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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 세 개에 참치 주먹밥 두 개!”
주방 쪽으로 오더를 내리는 최이서. 그 말에 나는 곧장 양념에 절여둔 고기를 꺼내 프라이팬에 쏟아 넣는다.
이미 진득하게 달구어진 프라이팬은 빠르게 고기를 익혀가기 시작했고, 내 옆에서 보조하는 여학생은 열심히 두부를 썰기 시작했다.
우리 주점이 제육 맛집이라고 소문이 났는지 제육볶음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중이었다.
그래서 원래는 혼자 하는 일에 주희 선배가 보조를 붙여주셨다. 원래는 참치 주먹밥 하는 애였는데 거긴 사람이 많을 필요가 없어 보인다며 이쪽으로 끌려왔다.
당연히 처음에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나랑 말도 섞기 싫어했으나.
내가 그냥 분주하게 일하면서 덤덤하니 지시하자 이제는 나를 향한 불쾌감이 좀 누그러든 모양이었다.
“이제 잘 써네.”
“그치?”
처음에는 두부도 균일하게 못 쓸어서 요령을 좀 알려줬더니 이제는 곧 잘한다.
칭찬해 주자 여자애는 히죽 웃으면서 당당하게 제육 옆에 두부를 얹어준다.
순식간에 나온 세 접시.
음식 받으러 온 서버들에게 건네준다.
서예린 하나.
한강 선배 하나.
최이서 하나.
딱딱딱 나간 다음 기지개를 켜면서 슬쩍 시간을 확인한다. 벌써 저녁 7시.
듣기로는 8시부터 초대 가수 무대가 시작해서 11시까지 이어진다고 하는데.
“오늘 초대 가수 누구였는지 알아?”
다음 제육볶음을 위한 밑 준비를 하면서 묻자 여자애는 막힘없이 답이 나왔다.
“오늘 하이 오잖아.”
하이?
이름이 뭐 그런가 싶어서 찌푸렸는데 놀란 눈으로 되묻는다.
“하이 몰라? 유명한 래퍼잖아.”
“래퍼 이름이 하이야? 그럼 바이는?”
“노잼.”
“크흠, 두부나 준비해.”
머쓱하니 말하자 여자애는 뭔가 우스웠는지 옅은 웃음을 흘리며 바로 두부 큰 거를 뜯기 시작한다.
그때.
“현아야! 아까 깡통따개 어디다 놨어?”
참치 주먹밥을 열심히 만들고 있던 여자애들 쪽에서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것보다 옆에 있던 애 이름이 현아였구나.
아까까지만 해도 현아는 참치 주먹밥 팀에서 버려졌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빠했으나 지금은 또 풀렸는지 냉큼 알려준다.
“어? 그거 다른 과에서 빌려왔던 거라서 그쪽에서 가져가셨는데?”
“지, 진짜?! 저, 저거 캔 따려면 필요한데!”
“아까 다 따둔 거 아니었어?!”
1.8kg짜리 대용량 참치 캔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애들. 업소용 참치 캔은 시판과 다르게 따개가 안 달려 있기에 일어난 참사.
젓가락이나 칼 가지고 쑤셔봤는지 홀이 파여는 있으나 뚫지는 못한 모양이다.
“가져와.”
마침 제육 주문도 안 들어오고 있으니 나는 곧장 손을 뻗었고, 애들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엉거주춤 나한테 참치 캔을 건넸다.
“칼 줘봐.”
두부 썰던 칼을 받은 나는 그대로 원의 가장자리에 칼끝을 댄 다음 위를 손바닥으로 때린다.
쿡!
캔 뚜껑을 찌르고 들어간 칼.
못을 때리는 망치가 연상되는 장면.
다시 칼을 뽑고 바로 옆에 댄 후 반복한다.
반 정도 까였을 때, 칼로 뚜껑을 휘니 자연스럽게 반 정도 열렸다.
“자. 너는 칼 닦아오고.”
