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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상황이 기묘하고, 의심이 된다고 하더라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대기업 회장의 아들.
딱 그 타이틀 하나가 지금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
덕분에 험한 꼴은 당하지 않았지만.
새벽에 도망치는 동안, 나는 핸드폰도 뺏긴 채로 인터넷 방송인들이랑 같이 행동하게 되었다.
본인들 말로는 즐기면서 있으라고 했으나, 누가 봐도 감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렇게 될 줄이야.’
설마 탈출 계획이 이 시기에 들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에.
당황스럽긴 했으나, 일단 내가 방송인들이랑 같이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 이제 어떡해요?”
“오빠, 저희 큰일 난 거죠?”
“아, 눈물 나올 것 같아.”
인터넷 방송인들은 몰래 같은 편으로 있어주던 나까지 자신들과 함께 붙잡힌 상황에 불안해하고 있으나.
“괜찮아.”
그들의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포포가 모두를 모아서는 위로한다.
“괜찮을 거야. 우리가 여기 갇혀 있는 것도 다들 알고 있으니까.”
둥글게 둘러앉아서는 위로하는 포포.
덕분에 다른 애들이 조금 안심하고 있으나, 과한 기대를 받은 나는 머쓱할 따름이었다.
‘애매하네.’
당장에 갇힌 방은 내가 자주 사용하던 10번방.
창문 같은 걸로 탈출하기에도 층수가 6층이기도 했고, 애초에 여긴 창문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가만히 있어봤자 어차피 위험하다.
야반도주 정리가 끝나기 전에 움직이는 게 상책.
문밖에서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조직원이 하나 있으니, 어떻게든 그걸 정리해야 하는데…….
“안에서 뭔가 소란을 일으키고, 들어오면 그걸 제압하는 건 어떨까.”
내가 의견을 내자 다들 썩 탐탁지 않아 보였다.
“제압이 가능할까요?”
“싸, 싸움 잘하세요?”
하나 같이 나한테 의문을 품는 녀석들.
“……같이 싸우자는 거였는데.”
그래도 6:1하면 이길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제안했던 거였는데.
다들 겁에 잔뜩 질려서는 싸울 생각을 못 하고 있다.
하지만.
“하죠.”
포포가 주먹을 꽉 쥔 채로 내 의견에 동의한다.
“그것밖에 없으면 하는 게 맞잖아요. 그쵸?”
“……맞아, 여기서 나가서 상황을 알리면 돼. 내가 아는 사람들이 미리 기다리고 있어.”
아까 포포를 만나기 전에 도와달라고 전화를 해둔 상태였다.
경찰 인력을 함부로 다룰 수는 없으니 내가 아는 사람들로 말이다.
“게다가 그냥 가만히 구해지는 걸 기다리기만 해도 결국 우린 그대로잖아. 이겨내야 돼.”
6:1.
다른 건달들은 야간도주를 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건물 내부의 흔적을 지우거나, 차량을 공수해 오는 상황.
지금이 적기였고.
그렇기에 우리는 강행하기로 다짐했다.
10번방에 등진 채로 방송인들을 감시 중이던 건달.
그나마 짬이 좀 있는 그였기에, 밑에 있는 애들한테 바쁜 일은 맡기고 가장 편한 장소에 배정받았다.
“흐으음.”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고 있는 핸드폰은 투자자였던 김우진의 것이었다.
아까 뺏은 걸 자신이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쪽으로 계속 문자가 오고 있는 게 싸하다.
우웅! 우웅! 우웅!
특히 서예린이라는 애가 사진을 계속 보내고 있는데, 이게 도대체 뭔가 보고 싶었으나.
암호 때문에 풀지도 못하고 그냥 불안하게 울려오는 핸드폰을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에휴, 하여간 돈 있는 새끼들이 더 하다니까.’
회장 막내아들이라고 이 여자 저 여자 다 꼬시고 다니겠지.
서예린, 최이서, 민주희, 정찬우.
오는 톡들 대부분이 여자 이름인 걸로 봤을 때, 어떻게 살았을지 대강 눈에 보이는 그였다.
‘그런 놈이 여기서 돈으로 여자애들이나 따먹고 다니고, 쯧.’
이런 실체를 여자들이 다 알아야 하는데. 자신도 나쁜 놈이었지만, 안에 있는 놈은 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아아악!”
비명이 들려왔다.
“너, 이 개새끼! 네가! 네가! 우리를!”
“나쁜 놈! 나쁘으은노오오옴!”
건달 생활 n년차.
익숙한 타격음과 남자의 비명.
그리고 방송인들의 감정이 섞인 거센 외침까지.
깜짝 놀란 건달이 몸을 휙 틀어 문에 달린 유리창 너머를 확인한다.
거기엔 여자 방송인들에게 둘러싸여서 바닥에 엎드린 채로 두들겨 맞고 있는 김우진이 있었다.
“억지로! 어?! 억지로!”
“너 때문에에에! 아팠다고오오!”
