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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
거칠게 문을 두드리던 유아린.
문이 드디어 열리자 그녀는 짜증 내며 꾀병에다 늦장까지 부린 김우진에게 한마디 해주려 했으나.
“……어잉?”
“안녕.”
느닷없이 최이서가 문을 열고 나온 게 아닌가. 게다가 살짝 숨이 가쁘며, 얼굴도 붉어져 있는 게 뭔가 봐서는 안 될 모습을 본 기분이 들었다.
평소의 최이서도 운동하기 때문에 몸 자체는 육감적인 느낌이 있었으나.
뭐랄까.
지금은 섹시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너, 왜 여기 있어?”
당황하며 물은 유아린에게 최이서는 여유로운 미소를 살포시 지으며 답했다.
“문병 왔지. 우진이 아프다니까.”
“아…….”
“근데 네 말대로 꾀병 맞더라. 아주 힘이 남아나더라.”
움찔.
왜일까.
순간적으로 유아린의 어깨가 떨려왔다. 뭔가 미묘한 상황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온 김우진.
“뭔데, 넌 또 왜 왔는데.”
“…….”
김우진 역시 얼굴이 붉어져 있고 숨이 가쁘다. 옷이 살짝 흐트러져 있는 게 눈에 밟혔다.
“저녁 먹었어? 안 먹었으면 같이 먹고 가자.”
그런데 뜬금없이 최이서가 자신을 안으로 초대하는 게 아닌가. 여기서 안으로 들어서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실례할게.”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해왔던 유아린은 물러서지 않고 안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내디뎠다.
나름대로 자신감 넘치게 들어갔으나.
“…….”
코를 찌르는 수컷의 냄새.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고는 있지만 날이 쌀쌀해서 조금 열어둔 탓에 냄새가 다 빠지지 않았다.
게다가 김우진의 뽀송뽀송한 몸을 보니 방금 씻은 게 뻔히 보였다.
“우리 주점한다며. 나 주방에서 일해야 한다고 최이서가 만들어줬어.”
일단 김우진이 이유를 둘러대 보지만 그게 변명이라는 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추가로 최이서가 한마디 덧붙인다.
“우진아, 나 샤워 좀 해도 될까?”
“응?”
“아까 땀을 좀 흘려서 찝찝하네. 옷은 운동복 가지고 다니니까 그걸로 갈아입으려고.”
“어, 뭐…… 상관은 없지.”
얼떨떨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김우진. 최이서는 유아린을 보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리며 화장실로 들어갔고.
쿵.
문이 닫히는 순간.
“너 쟤랑 잤냐?”
바로 따지듯 묻는 유아린.
김우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쉰다.
“자긴 뭘 자. 그냥 밥만 만들었다니까.”
“…….”
미심쩍은 눈으로 흘겨보지만 김우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최이서가 만들어 준 소시지야채볶음을 하나 집어 먹는다.
“잔 거 같은데?”
“아니라고. 애초에 내가 했으면 아직 안 끝났어.”
“허세는.”
“허세? 이걸 보여줄 수도 없고.”
바로 장난치며 으쓱거리는 김우진을 보자, 유아린도 조금 마음이 놓였다.
분위기상 그렇고 그런 일을 한 걸로 보이진 않았으니까.
‘뭐야, 왜 내가 안심해.’
김우진한테 딱히 그런 마음은 없는데. 최이서랑 서예린이라는 승리할 확률이 희박한 전쟁터에 자신은 낄 생각이 없었다.
“아오, 걱정한 내가 잘못이지.”
그리 말하곤 유아린은 주머니에 있던 손바닥만 한 상자를 김우진의 얼굴에 냅다 던졌다.
“뭔데.”
얻어맞았어도 별로 아프진 않았기에 확인해 보니 감기약이었다.
“뭐야, 너도 진짜 아픈 줄 알았어?”
“아니거든? 그냥 나 먹던 거 가져온 거야.”
“그런 것치곤 안 까져 있는데?”
“원쁠원이라 하나 더 사온 거임.”
어디서 약을 1+1에 파나 싶었지만 김우진은 그냥 그러려니 하며 넘어간다.
“됐고, 이거나 먹고 가. 어차피 너도 서빙 쪽일 테니까 먹을 기회도 없을 거 아냐.”
