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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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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다음 날.

다들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연회장에 도착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동시에 출근하다 보니 골드원 자체적으로 내부에서 운행하는 버스가 미어터져서 걸어온 사람들도 있었다.

“아, 진짜 제발.”

“꿀보직으로 좀 잡히면 좋겠다.”

“두 달 동안 못 버티고 도망치는 애들도 많다더라.”

앞으로 두 달 동안 어디서 일하게 될지 정해지는 상황이다 보니 다들 그것에 관해서 여러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앞에는 어제 우리를 안내해 줬던 대리가 서 있었는데, 그도 마음을 이해하는지 떠드는 걸 굳이 제재하지 않았다.

아마 대학생들이니 아직 애라고 생각하는 모양.

‘애가 맞긴 하지.

당장 나만 해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1년 지났는데 어떻게 어른이겠는가.

심드렁하니 의자에 앉아서 핸드폰 게임이나 하고 있자니 옆에 앉은 서예린도 끼어든다.

“우진아 친선전 하자.”

“싫어, 네가 무조건 이기잖아.”

우리 둘 스펙 차이가 얼마나 극심한데 친선전인가. 계속 거절했지만 서예린이 포기하지 않고 엉겨왔기에 결국 몇 판 정도만 해주기로 했다.

“크흠.”

그때 왼편에 앉은 유아린이 헛기침하면서 나를 노려봤다. 뭔가 신호를 주는 것 같아서 고개를 돌리자 입술을 꽉 깨물더니.

“넌 제발 나랑 다른 곳으로 일하러 가라.”

손을 휙휙 저으면서 꺼지라는 게 아닌가.

한마디 해줄까 싶었으나 어제부터 묘하게 기분이 나빠 보여서 그냥 두기로 했다.

괜히 예민할 때 찔렀다가 맞기 싫으니까.

“어제부터 뭔가 기분이 안 좋아 보여.”

서예린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는지 몸을 내 쪽으로 기울여서 작게 속삭였다.

“그래 보이네.”

“그치?”

그러고는 은근슬쩍 기댄 채로 계속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어깨를 튕기면서 저리 가라고 신호를 줬으나 서예린은 핸드폰을 내밀면서 계속 게임을 이어갔다.

“그거 키우지 말라니까.”

“아니, 얘가 예쁘잖아. 나는 예쁜 걸로만 키워.”

“일단 성능이 좋은 걸 키우면 그게 절로 예뻐 보인다니까?”

“근데 넌 다 키웠잖아. 현질해서.”

오백만 원을 꼴아 박았지 않은가.

그것도 몇 달 전이었으니 지금은 또 어떨지 모른다.

“……다 예쁘잖아.”

결국에는 본인은 다 키워놓고 나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어이없다고 얘기하고 있자니 어느새 입구 쪽에서 우르르 밀려 들어오는 양복을 입은 직원들.

“자, 여러분. 이제 불러주시는 데로 나오시면 됩니다.”

그러자 통솔하던 대리가 바로 마이크를 잡고는 이름들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이인주, 백다운, 청설아.”

호명된 사람들은 가장 먼저 들어온 직원의 손에 인계되어 떠나간다.

무슨 인력소 나온 것 같아서 살짝 두근거리기도 했다.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이름이 계속 호명되었고, 불리는 숫자도 가지각색이었다.

어느 때는 한 사람만 부를 때도 있었고, 또 어느 때는 아예 열댓 명씩 데려가기도 했다.

“이거 사람 숫자가 많으면 힘든 곳이겠네.”

나름대로 추리를 해보자 양옆에 있던 서예린과 유아린도 잠깐 생각하더니 맞는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많이 데려간다는 건 그만큼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는 소리였으니까.

“서예린, 장진하, 김이서.”

움찔.

나도 모르게 퍼뜩 고개를 들었다. 서예린이 불린 것 때문이기도 했는데 김이서라는 이름 탓.

“어휴, 등신.”

‘이서’에 반응한 나를 유아린은 한심하다며 혀를 찼다.

“히잉, 갈게.”

서로 찢어지게 된 게 아쉽다면서 앓는 소리와 함께 떠나간 서예린이었는데.

“와, 미쳤네.”

“연예인 아니야?”

“같이 일하고 싶네.”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서예린을 향한 탄성과 욕망에 찬 시선, 시기 질투 등등.

최근 들어 잊고 있었지만 서예린이 외모 하나만큼은 뛰어나긴 했다.

“에휴, 예린이도 피곤하겠네.”

서예린에게 저런 반응들이 쏟아지는 게 이미 익숙했는지 유아린은 의자에 턱을 괴며 꿍얼거렸고.

“그저 얼굴 원툴.”

나도 한마디 보태줬다.

“잠깐만!”

그때 다음으로 알바생들을 받아 가려고 기다리던 직원 한 분이 앞으로 나섰다.

