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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디선가 그런 만화를 본 적 있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위험한 장소.
그럼에도 군말 없이 그곳으로 향하는 전사들.
아무래도 만화이다 보니 그때 당시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었으나.
내가 그런 상황에 직면하니 참 쉽지 않은 결정이구나 싶었다.
여자 방으로 가는 길.
손에 든 편의점 봉투가 묵직하게 느껴졌고, 복도 바닥에 발바닥이 쩍쩍 달라붙는 기분.
머릿속에는 유아린한테 어떤 변명을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도, 막상 녀석이 보낸 영상 속의 나를 떠올리면 변명이 의미가 있나 싶었다.
- 막 그만해달라고 애원하잖아? 근데 너무 느껴서 파르르 떨고 있는 게 보인단 말이야. 그때 멈추지 말고……!
베개를 들고 허리를 흔들면서 유아린과의 정사를 상세하게 설명하던 미친놈.
유아린인 걸 밝히진 않았고, 익명의 A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당사자는 들으면 본인 얘기라는 걸 딱 알지 않은가.
‘일단 달콤한 것들로 사서 오긴 했는데.’
딱딱한 걸 사가면 그걸로 내 머리를 깰 수도 있으니까 일단 초코몽을 시작으로 질소가 빵빵한 과자들로 가득 채워서 왔다.
솔직히 이런 걸로 노력하는 것보다 그냥 유아린한테 가서 무릎부터 바로 꿇는 게 옳지 않을까?
‘아니면 반대로 강하게 나갈까?’
영상 속 내용들을 보면 아무리 사과해도 용서해 주지 않을 게 뻔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쪽에서 뻔뻔하게 나가는 게 어떨까?
일단 눕히고 그렇고 그런 분위기로 가면 지난번처럼 내가 주도권을…….
띵!
생존을 위해서라지만 쓰레기 같은 생각을 하던 와중.
여자 숙소가 있는 4층에 도착했고.
이미 바로 앞에서 팔짱을 낀 채로 기다리고 있는 유아린.
나도 모르게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누르고 있었으나, 녀석은 이미 손을 안으로 뻗어서 내가 문을 닫지 못하게 만들었다.
“조용히 내려.”
솔직히 나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유아린은 주변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 방 들어가는 게 금지되어 있다고 해도 어차피 우리는 몇 번이나 해보지 않았는가.
조용히 숙소 문을 연 유아린은 안을 한 번 휙 둘러보고는 바로 나한테 손짓했다.
“들어와! 소리 내지 말고 빨리!”
‘뭔데.’
무슨 첩보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뭐 저리 호들갑인지.
“서예린 대신 영화 찍니?”
“쉬이잇!”
화장실에서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안에 애들이 있나 본데.
그대로 지나쳐서 나는 서예린과 유아린이 쓰는 방으로 들어왔고.
“아린아, 진짜 안 갈 거야?”
“우리만 마시기 미안한데?”
밖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이서아와 한봄.
둘은 어디 놀러 가는지 목소리가 한껏 들떠있다.
“응! 난 괜찮아! 힘들어서 못 갈 것 같아.”
“아쉽네.”
“그니까. 이제 금방 돌아가니까 즐길 거 다 즐겨야 하는데. 여기 돈 내고 오면 엄청 비싸.”
스키장 혹은 워터파크.
둘 중 하나로 놀러 가는 모양.
계속 놀러 가자고 물고 늘어지는 걸 겨우 거절하고 보낸 유아린.
고요하게 가라앉은 침묵이 무거워 일단 아무 말이나 해본다.
“주희 선배는?”
“스키 타러 가셨지.”
마지막으로 애들이 정말 나갔나 확인하고 온 유아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서예린은?”
“……영화팀 회식.”
바로 날카롭게 쏘아봤으나, 별말 없이 일단 넘어간다.
저쪽으로 분위기를 넘겨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봉투에 있는 과자들을 하나둘 꺼내기 시작했으나.
“하실 말 없으세요?”
굳이 문에 기댄 채로 팔짱을 끼는 유아린.
분위기가 딱 보니까 사과해도 받아주지 않을 것 같다.
‘플랜 B다.’
아예 강하게 나가서 일단 눕히고 생각하자. 이쪽이 주도권을 가지고 읏차읏차 하다 보면 마음이 좀 풀리겠지.
“죄송합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몸은 무릎을 꿇으며 바로 공손하게 사죄한다.
분명 생각은 강하게 나가는 거였는데 녀석의 흉악한 눈초리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몸이 엎드리는 걸 선택했다.
초코몽을 진상하자 확 낚아채고 쫍쫍거리며 마시기 시작한 유아린.
