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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4 KiB
Raw Blame History

어쨌든 다 큰 처자들이 술 퍼마시고 집 밖에서 잠들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문 여러어어!”

또한 밖에서 들려오는 누구 것인지 모를 비명에 이웃분들이 피해를 받으실 테니.

‘왜 합리화를 하고 있냐.

어쨌든 나름의 합리화를 끝마친 다음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우르르 밀려 들어오는 여성들.

평소에는 상큼한 본인들 특유의 체취를 흘리는 편인데 오늘만큼은 찐득한 술 냄새가 격한 게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우아아아!”

“아자씨이! 여기 소주 한 병이욧!”

안으로 우르르 밀려 들어오는 여편네들의 파도를 막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옆으로 밀려났고.

그 여파는 그대로 내 집을 강타하며 혼란을 야기했다.

“우하핫!”

“아우, 피곤해에!”

“여기 북엇국 맛 좀 볼까?”

하나는 신내면서 그대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고, 하나는 피곤하다면서 내 매트리스에 누웠다.

또 하나는 북엇국 맛을 본다면서 부엌으로 향했는데.

“하아, 머리 아파.”

지끈거리는 머리에 두통약이라도 먹어야 하나 싶었으나 일단 가장 먼저 위험할 수도 있는 부엌으로 간 최이서에게 향한다.

가스레인지 불을 키려고 하는 최이서의 손을 조심스럽게 밑으로 내린 후, 국자로 조금 떠준다.

“여기이 북엇국이 맛있다면서요오?”

발음은 정확한데 말꼬리가 늘어지면서, 얼굴이 붉은 게 최이서답게 취했다.

“네, 맛있어요. 한번 드셔보시죠.”

종지그릇에 국자로 뜬 북엇국을 덜어 넘겨주자 후후 불고 있는 최이서.

차갑게 식은 북엇국을 불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호롭.

북엇국을 마신 최이서는 몸을 좌우로 작게 흔들더니 기묘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술맛이 나는데요오?”

“그건 네가 술을 퍼 마셔…… 아니, 손님이 술을 드셔서 그런 거예요.”

“술 넣으셨어요오?”

내가 묻고 싶다.

혹시 술 넣었니?

“내가 끓여도 이거보다 잘 끓일 것 같은데에?”

셀프 피드백이 확실하구나.

이러니까 과대도 하고 점수도 잘 받고 하는 거지.

“근데.”

종지그릇을 옆에 내려둔 최이서는 나를 빤히 보면서 헤실헤실 웃는다.

“사장님이 잘생겼으니까 그냥 머글게요오.”

“……감사해라.”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으려는 최이서를 받아준다.

일단 매트리스에 눕혀야겠다 생각해서 가보니 거기엔 이미 대자로 누워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유아린이 있었다.

“내 따앙!”

나와 최이서를 보고 헤실헤실 웃으면서 팔다리를 헤엄치듯 휘적거리는 녀석.

“내 메트리스야.”

“이젠 내 따앙!”

누우면 자기 땅이라니.

땅 부자 되겠네.

“저리 비켜, 같이 누워.”

“시러!”

죽일까.

가뜩이나 몸을 거의 반쯤 맡긴 최이서 덕분에 힘들어 뒤지겠는데 유아린까지 이러니까 지친다.

최이서를 옆에 내려놓은 뒤, 나는 그대로 유아린에게 달려들었다.

어차피 남자와 여자의 힘 싸움에 나는 서 있는 상태였으나 훨씬 유리하겠지.

“어이구야!”

져버렸다.

고작 5초 정도 만에 유아린의 발차기 한 대 얻어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저거 술 마시니까 힘 조절을 안 해서 훨씬 아픈 게 조금 놀랐는데.

어쨌든 내가 쓰러진 사이 최이서가 슬금슬금 기어가 유아린의 옆자리에 누웠고, 유아린도 최이서는 거절하지 않고 그냥 받아주며 서로 껴안았다.

썩 사이가 좋지 않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도 술에 취하니까 친근하게 굴고 있는 모습들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또 보기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은.”

화장실로 들어가신 서예린인가.

어제부터 우리 집 변기가 참 고생한다고 위로하며 안으로 들어가자.

“으흥?”

“미친?!”

속옷만 입고 있는 서예린이 맹한 눈으로 샤워기에 물을 맞고 있는 게 아닌가.

“야! 너 뭐해!”

“씨스려고오!”

다급하게 샤워기 물을 끄고, 수건으로 몸을 덮어준다. 취해서 몸도 못 가누는 애가 뭘 씻겠다고 그러는가.

“내일 씻어, 내일! 아오, 뭘 씻겠다고!”

어차피 지금 씻어봤자 결국 내가 개고생하게 될 게 눈에 훤히 보인다.

짜증 내면서 서예린의 몸을 대충 닦아주자, 녀석은 웃으면서 나한테 안겨들었다.

