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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신인이 등장했다.
느슨했던 배움의 거리에 천재지변이 닥친 셈.
돌진하는 거인을 피하지 못한 피해자가 속출했다.
수십 년 경력의 유명 강사, 대형 금단(별호)은 도통 상도덕이라는 것을 모르는 신참을 욕했다.
강의를 듣던 수강생 숫자가 급감한 탓이었다.
그는 결단기 산수 치고는 드물게도 호두알에 약간 못 미칠 커다란 금단을 지니고 있었다.
다른 수도자들보다 다소 컸던 금단이 그를 순식간에 유명 강사로 만들어 줬다.
자기 금단 크기에 자부심이 대단했던 그의 평소 지론은 ‘내 것보다 작은 건 금단이 아니다.’였다.
하지만 서란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안타깝게도 그와 서란, 두 사람이 진행하는 강의는 완벽하게 동일한 분야를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이 거리에서는 승자가 모든 걸 독식했다.
결국 이런 뒷담화의 주인공까지 됐다.
“대형 금단, 꼴이 웃기지 않냐?”
“아, 금단 좀 크다고 틈만 나면 거들먹거리던?”
“응, 신참한테 수강생 싹 뺏겼다던대?”
“애초에 강의 실력도 부족하면서 금단 크기로 유명해진 강사잖아. 이참에 그냥 별호도 바꾸면 되겠네, 대형이 아니라 중형 금단으로.”
경쟁자들의 비웃음을 들으며 대형 금단은 패배감을 곱씹었다.
텅 비어있는 쓸쓸한 강의실이 눈에 들어왔다.
서란이 없었을 때만 해도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수강생이 바글바글했었다.
대형 금단은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수행도 부족하고 어리석은 우민들.
금단 크기가 수도자의 전부는 아닌 것을.
그것보다는 법력 통제력이 더 중요하단 말이지.
유연한 사고 전환으로 정신적 평안을 되찾았다.
하지만 제아무리 훌륭한 자기 합리화 실력을 지녔다고 해도, 현실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진 않는다.
대형 금단은 보조 강사들을 전부 호출했다.
“너희들, 그쪽 강의를 듣고 비전을 빼 와라.”
충성스러운 수하들이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대형 금단은 세상 물정 모르는 신참에게 이 바닥 특유의 살벌한 신고식을 겪게 해 줄 작정이었다.
먼저, 사람을 보내서 강의 내용을 모조리 훔친다.
똑같이 베낀 강의를 개설한 뒤, 유명세를 바탕으로 이쪽이 원조라는 진흙탕 여론전을 실시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차분히 기다리기만 해도 된다.
대형 금단이 가만히 있어도 수십 년 동안 쌓인 추종자들이 알아서 상대 강사를 난도질해 준다.
타인의 교수법이나 도둑질하는 파렴치한으로 몰린 신참자의 명성은 물거품처럼 꺼질 게 분명했다.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진실은 잊혀지고, 대형 금단이 새로이 원조가 될 것이다.
건방진 새내기를 잡아먹고 더욱 찬란하게 빛날 미래를 상상하며, 대형 금단은 웃고 있었다.
며칠 뒤, 보조 강사들이 돌아와서 말했다.
“보고도 못 따라하겠던데요?”
대형 금단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유료 강좌가 시작되는 날.
강단에 오른 서란이 말했다.
“무료 강의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금단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법력에 대한 통제력입니다. 유료 강의 첫 시간에는 이와 관련된 이론을 중점적으로 배워보겠습니다.”
서란의 강의가 시작됐다.
자리에 앉은 수강생은 곧장 두 부류로 나뉘었다.
하나는 만족스럽게 경청하는 부류였고, 나머지 하나는 다소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류였다.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서란의 강의는 축기기 수사를 대상으로 한다.
축기기 수사라는 한 가지 분류로 묶여있지만, 사실 수강생끼리 공유하는 공통점은 수행 경지와 산수라는 출신뿐이었다.
서로서로 살아온 세월, 수행 진척, 보고 배운 것까지 모두 제각각인 복합적 집단이었다.