초코몽을 원샷한 유아린은 짜증 내면서 본인 핸드폰을 내게로 내민다.
거기엔 찬우가 좋은 핸드폰으로 너무 선명하게 찍은 내가 있었다.
-
선생님! 좋으셨습니까?
-
그런 걸 물어? 안 좋을 수가 있냐?! 얘가 나한테 매달려서 입으로는 싫다고 해도 몸으로는 좋다고 흥건하게 젖어 있는데?!
제갈재민 개새끼.
저런 걸 왜 물어봐서 내가 호탕하게 대답하게 만드는가.
- 아, 또 하고 싶다. 그냥 막 그냥 또 하고 싶다!
서예린이랑 너무 친하게 지내면 안 되려나?
술 마시고 살짝 알딸딸해지니까 나도 섹x좌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 그래도 제가 누구랑 했는지 말은 안 했습니다.”
그나마 변명 구실 정도는 맞출 수 있다.
“찬우도 그러니까 너한테 보낸 거야! 너랑 했던 썰이라는 걸 알았으면 너한테 보냈겠어?!”
찬우 이 새끼는 나도 한 번 엿 돼바라 하고 보낸 거였겠지만, 엿된 게 아니라 그냥 샷건을 대가리에 쏜 거랑 다름없었다.
본인도 모르게 말이다.
“나 말고 따로 수갑 차고 한 사람은 없었어?”
두 번째 초코몽을 뜯어 마시는 유아린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
“아, 그럼 당연……!”
말았다.
왜냐면 한 적 있으니까.
“말이 중간에 끊겼는데?”
“아닌데요.”
“누구랑 했냐?”
“아니에요.”
콱!
바로 내 양쪽 뺨을 한 손으로 낚아채면서 이를 으득 무는 유아린.
“누구?”
“……안해써어.”
“나 말고 어떤 년 수갑 채웠어. 예린이야? 이서?”
“진짜 아냐.”
유아린의 손을 밀어내면서 당당하게 말해본다. 뭔가 핀트가 어긋난 덕분이었는데.
“뭐지, 갑자기 왜 이렇게 당당해졌지?”
오히려 그런 내 반응을 통해서 이상함을 눈치챈 유아린이 초코몽을 마시면서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다.
“진짜 아냐. 서예린은 본인이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은 있는데 안 했고, 최이서는 수갑 같은 거 채우려고 하면 바로 화낼걸?”
이게 바로 전 여친이 있던 남자의 대화 스킬이다.
“네가 처음이야.”
찡긋 윙크하며 엄지를 치켜들자 바로 주먹이 날아왔다.
“어얽!?”
“이 새끼는 딴 여자랑 섹x 했다는 걸 되게 자랑스럽게 말하네.”
바닥에 철퍼덕 쓰러진 나는 대화 스킬이 통하지 않는 유아린에게 공포를 느끼면서도 일단 거리를 둔다.
뭐가 됐든 일단 네가 처음이라고 말해주면 좋아한다고 배웠는데 아무래도 아니었던 모양.
“근데 왜 아까 머뭇거린 거냐?”
“…….”
이해할 수 없다면서 남은 초코몽을 마저 마시던 유아린은 쓰러진 나를 보더니 천천히 입을 벌린다.
“혹시…… 반대인가?”
몸이 움찔 떨리는 건 파블로프의 개처럼 몸이 기억하는 일종의 학습이었다.
“네가 찼니?”
“하, 하! 차보긴 뭘 차!”
내가 수갑을 왜 차보겠는가.
절대로 아니라고 손을 휘적거렸으나 묘하게 손목이 아려왔다.
“맞네, 했네.”
도대체 얘네는 어떻게 이런 걸 바로 알아차리는 걸까.
최이서나 유아린은 보면 내가 거짓말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간파한다.
내가 거짓말을 못하는 편인가?
“누구랑 했는데? 누가 너한테 수갑 채우고 했어?”
이제는 흥미진진하단 표정으로 바로 자리를 피기 시작한 유아린.
사 온 과자를 뜯으면서 냉큼 앉으라는 그녀의 손짓에 따라, 엉거주춤하던 자세를 고쳐 앉는다.
“자, 자. 썰 좀 풀어보세요.”
“…….”
“얼른요. 뚫린 입으로 말하셔야죠? 저한테 거칠게 쑤시던 밤의 추억은 아주 장황하게 펼치셨으면서?”
비아냥거리며 나를 독촉하기 시작하는 녀석.
솔직히 그때는 내가 경험이 그닥 없던 때라서 별로 기억하고 싶진 않았지만.