“가치 씻자아!”

“무거워!”

팔을 목에 걸고, 다리를 허리에 둘러 서매미가 된 서예린.

그나마 서예린 몸무게가 덜 나가고, 내가 집에서 하는 홈트를 한 덕분에 일단 일어날 수 있었다.

“허리 움직이지 마!”

“흐히.”

일부러 엉덩이를 움직이면서 내 하반신을 자극하는 서예린을 말린 후, 화장실 밖으로 나간다.

고이 잠들어 있는 최이서와 유아린. 바로 그 옆에 서예린을 내려놓는다.

안 떨어지려고 해서 고생 좀 했지만 어쨌든 떨쳐낼 수 있었고.

이 밤에 졸지에 땀을 흘리게 된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눈가에 짙게 담긴 피로감에 절로 지쳐왔다.

내일은 강의가 없는 금요일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


참 우습게도.

김우진의 방은 어제와 똑같은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이 무려 셋이나 더 있었다.

성별만 다를 뿐, 술에 잔뜩 취해서 머리가 어지럽거나 핑 도는 느낌을 받으며 일어난다.

하나가 일어나자 무슨 연쇄작용이라도 일어나는 것처럼 슬그머니 다른 둘도 눈을 뜬다.

그래도 어제 남정네들보다 나은 점은 자고 일어났더니 기억은 아직 온전하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으나.

“아, 제발.”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된 것처럼 최이서는 머리를 감싸 쥐고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괴로워한다.

‘미쳤어.

자신이 끓인 북엇국에 대고 개소리한 것까지는 참을 수 있지만 김우진의 집에 와서 난리를 치고 했던 건 잊을 수 없는 흑역사가 될 듯했다.

다른 사람들도 엇비슷했는지 어색한 공기 속에서 일단 김우진을 찾았는데.

방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건 숙취해소제와 칫솔 세트, 메모 하나였다.

  • 찜질방 가서 잔다. 최이서가 끓이고, 최이서가 맛없다고 한 북엇국 있으니까 먹고, 씻으려면 씻고 가라. 갈 때 톡 하나만 주고.

“미안하네.”

쭈뼛거리며 미안해하는 서예린. 아무래도 어제 자신들 때문에 집을 뺏겨서 찜질방에 가서 잔 모양이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선을 넘어버렸단 생각에 미안하면서도 또 배려해 준 김우진이 고마웠기에.

일단 서로 차례대로 씻고, 밥을 차려서 같이 먹은 후.

“나는 강의 있어서 바로 가야 할 것 같은데.”

톡으로 모자 빌리는 걸 허락받은 최이서가 지난번에 썼던 모자를 쓰며 밖으로 먼저 나섰다.

남은 건 유아린과 서예린.

“난 금공강인데?”

유아린이 먼저 한마디 하자 서예린은 괜히 어색해하며 중얼거렸다.

“나, 나는 한 시간 뒤에 강의 있어.”

“그럼 집 들렀다 가면 되겠네. 먼저 나가. 나는 얘한테 미안해서 여기 청소나 좀 하고 가야겠네.”

“나도 도와줄게!”

“아냐, 그냥 가.”

괜찮다는 유아린의 말에 서예린은 시선도 못 맞춘 채로 그냥 가버렸다.

왜 이렇게 어색하냐고 묻는다면.

어제 서로가 나누었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기억났기 때문이겠지.

서로 19금으로 넘어가는 이야기들을 취해서는 서슴없이 떠들어댔다는 게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았다.

보통 이런 대화를 나누면 진정한 친구가 되거나 어색해지기 마련인데 아직 세 사람은 좀 어색할 듯 보였다.

“나, 나는 그럼 갈게!”

그대로 떠나간 서예린.

기지개를 켠 유아린은 방꼴을 보며 혀를 찬 후, 청소를 시작했다.


  • 유아린: 들어와. 와서 뭐라도 좀 먹어.

  • 유아린: 찜질방 음식 비싸잖아.

“얘도 참 대단하네.”

나였으면 바로 도망쳤을 텐데 집 정리까지 했다는 유아린의 톡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 최이서: 강의 끝나면 내가 가서 청소해 줄게. 기다리고 있어.

  • 김우진: 이미 유아린이 했다네. ㄱㅊ을 듯.

  • 최이서: …….

  • 김우진: 가게 주인이 치워야지. 손님은 그냥 가세용.

  • 최이서: 미안…… 진짜 미안.

최이서가 강의 끝나고 와서 청소해 준다고 말하긴 했으나 이미 유아린이 청소했으니 걱정 말라 답해준 후, 다시 유아린 톡에 답장을 준다.

  • 김우진: 그려, 집에 가라.

  • 유아린: 어제 쏘리.

  • 김우진: 그럼 보답으로 뭐라도 사주던가.

  • 유아린: (사진)

“……?”

