심기를 건드리진 않았을 게야. 난 그분의 젊은 시절을 본 당사자이고, 그분을 적으로 돌리느니 차라리 술탄과 마탑을 적으로 돌리는 게 100배는 낫다는 걸 아는 사람이니까.”

“…….”

반박하듯 나오는 갈라하드의 힘이란 그녀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막강한 듯했다.

아이린은 살짝 그 느끼한 아저씨가 관리하는 가문의 저력을 단편적으로나마 느낀 기분이었다.

학장은.

“어쨌든 아이린 영애. 영애는 영애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뭐, 만약 만날 생각이 있다면 시일과 장소는 알려주게, 학술원에서 최대한 편의를 보도록 노력할 테니.”

“…이거 은근히 저 압박하는 거 맞죠?”

“허허, 그럴 리가.”

“…….”

…능구렁이 노인 같으니.

눈빛으로 부담을 팍팍 주고 있으면서.

‘확 이를까 보다!

버스터 콜이 하고 싶어지는 아이린이었다.


“……이렇게 됐는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걸 나한테 와서 묻는다고?”

“제가 가장 믿는 어른이 교관님밖에 생각이 안 나서요.”

“아부는.”

“진심이에요, 진심!”

아이린은 연달아 자신에게 발생하는 이벤트가 부담스러운지 이한에게 상담을 진행했다.

이를 듣는 이한으로선.

‘타이밍이 좋은데?

황당하면서도 약간 반가운 소식이었다.

안 그래도 마탑에게 볼일이 있는 그로선 보다 쉽게 접근할 방법이 있다면 환영스러운 일이니까.

다만….

“…원하는 대로 해라.”

“네에?”

“넌 아마 상황이 부담스러워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성격상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생기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혼란스러운 거겠지.”

“어….”

아이린은 작게 경악했다.

일순 이한이 자신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은 듯해서.

“피해는 거의 없을 거다. 오히려 그놈들이 우리 왕국에 왔는데 눈치를 보면 봐야지, 네가 눈치 봐서 뭐할래? 그냥 신경 꺼도 된다. 애초에 넌 그런 놈들 만나는 것보다 낮잠 자고 디저트나 먹는 게 더 좋잖아?”

“헉!”

정확히 아이린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발언.

그야말로 족집게처럼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본 듯했고, 지금이라면 그가 보험이든 뭐든 가입하라고 하면 홀라당 속아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과장은.”

이한으로선 드물게 따스한 의견이었다.

제 이득을 포기한 조언이 아닐 수 없지만, 이는 당연했다.

비록 병아리는 마법을 쓰지만, 한편으론 이한이 가르치는 제자 중 한 명이니까.

‘주문쟁이지만 제자잖아! 주문쟁이지만 제자잖아…!

세뇌와 같은 의지.

여전히 거부감이 들지언정, 가르치는 생도임을 부정하진 않기에 그는 최대한 편파적인 시선을 버리고 아이린을 위한 충고를 아끼지 않을 따름.

이한의 마법사 혐오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심적으로 노력하는지 알만한 대목이었다.

……그러나 이한의 이런 배려가 무색하게도.

“아이린 영애님에겐 안타까우나, 아무래도 이들이 아이린 영애님보다 한발 더 빠른 모양이에요. …음흉하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려나?”

“레비?”

둘의 대화에 끼어든 레비는 아이린에게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방금 막 나온 신문인데, 이들은 반드시 아이린 영애님을 만나려는 것 같아요. 합법적이지만 치사한 방식으로요.”

“……진짜 느끼한 아저씨 불러야 하나?”

아이린은 마치 스토커를 만난 것 같은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게.

말 그대로 음흉하게 나오니 말이다.

“봤지? 양심 없다니까.”

“……네에.”

이를 본 이한의 발언이었고, 유일하게 그 의미를 아는 레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하며….

‘어? 이렇게 되면…?

슬쩍.

“파티라…. 흠, 교원도 참여할 수 있나?”

“…이게 되네요.”

레비는 어쩌면 정말 사부님이 마탑의 제자를 찢어 버릴 경우의 수도 계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고 말았다.

…그녀가 정말 그를 막아야 하는 브레이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