“이 학생은 우리 쪽에서 받아 갈 수 있나?”

서예린을 가리키며 요구해 온 남자. 가슴팍에 걸린 황금빛 명찰에는 이찬송 부장이라 적혀 있었다.

“예? 부장님 하지만…….”

서예린을 데려가던 직원이 곤란하단 표정을 짓는다. 진행 중인 대리에게 어떻게든 좀 해달라고 신호를 보냈으나.

오히려 대리는 부장의 행동을 못 본 척하고 다음 사람들을 불렀다.

“유아린, 이세아, 한봄…….”

여기는 4명 정도가 불려 갔는데 놀랍게도 여자 쪽은 다 아는 얼굴들이었다.

“겹쳤네.”

이세아는 연극영어과, 한봄은 디자인과로 유아린과 서예린의 고등학교 동창들.

그러니까 고등학교 친구들이 서예린을 제외하고는 전부 같은 곳에 배정된 셈이었다.

“잘 가고.”

손을 흔들며 인사해 주자 유아린은 슬쩍 나를 보더니 별말 없이 그냥 쌩 가버린다.

어제 초코몽을 안 마신 것도 그렇고 진짜 기분이 안 좋은 모양.

“우리 애들 중에서 바꾸면 되는 거잖아. 그치?”

아직도 이찬송 부장은 꼰대 짓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그만큼이나 서예린을 자기 업무 처로 데려가고 싶었던 모양인데.

“어, 음…….”

막상 자기 부서로 나온 여자 셋을 보자 누굴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

그 틈을 타서 서예린을 데리고 있던 직원이 냉큼 도망쳐 버렸다.

뭐라 한 소리 하려던 이찬송 부장은 수많은 대학생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탓에 결국 등 떠밀리듯 애들을 데리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유아린 고생하겠네.

저 사람을 상사로 두고 같이 일하게 될 텐데 서예린 외모에 눈 돌아가서 저러는 걸 보면 사이즈가 대충 나오지 않는가.

유아린에게 고생하라 위로하며 내 차례는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자니.

“제갈재민, 김우진, 한민찬, 최민지…….”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앞으로 나가자 같은 룸메이트인 제갈재민이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 같이 일하게 돼서 다행이네.”

“그러게.”

얘가 말이 좀 많은 편이고, 가벼운 느낌이 들긴 하는데 그만큼 편하게 친해질 수 있다.

본인을 꾸미는 걸 꽤나 좋아해서 오늘 아침에 화장실을 좀 오래 쓴 경향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자, 갑시다.”

우리가 일하게 된 곳은 ‘시골밥상’이라는 이름의 한식집이었다.

호텔 건물 밖에 있는 곳으로 한옥 느낌의 인테리어, 중앙에 작은 연못까지.

말 그대로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장소였으나.

‘가격은 씨.

시골밥상이라고 해놓고 김치찌개 가격이 스테이크 수준인데 이게 맞는 건가 싶었지만.

또 직원들이 이렇게 많이 배치되어 있는 걸 보면 그만큼 손님이 많이 온다는 소리겠지.

뭐가 됐든.

이제야 제대로 골드원에 왔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골드원 사흘 차.

아침에 일어난 유아린은 익숙하니 잠에서 깨곤 천천히 일어난다. 룸메이트는 서예린이었는데 그녀는 빵집 ‘대한당’에서 일하고 있었기에 이미 진즉에 출근했다.

“하암.”

간단히 씻은 뒤,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한다. 첫날에는 꽤 촉박했었지만 그세 익숙해졌다고 지금은 좀 여유가 있었다.

유니폼으로 받은 검은 치마에 하얀 셔츠를 입고 그 위에 검은 블레이저까지 걸치면 끝.

지난번 학교 축제에서 입었던 옷이랑 비슷했으나 이쪽 유니폼은 훨씬 세련된 게 마음에 들었다.

밋밋하지 않고 같은 색으로 은은히 새겨진 무늬가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으니까.

첫날에 여자들끼리 이거 입고 패션쇼를 어찌나 열심히 했는지.

아직 어두운 바깥.

나가기 전 롱패딩을 입은 다음 같이 일하는 연영과 이세아와 디자인과 한봄이랑 같이 나간다.

세 사람이 일하는 곳은 룸서비스.

어느 호텔에나 있으며 또한 여러 간단한 메뉴를 섭렵하는 일터였다.

‘흐.

이제 골드원 사흘 차.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악명 높은 소문들 속에서, 룸서비스는 개꿀 보직이었다는 걸 알아챈 유아린은 출근길의 발걸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었다.

쌀쌀한 공기를 머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다.

이 시간에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모습도 이제는 익숙했고, 버스 줄에 서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어우, 추워.”

“그러니까.”

