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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6 KiB
Raw Blame History

공작은, 아니 블레이크는 50년을 넘는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막말’이란 것을 들은 적이 없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는 팬드래건의 건국왕인 기사왕을 제외하곤 가장 위대한 정복 군주이자 현왕, 군신 등으로 불린 선왕의 적자였다.

거기다 용의 사랑을 받듯이 무수한 재능을 타고나며, 어떤 가정교사조차 그를 보름 이상 가르칠 수 없었다.

보름이 넘어가면 그의 지식은 이미 가정교사조차 뛰어넘기 일쑤였기에.

이후 그가 마검의 선택을 받아 왕위 계승권이 박탈되자, 군신이 처음으로 참담함을 보였다고 할 정도이니, 그가 얼마나 대단한 군주의 재목이었는지도 알려준다.

허나, 왕이 되지 못했음에도 ‘갈라하드의 군주’가 된 그는 여전히 훌륭했다.

완전무결함이 뭔지 보여주듯, 갈라하드란 가문을 무려 서른 배가량 성장시킨 위업을 선보였으니까.

정치면 정치.

검술이면 검술.

상업이면 상업.

그 무엇 하나 놓치지 않은 그였고, 작금에 이르러 갈라하드는 블레이크와 동일시됐으며, 왕국의 그 누구도 무시 못 할 권세가가 되었다.

아마 왕조차 블레이크 공작에게 함부로 말을 놓을 수 없으리라.

그 정도로 블레이크란 개인이 가진 존재감과 능력은 비범한 것이었고, 감히 그 누구도 고개를 들 수 없는 것이었으니.

……그렇기에.

“-설마 왕족이 노망이 왔을 리는 없고, 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

…자신이 초대한 기사에게 이런 ‘망언’을 들을 줄 몰랐다며 블레이크는 놀랐고, 도리어 신선하기까지 한 망언에 화조차 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호기심이 있다면.

“…그대는, 왜 나에게 화를 내는 것이지?”

저 기사가 왜 갑자기 그에게 화를 내고 있는가.

그 이유에 대해 듣고 싶을 따름이었다.

기사는….

“난 화를 내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냥 진짜 정신 좀 차리라고 말하는 겁니다. 망상 좀 그만하고.”

어딘지 ‘잔소리’를 하는 것 같았다.

“이건 ‘공작 전하’에게 하는 말이 아닌, 댁의 자녀를 가르치는 교원으로서 하는 ‘충고’라고 생각하십쇼.”

“…충고라, 감히 나에게?”

“해도 됩니다. 아버지로서 못난 인간한테는.”

“…….”

“아, 아니구나? 정정하죠. 지금의 당신은 못난 인간도 아닙니다. 부모로서 실격인 거죠. 제가 봤을 때 당신은 사모님이랑 애가 있었어도 그다지 좋은 아버지는 못 됐을 겁니다. 아이를 믿어주지 못했을 테니까.”

“…지금, 명백히 선을 넘고 있다.”

죽은 아내를 언급한 순간부터는 가만히 들어줄 수는 없었다.

충분히 화를 내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당장 기사를 처단해도 할 말이-.

“─그럼 당신은 왜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고, 주디아인지 뭔지 하는 녀석뿐만 아니라, 아이린 윈들러까지 의심하는 겁니까?”

“……….”

……블레이크의 손이 움찔거렸다.

처음으로 보인 블레이크의 당혹스러움이었고, 그는 말문이 막혔다.

기사는 말을 이었다.

“방금 전부터 당신의 수양녀를 부를 때 ‘아이린 윈들러’라고 부르더군요. 마치 완전히 남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당신은 지금 빨강 머리만이 아니라, 당신 수양녀마저 의심하고 있지 않습니까? 내 말이 틀립니까.”

“…그것이 어찌 잘못된 건가.”

그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저 말대로 그는 아이린조차 의심한다.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과 판박이인 아이가 사실은 주디아처럼 신전에서 만들어낸 무언가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

그때부터 공작은 수양녀조차 의심스러웠다.