그 말에 유아린은 삐죽거리며 젓가락을 쥐려는 순간, 움직임이 뚝 멈춘다.
하지만 다시 자연스럽게 소시지를 하나 집어 먹으며 물었다.
“왜 내가 서빙이야?”
“음? 서빙 아냐? 얼굴 반반한 애들 다 서빙으로 뺐다고 들었는데?”
“…….”
“듣기로는 2학년 한강 선배까지 부탁해서 서빙하기로 했다며. 아주 본격적이라고 들었는데.”
남녀 모두의 니즈를 맞추려는 시도였겠지.
“아니야?”
“맞, 아.”
뭔가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인 유아린. 진심으로 왜 그러는지 이해를 못 한 김우진은 무슨 문제 있냐고 물었는데.
“닥쳐!”
벌떡 일어난 유아린이 붉어진 얼굴을 감추듯 몸을 휙 돌린다.
“끼 부리지 마 이 새끼야!”
“뭐, 뭐?!”
“나 갈 거야!”
초코몽을 먹었던 지난밤과 비슷하다.
여기 더 있으면 뭔가 이상해질 것 같은 기분을 느낀 유아린이었기에 황급히 문을 향해 달려간다.
‘아니야!’
스스로에게 되새기는 유아린.
‘방금 두근거렸다거나 하는 거 아냐!’
절대로 저딴 남자에게 두근거렸을 리 없다.
‘내가 이용하려고 했던 애한테 역으로 끌린다?’
그거만큼 꼴사나운 일이 없지 않은가.
‘게다가 저긴 발도 들이면 안 되는 전장이야!’
김우진에게 관심 있는 두 사람과 경쟁할 생각은 없었다.
‘정신 차려 유아린.’
뺨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며, 유아린은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뭐야.”
뜬금없이 나한테 약을 던지고 밖으로 달려간 유아린. 사실상 오자마자 가버린 거나 다름없었기에 무슨 신기루라도 봤나 싶었으나.
유아린이 흘리고 다니는 특유의 과일 향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코를 간질이고 있었다.
덜컥.
“우진아, 이거 문이 잘 안 닫힌다.”
그때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면서 밖으로 나온 최이서. 그러더니 나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린이는?”
“몰라, 그냥 자기 혼자 소리치더니 가버리던데?”
“……뭔 짓했어?”
바로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지만 이건 좀 억울하다.
“아무 짓도 안 했어.”
“또 가슴 만지고 싶다고 말했어?”
“아니, 안 했다니까? 그리고 나를 무슨 가슴에 미친 애로 알고 있네.”
“아니었어?”
“아니야.”
“만약 내가 지금 만지게…….”
“안 만져! 안 만진다고 이년아!”
이것들이 진짜 누구를 성욕에 휘둘리는 사람으로 알고 있나.
내가 버럭 외치며 답하자 최이서는 풋 하고 웃으며 옆자리에 다시 앉아 머리를 말린다.
그 모습이 묘하게 요염했기에.
“헤어드라이기 못 봤어? 꽤 좋은 걸로 사뒀는데.”
“응, 봤어. 다이스 꺼 쓰더라?”
전 여친이 헤어드라이기 좋은 거 쓴다고 두고 간 거다. 내가 산 건 아니라 그냥 버려도 되지만 가격을 확인해 보고 전 여친보다 소중히 여기며 쓰고 있다.
“봤는데 왜 안 말리고 왔어.”
“그냥?”
그러면서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최이서가 일부러 머리를 안 말리고 나왔다는 걸 깨달았다.
“너 무슨 드라마 봤니? 머리 말리는 거 보면 남자들이 설렌대?”
“……아니야?”
정곡이었는지 최이서가 당황한 듯 몸을 살짝 뒤로 뺀다.
후하고 숨을 내쉬면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답해줬다.
“드라마 존나 현실적이네.”
“흐흥.”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콧소리를 살짝 낸 최이서. 그러더니 남은 음식들을 내 쪽으로 내민다.
“얼른 먹어. 다 식었잖아.”
“그래, 먹어야지.”
