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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 누설 사건은 어찌어찌 잘 마무리됐다.
운칠기삼의 화신, 금영영이 걸음을 내딛었다.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양 위풍당당했다.
그러자 거대한 문이 저절로 열렸다.
회의장 안에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역시 금 수사님이십니다!”
“믿고 있었습니다!”
“자네는 금죽문의 영웅일세!”
“정보전의 천재!”
“완전 신산귀모!”
“장하십니다, 아가씨!”
“금씨 가문의 자랑!”
“천라지망 전문가!”
“정보 조작의 달인!”
“통신부장 만세!”
“만세!”
박수 소리와 칭찬 세례, 호의로 가득찬 표정, 무수한 외침,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 휘파람, 그리고 또다시 박수.
그 모든 요소가 금영영의 감각 기관을 두드렸다.
피부와 고막을 두드리고, 솜털을 곤두세우고, 시야를 어지럽히고, 두뇌와 오장육부를 뒤흔들었다.
말 그대로 하늘을 노니는 듯한 기분이었다.
신선이 뭐 별 게 아니었다.
이게 바로 우화등선이었다.
금영영은 한껏 도취되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갈채하라...!”
회의장 분위기는 더욱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금영영은 수뇌부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야말로 슈퍼스타의 재능이었다.
잠시 후, 소란이 진정됐다.
회의장은 난장판이 된 지 오래였다.
때아닌 게릴라 콘서트의 여파였다.
수뇌부는 신나게 집어던진 집기들을 주섬주섬 정리했다.
그리고 각자 정해진 자리에 착석했다.
슬슬 회의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었다.
의장이 목소리를 몇 번 가다듬더니 말했다.
“큼큼, 그러면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최근에 기밀 유출 사건이 있었습니다. 문파 구성원 중 한 명이 극비 정보를 언론에 제보했다더군요. 자그마치 류 수사님의 실제 연령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통신부장께서 직접 해 주실 겁니다.”
금영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며칠 전, 저희 통신부는 인가되지 않은 통신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언론사 계정과의 통신이었죠. 금죽문 소속 수도자 중에 내통자가 있었던 겁니다.”
수뇌부 중 하나가 물었다.
“이후에는 어떻게 됐나요?”
“단말기 등록 번호를 조회했습니다. 그리고 내통자를 긴급 체포하는데 성공했죠.”
“순순히 혐의를 인정하던가요?”
금영영이 고개를 저었다.
“물론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율령부의 협조로 빠르게 자백을 받아냈죠. 제보비에 눈이 멀어서 그랬다고 털어놓더군요. 언론사가 류 수사님의 실제 연령에 관한 정보를 손에 넣은 겁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수뇌부가 수군거렸다.
“아, 그래서 기자들이 얼쩡거렸던 거군요.”
“몰래 침입하려다가 붙잡힌 사람도 있었습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네요...”
금영영이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위기 상황임을 인지한 통신부는 즉각 대응 절차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며칠 만에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 냈죠. 류 수사님의 비밀을, 더 나아가 금죽문 전체를 지켜낸 겁니다. 바로 저, 통신부장 금영영이 말입니다!”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상황을 해결한 겁니까?”
“아, 그 점에 대해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보안상의 이유.
수뇌부는 쉽사리 납득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심오한 뭔가가 있겠지 싶었다.
물론, 심오한 뭔가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특종 기사가 천라지망에서 삭제된 이유.
언론사가 부랴부랴 정정 보도를 낸 이유.
누리꾼들의 관심도가 급격하게 감소한 이유.
금영영은 그냥 아무것도 몰랐다.
여태까지도 몰랐고, 앞으로도 쭉 모를 예정이었다.
그런 이유로 설명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가만히 얘기를 듣고있던 의장이 질문했다.
“아 참, 기밀을 유출한 배신자는 어떻게 됐나요?”
금영영이 대답했다.
“글쎄요, 저는 잘... 율령부장께서 아실 겁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율령부장에게 쏠렸다.
율령부장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배신자와는 아름다운 이별을 했습니다.”
수뇌부는 잘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장 관심을 껐다.
까마귀 밥이든 물고기 밥이든, 배신자의 말로 따위야 알 바 아니었다.
의장이 회의를 진행시켰다.
“그럼, 다음 의제로 넘어가겠습니다. 비승 직후부터 논의해 왔던 의사 결정 체제 개편안에 대해서...”
수뇌부는 또다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여느 때와 같은 점심 시간이었다.
서란과 담청은 닭국수를 먹고 있었다.
대호법 두 명도 함께였다.
면발은 쫄깃하고 닭고기는 부드러웠다.
역시 장사가 잘되는 집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그런데 서란의 표정이 영 좋지 못했다.
닭다리를 쪽쪽거리던 담청이 물었다.
“서란, 혹시 국수가 입맛에 안 맞느냐?”
“그건 아니에요.”
“그러면 왜 그리 기운이 없는 것이냐?”
서란은 한숨을 푹 쉬며 대답했다.
“연수원 대체 강의를 다 들어 버렸거든요. 이제부터는 뭘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괜히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청은 도로 닭국수에나 집중하기로 했다.
반응은 전혀 다른 쪽에서 돌아왔다.
