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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0 KiB

높이 400m의 거대 오목눈이.

이아금은 당연히 말렸다.

“언니, 이건 진짜 아닌 것 같아. 무슨 인형 높이가 1리야? 흙도 그 정도 쌓여 있으면 산이야.”

하지만 초인 류서란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야말로 인계의 사고방식이구나, 아금아. 그런 나약한 생각을 품고 어찌 선계까지 올라갈 수 있겠니? 수선은 곧 초월, 즉 진정한 수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범인의 한계에 얽매여서는 안되는 법! 껍질을 벗어던지고 너의 가능성을 온전히 해방 해!”

“너무 벗어던졌잖아. 까딱하면 공연 음란죄라고. 아니, 그래서 법력 문제는? 언니가 저번에 그랬잖아. 자가충전 기관의 한계 어쩌고 때문에 올빼미 인형을 천 마리 밖에 못 데리고 다닌다고. 그런데 이렇게 거대한 인형을 도대체 무슨 수로 움직여?”

서란이 우쭐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궁금해?”

이아금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면 이 몸이 친절히 가르쳐 줄 수밖에 없겠군. 여기서 문제! 어째서 백년오행목이나 천년오행목은 존재하는데 만년오행목은 없을까요?”

“어라, 진짜 그러네? 예전에 언니가 분명 그랬잖아, 오행인면목들은 길게는 만 년 이상도 산다고. 그런데 왜 만년오행목만 없지?”

서란이 검지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그건 바로 오행인면목들의 독특한 생장 방식 때문이야. 걔들은 수령이 천 년을 넘어가면 더 이상 신체 구조가 변하지 않거든. 그래서 오행인면목의 가지치기 부산물은 천 년짜리든, 만 년짜리든 질적인 차이가 전무하지.”

“희한하네, 천 년 만에 성장이 멈춘다고? 수천 년씩 사는 장생종은 일반적으로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강해지지 않나?”

“반대로 생각해 봐. 고작 천 년 만에 종족의 한계치까지 성장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잖아? 오행인면목들은 천 년 만 살아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져. 법력 생성 및 저장 능력이 압도적이거든. 괜히 동대륙 거대문파 연합을 압살한 게 아니라니까?”

이아금이 삼천포로 빠진 대화 주제를 되돌렸다.

“아무튼, 그래서 요점이 뭐야?”

“첫째, 오행인면목은 법력 생성 및 저장 능력이 탁월하다. 둘째, 오행인면목은 수령이 천 년을 넘어가면 성장을 멈춘다. 셋째, 앞서 말한 두 가지 특성은 천년오행목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결국, 천년오행목이 훌륭한 소재라는 말이네?”

서란의 말이 점점 빨라졌다.

“그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할 게 아니야. 성장하지 않는다는 건 구조적으로 굉장히 안정된 상태라는 말과 다를 바 없지. 심지어 법력 생성 및 저장 능력까지 뛰어난 소재가 말이야. 그야말로...”

이아금이 재빨리 서란의 말을 끊었다.

“잠깐만, 언니. 최대한 간결하게.”

“천년오행목을 사용하면 최고의 법력 저장통이 완성된다는 말이 하고 싶었어.”

“한마디로, 법력을 미리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쓰겠다는 뜻이지? 천년오행목으로 무슨 저장통 같은 걸 만들어서.”

서란이 대답했다.

“응, 맞아. 거대 오목눈이의 인형핵으로 사용할 예정이야. 마침 전부 완성됐는데 보여줄까?”

이아금은 상상이 잘 안된다는 표정이었다.

“한번 보고 싶네.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

“그러면 바로 출발하자.”

서란은 갑자기 소매에서 나팔을 꺼내 불었다.

대문 옆에 석상처럼 서 있던 올빼미 인형 두 마리가 돌풍과 함께 날아올랐다.

이내 두 다리로 서란과 이아금의 어깨를 단단히 움켜 잡았다.

이아금은 애써 묻어 뒀던 옛날 기억을 떠올렸다.

“아...”

서란은 검지로 동생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너 저번에 자안효 타 보고 싶다고 했었잖아. 이번에는 안 잊어 버리려고 수첩에 잘 적어 놨지.”

애석하게도, 제발 까먹어 달라던 이아금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초음속으로 채석장까지 비행했다.

예전에 죽순탄도탄과 금강야차를 만든 장소였다.

거대인형을 저택 인형공방에서 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부득이하게 이곳을 선택했다.

드디어 땅을 디디게 된 이아금이 물었다.

“언니, 혹시 이게 천년오행목이야?”

“응, 모습이 조금 달라졌지?”

“조금 달라진 게 아닌데...”

천년오행목 수십 개가 구체 형태로 뭉쳐 있었다.

이아금은 구체를 감싼 덩굴을 가리키며 물었다.

“언니, 이 덩굴은 뭐야? 쌓아 놓은 천년오행목들 무너지지 말라고 묶어 놓은 거야?”

“그것도 천년오행목의 일부야.”

“뭐라고? 천년오행목은 이미 베어낸 나무잖아. 거기에 이런 싱싱한 덩굴이 왜 자라 있어?”

“얼마 전에 접목시켜서 그래.”

접목, 서로 다른 두 식물을 하나로 만드는 행위.