과하게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들긴 했으나, 그걸 억지로 무시하며 남은 음식을 먹을 뿐이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축제 기간이 다가오는 중에는 대나무숲도 그것에 관한 얘기가 활발하다. 특히나 교류가 없는 다른 과의 정보들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 익명135: 도대체 주점하는 과가 몇 개임? 그냥 다 주점만 하는데?
↳ 익명81: 주점이 그나마 쉬우니까.
↳ 익명42: 그리고 술 마시기 좋음 ㅋ 후배들 일 시키고 안주 가져오라고 시키면 됨.
- 익명69: 섹x 하고 싶다아아!
↳ 익명90: 섹x 하고 싶다아아!
-
익명44: 싱글벙글 서울역 괴담 이야기. 그쪽에는 옛날부터 노숙자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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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111: 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BJ포포입니다! 이제 곧 축제인데요! 사실 제가 응원단에서 같이 응원을 하게 되었어요! 축제 당일 실시간 방송할 테니까 재밌게 봐주세요!
↳ 익명315: 우리 포포 절대 지켜.
↳ 익명316: 우리 포포 절대 지지해.
↳ 익명317: 우리 포포 언제나 건공과에 있어 줘.
- 익명243: 혹시 메이드 카페하시는 과 있으신가요?
↳ 익명11: 씹덕 새꺄. 그런 건 네가 보는 일본 애니에만 처 나오는 거야 미친놈아.
↳ 익명81: 솔직히 보고 싶긴 함. 특히 항공과랑 연영과 기대 중.
↳ 익명11: 연영과는 연극이다 병신아.
↳ 익명81: ? 님이 어케암? 연영과임?
↳ 익명11: 그럼 연영과가 연극 안 하고 뭐 하냐.
↳ 익명81: 맞네.
↳ 익명243(작성자): 딴 곳에서 얘기해요. 나한테 알람 오잖아.
↳ 익명11: ㄷㅊ 오타쿠 새꺄.
- 익명126: 다들 연영과랑 항공과 기대하지만 솔직히 나는 영문과 기대 중이다. 거기에 ㄹㅇ 연영과 다 씹어 먹는 애 하나 있던데.
↳ 익명82: ㅅㅇㄹ이네.
↳ 익명69: 섹x.
↳ 익명90: 폼이 빨딱 서셨군요!
↳ 익명126(작성자): 그분 남자친구 있으신가?
↳ 익명195: 노리는 사람은 개많음.
“어휴, 참.”
실명을 거론 안 했으니까 삭제하기도 뭐하지만 서예린이 꽤나 고생하고 있다는 건 알겠다.
화요일이라서 원래는 지금 서예린이랑 최이서랑 같이 점심을 먹어야 했지만.
지금 나는 영문과 조교실 앞으로 가는 중이었다.
‘아오, 왜 벌써부터 모이자는 거야.’
왜냐면 축제 때 주방팀 모임이 있기 때문.
어느새 초대되어 있던 단톡방에서 오늘 점심에 좀 모이자는 얘기가 있었다.
원래는 못 본 척하려고 했는데 최이서가 가라고 재촉한지라 하는 수 없이 끌려가게 되었다.
‘벌써 귀찮네.’
하기도 싫은 건 당연했으나 딱 봐도 상황이 개판일 것 같아서 싫었다.
주점 운영을 1학년이 주도해서 하고 2, 3, 4학년 중에 도와주고 싶은 사람만 도와준다는데.
사실상 3, 4학년은 없는 거고, 2학년은 누가 도와주고 싶겠는가 축제나 즐기는 거지.
그러니까 1학년들이 해야 하는 건데. 이제 고등학교 물 조금씩 빠지기 시작한 애들이 주방에서 뭘 하겠는가.
‘알바하는 애가 제발 있어야 하는데.’
식당주방 알바 같은 거 하는 애가 있어서 걔가 주도적으로 제발 이끌어 주길.
정말 간절히 바라면서 조교실 앞에 도착했는데.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만 아니었으면 안 도와줬어.”
거기엔 딱 달라붙는 검은 아디도스 저지를 입고 있는 민주희 선배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1학년들을 정렬시키고 있었다.
“아, 지져스.”
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 몇 있을까.
“주방팀 개꿀.”
우리의 주대장님께서, 이번엔 주든 렘지가 되어서 찾아와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