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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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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팬드래건 왕립 학술원이 다시금 정문을 개방했다.

여전히 영산 불칸이 내뿜는 열기는 뜨거웠고, 덥기도 더웠지만 조금 있으면 이 더위도 한순간에 사라지리라.

겨울과 얼음의 요정들이 찾아올 시기가 머지않았으니까.

그때쯤 되면 이 더위도 중화될 것이요, 머지않아 초록색 잎사귀도 붉게 물들 테지.

2학기.

아카데미의 2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쏴아아아!

“어머니, 여기가 바로 왕립 학술원 명물인 중앙 분수대예요. 엄청 크죠?”

“대, 대단하구나, 그, 근데 정말 내가 이런 곳에 들어와도 되는 거니?”

“오빠, 화려한 사람들이 엄청 많아…!”

“형아야?”

“…한 명씩 물어줄래?”

배리 콥스.

11번 곰돌이 등으로 불리는 배리 콥스의 가족들은 학술원의 웅장함과 화려함에 압도당한 상태였다.

하지만 가족들의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나도 저랬었지.

처음 입학하여 학술원의 문턱을 넘었을 때 얼마나 가슴 떨리고 위축이 되었는가?

시골에만 살던 배리 콥스에게 있어 학술원은, 아니 왕도는 별세계로만 보였다.

하기에 한평생 농사만 지은 어머니나 바느질로 가족 생계를 돕느라 일찍 철이 든 여동생, 그리고 말문이 이제야 막 튼 남동생의 심정 등도 공감이 갈 따름.

아마 가족들도 잠시 위축되고 눈치를 이곳저곳 살피게 될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리 콥스는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이 공부하며 가르침을 얻는 장소가 다름 아닌 이런 곳임을.

‘아버지께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집에서 아직 옹알거리는 쌍둥이 동생들을 돌보는 이가 필요하여 집에 남기로 한 아버지.

본인은 젊을 적 왕도 구경을 질리도록 해보았다며 오지 않았지만, 배리 콥스는 안다.

기대에 부푼 어머니와 자식들을 위해 오고 싶은 마음을 접었음을.

‘다음에는 꼭 데리고 오자! 2학년이 되어도 난 이곳에 다닐 거니까!

여름 휴학기가 끝난 첫날에는 특별히 생도 가족에 한해선 아카데미 출입이 가능한 바.

뭐라더라, 참관 수업도 하며 학술원이 당신들의 아이를 잘 맡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개방이라 하였었나?

‘뭐, 이유가 어쨌건 간에 데리고 올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여전히 웅장한 학술원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가족들이었고, 배리 콥스는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때.

“배리, 그런데 너희 검술학부 교관님은 어디 계시니?”

“네에!? 가, 갑자기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배리 콥스는 당황했다.

허나 그런 아들에게 콥스 부인은.

“갑자기는 무슨, 널 맡아주실 뿐만 아니라, 키워주신 분이잖니. 듣자하니 네가 학술원에 남아 있을 수 있는 게 그분이 아낌없이 가르침을 베풀기에 가능한 거라며? 아무리 무지한 나라도 그게 얼마나 귀한 가르침이고 큰 기회인지를 안단다. 그러니 그분은 너만이 아니라 콥스가의 은인이기도 하지 않겠니?”

“그, 그거야 뭐….”

“한 번은 직접 찾아뵈어 인사를 전하고 싶었는데, 다행이 아닌가 싶구나. 가자, 교관님 만나러.”

“어어….”

배리 콥스는 땀을 삐질거렸으나, 강경한 어머니의 태도에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검술학부로 옮겼다.

어머니의 고집은 누구도 꺾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

‘나, 난감하네….

배리 콥스는 어머니와 교관님이 만나는 상황이 영 꺼려졌다.

물론 그는 교관님을 그 누구보다 존경한다.

어느 정도로 존경하느냐면 아버지 다음으로, 혹은 동급으로 존경한다.

강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고, 그를 비롯한 일반 생도들에게 투기법과 맞먹는 기예를 가르쳐준 인물이었으니까.

배리 콥스가 아는 한 가장 이상적인 기사에 가까운 인물이기도 했고.

허나.

‘존경스러운 분이긴 한데, 남들한테 보이기가 영….

슬쩍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살이 떨리고 오금이 저리는 강렬한 존재감과 위압감.

검술이라곤 배워본 적도 없는 사람이 대면하면 심장 마비라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치솟는다.

그 정도로 교관의 인상은 살벌했기에.

‘어머니의 심장이 부디 튼튼하시길.

배리 콥스는 불안했다.

“오빠? 땀을 왜 그렇게 많이 흘려?”

“형아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애써 불안감을 삼킬 때, 배리 콥스는 검술학부로 다가가는 익숙한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어머님, 진짜로 가셔야겠습니까?”