유아린이랑 했던 썰을 남들한테 풀었던 죄도 있으니까.
시작하기에 앞서.
“술 있니?”
아까도 그랬지만.
좀 마셔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여기서 얘가 막 허리를 앞뒤로 흔들면서 쪼여대는 거임!”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여자 숙소에 있던 술을 진탕 마신 나는 베개를 위에 얹은 채로 누워 있었다.
“손은 묶여 있지? 근데 얘는 엄청 조이지? 허리는 멈추지를 않지? 나 진짜 빨려 죽는 줄 알았다. 걔한테 어디서 해봤냐고 물었다고 묶인 그대로 처맞았잖아.”
“흐흫! 미친 새끼.”
소주를 홀짝이며 내 이야기를 듣는 유아린은 히죽 웃음을 흘렸다.
재밌어하는 녀석을 보니 흥에 더 취해서 계속 이어간다.
“얘도 분명 나랑 처음 했던 걸로 알았는데. 계속 뭔가를 알아 와서는 해보자고 해. 나중에는 진짜 별거 다 해봤는데.”
베개를 옆으로 치우고 일어나서 나도 술을 입에 털어 넣는다.
“아오, 더워.”
생각보다 더운지라 입고 있던 셔츠의 단추를 하나 풀면서 땀을 닦는다.
술을 마시고, 예전 경험 썰을 푸는 건 생각보다 진이 풀렸다.
“아, 김우진. 썰 존나 잘 푸네. 그냥 집중했다.”
감자칩을 먹으면서 헤실헤실 웃어대는 유아린. 술에 좀 센 편으로 알고 있기에 많이 취하진 않았다.
딱 기분 좋은 알딸딸한 상태.
“전 여친이 대단하긴 하네. 나는 네 꺼 넣으면 힘들던데.”
고개를 까딱까딱 거리면서 나를 가지고 놀았던 전 여친에 대해서 신기하다고 중얼거리기까지 한다.
“뭐, 그때는 경험이 별로 없었으니까. 근데 나중에는 좀 달랐지.”
한껏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하자 콧대가 높다면서 혀를 찬다.
분위기가 슬슬 무르익었으나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10시.
이제 진짜 가야할 시간이었기에 나는 슬금슬금 일어난다.
“야, 나 이제 진짜 가야 해. 버스 없어.”
“취한 상태로 간다고? 자고 가.”
“가야지. 이제 직원도 아닌데.”
직원도 아닌데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건 좀 아니고, 자고 가더라도 여기가 아니라 남자 숙소에서 자야겠지.
일어나려는데 생각보다 몸이 잘 가눠지지 않는다.
‘아, 씨.’
아까 남자 숙소에서 썰 풀 때도 술을 마셨고, 지금도 술을 마셨으니.
사실상 2차를 하고 있는 상태.
맥주나 소주에 잘 취하지 않는 나라도 이렇게 부어댔으면 어지러울 수밖에.
‘이거 좀 위험하네.’
그냥 남자 숙소로 가서 애들한테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부축해 줄게.”
휘청거리는 나를 부축해 주겠다며 다가온 유아린. 고맙다며 기대면서 일어나는데.
찰칵.
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촉감.
“음?”
고개를 슬쩍 돌리자, 지난번에 유아린이 찼던 수갑이 이번에는 내 손목에 걸려 있었다.
“이게 뭔-.”
갑자기 시야가 돌아감에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다리가 걸리면서 바닥에 쓰러진 나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유아린의 힘에 밀렸고.
어지러움에 상황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찰나.
양쪽 손목이 수갑에 묶인 상태가 되었다.
“흐이?”
내가 생각해도 비참한 목소리였다.
나를 넘어뜨리고, 올라탄 유아린은 혀로 입술을 할짝이며 웃고 있는 걸 본 후에야.
“자고, 가라니까.”
그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엿 됐다.’
엿 됐다는 걸.
“이 새끼가…… 전 여친 썰을 기가 막히게 푸네?”
“네가 말하라고 하셨잖아요.”
애써 저항해 봤으나 유아린은 내 셔츠 단추를 푸는 데 여념이 없었다.
“솔직히 아까 덥다고 네가 단추 하나 푸는 거 좀 꼴렸어.”
“마, 말을 하시지.”
애써 가볍게 넘기려 했으나 유아린의 행동은 가볍지 않았다.
아까 술을 마시면서 썰 들을 때부터 숨이 가쁘긴 했는데 이제는 아예 발정난 모양.
셔츠 단추를 푼 녀석은 손으로 내 가슴을 쓸더니 몸을 낮추고는.
할짝.