“논리적으로 해야 할 의심이다.”

“그런 걸 보고 개떡 같은 논리라고 합니다.”

“…….”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반박.

“걔가 은발이 아니라서? 그것도 아니면 마법사라서? 그거 다 요정의 핏줄이니까 설명이 된다면서요. 그리고 핏줄 확인하는 방법? 그거 왕족이면 어떻게든 확인하는 수법이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왜 당신은 끝까지 확인하지 않습니까? 아, 혹시 아이린 윈들러가 사모님의 복제인간일지도 모르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까? 흐음,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참 궁금해서 그러는데….”

  • 그렇게 의심스러운데도 왜 계속 곁에 두고 계십니까?

“…….”

…이번만큼은 답변하지 못했다.

현명하기 짝이 없으며, 그 어떤 순간에도 막힌 적이 없는 그가 말이다.

“왜 곁에 두는지 모르겠습니까? 그걸 모르기에 부모 실격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을 하는 게 낙제점이라.”

“…내가 답을 안다?”

“되묻는 것도 그만하시죠. 아는데도 계속 모르는 척하니까 슬슬 화나려고 그럽니다.”

“……진정으로 몰라서 그런다, 내가 무엇을 모른다는 거지?”

이 순간 블레이큰 인생 처음으로 자신이 바보가 된 기분을 느꼈다.

그 정도로 혼란스러웠으며, 기사가 말할 때마다 가슴이 울렁거렸으니.

마치 그동안 놓치고 있던 가장 핵심적인 무언가를 알 수 있게 될 것 같았고, 블레이크는 기사를 재촉했다.

얼른 답변을 내놓으란 듯이.

그러한 그의 다급한 물음에.

“-당신은 단순히 그 애가 사모님을 닮아서 곁에 두는 겁니까? 아니면 ‘가슴이 시켜서’ 곁에 두는 겁니까? 제가 봤을 땐 후자 같은데 말입니다.”

“-------.”

…무척이나 단순한 답변이 돌아왔으나, 블레이크는 그 단순한 답변에서 뒤통수가 지끈거리는 고통을 느꼈다.

마치 그동안 부정하던…,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어리석은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하듯.

“공작 전하, 당신도 알 겁니다. 사람은 가끔 머리가 아닌 본능의 이끌림과 충동으로 살아가기도 한다는 걸요. 그래서 묻는 겁니다만, 당신의 본능은, 아니 심장은 그 애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

“이렇게 말해줬는데도 모른다면 전 당신에게 실망감이 들 것 같습니다. 나에게 패배감을 느끼게 한 사람이 이렇게 한심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실망감이.”

“…허허.”

…이 순간.

블레이크는 알 것 같았다.

저 기사가 왜 화를 내었고, 이토록 과감한 언사를 내뱉었는지.

그도 그럴게.

‘…난, 내 자신에게마저 거짓말을 하고 있었구나.

기사는 거짓만 내뱉는 자신이 한심했던 것이다.

블레이크는 제 스스로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했다.

하염없이 의심하고, 마음속 이끌림마저 모두 부정할 뿐.

…제 감정조차 그저 그리움에 의한 환상에 불과하다 단정 지었기에.

“한 가지 더 말씀드릴까요? 당신이 진정으로 저 애를 의심했다면 약을 먹여 재우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냥 대놓고 대화했을 테죠. 한데도 당신이 약을 먹인 이유는 간단할 겁니다.”

“…….”

“‘미움 받기 싫다’ -그러한 심리 때문에 재웠겠지요. 당신의 의심을 들었다면 당사자는 상처 입었을 테니까.”

“…….”

“물론 당신이 저 애의 친부인지 아닌지는 저조차 확신할 수 없을 테지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압니다. 세상 모든 아버지들은 본능적으로 제 자식에게 미움 받기 싫어 한다는 거. 그리고 당신이 미움 받기 싫어하는 것만 보아도 이미 당신은 저 애를 소중하게 여기는 겁니다.”

“…난.”

