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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태 의식과 여의주 의식의 결과는 거의 비슷했다.
인간이든 용족이든 태성기에 도달하면 공통적으로 영성이라고 부르는 오색의 별을 품는다.
차이점은 영성이 위치한 장소였다.
인간 수도자는 중단전에 별을 품었고, 용족 수도자는 하단전의 여의주에 별을 품었다.
서란은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에 잉태 의식과 여의주 의식을 둘 다 치른다면 저는 총 두 개의 영성을 지니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도 괜찮은 거예요? 한 사람이 원영이나 금단을 두 개씩 가지고 있는 격이잖아요.”
“원영이나 금단을 복수로 가지고 있으면 문제가 되지만 영성은 아무리 많아도 상관 없습니다. 애초에 그게 고위계 수행의 목적이기도 하고요.”
“영성의 숫자를 늘리는 게 목적이라고요?”
등백월이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아, 이럴 게 아니라 아예 수업을 할까요? 이 참에 전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흑판과 백묵을 가져올 테니까 두 분 다 잠시만 기다리고 계세요.”
담청은 작살에라도 맞은 듯 당황했다.
“아니, 나는...!”
하지만 그 절박함은 등백월에게 닿지 않았다.
방문이 굳게 닫히고 도망칠 구멍이 사라졌다.
이제는 꼼짝없이 수업을 들어야만 했다.
담청의 얼굴이 한층 시무룩해졌다.
하얗고 정갈한 글씨가 검은 칠판을 채웠다.
저위계.
고위계, 소우주, 준선경.
진선경, 대우주.
판서를 마친 등백월이 분필을 내려놓고 질문했다.
“인간 수도자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원영기까지의 경지는 저위계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운무기부터는 고위계로 분류되죠. 그렇다면 도대체 뭘 기준으로 저위계와 고위계를 구분 짓는 걸까요?”
담청이 손을 들고 말했다.
“비승?”
금영영도 지지 않았다.
“힘?”
서란도 자기 나름대로 답변을 했다.
“혼원법력?”
등백월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비승, 힘, 혼원법력, 모두 맞는 말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이죠. 그 모든 요소들이 모여서 운무기라는 경지를 구성하는 셈이니까요. 결국 우리는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만 합니다. 낱낱의 조각이 아니라 전체, 수선의 가장 중요한 본질을 말이죠.”
서란이 손을 들고 말했다.
“혹시 초월인가요?”
“초월, 바로 그겁니다. 연기기일 적에는 천지영기로 탁기를 씻어냈고, 축기기가 된 뒤에는 정순한 법력을 쌓았죠. 더 나아가서는 금단을 형성하고 원영까지 응집했습니다. 육체의 한계와 영혼의 한계를 초월한 셈이죠.”
등백월이 분필로 칠판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위계라는 단어였다.
설명이 이어졌다.
“모든 수도자는 저위계를 거치며 태생적인 한계를 초월해 나갑니다. 수명을 늘리고, 격을 높이고, 마침내 영물로 거듭나는 겁니다. 하늘에게 스스로를 증명한다고 표현하기도 하죠. 아무튼, 운무기 수사가 되면 그때부터 고위계 수행이 시작됩니다.”
등백월이 다른 단어를 연달아 지목했다.
이번에는 고위계, 소우주였다.
“운무기, 태성기, 광홍기, 은한기, 이상의 네 경지를 통틀어 고위계라고 부릅니다. 이름만 들어도 감이 잡히시죠? 네 단계 모두 천체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각각 성운, 항성, 성단, 은하를 뜻하죠. 즉, 고위계 수행이란 내면의 소우주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준선경.
“고위계 수행을 거듭할수록 혼원법력은 오색의 별로 압축되고, 그 수 또한 점차 증가합니다. 그렇게 해서 무지개빛 성단을, 자기만의 은하를 창조하는 거죠. 그러다가 내면의 소우주를 완성하는 순간, 비로소 준선경이라는 영역에 도달하는 겁니다.”
수업을 듣던 서란이 말했다.
“저위계 수행으로 태생적 한계를 초월하고, 고위계 수행으로 내면의 소우주를 완성한다... 그렇다면 진선경부터는 대우주와 관련이 있겠네요?”
“예, 맞습니다. 분명 대우주와의 합일이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자세하게는 잘 모르겠군요. 관련 지식이 애초부터 없었든, 다른 기억과 함께 소실되었든 둘 중 하나겠죠.”
그때, 담청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궁금한 것이 하나 있구나.”
“뭐가 궁금하신가요?”
“별이 하나일 때가 태성기라면, 몇 개부터 광홍기가 되는 것이냐? 또 은한기는?”
등백월이 대답했다.
“두 개만 있어도 광홍기입니다. 별의 수효가 일만 개를 초과하면 은한기가 되고요.”
“그러면 완성된 여의주를 세 개나 들고 있던 독안룡은 광홍기 수도자였다는 뜻이냐?”
