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Ex2-novel-agent/content/references/novelpia/233173/53.md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2 KiB

서란은 여무진의 편지를 정독했다.

여무진이 금속성 오행선과, 금선과를 손에 넣은 건 수십 년 전의 일이었다.

해선문 영역에서 난동을 부리던 대요괴를 토벌하던 도중에 우연히 발견했다.

금속성 비경이 극히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로 운이 좋았던 셈이다.

마침 여무진에게도 금영근이 필요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당장 먹는 게 맞다.

하지만 여무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당시의 오죽문은 250년 가까이 새로운 일영근자를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일영근자는 수도문파의 미래와 다름없다.

이대로라면 오죽문의 성세도 옛말이 된다.

다행히 해결 방법은 간단했다.

오행선과를 범인이 먹으면 즉시 일영근자가 된다.

그리고 오죽문에는 아이들이 많았다.

열 살짜리 중에서 가장 오성이 뛰어난 영재에게 금선과를 먹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여무진은 고민을 거듭했다.

그냥 자기가 먹고 지금처럼 수행에 매진하기.

인위적으로 일영근자를 만들어서 미래를 보장하기.

어느 쪽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금선과를 섭취하고 사영근자가 된 여무진이 끝내 화신기에 도달할 수도 있다.

반대로 금선과를 양보한 결과가 훗날 오죽문의 비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여무진은 금선과가 든 목함을 바라보며 고뇌했다.

직접 먹거나, 양보하거나.

마음은 점점 후자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러던 중 갑자기 류서란이 입문했다.

열다섯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 하지만 서란은 바로 다음 해에 축기기 수사가 됐다.

물론 우연히 만난 여무진의 조언도 한몫했다.

하지만 놀라운 재능임은 틀림없었다.

그때부터 여무진은 서란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훌륭한 성품, 최연소 결단기 수사, 성실함 등등.

최근, 여무진의 고민이 마침내 끝났다.

일영근자였던 여무진은 오죽문의 헌신 덕분에 평생을 불편함 없이 살아왔다.

금선과는 분명 귀하지만, 지금까지 여무진이 받아 온 은혜에 비하면 하찮았다.

이제는 여무진이 돌려줄 차례였다.

금선과가 서란의 손에 들어온 연유였다.

서란은 편지를 다 읽고 감격을 금치 못했다.

하루라도 빨리 화신기 수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당장 행동에 나섰다.

서란은 밤새 잠도 안 자고 짐을 쌌다.

그리고 새벽같이 금작파 본산으로 날아갔다.

이아금과 한 식사 약속은 깜빡해 버렸다.


북쪽으로 직진,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다.

명부에 이름 적는 게 검문 절차의 전부였다.

오죽문과 금작파는 남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서란은 금작파에 도착했다.

금작파 본산의 풍경은 굉장히 이국적이었다.

하지만 유동 인구의 이 할은 오죽문 사람이었다.

꼭 한국인으로 바글거리는 일본 관광지 같았다.

누군가 주위를 둘러보던 서란에게 말을 걸었다.

“류 수사님, 이쪽으로 오시지요.”

“아, 예!”

서란은 금영영과 묘하게 닮은 사내를 따라갔다.

복잡한 구조의 복도를 이리저리 걸었다.

마침내 어떤 호화로운 객실에 당도했다.

안내를 마친 사내가 말했다.

“류 수사님을 모셔왔습니다.”

안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안으로 모셔라.”

서란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금영영과 굉장히 닮은 여인이 말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류 수사. 저는 금교월이라는 사람입니다. 과연, 듣던 대로 대단한 원영이군요.”

서란이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저도 이렇게 뵙게 되니 기쁩니다. 그리고 부디 말씀을 낮춰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첫 대면부터 그럴 수야 없지요.”

“아닙니다, 저는 정말로 괜찮습니다.”

서란은 나름 필사적이었다.

원영기 수사 금교월은 나이가 구백 살도 넘었다.

금씨 가문의 현존하는 최고 어른이며, 족보로 따지면 친구인 금영영보다 수십 대는 위였다.

서란은 까마득한 연장자와 맞먹고 싶지 않았다.

금교월도 두 번 사양하지는 않았다.

“정 그렇다면 나도 편하게 대하마.”

“감사합니다.”

금교월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 원영기 공법을 배우려고 왔다지?”

“예, 맞습니다.”

“나는 수금토 세 가지 영근을 가지고 있단다. 내가 익힌 수속성 공법도 그럭저럭 괜찮은 물건이지만, 아무래도 오죽문의 것보다 못할 테지. 그러니 토속성과 금속성 공법만 가르쳐 주겠다.”

금교월은 서책을 두 권 건네주며 말했다.

“위에 놓인 게 금속성 공법, ‘비절철비쇠금’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끊어지지 않는 철, 쇠하지 않는 금’이라는 뜻이지.”

금작파의 첫 번째 보물, 비절철비쇠금.

법기 사용에 특화된 금속성 원영기 공법이었다.

금속성 법기의 내구성을 높여주는 효능이 있다.

금교월이 예시를 보여줬다.

“자, 이 사슬 법기를 끊어 보렴.”

서란이 사슬을 양쪽을 잡아당겼다.

딱히 큰힘을 준 것도 아니건만, 쉽사리 끊어졌다.

소재가 평범한 금속이 아니었음에도 그랬다.

금교월은 끊어진 사슬 한쪽을 내밀며 말했다.

“이번에는 비절철비쇠금의 효능을 보여 주마. 내가 법력을 주입하고 있을테니, 아까처럼 끊어 보거라.”

서란이 다시 사슬을 양쪽으로 잡아당겼다.

“흐읍!”

하지만 아무리 해도 끊어지지 않았다.

