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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금작파에서 착실하게 지냈다.
최우선은 역시 원영기 공법 수행이었다.
추가로 연기술에 관한 공부도 병행했다.
인형도 따지고 보면 법기의 일종, 일단 배워 두면 인형술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바쁜 하루를 쪼개 가면서까지 법기 공방 견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늘도 서란은 연기술사들의 작업을 지켜봤다.
금작파 최고 어른 금교월이 발급해 준 출입패만 있으면 못 들어가는 곳이 없었다.
덕분에 법기 공방 최심부에 위치한 최상급 법기 제작 현장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번에 만드는 최상급 법기는 솥이었다.
정확하게는 연단술에 사용되는 세발솥이었다.
귀처럼 생긴 두 개의 손잡이, 그리고 세 개의 발.
이런 연단용 법기는 따로 ‘정기’라고도 부른다.
마침 성백은을 주재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화속성 결단기 수사가 복잡한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그의 입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이아금의 불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압도적인 열기가 순식간에 성백은을 녹였다.
액체로 변한 성백은이 은은한 광채를 발했다.
그 다음은 금속성 연기술사의 차례였다.
연기술사가 쉴 새 없이 법문을 외우자, 녹아내린 성백은이 저절로 응고되기 시작했다.
결단기 수사의 거력이 담긴 망치질이 내리꽂혔다.
화속성 수사가 불꽃의 열기를 조금씩 줄였다.
연기술사와 시선을 주고 받기를 잠시, 마침내 적절한 온도에 도달했다.
이제부터는 조금이라도 더하거나 덜해서는 안됐다.
연기술사의 망치질에도 변화가 생겼다.
바위라도 깨부술 듯 강맹하던 움직임이 점차 섬세하게 변해갔다.
망치 소리는 계속 빨라져만 갔다.
금속을 달구고, 두드리고, 잠시 식힌다.
그리고 다시 반복한다.
어느새 성백은의 광채가 눈부시게 밝아졌다.
법기 제작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변형된 성백은에 다른 금속을 여럿 섞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형태를 잡았다.
순식간에 멋진 세발솥이 완성됐다.
서란은 쉬고 있는 연기술사에게 물었다.
“다 끝난 건가요?”
연기술사가 대답했다.
“아직 완성된 건 아닙니다. 영성을 키우기 위한 후처리도 조금 남았고, 법술도 새겨야 하죠. 아, 그 전에 세공사한테 넘겨서 외형부터 좀 다듬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잘 만들어진 것 같나요?”
서란의 질문에 연기술사가 활짝 웃었다.
“예,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오죽문과 합병한 이후로 금작파의 연기술도 한층 발전했죠. 그래서 요즘은 매일매일이 즐겁군요.”
대규모 인재 및 기술 교류의 성과였다.
오죽문의 화속성 법술 덕분에 금작파의 법기는 더욱 뛰어난 성능을 지니게 됐다.
마찬가지로 금작파의 연단용 법기 덕분에 오죽문이 조제한 단약의 약효도 크게 증가했다.
이번 연단용 법기도 오죽문의 주문으로 제작됐다.
질문을 마친 서란이 공방을 떠났다.
밖으로 나오자, 하늘은 어느새 어두웠다.
서란은 곧장 금교월의 거처로 향했다.
요즘 두 사람은 밤마다 대화를 나누곤 했다.
금교월은 평소처럼 자기 방에 있었다.
편한 차림으로 머리를 빗는 중이었다.
그녀는 서란을 보더니 살며시 웃었다.
“왔구나, 여기 앉거라.”
금교월은 서란을 자기 앞에 앉혔다.
머리를 빗겨 주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저어하던 서란도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두 사람은 잠시 한담을 나눴다.
그리고 밤샘 공부를 시작했다.
서란은 요즘 법기 재료에 대해서 배우고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성백은이었다.
“아까 법기 공방에서 봤는데, 성백은에 이런저런 금속들을 섞더라고요. 왜 굳이 합금으로 만들었을까요? 분명히 순수한 상태일 때가 가장 영성이 풍부하다고 배웠는데 말이에요.”
금교월이 대답했다.
“성백은이 최고급 재료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인계의 광물이 아닌 탓에 그 성질이 굉장히 이질적이지. 그래서 부득이 그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란다.”
“그렇군요.”
서란은 이후에도 열심히 학습했다.
계속 공부만 한 건 아니고, 틈틈이 차도 마셨다.
밤샘 과외를 마친 서란은 방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소설을 쓸 차례였다.
인형인형 시리즈에도 드디어 로맨스가 첨가됐다.
점점 사람과 닮아 가는 인형 소녀, 낯선 기류에 어색해지는 소년과 소녀, 적을 물리치며 끝내 서로를 향한 감정을 자각.
작가가 수면조차 필요없는 초인인 덕분에 소설의 집필 속도는 무시무시했다.
겨울이 왔다.
장편 소설은 곧 완성된다.
인형술 서적은 아직 때가 아니었다.
연구를 더 한 뒤에 쓸 작정이었다.
원영기 공법 수행은 그럭저럭 순조롭다.
연기술과 관련된 공부도 얼추 끝났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뿐이었다.
서란은 본격적인 인형 제작에 돌입했다.
최근에 서란은 위지목과 사투를 벌였다.
지금까지 상대한 적들 중에서는 단연코 최고였다.
덕분에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인형 설계 사상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서란은 눈을 감고 당시의 상황을 복기했다.
내리치는 천겁과 휘몰아치는 폭풍, 그리고 대적자.
막대한 법력을 통제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최후반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억이 났다.