“소중한 걸 잃고 뒤늦게 후회하기 싫으면 그러지 마십시오. …근데 사람은 꼭 잃고 후회하긴 하지만.”

“……뒷말은 하지 않는 게 좋았을 것 같네.”

…블레이크는 어쩐지 이 기사가 자신보다 연배가 높은 사람같이 느껴졌다.

하는 조언도,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힘이 빠지는 게 꼭, 돌아가신 형님 같군.

그보다 한참이나 연상이었던, 이미 죽은 형이 한낱 기사의 얼굴에서 연상된다면 그건….

그가 특이한 거려나?


……와, 저질렀다.

이한이 가장 먼저 느낀 감상이었고, 뒤이어 사고를 저지른 대가가 따라오듯.

저릿저릿-!

그를 향해 살기의 물결이 쏟아졌다.

‘심약한 사람은 1초도 못 버티겠네, 이거.

공작가의 사용인들이 보내는 살의가 섞인 강렬한 기세였고, 공작의 명령이 떨어진다면 당장이라도 그를 죽이려 들 듯했다.

위험한 상황이었고, 이한으로선 사서 위험한 길을 걸었음을 되새겨주는 증거였다.

허나.

‘그럼에도 속은 시원하다.

후회는 없었다.

이 모든 놈들이 덮쳐도 도망갈 자신감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단순히….

‘지금 안 말하면 내 속병만 나지.

저 양반한테 한 소리 하지 않으면 화가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그는 입을 쉬지 않기로 했다.

후회는 나중에 가서 후회해도 늦지 않으니까.

어처구니가 없다.

너무 똑똑해서 그런 걸까?

그도 아니면 누가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까?

‘왜 당연한 걸 모르는 걸까?

사실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더 있다.

아니, 어쩌면 그 말고도 눈썰미가 좋거나 ‘기운’ 같은 걸 읽을 수 있는 감각이나 눈이 있다면 대번에 알 수 있을 테지만….

‘붕어빵인데…?

전날에는 아티팩트를 통해 대화를 하여 자세히 못 봤지만, 지금은 보인다.

블레이크란 남자가 내뿜는 기운, 파장?

그라는 남자를 이루는 총체적인 [색깔]이 말이다.

아마 저러한 색깔은 사람 고유의 색일 것 같은데, 이유는….

‘사람마다 그 색이 천차만별이었으니까.

특히 기사나 마법사처럼 생명력 등이 왕성한 이들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고, 이한은 그런 블레이크 공작의 선명한 색깔과 마법사 병아리의 색이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DNA의 일치를 증명하지 않을까 싶은 색이었고, 저들이 부녀 관계임을 명확히 알려준다.

…한데도 답답하게 그걸 저 인간은 부정하고 자빠졌다.

솔직히 빨강이를 넘기는 건 그다지 상관은 없긴 한데, 말투나 행동하는 게 고구마를 수십 개 먹이는 것만큼 답답하고 속이 타더라.

‘이게 로판의 저주야?

아무리 봐도 똑 닮았는데, 아비란 인간은 제 딸을 못 알아보는 저주.

흔하기 짝이 없는 클리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더욱 답답한 것은.

“그런가, 이미 난 그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구나. 한데도 의심하고 있었어. 친딸임이 중요하지 않고, 내가 그 아이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이 중요했는데, 그 기본적인 것을 모르고 있었군….”

“…….”

…환장하겠다.

‘본능적으로 이끌린다는 걸, 아니 저렇게 꿀이 떨어지는데도 자기 딸인 걸 인정 안 해?

이러니 로판이 중후반 전개가 막장 드라마랑 비슷하다고 하나 보다.

풀릴 것 같은데 절대 안 풀린다.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까.

하지만 더는 참견하지 않기로 했다.

안 그래도 월권을 행사하는 걸 넘어, 목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은 막말을 내뱉었는데 더 입을 열었다간 이번에야말로 저 양반에게 목이 썰리지 않겠는가.

“그럼 전 이만 도망가겠습니다.”