“음, 무사히 승천을 했다면 준광홍기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물론 죽을 때까지 진정한 광홍기에는 도달하지 못했을 테지만 말이죠.”
가만히 듣고 있던 서란이 물었다.
“그건 어째서죠?”
“빼앗은 힘은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선이란 그 누구도 대신 걸어 줄 수 없는 고독한 오르막길입니다. 도둑질 따위로는 결코 초월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은, 자기 힘이기만 하면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다는 뜻입니까?”
등백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만약 두 종류의 의식을 치르면 저도 준광홍기가 되는 건가요? 두 개의 영성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공식적으로는 태성기일 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게 되겠죠.”
서란은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등백월에게 물었다.
“반인반룡이 되고 나서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부작용이라... 반인반룡의 절대다수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는다고 합니다. 인간의 피가 용의 피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극소수는 무사히 세상에 나옵니다. 실제로 도원향에 소속되지 않은 지선 중 한 분이 반인반룡이시기도 하고요. 그러니 류 수사님이라면 별문제 없을 겁니다.”
서란은 고민에 잠겼다.
다른 수도자들처럼 평범한 길을 갈 것이냐.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 미지의 길을 갈 것이냐.
어느 쪽을 골라도 일장일단이 있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태성기에 도달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서란에게는 시간과 재능이 넘쳐났다.
주어진 수명이 부족해서 진선경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용의 권능들을 포기해야만 했다.
삼라만상을 들여다보는 용안, 더없이 귀한 뇌영근, 영생 등이 그것이었다.
서란도 사람인데 솔직히 욕심이 났다.
서란의 마음은 조금씩 반인반룡이 되는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환생하면서 성별도 바뀐 처지였다.
이제 와서 종족이라고 못 바꿀 건 없었다.
게다가 임6 구역의 현 시국 또한 서란의 결정에 무게 추를 더해 주었다.
선계는 갑1부터 계10까지, 총합 백 개의 관습적인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도원향의 다섯 지선은 가급적 모든 구역에 담당 시해선을 배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공은 요원한 일이었다.
일단, 현존하는 시해선은 84명뿐이었다.
게다가 전원이 도원향에 소속된 것도 아니었다.
결국 공석이 발생하는 건 필연적인 일었다.
때마침 임6 구역에도 담당 시해선이 없었다.
서란이 구역 내 다른 경쟁자들보다 먼저 진선경에 도달하기만 하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금죽문의 향후 수만 년 위세가 서란의 경지 상승 속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위험은 극도로 적었다.
개인적으로도 욕심이 생겼다.
수행을 서두를 이유 또한 존재했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서란이 선언했다.
“까짓거 한번 해 보죠!”
담청이 기쁨에 차서 폴짝 뛰었다.
“야호!”
머리가 하늘까지 닿을 듯했다.
비승 25년, 반인반룡 의식 준비가 끝났다.
넓은 바위섬 한쪽에는 잉태 의식용 제단이, 반대편에는 여의주 의식용 제단이 세워져 있었다.
먼저 거행한 잉태 의식이 종료되는 즉시 여의주 의식을 이어 갈 예정이었다.
사상 초유의 듀얼 코어 의식, 금죽문 수도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웬일로 일찍 일어난 금영영이 질문했다.
“등 수사님, 운무기 수사가 태성기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평균 수행 시간이 어느 정도인가요?”
“운무기부터 태성기까지의 수행 시간은 오채지심 수행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오, 그런가요? 혹시 조금만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등백월은 의아함을 느끼며 대답했다.
“요즘 유달리 학구열이 높으시군요. 뭐, 어려운 일은 아니니 설명해 드리죠. 원영기에 도달하고 오채지심 수행을 할수록 타고난 영근 자질이 무의미해진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시지요?”
“그럼요, 전부 오영근자가 되니까 그런 거잖아요.”
“예, 맞습니다. 그때부터는 영근 자질보다는 선골 자질이나 오성이 훨씬 중요해지죠. 그러니 오영근 조화에 걸리는 시간만 알면 그 수도자의 영근 이외의 다른 자질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금영영은 열정적으로 필기하며 물었다.
“범골 수도자가 오영근을 조화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540년이었던가요? 이런 경우에는 태성기까지 몇 년이나 걸릴까요?”
“보통 오영근 조화보다는 3배 정도가 더 걸린다고 하니까 1620년 정도겠네요. 그리고 류 수사님은 오영근 조화에 9년이 걸렸으니, 태성기까지 27년 정도 소요될 거라고 예상이 가능하죠. 실제로도 거의 비슷하게 걸렸고요.”
“와, 정말 그러네요?”
궁금증을 해결한 금영영은 이후에도 서란의 의식 과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고, 기록도 많이 남겼다.
일련의 기행은 의식이 다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그 날, 반인반룡 태성기 수사가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