서란의 강의 내용은 분명 충실했다.
하지만 모두에게 그렇지는 않았다.
이제 막 축기에 성공한 오십 대 산수와 벌써 이백 년 이상을 수선한 산수는 반쯤 다른 경지였다.
심지어 이론적 토대와 실질적 수행, 두 분야 모두를 대성한 결단기 목전의 수도자마저 있었다.
서란의 원론적 강의는 분명 훌륭했지만, 진짜 실력자들의 입장에서는 다 아는 얘기일 뿐이었다.
만족과 불만족이 공존하던 강의가 끝났다.
하지만 서란은 막 강의실을 떠나려던 수강생들을 다시 앉혔다.
“지금부터 쪽지 시험을 보겠습니다. 시험지를 받으신 분은 순차적으로 뒷사람에게 전달해 주세요. 문제를 다 풀면 자리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쪽지 시험이라고 해놓고 시험지는 거대했다.
결단 이론에 대한 이해를 묻는 객관식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전부 떨어지고 시험이 끝났다.
시험지를 걷은 서란이 채점을 시작했다.
어차피 하나만 틀려도 탈락이라서 어렵지 않았다.
서란은 만점자 명단을 보이며 말했다.
“만점자는 전원 중급반으로 진급합니다. 아쉽게 탈락한 분들은 실망하지 마세요. 매일매일 쪽지 시험을 봐서 만점자를 진급시킬 예정입니다. 중급반 수강생들에게는 새로운 강의 시간표가 배정될 겁니다.”
서란의 차별화 전략은 분반이었다.
하급반은 만점 받을 때까지 결단 이론만 배운다.
반면 이론적 토대가 마련된 중급반부터는 결단에 필요한 실질적인 강의를 듣게 됐다.
법력 통제력 향상을 위한 명상 수행이었다.
서란은 집중이 깨진 수강생의 어깨를 대나무 막대(이름은 통통이다.)로 두드리며 말했다.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법력이 갈대처럼 흔들리는 건 아직도 통제력이 부족하다는 증거입니다. 조금 더 집중해 주세요.”
쪽지 시험을 통해서 걸러진 중급반 수강생들은 하급반 수강생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었다.
덕분에 서란도 같은 시간을 강의하면서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일 수 있었다.
진행하는 강의가 실질적으로 늘어난 서란은 더욱 바빠졌지만, 수강생들의 수업 만족도는 높았다.
그리고 중급반에서도 매일 시험을 봤다.
상급반으로 진급한 극소수의 수강생들은 한층 더 밀도 높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무려 몸으로 배우는 결단 과정이었다.
수강생의 등에 손을 댄 서란이 물었다.
“체내에서 움직이는 영기가 느껴지십니까? 지금부터 통제된 영기로 금단 형성 과정을 묘사할 겁니다. 영기를 자신의 법력이라고 생각하고 천천히 따라오세요. 지금 이 감각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무려 결단 과정 유사체험이었다.
수강생의 몸안에 흐르는 극소량의 영기를 서란의 금단으로 통제해서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서란의 법력은 수강생의 법력과 충돌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영기로 결단 과정을 흉내냈다.
물론 작은 금단을 가진 범재들은 죽었다 깨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할 신기였다.
물론 초초천재 류서란은 이번에도 해냈다.
산수가 수선 도중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이론적 토대와 실질적 수행의 괴리였다.
주먹구구식으로 쌓은 수행은 균등하기 어렵고, 경지를 올리는데 있어서 족쇄로 작용하곤 했다.
서란은 분반과 진급 체계를 이용해서 산수들이 중구난방으로 쌓아 온 성취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하급반에서는 이론적인 토대를 닦았다.
중급반에서는 실질적인 수행을 쌓았다.
상급반에서는 유사체험으로 상위 경지를 엿봤다.
서란의 상중하 분반 강의는 혁신적이었다.
오죽문이 수천 년 동안 쌓아온 수선 이론, 담청이 육백 년 간 거듭했던 시행착오, 하늘이 최애하는 류서란의 천재성이 합쳐진 결과였다.
