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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1 KiB

장선화가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공방을 둘러봤다.

난생처음 보는 희귀 광물이 즐비했다.

저절로 빛을 내는 자줏빛 석영이나 표면이 일렁거리는 검은 금속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장선화가 물었다.

“류 수사님, 이게 다 인형 재료인가요?”

서란이 대답했다.

“그렇단다. 신기한 게 정말 많지?”

“네, 맞아요!”

“그러면 바로 인형을 만들어 볼까?”

“와!”

두 사람은 근처에 비치된 작업대로 갔다.

서란은 설계도를 그릴 큰 종이부터 펼쳤다.

그리고 얇은 목탄 하나를 장선화에게 건넸다.

의아해하는 장선화에게 서란이 말했다.

“설계도를 완성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단다. 기다리면서 심심할 테니 낙서라도 하고 있거라.”

“알겠습니다!”

장선화는 곧장 빈 종이를 그림으로 채웠다.

엄마랑 아빠, 형제자매, 그리고 애완 토끼.

여백에는 작고 귀여운 동물들을 잔뜩 그렸다.

서란은 장선화의 그림을 유심히 살폈다.

전체적으로 귀여운 털복숭이를 선호하는 듯 했다.

참고로 현재 서란의 설계도에는 ‘눈 여덟 개 달린 가고일 인형’이 그려져 있었다.

눈 여덟 개 달린 가고일.

사각이 거의 없고, 팔까지 달려 있었다.

원거리에서는 파괴광선 난사, 근거리에서는 손에 든 법기로 싸우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털은 한 가닥도 없고, 귀엽지도 않았다.

열한 살 소녀에게는 너무 자극적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트라우마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서란은 할 수 없이 계획을 변경했다.

일단, 절반 정도 완성된 ‘눈 여덟 개 달린 가고일 인형’ 설계도는 폐기했다.

그리고 어떤 새가 귀여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깃털이 풍성해서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새.

귀여운 면모와 흉폭한 공격성이 혼재된 맹금류.

기왕이면 체구에 비해서 눈이 컸으면 싶었다.

마침 떠오르는 새가 있었다.

바로 올빼미였다.

서란은 즉시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서란과 장선화가 올빼미 인형을 올려다 봤다.

인형의 키는 5척(약 150cm)이 좀 안됐다.

그래도 맹금류 치고는 굉장히 큰 편이었다.

장선화가 물었다.

“생각보다 금방 만들어졌네요?”

서란이 대답했다.

“크기가 작고, 구조도 단순해서 그렇단다. 특히 새로운 기능을 개발할 필요가 없어서 빨리 끝났지.”

“어떤 기능이 들어갔나요?”

“음, 일단 자가충전 기능이 들어갔다. 그리고 표적배분 기능과 법력공유 기능, 군체 연결망 기능도 추가했지. 나머지는 특별한 게 없구나. 아, 법술발동 기능 정도?”

“인형 하나에 그렇게나 다양한 기능이 들어가다니! 역시 류 수사님이십니다!”

애한테 칭찬 받고 기분 좋아진 서란이 선언했다.

“오늘부터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좋다!”

“정말요!?”

“그래!”

장선화가 큰소리로 외쳤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크흠, 흠!”

서란은 승천하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억눌렀다.

이토록 쉽게 함락될 수는 없었다.

가능하면 근엄한 선생님으로 남고 싶었다.

물론 오래가지는 못했다.

서란은 연달아 올빼미 인형 다섯 개를 완성했다.

그리고 잠깐 쉴 요량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눈치 빠른 장선화가 잽싸게 의자를 가져왔다.

“선생님, 여기 앉으세요!”

“그래, 고맙구나.”

입이 좀 심심한 듯 싶으니 간식까지 대령했다.

“선생님, 당과랑 차 드세요!”

“흠, 맛있구나. 그런데 어디서 가져왔니?”

“주방에서 받아 왔습니다!”

비슷한 일이 수차례나 반복됐다.

장선화는 동생이 무려 다섯 명이나 된다.

심지어 말 못하는 애완토끼도 잔뜩 키웠다.

보살핌이라는 영역에서는 전문가나 다름없었다.

서란은 빠르게 함락됐다.

“오, 오오...”

어깨 안마를 하던 장선화가 물었다.

“시원하십니까?”

“최고야...”

사근사근한 말씨와 호의로 흘러넘치는 눈빛.

모든 아버지들이 꿈꾸는 이상향이 여기 있었다.

장선화는 딸 바보 제조기 그 자체였다.

서란은 기념비적인 2호 딸 바보가 됐다.

참고로 1호는 부친 장옥기였다.

두 사람은 공놀이를 마친 담청이 귀가할 때까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서란은 저녁내 힘이 없었다.

밥도 깨작깨작 먹었다.

웬일로 고기 반찬을 남길 정도였다.

잉어 먹이를 연못에 뿌리던 담청이 물었다.

“서란, 왜 그리 기운이 없느냐?”

“선화가 너무 보고 싶어요...”

“오, 아까 그 아이 이름이 선화였구나.”

장선화는 한참 전에 하녀 손 잡고 돌아갔다.

다음에 방문하는 건 닷새 뒤였다.

열심히 수련하느라 시간이 없다고 했다.

담청은 할 수 없이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그러고 보니 새로운 인형을 만들었더구나. 혹시 괜찮다면 설명 좀 해 줄 수 있겠느냐?”

서란이 반색하며 말했다.

“궁금하십니까?”

