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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1 KiB

태본곡 중심지, 오락의 거리.

수도자들이 모여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장소였다.

참고로 위치는 배움의 거리 바로 옆이었다.

그다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만, 사람이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공부만 하겠는가.

거리가 가장 빛나는 시간, 밤이 찾아왔다.

오늘도 열심히 공부한, 혹은 오늘까지만 놀기로 결심한 수도자들이 너도나도 모여들었다.

있는 사람은 대로에서, 없는 사람은 골목에서.

허름한 주점 안에 앉아 있던 사내가 외쳤다.

“동대륙 수선계가 이렇게 돌아가선 안 돼!”

참고로 방금 전까지 여기 안주 맛있다며, 음식 얘기를 나누던 상황이었다.

굉장히 뜬금없는 화제 전환이었다.

하지만 술 취한 사람이 원래 다 그런 법이었다.

비슷하게 마신 친구들도 덩달아 목청을 높였다.

“자네 말이 백번 옳아!”

“거대문파가 동대륙을 좀 먹고 있다고!”

“그들이 야기하는 온갖 폐단이 도를 넘었다!”

술자리 분위기가 한층 화끈해졌다.

모여 앉은 사내들은 연신 거대문파가 수선계에 끼친 악영향에 대해서 성토했다.

다들 만취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축기기만 되어도 술에 취하지 않지만, 여기 열혈남아들은 연기기 허접들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남자끼리 모여서 술 한 잔 마시면 대개 시사 토론이 시작된다.

그래서 이들도 보편타당한 만민 율법에 따랐다.

금일 논제는 ‘동대륙, 이대로 괜찮은가?’였다.

당연히 안 괜찮았다.

“애초에 지역 간 영기 불균형이 너무 심해. 대수림 근처에 눌러앉은 거대문파 이외에는 문파다운 문파가 없다니까? 산수들도 죄다 십대문파 들어가겠다고 죽어라 수행하고 있잖아.”

“맞아, 거대문파는 풍부한 영기로 점점 강성해지고 약소문파는 점점 고사하고 있어. 산천에 영기란 영기는 모조리 말라 버렸다고. 수행을 할 수 있는 땅도 매년 감소하는 추세라서 전망이 너무 어두워.”

“양극화나 영기 고갈도 문제지만, 가장 심한 건 약소문파가 모조리 사라지고 있다는 거야. 이 시대에 누가 변방에서 수선하겠어? 차라리 대수림에서 산수 생활을 하고 말지. 여긴 영기라도 충만하잖아.”

“저번에 그 소식 들었냐? 어떤 축기기 선배님이 제자 찾는다고 변방을 돌아다니시다가 일영근자 하나 발견하셨거든? 그런데 그 일영근자가 몇 살이었는지 알아? 나이가 오십이 넘었다고 하더라.”

“와, 이러니까 동대륙에서 화신기 수사가 안 나오지. 약소문파 죄다 문닫고 수도자 신규 유입이 격감했다더니, 일영근자가 태어나면 뭐하냐고. 자기가 타고난 자질도 모르고, 평생 땅이나 파다 죽는데.”

“가장 최근에 나온 화신기 수사가 몇 년 전 사람이었지? 대충 만 년 정도 됐나?”

“얼추 그럴 거야.”

“동대륙 진짜 망했네.”

“이게 전부 대균열 때문이라니까?”

“맞지, 그 말이 맞아.”

동대륙 수선계의 몰락은 가속화되고 있었다.

결국 그들에게 주어진 미래도 암울할 뿐이었다.

열혈남아들은 급격하게 침울해졌다.

그때 어떤 소녀가 맞장구를 쳤다.

“거대문파들이 잘못했네.”

사내들은 깜짝 놀라서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아무도 모르게 슬쩍 합석한 소녀가 보였다.

최고 등급 경매에 참가했다가 거대문파들의 자본력에 얻어맞고 빈손으로 나온 류서란이었다.

서란은 취하지도 않는 술 대신에 과즙 음료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멀리서 가만히 들어보니, 자네들이 참으로 의기가 넘치더군. 경세의 포부를 가져 마땅한 인재들이야. 그래서 말인데, 내가 뭘 좀 물어봐도 괜찮겠나?”

사내들은 선선히 제안을 수락했다.

비록 법력이 없는 탓에 영안술은 못 쓰지만, 옷차림만 봐도 귀인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하늘 같은 선배님을 보자 술이 깨는 기분이었다.

서란은 고개를 주억이다가 질문했다.

“오늘, 온종일 상점 거리를 돌아다녔다네. 그런데 이게 웬걸? 인형 재료 판매점마다 모조리 저급품뿐이지 않겠나. 도저히 상급품을 찾을 수가 없더군. 혹시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알고 있나?”

사실이었다.

천년토영목을 눈앞에서 놓친 서란은 경매장 앞에 쭈그려 앉아 억울해하다가 깨달았다.

최고 등급 경매에 나올 법한 희귀품은 애초부터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서란이 강의로 돈을 버는 속도보다 거대문파의 재산 증식 속도가 훨씬 빠를 건 자명했다.

욕심부리다간 백 년이 지나도 서대륙에 못 간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오죽문 식구들을 생각하며 서란은 인형술사로서의 욕망을 내려놓았다.

적당히 상급품만 구매해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상점가를 돌아다녀도 저질 재료 이외에는 찾을 수가 없었다.