아까 내가 말해줬던 전 여친처럼 젖꼭지를 핥기 시작했다.
“네가 내 젖 빨 때도 이런 맛이니? 약간 짠데?”
“……땀 흘려서 그럼.”
“그래?”
츄룹.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혀로 핥기 시작하는 유아린. 솔직히 쾌락이 크진 않았으나 엄청 흥분되긴 했다.
‘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데.’
막상 그러면서도 하지 말라고는 안 하고 있는 스스로가 참…… 대견했다.
“엄청 꼴리시나 봐요. 바지 찢어지시겠다.”
“진짜 찢어질 것 같은데 벗겨주면 안 되나요.”
“흐흫, 시렁.”
허리만 살짝 문질러서 비비적거리는 유아린. 그러면서도 좀 더 격하게 핥기 시작했는데, 아까 말해줬던 오윤지와의 경쟁심 때문인 듯했다.
“츄읍.”
젖꼭지를 괴롭히다가 이번에는 키스까지 해온다.
서로 술맛이 났으나, 녀석은 아까 초코몽을 마신 탓인지 달콤한 향이 남아 있었다.
농밀한 열기.
알딸딸한 취기.
서로를 향한 흥분 등.
복합적인 부분들이 작용했기 때문에.
“나 왔어어엉!”
우리 둘 다 서예린이 숙소에 들어오는 걸 놓치고 있었다.
“흐앗?!”
“어어억?!”
깜짝 놀라서는 내 위에서 일어난 유아린. 덕분에 복부가 짓눌리며 고통을 호소했고 녀석은 깜짝 놀라면서 사과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엥? 우진이? 아까 간다고 하지 않았어?”
서예린이랑 따로 통화를 했었다.
나 따라서 그만두고 같이 가겠다고 말하는 걸 말리느라 고생했지.
영화 회식을 끝내고 온 서예린은 손에 이것저것 많이 들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먹을 거였다.
그리고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묘하게 거슬리는 와인병.
퉁.
그걸 전부 바닥에 떨어트린 서예린은 유아린과 나를 번갈아 가며 보더니 주먹을 꽉 쥐고 방으로 들어온다.
“나도 낄래.”
동시에 미친 발언을 이어가는 그녀.
숨결에서 포도향이 느껴지는 걸 보면 아무래도 와인을 몇 잔 마신 모양.
“미, 미쳤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끼겠다고 말하는 서예린을 보면서 당황한 유아린이었으나.
서예린은 이미 수갑을 차고 있는 나를 보면서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어머, 맛있게 차려졌네.”
분명 새벽에 휴게실에서 했는데 그건 전부 잊었는지 바로 발정이 났는데.
“하, 하지 마! 얘 이제 갈 거야! 김우진 너도 일어나!”
다급하게 나를 일으키는 유아린이었으나.
낚아채듯 달려든 서예린.
벽까지 나를 끌고 가서는 기대어 앉힌 다음, 무릎 위에 올라탄다.
그리곤 이어지는 정열적인 키스.
뭔가 할 수도 없었다.
수갑에 묶여 있으니 밀어낼 수도 없어서 엉켜오는 혀에 그저 맞춰줄 뿐이었고.
“씨, 씨이! 미쳤어!”
뒤에서 머리를 쥐어뜯던 유아린은 자신을 무시하고 키스를 이어가는 서예린을 보면서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갔다.
쾅!
문이 닫히자, 바로 입술을 뗀 서예린이 내 머리에 손을 얹으며 서늘한 미소를 내걸었다.
“우진아, 내 꺼잖아.”
“…….”
“응? 왜 이렇게 허술해. 그러니까 이렇게 따먹히고 다니지.”
이게 지금 여자가 할 발언인가?
보통 나쁜 남자들이 하는 거 아닌가.
“그, 내가 문제가 아니-.”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내 머리카락을 잡고 뒤로 당긴 채, 서예린이 폭력적인 키스를 이어갔으니까.
몇 분 정도 했을까.
“후으, 말이 길어.”
서예린은 방긋 웃으면서 변명하지 말라고 내게 경고해 왔다.
‘아, 조졌네.’
오늘 그냥 여기 계속 있겠구나 라는 걸 대충 짐작할 때쯤.
덜컹!
다시 문이 열리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유아린이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내가 왜 피해야 돼?!”
억울하다면서 신경질 부린 녀석은.
“내가 먼저 하고 있었는데?!”
발에 힘을 얼마나 줬는지 쿵쿵 소리를 내면서 다가왔고.
“꺗!”
서예린의 어깨를 밀어내곤, 내 머리를 잡고 다시금 입을 맞춰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