아침이라 그런지 평소 시끌벅적한 친구들도 다소 노곤하게 대화를 이어간다.

그런 친구들 대화를 들으며 묵묵하니 패딩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유아린은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벌써 사흘.

사흘 동안 김우진을 스치듯 본 적도 없었다.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

서로 출근 시간도 다른 듯하고 일하는 곳도 다르니, 아예 만날 일이 없는 건데.

‘후련하네.

그것에 의미 모를 만족감을 느끼며 입가에 미소를 건 채, 버스에 탑승한다.

10분 정도만 타면 호텔 바로 앞에 도착하고, 그러면 직원 카드를 찍고 안으로 들어가 출근한다.

나중에 대학에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면 이런 삶을 살게 되는 걸까 생각하며 지하로 향했다.

룸서비스가 하는 일은 간단했다.

룸에서 온 주문을 받고, 음식이 들어온 걸 옆에 있는 주방에 전달해 준다.

그럼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그걸 세팅해서 가져가면 끝.

아주 쉬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데려온다니까?!”

“아, 어디 데려와 보세요!”

“으아, 아침부터 또 싸우시네.”

사무실 안에서 목소리 높이며 외쳐대고 있는 두 사람. 룸서비스의 이찬송 부장과 한정직 과장.

사실 부장에게 과장이 저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건 일종의 하극상이라 할 수 있었으나.

룸서비스에서는 일상이었다.

“사람 아직도 못 구했나 봐.”

“어디서 구해. 바꿀 사람이 없는데.”

“우리가 뭔 피규어도 아니고, 난 차라리 다른 곳에 가고 싶어.”

“……그래도 여기만큼 꿀이 없는데.”

속삭이는 이세아와 한봄.

묵묵하니 듣고 있는 유아린은 문득, 피규어란 말에 서예린에게 살아있는 피규어라고 욕하던 김우진이 떠올랐다.

‘에이 씨.

괜히 김우진 생각 그만하자 투덜거리며 일할 준비를 시작하는 유아린.

부장과 과장은 아직도 싸우는 중이었다.

지금 둘이 싸우는 이유는 딱 하나.

룸서비스에 일할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

골드원 직원들이 넷이나 있고, 이번에 알바로 투입된 것도 넷이었기에 인원이 충분해 보이지만.

남자 직원이 얼마 없다는 게 중요했다.

룸서비스의 특성상 손님의 방문 앞까지 음식을 전달해 드린다.

그런데 골드원은 카지노가 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험악한 손님들이 꽤나 장기투숙을 하는 경우가 있었고.

그 탓에 룸서비스를 여성 직원이 가져가면 안으로 끌려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해서 남자 직원만 룸으로 올라가곤 했다.

“걔가 도망친 게 내 탓이야? 어? 그 새끼가 도망친 게 내 탓이냐고!”

그리고 바로 어제.

알바로 왔던 유일한 남자 직원이 힘들다면서 도망쳤다.

원래라면 여자 알바들이 아니라 남자 알바들이 더 뽑혔어야 했는데 이찬송 부장이 티오를 여성 쪽으로 많이 내는 바람에 벌어진 사단이었다.

“그럼 아닙니까? 가뜩이나 성수기라 객실도 많이 차는데 저랑 애들이 어떻게 이걸 다 합니까!”

당장 본 건물인 A만 해도 호텔 방이 200개는 넘는다. 그런데 룸서비스는 B도 겸용해서 하다 보니 사실상 400개에 가까운 객실을 고작 셋이서 음식을 날라야 하는 상황.

“2차로 애들 추가해서 들어오잖아! 그때 남자애들만 쭉 받으면 되겠지!”

“아직 일주일 남았잖아요! 그동안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부장님은 여기서 고객 콜만 받지만 저희는 셋이서 객실 돌아야 하는 거예요!”

‘개판이구만.

여자 직원들이 가져가라고 세팅을 다 해주더라도 그거 옮기는 것만 해도 꽤나 힘들겠지.

“에이 씨발!”

결국 이찬송 부장이 버럭 화를 내며 담배를 챙기고는 밖으로 가버렸다.

이제 막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말이다.

“하아.”

결국 남은 과장이 한숨을 내쉬면서도 일단 주문이 계속 들어오고 있기에 일을 시작했는데.

대략 30분 후.

“야! 데려왔다!”

놀랍게도 이찬송 부장이 남자 알바 하나를 데려왔다.

“시골 밥상에서도 일 제일 잘하던 에이스로 데려왔다!”

어벙하니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고 두리번거리고 있는 남자.

김우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다 카트에 음식을 세팅하고 있는 유아린과 딱 눈이 마주친 순간.

“뭐야, 너 여기서 일하고 있었어?”

‘하, 진짜.

고요하게 이어가던 유아린의 마음이, 다시금 묘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