다른 강사들은 알려줘도 따라할 재주가 없었다.
이 개월 간 진행된 여름 강좌가 끝냈다.
신규 강좌 ‘결단이란 무엇인가.’는 결단기 수사를 하나 배출하는데 성공했다.
서란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삼 분기가 흘렀다.
가을 강좌, 겨울 강좌도 끝난 지 오래였다.
그 동안 결단기 수사 여섯 명을 더 배출했다.
결단기를 목전에 둔 최상위권 실력자들이 모조리 서란의 강의로 몰려든 덕분이었다.
서란은 신성 금단이라는 영예로운 별호도 얻었다.
강좌가 너무 인기 많아서 사람도 잔뜩 채용했었다.
첫 번째 사무 보조, 단원표가 말했다.
“류 강사님, 연말 시상식 개최위원회에서 강사님의 참석 여부를 문의했습니다. 가급적 참석해 주셨으면 하는 눈치던데요. 수상이 확실시된 상황이니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서란이 거물 흉내를 내며 말했다.
“참석하겠다고 전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단원표가 강사 연구실을 나가자 서란이 소매에서 서책을 한 권 꺼내 살펴봤다.
서책의 정체는 올해 하반기 통계 자료였다.
배움의 거리 관리위원회에서 만든 출간물이었다.
서란은 즐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 올해의 수강료 수입 순위표가 그려진 곳을 펼쳤다.
올 한 해, 서란은 결단에 관한 강의를 했다.
연기기 수사는 숫자가 많아도 재물이 적고, 결단기 수사는 재물이 많아도 숫자가 적었다.
배움의 거리에서 가장 돈이 되는 강의 대상이 바로 축기기 수사라는 의미였다.
수강료 합계 상위 열 명을 비교한 도표가 있었다.
서란의 수입을 표시한 먹선이 종이를 뚫을 기세로 우뚝 솟아 있었다.
전체적인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 바닥에 깔린 아홉 명의 범부들이 참으로 안쓰러웠다.
며칠 뒤 열린 연말 시상식.
서란은 당연하게도 올해의 강사 부문과 올해의 강의 부문을 동시 수상했다.
권위 있는 여타 기록들을 모조리 경신하기도 했다.
당초 생각했던 목표도 초과 달성했다.
신년이 밝아오는 이른 새벽 시간.
수강 신청을 위해서 접수처로 달려온 축기기 수사들이 연신 아우성쳤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 탓이었다.
“신성 금단의 강의가 하나도 없다니, 도대체 무슨 헛소리야!”
“비켜, 나는 작년 가을부터 기다렸다고!”
“다들 제발 진정하세요! 신성 금단은 봄 강좌를 개설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애초에 수강 신청을 할 강의가 없다니까요!”
도무지 납득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배움의 거리에서 신성 금단, 류서란 강사보다 유명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마침 연말 시상식에서 동시 수상까지 했으니, 강의만 개설하면 영석을 갈퀴로 쓸어 담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서란이 강의를 개설하지 않았다는 놀라운 사실은 삽시간에 배움의 거리 전역으로 퍼졌다.
유명 강사의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이었다.
당연히 수많은 루머가 돌았다.
영석을 잔뜩 벌었으니 원영기에 도전하기 위한 폐관 수련을 시작했을 것이다.
거대한 금단과 이론적 성취에 대한 소문을 듣고 거대문파에서 억만금으로 영입했을 것이다.
아니다, 떠오르는 신성을 시기한 유명 강사들이 힘을 합쳐서 압력을 가했을 것이다.
저마다 떠드는 말은 달랐지만, 배움의 거리를 밝히던 큰 별이 졌다는 사실은 모두가 동의했다.
하지만 그들은 전부 틀렸다.
신성 금단, 류서란은 태본곡을 떠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인형술 강의를 잔뜩 수강한 탓이었다.
봄 강좌들이 시작되는 시기.
배정된 강의실에 입실한 ‘즐겁게 배우는 기초 인형술’의 강사는 제 눈을 의심했다.
업계 전설, 류서란이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머리 위로 유성이 떨어진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