참치 캔이랑 칼을 각자 건네주자 다들 얼떨떨하니 받아갔다. 따로 고맙다는 말은 없었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으나…….
“주문 들어왔어! 참치 주먹밥 뭐해! 밀렸잖아!”
계란말이를 담당하고 있던 주희 선배의 날카로운 지적에 참치 캔을 들고 있던 애가 쏜살같이 가버렸다.
“그런 거 어디서 배웠어?”
“야, 칼! 칼 내려놓고 얘기해!”
“아…… 미안.”
슬며시 다가온 현아.
칼을 든 채로 물어왔기에 턱짓으로 내려놓으라고 시키면서 답해줬다.
“자취 처음 시작했을 때, 스팸이랑 참치 캔 많이 사두면 좋겠다 싶어서 저런 거 몇 개 샀었거든.”
“……저걸 혼자 먹었어?”
“여자 친구랑.”
“아.”
같은 과였다가 휴학했던 오윤지를 알고 있는지 현아의 표정이 살짝 떨렸다.
뭔가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을 건드렸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뭐, 어쨌든 그때 따개가 없으니까 너튜브 같은 거 찾아서 보고 배웠지.”
“그렇구나아.”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현아. 그때 무릎 뒤에 느껴지는 무게감에 나도 모르게 몸이 뒤로 휘청거렸다.
“으허얽!”
순간적으로 꼴사나운 비명을 쏟아내며 가까스로 자세를 바로잡자, 뒤에 있다가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서예린이 평소와 똑같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육 둘.”
“……방금 뭐한 거냐?”
“응? 뭐가?”
이걸 모른 척한다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서예린은 쌩하니 가버렸고, 한숨을 내쉬며 준비해 둔 고기를 꺼내려는데.
주방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쏠려 있었다. 아까 내가 내질렀던 비명 때문인 모양이다.
“아, 씨 서예린.”
쪽팔림과 프라이팬 열기에 살짝 붉어진 얼굴을 억지로 숨기며 제육볶음을 볶기 시작한다.
그러자 옆에서 멀뚱히 보고 있던 현아가 뭔가 재밌는 걸 봤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어왔다.
“방금 뭐야? 예린이 개 웃겨.”
“웃기냐? 난 쪽팔린데.”
“너 예린이랑 친했구나. 나는 막 이런저런 헛소문 퍼져서 둘이 서먹할 줄 알았는데.”
“뭐, 소문은 그냥 소문이니까.”
서예린이랑 꽤나 여러 소문이 같이 돌긴 했었다. 결국 전부 다 헛소문이었다는 게 밝혀지긴 했지만 말이다.
“두부 잘라. 바로 나가게.”
다음 접시에 두부를 잘라서 올려두는 현아. 나는 그 옆에 제육을 올려서 홀 쪽 옆에 둔 테이블에 올려둔다.
이렇게 두면 알아서 가져간다.
또 살짝 쉬는 타임인가 싶었는데 때마침 바깥 무대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학생들 중에 노래 부르러 참가하는 사람이 있다고 듣긴 했는데 아마 그거인 모양이다.
학과나 동아리 부스 홍보 차원에서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
“우리도 나가는 사람 있어.”
흘러 들어오는 노래 소리에 집중한다는 걸 알았는지 현아가 슬쩍 한 마디 건넨다.
“엥? 그래? 누구?”
“이서랑 예린이 그리고 현호랑 한강 선배.”
“……그건 무슨 조합이야.”
넷이서 무대에 나간다고?
“원래는 현호랑 한강 선배만 나가기로 신청했는데 주점 홍보하려고 두 사람도 같이 나가기로 했어.”
“애들 노래 잘해?”
“이서는 꽤 잘해. 뭐, 어차피 노래 잘 불러서 나가는 게 아니라 그냥 홍보 차원에서 나가는 거라서 사실 크게 중요하진 않아. 그리고 또.”
슥슥.