“아빠, 진짜 괜찮다니까요!”

“그…, 하, 할머님? 꼭 가셔야겠어요?”

…자신 말고도 가족들을 데리고 검술학부로 향하는 동기들을 말이다.

어쩌다 보니 개학 첫날부터 도련님과 병아리들, 그리고 곰돌이 시리즈 등이 모두 집결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일순 눈이 마주쳤고, 각자의 신분마저 잊으며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다.

신분 관계없이 부모들의 생각이란 모두 비슷한가 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쿠웅! 쿠우웅!

그들은 불길한 파공음을 울리는 검술학부 훈련장에 도착했고, 볼 수 있었다.

“와 형아야! 저거 황소보다 커!”

“그러네.”

아직은 순진무구한 어린 동생은 자신이 본 걸 있는 그대로 말할 따름이었고, 생도를 비롯한 생도의 가족들은 그저 입을 벌리며 말도 안 되는 광경을 관람했다.

황소만한….

아니, 황소보다 거대해 보이는 모래 포대 수백 개를 홀로 옮기고 있는 그를 말이다.

한데도 땀조차 흘리지 않는 그가….

“응? 너희는 왜 여기 있냐?”

평온한 모습으로 물었고, 그들은 되묻고 싶었다.

……당신은 왜 볼 때마다 인간 같지 않은 모습으로 있냐고.


“잠시 일을 하는 중이라 안 좋은 꼴을 보였군요. 그래서, 11번, 아니 배리 콥스의 어머님이십니까?”

“네, 네에….”

“환영합니다. 늠름한 아들을 키운 훌륭한 어머니를 드디어 뵙는군요.”

“…어머나.”

“엄마?”

교관은 학부모들을 능숙하게 대했다.

“그는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죠.”

겉모습과 달리 친절할뿐더러, 학부모를 안심시키는 말도 망설임 없이 하는 바.

첫 대면이 좀 충격적이라 그렇지, 다른 부분은 그다지 문제가 보이지 않는 교관이었다.

허나.

“그, 우리 애는 기사가 될 수 있을까요?”

“기절할 뻔했어요. 우리 아이가 갑자기 줄넘기인지 뭔지를 하지 뭐예요? 얼마나 기가 막히고 손이 떨리던지…. 우리 아이가 보기 흉한 근육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저런 걸 시키는 거지요?”

“크흠, 백은사자라고 들었다만, 어찌 하여 이런 곳까지 추락하였는지, 원.”

극성맞은 부모란 것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었고, 생도들은 큰일 났다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훌륭한 기사가 될 재목입니다. 아마 졸업할 때가 되면 재밌을 겁니다. 그러니 믿고 맡겨 보시죠, 어머님.”

“괜한 걱정입니다. 근육이란 게 겨우 줄넘기 좀 한다고 생기는 줄 압니까? 무엇보다 당신 몸이나 걱정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몸이 망가진 게 딱 봐도 보이는데? 요즘 허리도 아프고 피로도 빨리 쌓이죠? 그게 운동부족이란 겁니다, 운동 부족! 애를 걱정할 게 아니라, 당신 몸부터 걱정하는 게 어때?”

“으음, 너 지금 나한테 지금 시비 거는 거냐-?”

그는 참지 않았다.

선한 사람에겐 선하게, 개념 없는 놈에겐 똑같이 개념 없이 대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송장 치를 뻔하긴 했지만.

“고, 고정하십시오, 교관님! 제가 대신 사죄하겠습니다!”

“아버지 빨리 사과하십시오! 가문이 통째로 무너지는 수가 있습니다!”

“그, 미, 미안하네….”

생도들이 말리는 것으로 사달은 다행스럽게 일어나지 않았다.

교관은 역시 화를 낼 때와 친절할 때 기세가 180도 범위로 격변하는 사람다웠다.

일순 교관의 심기를 건드린 어느 귀족은 그가 내뿜는 강렬한 기세 앞에 등골이 싸늘해지다 못해 다리의 힘이 풀릴 지경이었으니까.

‘여전하시군.

그런 교관을 보며 그들은 어쩐지 안심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초지일관한 그를 보고 있자니, 드디어 개학했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지라.

다만.

“그런데 교관님, 그 모래 포대는 뭐예요?”

“이거? 너희 다음 훈련을 위한 교보재.”

“네에?”

“이거 들고 절벽 오르기를 해볼 생각이야. 뭐, 하나당 30kg밖에 안 하니까 걱정은 말고.”

“…….”

“아, 50kg랑 100kg도 있다. 서서히 적응해 가면서 늘릴 거니까 안심하고.”

“저, 전혀 안심할 얘기가 아닌 것 같은데요….”