“그래, 정말 궁금하구나.”

“그러면 제가 자세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서란이 휘파람을 쉭쉭 불었다.

손가락이 침 범벅이 될 때까지 소리는 안 났다.

그래서 그냥 호출 신호를 보냈다.

인형 공방 앞에 줄지어 선 올빼미들이 깨어났다.

곧이어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로 솟구쳤다.

추진 기관으로 날고, 날갯짓으로 자세를 제어했다.

올빼미 인형들은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다.

돌풍과 함께 착지한 열 마리의 올빼미.

키가 5척씩이나 되는 맹금류 군단이었다.

담청이 물었다.

“이름은 무엇이냐?”

“자안효 군단입니다.”

자안효.

자줏빛 눈을 가진 올빼미라는 뜻이었다.

자광석영을 통째로 세공해서 눈에 박았다.

물론 지금은 눈을 감고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다들 웃고 있구나.”

“딱히 의도한 건 아니었습니다. 올빼미라서 그런지 눈만 감으면 저절로 웃는 얼굴이 되더군요.”

“어떻게 하면 눈을 뜨는 것이냐?”

“전투 태세를 갖추면 자동으로 눈을 뜹니다.”

서란이 재차 신호를 보냈다.

자안효 군단이 일제히 눈을 떴다.

사방이 어두운 가운데 땡그란 안광만이 형형했다.

밤에 마주치면 심장 마비 올 광경이었다.

담청은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귀엽구나, 정말 귀여워! 뭘 하면 눈에서 저렇게 빛이 나는 것이냐?! 아무리 봐도 모르겠구나!”

서란은 괜히 우쭐해서 대답했다.

“잘 모르시겠지만, 자광석영이라는 희귀 광물입니다. 내부를 통과한 법력의 상태를 안정시켜 주는 효능이 있지요. 덕분에 파괴광선의 약점을 보강할 수 있었습니다.”

“파괴광선에 약점이 있었단 말이냐? 놀랍구나.”

담청은 살짝 의아했다.

서란이 개발한 파괴광선, 즉 불가청비가시 광선은 무속성 법술 치고는 지나치게 위력적이었다.

발사와 동시에 대상을 붕괴시키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은 대처 한 번 못해 보고 죽는 공격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난해한 발동 조건이 단점이었다.

여의주보다 큰 금단에서 나오는 막대한 법력.

분신을 수천 개 이상 조종하는 의식 분할 숙련도.

마지막으로, 하늘이 내린 법력 제어 감각.

하나도 어려운 조건을 세 개나 달성해야만 했다.

천 년 이상을 산 영물, 담청조차 세 가지 요구 조건 중에서 법력 하나만 간신히 달성했다.

그래서 파괴광선을 쏠 수는 있지만, 충전 속도는 느리고 명중률도 형편없었다.

이런 걸 흔히들 맞춤형 법술이라고 불렀다.

담청은 혹시나 해서 물었다.

“설마, 파괴광선의 발동이 쉬워진 것이냐?”

“아뇨, 사거리가 증가했습니다.”

“그렇구나...”

서란은 신이 나서 떠들었다.

구조적 안정성이 어쩌고, 대기 산란이 저쩌고.

요약하면 자광석영 만세라는 소리였다.

담청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렇구나. 정말 대단한 발견을 했어.”

“맞습니다, 비로소 파괴광선을 통한 저격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상대방의 인식 범위 바깥에서 쏟아붓는 일방적인 공격, 이러면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죠.”

“오... 다른 기능은 또 없느냐?”

호응이 별로 안 좋았다.

서란은 살짝 의기소침해진 상태로 말했다.

“뭐, 비행 기능이나 합창 기능도 있죠.”

“합창 기능? 궁금한데 한번 들어보자꾸나.”

“예...”

서란이 신호를 보냈다.

열 마리의 자안효들이 지저귀기 시작했다.

음의 높낮이를 서로 달리해서 화음까지 넣었다.

부르고 있는 노래는 평범한 양나라 민요였다.

마에스트로 류서란의 지휘하에 올빼미 인형들이 노래하는 한여름 밤의 음악회였다.


이틀 뒤, 이아금은 서란의 저택에 방문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또 무슨 일이지?”

사람만 한 올빼미 인형들이 저택 담장을 따라서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하나같이 귀여운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보아하니 새로 만든 인형인 듯 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쪽도 비슷했다.

마당도 올빼미 인형 때문에 발 디딜 틈 없었다.

이아금은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해서 이동했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올빼미 인형 모두가 이아금을 바라보고 있었다.

옆으로 살짝 움직이자 시선도 따라왔다.

어떤 인형은 목이 반 바퀴 돌아간 상태였다.

보기보다 겁이 많은 이아금이 큰소리로 외쳤다.

“언니, 나 왔어! 언니! 빨리 좀 와 줘!”

인형 공방에 있던 서란이 소리를 듣고 나왔다.

“아금아, 왜 그래?”

이아금은 자안효 군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고개가 나한테... 올빼미들 머리가...”

“인형들 시선이 너한테 고정됐다고?”

“응! 내 말이 그거야!”

서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네가 화단을 밟아서 그런 거야. 경고만 하는 거라서 하나도 안 위험해.”

이아금이 그제서야 발밑을 확인했다.

꽃 몇 송이가 짓눌려 있었다.

화단을 벗어나자 시선도 사라졌다.

십년감수한 이아금이 물었다.

“저런 기능은 왜 넣은 거야?”

“어... 그냥?”

이유는 딱히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