유아린이 보낸 건 우리 집 바닥에 구겨진 빨간 뭔가. 옷으로 보이긴 했는데…….

  • 유아린: 팬티임.

  • 유아린: 선물. 누가 두고 간 듯.

  • 김우진: 미친? ㄹㅇ?

  • 유아린: ㅇㅇ 저거 쓰삼.

아니, 미쳤네.

누구 건지도 모르는데 쓰라는 유아린도 미쳤고, 남의 집에 빨간 빤스 두고 가는 여자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잠깐만.

어제 서예린의 팬티는 내가 직접 봤다. 샤워하면서 봤는데 저런 건 아니었다.

게다가 유아린이라면 본인 팬티를 저렇게 두고 갈 리가 없으니.

결국 계산해 보자면.

‘최이서?!

저 빨간 팬티는 최이서의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스포츠 브라나 입고 다닐 것 같은 최이서가 저런 도발적인 색감의 팬티를 입고 다닌다는 것에 살짝 두근거리기 시작했으나.

  • 유아린: (사진)

다시 유아린이 보낸 사진을 본 순간 내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 유아린: 남자 팬티임.

  • 유아린: 더러워서 집게로 펼쳤음. 나중에 소독해서 써라.

“시발.”

구겨져 있던 게 펼쳐지자 통이 큰 남자 팬티가 떡하니 사진에 보인다.

도대체 어떤 개새끼가 빨간 팬티를 처 입었는지 몰라도 나중에 찾아서 꼭 죽이겠다고 다짐하면서 찜질방을 나서는 그때.

우웅!

또다시 온 톡.

이번엔 유아린이 아니라.

  • 주대장: 편집.

주대장님이셨다.

‘아.

생각해 보니까.

목요일 오전 강의가 영화 촬영 과제가 있는 강의였는데 빼먹지 않았던가.

  • 주대장: 다음 주 수요일에는 제출해야 한다.

등골이 쭈뼛쭈뼛 서며, 바로 노트북이 있는 집으로 달려갔다.


시간을 조금 돌려.

오전 10시.

원룸 건물 앞.

진할 정도로 붉게 물든 머리카락의 여인이 멍하니 원룸 현관문을 보고 있었다.

아무리 밟아도 꺼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그녀의 붉은 머리색은 겨울이 찾아오는 이 시기에도 추위를 녹여내고 있었다.

고급스런 코트, 얼굴을 가리기 위한 선글라스.

코트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은 채로 멍하니 원룸의 문을 쳐다보고 있는 여인의 이름은 오윤지.

그리고 저기는.

고작 반년 전까지만 해도 본인 집처럼 들락날락하던 전 남친의 자취방이었다.

‘우진아.

이틀 전.

새벽에 전화한 김우진.

취중진담이라 했던가.

그때 그가 자신에게 외치던 말들을 떠올리며 오윤지는 눈시울이 살짝 붉어질 것만 같았다.

우진이 큰형과의 약속으로 자격이 될 때까지 우진이를 만나지 않기로 했으나.

막상 새벽에 전화를 받으니, 자신도 감정이 북받쳐서 얼굴이라도 멀리서 보고 싶었다.

그래서 바쁜 스케줄을 다 제치고 이곳에 왔다.

만나진 않더라도, 멀리서 얼굴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온 오윤지는 새해 일출을 기다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김우진의 원룸을 쳐다봤고.

드디어 문이 열렸다.

“아……!”

오랜만에 볼 수 있단 생각에 저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으나.

뛰어나온 건.

김우진의 모자를 쓰고 있는 푸른머리의 여대생.

게다가 자신의 고등학교 친구였던…….

“이서?”

최이서였다는 점에서 뭔가 싸함을 느낀 오윤지는 멍하니 그녀를 눈으로 쫓았다.

자신의 친구와 전 남친이 무슨 관계가 되었는지 순간적으로 궁금증에 미쳐버릴 것 같은 순간.

끼익!

또다시 문이 열리고.

이번에는 입학 때부터 말이 많이 나오던, 연예계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는 영문과 여신이 어색한 표정으로 쭈뼛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

뒤통수가 얼얼하다는 느낌 속에 마지막.

몇 분 후, 문을 열고 나온 건.

무슨 살림이라도 하고 있는 아내처럼,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나온 금발의 여자.

“김, 우진……!”

그걸 본 순간, 오윤지의 머리는 한계에 도달한 느낌을 받았다.

원래부터 기가 세던 여인.

양손은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으나 주먹을 강하게 쥐고 있었고.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거칠게 퍼지며, 당장이라도 저기로 달려가 문을 박차고 김우진을 사지분해하고 싶었으나.

“사, 사장님? 이제 가셔야해요.”

뒤따라온 직원의 말에 오윤지는 이를 으득 물며 몸을 틀고 차에 탈 수밖에 없었다.

신경질적인 그녀의 발걸음과 숨소리에 직원은 아무 말 없이 차를 운전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