…한편으론 너무 바뀌지 않아서 기가 막힌다며 그들은 아찔했다.

이번 학기도 어쩐지 평범하지 않을 것 같아서.


개학식이 끝나고, 학부모들도 얼추 다 돌아가며 검술학부 생도들은 모여 들었다.

전체 80명.

1학년 중 그 누구도 퇴학당하거나 자퇴한 이들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숫자였다.

다른 학부 등에선 시험에서 떨어져 퇴학당하거나 자신의 능력 부족을 실감하며 자퇴하는 이들이 수두룩한 것을 봤을 때, 검술학부는 그러한 이들이 전무했다.

하나같이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자신들이 학술원에 남을지라도 충분히 통하리란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수치라 할 수 있을 터.

귀족 중에서도 퇴학은 없어도 자퇴가 있는 걸 보았을 때, 이번 검술학부 1학년 기수들은 대단히 우수하단 뜻이었으나….

정작 1학년 생도들은 말할 것이다.

자신들의 성과가 아니라고.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저분의 실력이겠지.

“-너흰 왜 남아 있어? 어차피 일주일 동안 수강 신청 기간 아니었냐? 그동안 안 나와도 될 텐데.”

80명의 인원을 모조리 강제로 살아남게 한 교관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그들을 구박하였다.

“그냥 어쩌다 보니….”

“인사나 드리러 왔는데, 우연치 않게 다 모인 것 같습니다, 하하….”

몇몇 이들의 능청스러운 대꾸였고, 80명의 생도를 모조리 강제로 살아남게 만든 업적을 세운 교관은.

“이것들, 진짜 쓸데없이 성실하네.”

어처구니없다며 혀를 찰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구박이 왠지 모르게 반갑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그들도 확실히 이 사람에게 적응하긴 하였나 보다.

“뭐, 기왕 온 거 칼질이나 하고 가든가 해라. 본 교관과 검을 겨루고 싶다면 그것도 환영하겠다.”

“아니요, 그건 진심으로 사양하겠습니다.”

“…….”

말 그대로 인사만 하러 온 거지, 저 위험한 양반이랑 싸우는 건 사양이었다.

사람은 사람이랑 겨뤄야지, 괴물이랑 싸우는 건 안 될 말이니까.

그들은 그렇게 간단한 인사를 끝으로 각자 기숙사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사부님, 말씀하신 대로 저분들한테 인수인계 끝냈어요.”

“그래 잘했다. 그런데 곰순아.”

“네에?”

“저분들이라니? 호칭이 잘못됐잖아.”

“어, 저, 정말 사람을 그렇게 부르나요?”

“아니지. 사람이 어디 있다는 거야? 본 교관이 말했을 텐데? 저것들은 사람이 아니라고.”

“…….”

……생도들은 제 두 눈을 의심했다.

목줄은 물론이요 발목에는 쇠사슬이 달린 철구를 질질 끌며 오는 아홉 인원을 보며 현실이 의심스러운 것이었다.

마치 노예처럼 보이는 것이 꼭….

“아, 모두 오해는 하지 마라. 얘들은 노예가 아니다. 외부에서 받아들인 인력이며, ‘조교 인턴’이라고 부르면 된다.”

“…….”

“안 그러냐, 인턴1호?”

“…….”

“대답 안 하냐?”

“그, 그렇습니다-!!”

“대답이 늦다?”

“시, 시정하겠습니다!!”

“스읍, 애들 앞에서 개기지 마라.”

“네엡!”

“쯧, 하여튼 죄수 새끼들, 이거 언제 사람 만들는지. …조교야.”

“네에, 교관님!”

“네가 선임이니까 잘 관리해. 알아서 조져, 가 아니라. 적당히 굴려라. 알겠냐?”

“맡겨만 주십시오! 일주일 도합 수면시간이 1시간이 넘지 않도록 할 테니!!”

“자식, 뭘 좀 아네.”

“헤헤, 감사합니다.”

…뇌가 따라가지 못하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데미안 저놈, 진짜 행복해 보이는군.

그가 정말 감격하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똑바로 서 이것들아! 교관님이 하시는 말씀 못 들었어! 오늘부터 잠들 생각을 하지 마! 너희 평가 점수가 나한테 달려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거다! 이 인턴 새끼들아!”

데미안, 검술학부 최하계층이었던 조교는 자신보다 밑바닥인 놈들이 생겼다는 대목에서 마냥 기쁘고 감동스러울 따름이었다.

……그 밑바닥이 이단 심문관인 것이 아이러니할 일이었고, 데미안이 뒷감당을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시벌, 다 필요 없어! 지금을 즐긴다!

조교는 모든 뒷감당을 미래의 자신에게 떠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