손을 얼굴 앞에 휘적거리면서 씨익 웃는다.
“넷이 얼굴이 좀 되잖아.”
“그건 그렇지.”
아까 서예린이랑 한강 선배가 나가서 홍보한 덕분에 지금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오는 거기도 했다.
또한 헌팅이 얼마나 심했는지 최이서가 부스 앞에 대문짝만하게 종업원한테 번호 물어보면 안 된다고 적어뒀다.
“저, 저기.”
그때 참치 주먹밥 팀에서 일회용 접시 위에 참치 주먹밥을 가지고 내게 찾아왔다.
“아, 아까 고마워서.”
“이거 좀 먹으면서 해.”
이거 그냥 먹어도 되는 건가?
주희 선배 쪽을 슬쩍 확인했는데 일하던 선배는 나를 보더니 웃으면서 못 본 척 넘어갔다.
‘역시 주대장.’
융통성이 있는 게 아주 멋들어졌다. 저 사람이 남자였으면 동반입대 하자고 부탁했을 거다.
‘해볼까?’
하면 뺨 맞겠지.
“지금 자리 만석이라서 어차피 메뉴 주문보다는 술 주문밖에 없어. 지금 빨리 먹자.”
호들갑을 떨면서 참치 주먹밥을 먹자고 떠들어대는 애들. 나는 그걸 멀뚱히 보다가 바로 제육볶음도 볶기 시작했다.
“같이 곁들여서 먹자.”
결국 완성된 제육과 참치 주먹밥.
주방 안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먹기는 눈치 보여서 천막 밖으로 나선다.
찬바람과 함께 멀찍이 떨어진 무대가 보인다. 애매했으나 구경하기엔 나쁘지 않았다.
왜인지 내가 접시를 들게 된 탓에 자연스럽게 내 주변으로 모여서는 젓가락질을 하게 되었다.
처음 주점을 시작할 때 보였던 반응들을 생각해 보면 나에 대한 평가가 그래도 조금은 달라졌다는 거겠지.
내부가 좀 여유로워졌는지 다른 애들도 나와서는 하나 같이 근처에 모여들었다.
“이거 내가 만든 거임. 그냥 입에서 살살 녹지?”
“웩?! 탄 것 같은데?”
“이렇게 우리끼리 먹어도 되는 거야?”
“뭐 어때. 알바 하러 왔냐. 축제 즐기러 왔지.”
하나둘 모여서 얘기들 하고 있으며 그 사이에 껴있는 내가 있다.
따로 누구랑 얘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남녀끼리 웃으면서 떠드는 걸 근처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의외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축제의 밤.
주점의 주방 멤버끼리 느낄 수 있는 나름의 돈독한 시간이라 할 수 있겠지.
“이거 좀 먹어봐라.”
그때 내 옆으로 온 주희 선배. 접시 위에는 치즈가 들어간 계란말이가 있었는데 직접 하신 모양이었다.
“으음! 치즈와 계란이 한 곳에 어우러져서……!”
“쓸데없는 말 말고 그냥 먹어.”
내가 호들갑스럽게 말하는 걸 차단한 주희 선배. 그래도 말하면서 웃으시는 걸 보면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때마침 진행 측에 불렸는지 황급히 무대 쪽으로 가는 우리 주점의 얼굴 담당 네 사람.
아까 현아가 말해줬던 노래를 부르러 가는 서예린과 최이서 그리고 안현호와 한강 선배였다.
“아, 애들 간다!”
“파이팅!”
“영문과가 다 씹어 먹고 와라!”
“배우다 배우! 완전 예쁘고 멋지다아!”
목청이 터져라 응원하는 영문과 학생들과 응원에 힘입어 손을 흔들며 떠나가는 네 사람.
확실히.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소속감이란 감정들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묘하게 감정이 고조되면서,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분명 축제가 끝난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원래대로 돌아올 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축제니까.’
썩 나쁘지 않으며, 다시 찾아오지도 않을 이 시간을 즐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