생각해 보면 반쯤 강제로 몸을 판 아이들과 돈을 내고 그녀들을 산 사람을 한 방에 가둬둔 꼴.
“아, 젠장!”
아무리 배신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일단은 투자자였고 일단은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다.
그가 어딘가 크게 다치거나, 목숨이라도 잃는 순간 정말 상황이 커질 수 있었기에.
건달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방송인들을 밀친다.
“미친년들이 곱게 있을 것이지 무슨 짓이야!”
“꺄악!”
“하, 하지 마세요!”
바로 겁에 질려서는 뒤로 밀린 방송인들.
건달은 씩씩거리며 김우진의 상태를 살피려는 순간.
뻐억!
쓰러져 있던 김우진의 무릎이 건달의 고간을 올려 치고 들어간다.
“어, 억?!”
갑작스런 통증에 말도 못 하고 몸이 앞으로 쏠리는 건달. 방송인들은 그 틈을 노려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건달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됐어.”
핸드폰을 되찾아, 연락을 이곳저곳에 돌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됐다.
경찰도 올 것이고, 작은형이랑도 통화를 끝냈다.
아마 금방 오겠지.
“이, 이제 어떡할 거예요? 나갈 건가요?”
바로 나가기에는 좀 위험하기도 했으나, 반대로 경비를 서던 건달이 사라졌으니 여기 있기도 뭐한 상황.
나는 밖으로 나가는 걸 선택했다.
“연락해 뒀어. 미리 대기하고 있던 내 친구들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쪽이랑 합류하면 끝이다.
여기가 6층이니 1층까지 내려가야 했으나, 어떻게든 해봐야겠지.
“내가 앞장설 테니까, 포포가 가장 뒤에서 애들 잘 데려와 알았지?”
“네, 알겠어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방밖으로 나섰고 그대로 계단을 향해 달렸다.
6층에서 5층으로 내려가는 건 간단했다.
애초에 짐을 아래로 내리고 있으니 6층 짐은 이미 다 빼서 사람이 없던 상황.
문제는 5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면서였는데.
“으음?”
잠깐 쉬는 시간이었는지 계단 비상구 쪽에서 담배를 피우던 건달 하나와 딱 눈이 맞아 버렸다.
“이, 이 새끼들 도망친다!”
나는 바로 건달에게 달려들었다.
“바로 내려가! 밑에서 애들이 올라오고 있을 거야! 그냥 쭉 내려가!”
몸을 날려 태클을 건 나는 그의 허리에 매달린 채로 벽에 꽂아 넣는다.
나름 멋들어지게 들어갔다고 생각했으나 상대는 길거리 싸움이 생업인 사람.
“미친 새끼가!”
바로 자신에게 매달린 나를 들더니 바닥에 메다꽂는 게 아닌가.
“커억!”
홈트를 했던 게 야속할 정도로 허약한 스스로에게 놀라면서도, 내 말대로 바로 도망치고 있는 방송인들을 보며 안심한다.
“크흐으윽! 졸라 아파!”
“아오! 이걸 줘팰 수도 없고!”
“부, 부모님 감사해요.”
돈 많은 부모님이라서 감사해요. 덕분에 건달한테 두 대 맞을 거 한 대 맞았네요.
바로 방송인들을 쫓아가려는 건달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진다.
복도에서 뛰쳐나오는 건달들도 우리 둘이 계단 앞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으니 길이 막혀서 못 내려갔으나.
결국.
“아, 그냥 줘패!”
사람이 크면 부모님께 독립해야 하듯.
이제 부모님의 그림자에서 떠나, 건달 형님들의 주먹이 나를 반기려는 그때.
“어이, 아저씨들.”
계단 위로 올라오는 한 남자.
건달들에게도 꿀리지 않는 덩치.
어린 시절부터 배워왔던 태권도.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3학년들에게 싸움을 걸고 다녔던 젊은 깡패.
표진호였다.
“아, 아아! 진호 행님!”
표진호가 이렇게 반가웠던 적이 또 있을까.
그는 씨익 웃더니 뒤를 척 가리키곤 외쳤다.
“가라.”
“존나 멋져 시발.”
나는 냉큼 표진호를 내버려둔 채로 아래층으로 달려간다.
그러면서 지나치는 우리의 친구들.
“너 이거 비싸게 갚아야 한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유명한 양아치, 안현호.
“내일 군대 가는데 이거 뉴스에 나오면 포상 휴가 같은 거 받을 수 있으려나?”
표진호랑 같이 내일 군대 가는 강한강.
“우진아, 걱정 말고 밑에 내려가신 여성분들부터 챙겨. 나도 부를 수 있는 사람 다 불렀어.”
무슨 자신감인지 같이 따라 올라가는 정찬우.
“우리 찬우는 또 형이 지켜야지.”
그리고 대머리 아저씨.
음?
‘대머리 아저씨?’
찬우가 험한 꼴 당할까 봐 걱정되셨는지 같이 온 모양.
어쨌든.