일단, 인형 사 자매는 괜찮았다.
파괴광선도, 시험 삼아 장착했던 표적 배분 기관도, 법력 공유 기능도 하나같이 완벽했다.
다만 대수림에서만 잠깐 쓰겠다며, 비행 기능을 안 넣었던 건 명백한 실수였다.
덕분에 날아서 이동할 때마다 석연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야만 했다.
인형 사 자매, 90점!
반면에 금강야차는 약간 애매했다.
물론, 위지목과 싸울 때는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금강야차는 동대륙 유학 이전의 작품.
서란이 인형술사로서 미숙했을 때 만든 만큼, 이제 와서 보면 개선점투성이였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구성이었다.
서란은 이번 싸움을 통해서 절실히 느꼈다.
자고로 인형은 무조건 튼튼하고 봐야 한다.
하늘을 날던 금강야차가 갑자기 공중분해됐을 때는 정말로 심장 마비 걸리는 줄 알았다.
모든 공격을 피하겠다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애초에 서란의 파괴광선이나 천겁만 해도 회피 자체가 불가능한 공격이었다.
최소한 상대에게 선공을 당한 뒤에도 반격할 수 있을 정도의 내구성이 필요했다.
게다가 인형의 거대한 크기 자체도 문제였다.
서란은 결계를 두른 채 천겁을 맞다가 깨달았다.
인형의 덩치가 커질수록 결계 효율은 급감했다.
구형 결계로 금강야차의 거체한 동체를 빈틈없이 방어하려면 매 순간 엄청난 법력이 소모된다.
이외에도 거대인형의 단점은 많았다.
일단, 인형의 크기 때문에 운반이 곤란하다.
기껏 완성했더니 죽순탄도탄처럼 창고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다고 변신합체 금강야차처럼 조각조각 파편화했다간 내구성이 왕창 떨어진다.
금강야차, 60점!
애초에 설계 사상부터가 잘못된 셈이었다.
서란은 굳게 다짐했다.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거대인형은 보류였다.
우선, 이번에는 소형 인형을 만들 작정이었다.
원영기 공법 수련도 할 겸, 토금 이중 속성.
중요한 내부는 금속으로, 외부는 석재로 만든다.
금속은 성백은이 첨가된 합금으로 생각 중이었다.
석재도 이번에는 싸구려가 아니라 좋은 걸 쓴다.
천년토영목은 조금 더 아낀다.
서란은 직접 자원을 모을 생각이었다.
물론, 금작파 창고에도 석재나 금속은 많았다.
하지만 나눠 달라고 하는 건 좀 미안했다.
어차피 필요한 재료는 최상급 석재와 금속.
전부 땅 속에서 나오는 지하 자원이었다.
서란의 다음 행선지가 결정됐다.
미궁언서들의 공화국, 지저 세계였다.
하지만 그 전에 오죽문부터 들른다.
깜빡하고 있던 식사 약속 때문이었다.
빨리 아금이한테 가서 빌어야 했다.
서란은 석연화에 올라탔다.
금작파를 떠난 서란이 막 국경에 도착했을 때쯤.
오죽문-금작파 공동 수뇌부가 모였다.
안 좋은 일이 터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희망을 얘기하고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문파 비승 준비’였다.
물론 서란은 아직 원영기 수사였다.
아직 쌀도 안 씻었는데 숭늉부터 찾는 격이었다.
하지만 결단기 수사도 사람이었다.
사람은 원래 희망을 먹고 산다.
문파 비승은 모든 수도문파의 가장 큰 숙원이다.
간절히 바라던 꿈이 눈앞에 다가오자 제아무리 대단한 수도자들이라고 해도 참을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다 큰 어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던 이유였다.
목적지, 세상의 중심까지 가는 최단 경로.
두 수도문파의 수도자들을 거기까지 옮길 수단.
선계에 가지고 갈 물건을 적은 기나긴 목록.
호들갑을 떠는 군중 속, 돌연 누군가가 발언했다.
“그런데 독안룡은 어쩌죠?”
독안룡.
세상의 중심을 가로막고, 수백 년 전에는 비승을 하려던 화신기 수사까지 죽인 미치광이 용이었다.
오죽문 최고의 영물 전문가가 말했다.
“우리에게는 용녀님과 류 수사가 있습니다.”
“용녀님은 천 년 정도 사셨잖아요. 독안룡은 최소한 이천 년은 살았을 텐데, 화신기 수사가 함께한다고 해서 이긴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분명히 용은 나이를 먹을수록 영원히 강해지는 영물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인계에서는 한계가 있어요. 설령 독안룡이 만 년을 살았다고 해도, 승천을 하지 않은 이상 무한대로 강해질 수는 없습니다.”
“그런가요?”
영물 전문가가 호언장담했다.
“그럼요, 화신기에 도달한 류 수사와 여의주를 완성한 용녀님이라면 충분히 이기고도 남습니다.”
“우리가 더 강하다면 처음부터 협상을 하는 방법도 있겠군요. 불필요한 손실은 최대한 피해야죠.”
“독안룡도 함부로 덤빌 수는 없을 겁니다. 애초에 수백 년 전에 죽은 화신기 수사는 운이 없었어요. 아마도 높은 확률로 문파 비승 중이었을 겁니다.”
누군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하, 보호 대상을 뒤에 둔 채로 기습당했을 거라는 말씀이시군요! 과연 일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독안룡의 존재를 사전에 알아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몰랐다면 우리도 위험할 뻔했군요.”
“천운이 따르는군요!”
공동 수뇌부는 하하호호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