천년토영목처럼 희귀한 재료를 바란 게 아니었다.

적당히 백년토영목이나 흑목석 상급품 정도로 만족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발견한 것이라고는 수십 년 된 토영목이나 중품 흑목석 정도였다.

결국 슬픈 마음에 배회하다 주점에 당도했다.

서란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바로 돌아왔다.

“아, 지금은 상급품을 구하기 힘드실 겁니다.”

“왜 그렇지?”

“몇 년 전부터 십대문파가 고품질 재료들을 무차별적으로 매점하는 중입니다. 인형 재료, 법기 재료, 단약 재료 등등 전혀 가리지 않고 말이죠. 그래서 시장에 상급품이 씨가 말랐습니다.”

서란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십대문파가 몇 년 뒤에 비싼 가격으로 되팔기 전까지는 가망이 전혀 없겠군?”

“어쩌면 수십 년 이상 안 팔지도 모릅니다. 이런 재료들은 오래 될수록 가치가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정말 심한 경우에는 백 년 가까이 창고를 잠그고 기다릴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탐험대한테 웃돈을 주고 직접 구매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거대문파의 투자를 일정 비율 이상 받은 탐험대의 발견물은 경매장을 통해서 우선적으로 유통됩니다. 그리고 일단 경매가 시작되면 전부 십대문파가 사들이는 식이죠.”

사내는 유통 과정을 더욱 자세하게 설명했다.

탐험대는 대부분 거대문파의 투자를 받고 있었다.

결국 대수림에서 발견되는 절대 다수의 물자는 경매장을 통해서 십대문파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대수림, 탐험대, 경매장을 순차적으로 거치는 유통 구조는 직거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고 있었다.

거대문파들끼리 모든 수행 물자를 과점한 채, 수요와 공급은 물론 가격까지 좌지우지했다.

이 적폐 집단은 영기가 풍부한 영역뿐만 아니라 동대륙 전체의 부를 독식하고 있었다.

이러니 서란이 경매에서 참패한 것도 당연했다.

서란은 거대문파들을 분쇄해 주고 싶어졌다.

가늘고 예쁜 서란의 눈썹이 역팔자를 그리기 직전, 침묵하고 있던 사내가 물었다.

“그런데 선배님께서는 결단기 수사가 아니십니까. 배움의 거리에서 신성 금단이라는 별호로 유명하신데, 굳이 산수 신분으로 지내실 필요가 있습니까? 십대문파 아무 곳에나 가서 문만 두드리면 곧바로 입문하실 수 있으실 텐데요.”

서란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문파에 소속되고 싶지 않구나.”

일단 입문한 다음에 희귀 재료만 낼름 챙겨서 도망칠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오죽문을 배신할 수도 없는 일이니, 천년토영목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였다.

사내는 계속 물었다.

“혹시 찾으시는 재료가 무엇인지요?”

서란은 별 기대 없이 대답했다.

“천년토영목이다.”

사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미목대회에 참가하시지요. 백 년마다 한 번 열리는데 마침 올해가 그 시기입니다. 최종 순위가 삼 위 이내라면 천년오행목 중 하나는 받을 수 있으니, 시도해 볼 법하지 않겠습니까.”

서란이 황급히 물었다.

“거기가 어디냐?”

“예?”

“대회 참가 신청을 하는 곳이 어디냐?”

사내는 떠듬떠듬 접수처를 알려줬다.

위치를 기억한 서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한줄기 바람처럼 내달려 사라졌다.

이미 술이 다 깬 사내들이 시선을 교환했다.

“우리도 이만 일어나지.”

“그게 좋겠지?”

“어차피 더 마시기도 뭐하군.”

“그나저나 오늘 좀 많이 마셨네.”

“술값이 만만치 않겠는데?”

“한동안 좀 아끼면 어찌어찌 되겠지.”

사내들은 어수선하게 일어났다.

그리고 계산을 하기 위해 계산대로 갔다.

계산대에 서 있던 주인이 말했다.

“여러분 술값은 아까 어떤 여성분이 대신 지불하고 가셨습니다.”

사내들은 화들짝 놀랐다.

“뭐라고!”

“역시 신성 금단 선생님이야!”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게 결단기 수사의 배포!”

하루하루 벌이가 시원치 않은 연기기 수사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미목대회 접수처 담당자가 말했다.

“짝을 맺은 오행인면목은 어디 있습니까? 미목대회는 대리 신청이 불가능합니다. 반드시 정원사와 오행인면목이 함께 와서 서류를 작성해야만 합니다.”

미목대회가 뭔지도 모르고 대뜸 신청부터 한 서란은 당황해서 질문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오행인면목이요?”

“예, 그렇습니다.”

서란이 다시 물었다.

“짝을 맺으라고요?”

“그렇다니까요, 왜 자꾸 물어보십니까?”

기어코 한 번 더 물었다.

“짝을? 저랑 오행인면목이?”

“경비원!”

서란은 접수처에서 쫓겨났다.

손에는 참가 요건에 대한 안내문이 들려있었다.

이 대회는 혼자서 참가할 수 없었다.

미목대회란 가장 아름다운 나무를 뽑는 대회다.

고로 정원사와 오행인면목이 둘 다 필요했다.

무려 나무와 수도자의 복식 대회였다.

접수 마감일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삼십 일.

한 달 안에 나무 친구를 만들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