손달이 물었다.
“벌써 수강을 끝내셨다고요? 법관 시보 기간은 아직도 4년이나 남아 있지 않습니까.”
“저는 반인반룡이라서 잠을 안 자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정말 놀랍군요.”
손달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옆에서 지켜본 서란의 삶은 조식 업무 중식 업무 석식 수행 및 공부의 무한 반복이었다.
심마가 의심되는 수준의 정신 나간 일정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납득이 가기도 했다.
서란은, 선골 보유자도 아니면서, 680세라는 어린 나이에 태성기 수사가 됐다.
어지간히 미쳐서는 이렇게 빨리 경지를 올릴 수 없었다.
그야말로 수행 광인이었다.
손달은 남몰래 혀를 날름거렸다.
이 여자, 선골을 얻고 나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정말 즐거웠다.
남 일인데도 그랬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담청이 물었다.
“손달, 왜 자꾸 혀를 날름거리는 것이냐?”
“저한테는 국물이 좀 뜨겁네요. 그냥 닭냉국수를 시킬 걸 그랬습니다.”
“저런...!”
즐거운 점심 시간이었다.
서란 일행은 오후 업무를 마치고 귀가했다.
하녀들이 손님의 방문을 알려 왔다.
손님의 정체는 이아금이었다.
서란은 담청과 함께 응접실로 들어서며 말했다.
“아금아, 이 시간에 웬일이야? 항상 야근 때문에 바쁘더니. 혹시 오늘 약당 쉬는 날이야?”
“약당이 아니라 보건부. 이름 바뀐 지가 언젠데. 그리고 나 이제 보건부 소속 아니야. 다른 부서로 이동했거든.”
“진짜? 어디로?”
이아금이 대답했다.
“농림부야.”
“거기 일은 좀 어때?”
“낙원이지, 낙원. 항상 정시 퇴근이거든. 지긋지긋한 약재 냄새 안 맡아도 되고.”
담청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흠, 약재 냄새는 중대 사항이지...”
서란이 환히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아금이 네가 만족한다니 다행이다.”
“아 참, 이 얘기 때문에 온 게 아닌데. 언니한테 알려 줄 게 있어서 왔어. 그런데 단말기는 왜 꺼둔 거야? 연락 안 받더라?”
“오늘 오후에 재판 참관 일정이 있었거든. 깜빡하고 다시 안 켰나 봐. 알려 준다는 건 또 뭐야?”
이아금이 말했다.
“나도 혜문 언니한테 들은 건데, 금죽문 의사 결정 체제 최종 개편안이 결정됐대. 당장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는데?”
“아, 그거? 비승 0년부터 논의하더니 드디어 결론이 났구나. 어떻게 한대?”
“잠깐만, 분명히 유인물을 받았었는데...”
이아금은 소매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얇은 책자를 한 권 꺼냈다.
표지에는 ‘제1회 금죽문 민선 의원 선거 안내서’라고 적혀 있었다.
이아금이 책장을 넘기며 말했다.
“기존 의결 기관인 수뇌부를 폐쇄하고 새로운 의결 기관을 창설할 예정이래. 기관명은 민선 의회, 줄여서 민회라고 하고 말이야. 민회 구성원은 선거를 통해서 뽑을 건가 봐.”
담청이 이아금에게 물었다.
“의원이 되면 뭐가 좋은 것이냐?”
“아마 수뇌부의 권한을 고스란히 승계하게 될 거예요. 금죽문 전체의 행보를 결정하는 거죠. 법을 제정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는, 뭐 그런 거요.”
“만약 극광 제도 한가운데에 유원지를 만들겠다고 하면?”
이아금의 여상한 답변이 돌아왔다.
“민회만 통과하면 될 거예요.”
“혹시 나도 그 선거라는 거 나갈 수 있느냐?”
“그럼요. 입후보하시게요?”
담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나가보고 싶구나. 서란 너는 어떠냐?”
“저는 별로 생각이 없네요.”
“그래? 좀 아쉽구나.”
이아금이 물었다.
“언니, 그런데 투표는 할 거지?”
“당연하지, 소중한 한 표잖아.”
“한 표 아닌데?”
서란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 한 표 아니야? 좀 특이하네. 그러면 몇 표씩 주는데?”
“언니랑 담청 님은 세 표씩이야.”
“뭐?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이아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연기기와 축기기는 한 표씩이고, 결단기와 원영기는 두 표씩이야. 운무기와 태성기는 세 표씩이고.”
“경지마다 표수가 달라?”
“왜 그렇게 놀라, 언니. 당연한 거 아니야? 경지가 다른데 어떻게 표수가 같아.”
서란은 사회과학계열 복수 전공자로서 이런 참담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황급히 선거 안내서를 살펴봤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더 가관이었다.
하나, 금죽문 소속의 모든 수도자(어인족 등 요수 포함)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다.
하나, 모든 유권자는 경지별로 상이한 표수와 득표 반영 비율을 가진다.
하나, 이름이 기입되지 않은 투표 용지는 모두 무효표 처리가 된다.
서란은 참지 못하고 외쳤다.
“이, 이런 건 선거가 아니야!”
하지만 금죽문에서는 이게 선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