“…무례한 말은 다 내뱉고 가는 건가.”

“원래 강경하게, 또 싸가지 없게 말해야 사람들은 말을 알아먹덥니다.”

“하하!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겠군, 아직도 뒤통수가 얼얼하니.”

“……사과는 안 할 겁니다.”

“아하하!”

다시금 유쾌하게 웃는 공작이었고, 그와 달리 더욱 살벌한 시선을 던지는 사용인들의 시선에 이한은 당당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았다.

“화나냐, 내가 너희들의 주군을 모욕한 것 같아서?”

…….

“그럼 주소 잘못 찾았다고 말하지. 오히려 너희들 스스로를 탓해야지.”

??

…순간 저 뻔뻔스러운 놈이 뭐라 말하는 건가 싶은 눈빛들이다.

하긴, 방귀 뀐 놈이 성내는 짓을 하고 있으니 저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이한은 진심이다.

진심으로 저들에게도 잘잘못이 있다 싶었다.

그도 그럴게.

“-충직한 신하란 건 자신의 군주가 잘못된 길을 걸으려고 한다면 목숨을 걸고 조언과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이라고 했다. 한데 너희들은 너희의 주군이 폭주하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런 상관도 없는 놈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걸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는 게 옳은 거다, 이 한심한 놈들아.”

……….

“몇백 명이나 있으면 뭐하나, 눈과 귀가 있어도 올바른 게 뭔지 판별을 못 하는데.”

그건 없느니만 못하다.

이한이 마지막으로 일갈하는 팩트였다.


“…….”

공작은 멀어지는 기사의 등을 보았다.

이미 한없이 멀어지고 있어 작아지고 있는데도 어쩐지 든든하기 짝이 없는 거대한 등처럼 보인다.

멀리 있다 하여도 굳건해 보이는 태산마냥.

“성장했군. 그것도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냥 힘이 강해진 수준의 성장이 아닌, 그를 이루는 모든 것이 성장했다.

목숨을 건, 아니, 긍지와 신념을 전력으로 부딪치며 강해졌기에 저토록 괄목상대한 것이겠지.

그리고 그렇게 인간적으로 성장한 기사는 전날 그를 마주했을 때와 달리 그를 향해 ‘잔소리’를 할 만큼 담대해졌다.

분명 굴욕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었으나.

“…이상하게 밉지가 않군.”

그토록 막말을 들었음에도 공작은 불쾌감이 남긴커녕 유쾌했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자신의 공을 숨긴 영웅.

그로 인해 호감을 느꼈고, 제법 괜찮은 기사란 느낌이 들었었고 지금은.

“……제니미아 공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구나.”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이를 가까이 하라 했고, 감언이설을 내뱉는 이를 주의하라 하였나?

왜 트리스탄 후작이 그를 곁에 두고 싶어 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만한 대목이었다.

……

여전히 침묵에 잠긴 채, 자신들의 행동을 뒤돌아보는 사용인들만 보아도 그는 확실히 큰 자극제이자 올바름이 뭔지를 보여주었다.

왕도를 걷는 기사도.

‘단순히 강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관찰할 줄 알고 주위를 보는 시선이 있다. 걸물이로다.

기사가 정계를 서성거리고, 금욕을 탐하는 이런 시대에도 아직 저런 기사가 남아 있는 것인가.

탐이 난다.

군주로써 저토록 믿음직하면서도 흥미로운 자는 없다.

그렇게 불쑥.

“흐음, ……아들도 하나 더 들일까?”

-데리고 있으면 재밌을 것 같은데?

공작은 수양아들도 하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린 윈들러가 들었다면 기겁할 만한 발언이었지만…….

트리스탄에 이어 갈라하드의 러브 콜.

어떤 의미에선.

‘한 명의 기사’를 둘러싼 ‘고위 귀족들’의 ‘삼각관계’가 아닐까 싶었다.

“-뭐지? 갑자기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럽지?”

…당사자가 알면 소름이 끼치다 못해 끔찍한 얘기일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