“아, 존나 멋지다 얼간이들!”
나는 우리의 얼간이들에게 감사하다 외치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그들을 불러둔 게 신의 한 수였다 자화자찬했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이미 모여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이들.
내가 나온 걸 보더니 다 같이 나한테 안기면서 다행이라고 안심하고 있는데.
퍼억! 퍼억! 퍼어억!
내가 나온 지 진짜 딱 30초 정도 된 것 같은데.
황사장이 어깨를 뚜둑 뚜둑 풀면서 내 뒤를 쫓아왔다.
“……우리 애들은?”
“대학생 애새끼들한테 발릴 정도로 쉬워 보였니?”
아이고.
어쩜 멋있는 게 30초를 못 가냐.
우르르 내려오는 건달들을 보면서 부디 얼간이들이 뒤지지 않았길 바라는데.
“포포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남성들의 찐득한 땀내 나는 목소리.
늦은 새벽.
거리를 거니는 남자들은 전부, 건공과 과잠을 입은 채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익명300 입니다!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익명301 입니다! 포포 씨! 방송닉 포사장사랑해!”
“익명302 입니다! 방송닉 포로라민씨!”
멍하니 건공과를 보던 포포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찬우가 말했던 게 이거구나.’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다 불렀다더니.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대나무숲을 켜봤고, 거기에 적힌 게시글을 포포에게 보여줬다.
- 익명321: 건공과 학우분들. 포포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건공과 2확년 정찬우한테 연락 부탁드립니다.
↳ 익명301: 건공과에서 나왔습니다. 단톡 만들었어요.
↳ 익명302: 건공과에서 나왔습니다. 포포 오늘 방송인데 안 켜서 무슨 일 있나 싶었네요.
↳ 익명303: 건공과에서 나왔습니다. 찬우야 무슨 일이냐.
익명321이면 찬우였다.
글 올린 시간을 보면 입구에 있는 건달을 해치우기 전인데.
아무래도 연락이 잘 안돼서 걱정되는 마음에 이런 식으로라도 부른 모양.
‘아, 다행이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경찰들도 오고 있었다.
이제 정말 끝났다고 생각했으나.
“하, 귀여운 새끼들.”
이제 아예 막장으로 갈 생각인지 황사장은 이를 으득 물면서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 씨발 놈들아.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김우진 개새끼가 부모 믿고 설쳤지?”
“……부모님 믿고 설치긴 했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오히려 더 화가 났는지 황사장이 쿵쿵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순간.
“근데 부모님만 믿은 건 아냐.”
척.
나와 황사장 앞을 가로막은 한 사람.
하얀 캡모자 뒤로 삐죽 삐져나온 묶은 머리.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용점퍼.
어깨에 짊어진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야구방망이.
“후.”
입에 물고 있던 연초를 바닥에 뱉으며, 주희 선배는 황사장의 앞을 가로막는다.
“이쁜아.”
“넵, 대장님!”
내가 건달들이랑 싸우는데 정말 얼간이들만 불렀겠는가.
최후의 보루.
우리의 주대장님이 등을 보인 채, 딱 한 마디 하신다.
“꽁초 주워둬라, 누나 좀 바쁘다.”
“넵! 당연하죠 누님! 제가 다 주워두겠습니다!”
냉큼 주희 선배가 버린 꽁초를 줍는 순간.
주희 선배의 야구방망이가 그대로 황사장의 복부를 가격하며 때리고 들어갔다.
“커허억!”
몸이 기역자로 꺾인 황사장.
남정네들이 달려들어도 꿈쩍도 하지 않던 그의 동공이 떨리며 주희 선배를 노려본다.
허나, 주희 선배의 빠따질에는 자비가 없었다.
뻐어억!
고꾸라진 등에 다시금 들어간 빠따.
시원한 타격음과 함께 황사장의 몸이 앞으로 쏠리는 순간, 이번엔 주희 선배의 니킥이 그대로 얼굴에 꽂혀 들어갔고.
앞으로 쏠리던 몸이 바로 뒤로 넘어가려는 순간.
“후웁!”
다시금 주희 선배의 몽둥이가 빠르게 휘둘러지며 뒤로 넘어가는 황사장의 복부를 가격했다.
“쿠억!”
토악질을 쏟아내는 황사장.
그걸 본 주희 선배가 싸늘한 눈으로 황사장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린다.
“이런 놈들은 왜 치워도 계속 나오냐.”
아, 진짜 깝치면 안 되겠다.
솔직히 이길 거라고는 생각 안 했는데.
그냥 경찰 오기 전까지 시간만 벌어주시겠거니 했는데.
“주대장님 사랑해요!”
바로 양손을 들고 주희 선배를 응원하자 선배가 깜짝 놀라셨는지 흠칫 떨며 내 쪽을 쳐다보신다.
“다, 닥쳐.”
사나운 모습을 보이신 게 부끄러우셨는지 얼굴이 살짝 붉으신 건 덤이다.
‘아닌가, 황사장 피 묻어서 빨간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