보통은 접목시키고자 하는 두 식물에 각각 상처를 내고, 서로 접붙이는 방식으로 행해진다.

잘만 하면 두 식물의 장점을 합칠 수 있었다.

원래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천년오행목은 이미 죽은 나무였으니까.

하지만 살아있는 영목과 접붙인 뒤, 축성개화공으로 열심히 법력을 주입했더니 어떻게든 됐다.

이게 서란이 떠올린 축성개화공의 활용법이었다.

이아금이 물었다.

“그렇게 해서 죽은 나무를 살려냈다고?”

“응, 정말 힘들었어. 도통 반응하질 않더라고.”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한 거야?”

“당연히 죽은 나무보다는 살아 있는 나무가 훨씬 성능이 좋을 테니까. 그래서 무턱대고 시도해 봤지. 고생 꽤나 했는데 다행히도 결과가 괜찮게 나왔어. 다 완성하고 보니 정말 뿌듯하더라.”

“몇 종류나 합쳤어? 꽃도 다양하게 피어 있고, 가시덩굴 같은 것도 있네.”

“얼추 서른 종 정도?”

“와, 대단하다.”

이아금은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서른 종 이상의 영초 및 영목이 하나가 되다니.

그야말로 생명의 신비였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기, 언니...”

“왜?”

“그, 천년오행목이라는 게 결국은 오행인면목의 가지치기 부산물이잖아?”

“응, 맞아.”

“그러면 죽은 나무였던 천년오행목을 접목 과정에서 되살렸다는 건... 뭐냐, 윤리적으로 좀...”

서란이 말했다.

“아, 무슨 뜻인지 알겠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아금아. 가지치기 부산물이라고 해 봤자, 사람으로 치면 머리카락 수준이니까. 왜, 혹시 접목으로 완성한 인형핵에 자의식이라도 자라났을까 봐 불안해?”

이아금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물었다.

“그치? 이거 전부 괜찮은 거 맞지? 내가 또 괜한 걱정을 한 거지? 맞지?”

서란은 활짝 웃으며 동생의 등허리를 토닥였다.

“당연하지, 아금아. 자의식이 있는 인형 같은 건 인형술의 종착지에 도달해야만 간신히 달성할 수 있는 거야. 반쯤은 상상의 영역이지. 걱정 안 해도 돼.”

이아금은 인형핵에서 한발짝 물러서며 말했다.

“응, 언니.”

초여름 무렵의 일이었다.


거대인형 제작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가칭, 거대 오목눈이.

윤리적으로 100% 안전한 인형핵 완성.

돗자리 대신 깔아도 될 정도로 큰 설계도 완성.

이제는 재료만 구하면 제작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다.

높이가 1리(약 400m)나 되는 거대인형은 사실상 인형이 아니라 건물로 분류해야 맞았다.

오죽문이나 금작파 창고에 비축된 예비 물자 정도로는 다리 한쪽도 완성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채석장에 나뒹구는 싸구려 석재로 대충 만들 수도 없는 일이었다.

최상급 소재를 사용하지 않으면 거대인형이 자기 하중을 못 견디고 붕괴한다.

서란은 지저 세계로 보낼 주문서를 작성했다.

원하는 물건은 최상급 광물.

물량은 말 그대로 산더미처럼.

대금 지불은 농작물로.

인면조가 주문서를 가지고 물류 중심지로 갔다.

이제 서란에게 남은 건 대금으로 지불할 농작물을 마련하는 일뿐이었다.

다시 한 번 축성개화공이 나설 차례였다.

서란은 농경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라나라, 감자 감자!”

미궁언서들이 없어서 못 먹는 구황작물, 감자가 모래알처럼 쏟아져 나왔다.

동물농장이 조종하는 농사용 도자기 인형들이 미친 듯이 호미를 놀렸다.

운반용 인형들도 쉴 새 없이 내달렸다.

이번에는 고구마 차례였다.

“얍!”

고구마가 홍수처럼 지상으로 뿜어져 나왔다.

땅속에는 빈 공간이 한뼘도 안 남은 탓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도자기 인형들이 달려왔다.

서란은 진정한 대지모신의 힘을 만끽했다.

미궁언서들이 뭘 좋아하는지 몰라도 괜찮다.

어차피 전부 재배하면 하나는 걸릴 테니까.

서란의 축성개화공으로 무한 증식한 농작물은 모조리 가공 공장으로 운반됐다.

말은 거창하지만, 그냥 영석을 벌기 위해 찾아온 연기기 수사들이 농작물을 다듬는 곳이었다.

일당으로 소형 영석을 하나씩 주는 꿀알바였다.

그렇게 가공된 농작물은 포장 부서 아르바이트생들이 차곡차곡 자루와 상자에 나눠 담았다.

서란표 농작물은 서란이 당분간 전세 낸 화물선에 실려서 물류 중심지까지 수송됐다.

농작물과 바꾼 광물을 잔뜩 가지고 돌아오는 게 화물선의 다음 임무였다.

서란표 농작물은 정말로 인기가 많았다.

천지영기가 풍부한 곳에서 재배한 탓에 탁기가 전혀 묻어 있지 않은 최상품들이었다.

미궁언서들은 보기보다 미식가들이라서 이런 사소한 차이도 구분하곤 했다.

한마디로 재료 수급은 순조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