서란은 아예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힘을 주기 시작했다.

서란은 얼굴이 새빨갛게 변할 정도로 용을 썼다.

태산만 한 대균열도 홀로 닫았던 거력이다.

마침내 사슬을 이루는 고리가 끊어졌다.

기진맥진한 서란에게 금교월이 물었다.

“그래, 소감이 어떻더냐?”

서란이 의자에 주저 앉은 채 대답했다.

“정말, 정말로 놀랍네요...”

금교월이 우아하게 미소 지었다.

“금작파가 괜히 거대문파가 됐겠느냐. 아무리 외교에 힘을 쏟는다 할지라도,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다면 공허한 노력일 뿐이지. 원래 힘없는 자의 외침은 무시당하는 법이란다.”

고개를 주억이며 감탄하던 서란이 물었다.

“토속성 공법서는 어떤 효능이 있나요?”

금교월은 사슬 법기를 옆으로 치우며 대답했다.

“토속성 공법서의 이름은 ‘적토전해경’이다. 풀이하면 흙을 쌓아 바다를 메운다는 의미지.”

금작파의 두 번째 보물, 적토전해경.

마찬가지로 법기 사용에 특화된 공법이었다.

토속성 법기의 손상을 복구하는 효능이 있다.

금교월은 이번에도 예시를 보여줬다.

우선 흑요석으로 만든 소검 법기를 깨뜨렸다.

그리고 적토전해경을 운용했다.

깨진 흑요석 소검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복구됐다.

금교월이 서란에게 소검을 건네주며 말했다.

“한동안 금작파에 머무르면서 공법을 익히거라.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도 좋다. 이 법기는 기념으로 너에게 주마. 대단한 건 아니니 굳이 사양하지는 말고.”

“감사합니다, 금 수사님!”

서란은 공손하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공법서 두 권과 소검을 품에 넣었다.

막 떠나려던 서란에게 금교월이 물었다.

“이후에 특별한 일정이 있느냐?”

서란이 흔쾌히 대답했다.

“실은 친구를 좀 만나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영영이가 너와 친했었지.”

“예, 금작파에 방문한 김에 한번 보려고요.”

금교월이 말했다.

“저런, 아쉽게 됐구나. 영영이는 당분간 바쁘단다. 그 아이는 나중에 만나고 오늘은 나와 함께 식사라도 하는 게 어떻겠느냐?”

“바쁘면 어쩔 수 없죠. 식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바로 가자꾸나.”

서란이 힘차게 대답했다.

“예!”

금교월은 서란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재능 있고 성실한데, 예의 바르기까지.

누가 좀 보고 배웠으면 소원이 없겠다.

구체적으로는 금영영이 그랬으면 싶었다.

사실, 금영영은 전혀 바쁘지 않았다.

이 시간이면 아마도 침대에서 자고 있을 거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금교월은 자기 후손을 믿고 있었다.

저렇게 훌륭한 친구를 두고 있지 않은가.

사람은 원래 끼리끼리 사귀는 법.

영영이도 분명히 저렇게 될 수 있을 거다.

금교월은 푸른 하늘을 보며 다짐했다.

본디 아이를 훈육하는 건 어른의 몫.

눈물을 머금고 회초리를 들 줄도 알아야 했다.

이제는 극약 처방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덕분에 금영영은 당분간 바빠질 예정이었다.


금영영은 오늘도 늦잠을 잤다.

해가 이미 중천에 떴지만 전혀 상관 없었다.

미인은 잠꾸러기, 즉 잠을 많이 자는 것 또한 미인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할 수 있었다.

금영영은 커다란 침대를 벗어났다.

호화롭고 넓은 방은 잔뜩 어질러져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상관 없는 일이었다.

그냥 놔두면 하녀들이 알아서 치워 준다.

금영영은 값비싼 융단을 밟은 채 기지개를 켰다.

“으음, 역시 집이 편하긴 편해.”

솔직히 서란의 저택은 너무 좁았다.

방 안에서 방천화극도 못 휘두를 정도라니.

그래도 친구와 함께였기에 견딜 수 있었다.

방을 나서자 하녀들이 인사를 했다.

“아가씨, 기침하셨습니까?”

금영영도 인사를 했다.

“응, 좋은 아침.”

아무도 지금은 점심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래서 권력이 좋다.

흔히들 금영영을 모두의 여동생이라고 부른다.

그건 절대로 과장이 아니었다.

금작파 수도자 세 명이 모이면 첫 번째 사람은 금씨고, 두 번째 사람은 금씨와 혈연 관계였다.

금속성 일영근자 금영영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이쁨을 받았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모두가 합심해서 오냐오냐한 결과가 이거였다.

인생은 금영영처럼.

사실, 축기에 성공한 뒤부터는 계속 놀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었다.

금교월마저도 금영영을 싸고 돌았기 때문이다.

인생은 금영영처럼.

오늘도 당연히 수행은 안 할 예정이다.

최근, 금영영은 극한의 효율주의자가 됐다.

수행은 선계에 가서 하겠다는 심보였다.

인생은 금영영처럼.

어차피 비승은 류서란이 해준다.

그래서 금작파 사람들도 너그러울 수 있었다.

일영근자가 금영영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금영영의 부모는 생각이 달랐다.

세상에 일영근자는 많다.

하지만 부모에게 자식은 유일한 존재다.

저렇게 한량처럼 뒹구는 꼴은 못 본다.

때마침 금교월의 허가도 떨어졌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다.

금영영의 부모는 힘든 결정을 내렸다.

두 사람은 딸아이에게 가서 말했다.

“딸, 오향장육 먹으러 가자.”

돼지고기 킬러 금영영이 환호했다.

“야호!”

금영영은 그렇게 비행 법기에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