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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2천 년 전, 승천에 실패한 독안룡은 세상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인계 전체를 살피기 시작했다.
목표는 세 번째 여의주였다.
수백 년 전, 북대륙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대륙 전역을 휩쓰는 광풍, 우화 의식이었다.
독안룡은 일개 수도자가 스스로를 갈고닦은 끝에 영물로 거듭나는 순간을 목격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독안룡은 과거에 바다 요수였었다.
그렇다면 인간 수도자라고 해서 용으로 거듭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었다.
하물며 이미 영물이 된 화신기 수사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독안룡은 화신기 수사를 유심히 지켜봤다.
우화 의식 이후, 북대륙에 피바람이 불었다.
화신기란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경지였다.
수많은 수도문파가 무력하게 쓸려 나갔다.
수선계와 공생 관계를 유지하던 속세의 범인 왕국들 또한 혼란을 피할 수 없었다.
몇몇 야심가가 전쟁을 일으켰고, 망국의 유민은 굶주림에 도적 떼로 변모했다.
북대륙은 한순간에 인세의 지옥이 됐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는 바다가 되었다.
대륙 곳곳에서 기아와 역병이 만연했다.
그리고 켜켜이 쌓인 죽음이 요괴를 낳았다.
절대자 한 명의 행보가 빚어낸 난세였다.
독안룡은 여전히 화신기 수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하늘은 저 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순리를 어긴 벌로써 천겁을 내리칠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등 떠밀며 악행을 부추길 것인가.
아쉽게도 그 궁금증은 해소되지 못했다.
화신기 수사는 자기 문파와 함께 북대륙을 떠나 세상의 중심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던 독안룡과 만났다.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독안룡이 법술을 사용했고, 그걸로 전부 끝났다.
화신기 수사의 결계를 관통한 벼락은 일격에 비행 선단 전부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화신기 수사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갈기갈기 찢긴 육신은 이미 빈사 상태였다.
유체 이탈한 화신기 수사의 원영은 금단마저 버려둔 채 필사적으로 도주했다.
하지만 독안룡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육체와 영혼은 한 쌍, 금단이 제 성능을 오롯이 발휘하기 위해서는 원영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독안룡은 자기 영역을 침범한 존재를 살려 보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도망쳤던 원영은 얼마 못 가서 사로잡혔다.
추격 과정에서 독안룡의 존재감을 느낀 바다 생물들이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쳤다.
심해거인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영역 바깥에서 벌어진 일이었기에 독안룡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세상의 중심으로 돌아온 독안룡은 화신기 수사의 영혼을 금단에 봉인했다.
그리고 강제로 날씨를 비틀었다.
곧이어 인위적인 여의주 의식이 강행됐다.
여의주 의식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화신기 수사의 금단으로 여의주를 대체하겠다는 독안룡의 계획은 거의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의식 막바지에 문제가 발생했다.
낙뢰가 내리치는 순간, 금단이 힘의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해 버렸다.
독안룡은 산산조각 나 흩어지는 화신기 수사의 원영을 일견했다.
그리고 의식 과정 전반을 면밀히 분석했다.
발상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실제로 의식 막바지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됐었다.
금단의 품질이 여의주가 되기에 충분하지 못했다는 게 독안룡이 내린 결론이었다.
화신기 수사의 금단은 인간 치고는 꽤 커다랬다.
그도 그럴 것이, 보잘것없는 재능을 지니고 있었더라면 화신기까지 도달하지도 못했을 터였다.
그래도 여의주에 버금갈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독안룡은 인공 여의주 계획을 폐기했다.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실현 가능했다.
하지만 필수 준비물이 여의주에 버금가는 크기의 금단을 지닌 화신기 수사라면 의미가 없었다.
폐기된 계획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독안룡의 뇌리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새로운 여의주 의식이 감지된 탓이었다.
독안룡의 시선이 서쪽으로 향했다.
웅장한 제단 꼭대기, 오색의 별이 탄생했다.
일단의 무리들이 의식 장소를 둘러싼 채 요란을 떨고 있었다.
아가미 달린 요수들, 바로 어인족이었다.
어인족은 완성된 여의주를 신에게 바쳤다.
별을 담은 여의주가 제 주인과 공명했다.
천공을 향한 용안에 선계의 풍경이 쏟아졌다.
독안룡은 제 경험에 비추어 생각했다.
저 용도 머지않아 승천 갈망에 이끌려 세상의 중심으로 날아올 것이라고.
하지만 어인족의 신이 된 용은 달랐다.
용신은 하늘로 추락하는 대신 바다로, 미물들의 곁으로 돌아갔다.
독안룡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하여 승천을 마다하는가.
원래라면 당장 들이쳐서 숨통을 끊었겠지만 갑작스레 든 호기심에 생각을 바꿨다.
독안룡은 한동안 용신을 지켜보기로 했다.
어차피 도망칠 곳도 없을테니까.
독안룡은 용궁의 주인을 먹투성이라고 불렀다.
항상 소매에 먹물을 묻히고 다닌 탓이었다.
끊임없이 뭘 기록하느라 식사 중에도 손에서 붓을 놓지 않을 정도였다.
독안룡의 기다림은 수백 년이나 이어졌다.
먹투성이는 당최 세상의 중심으로 오질 않았다.
결국 참다 못한 독안룡이 직접 찾아갔다.
한밤중에 물 밖으로 나와 천체 관측을 하던 용신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존재감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용신은 심해의 어인족을 지키기 위해서 가능한 먼 곳으로 상대를 유인했다.
독안룡은 손쉽게 먹투성이를 죽였다.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새롭게 손에 넣은 여의주와 용의 혼백을 가지고 세상의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얼마 뒤, 독안룡은 세 번째 여의주와 함께 승천문에 도전했다.
이번에도 천겁의 방해로 승천에 실패했다.
하지만 거의 닿을 뻔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승천까지 마지막 한 조각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먹투성이를 죽이고 백 년 가까이가 흘렀다.
독안룡은 여전히 세상의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네 번째 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 동안 세상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서대륙 동부에서 한 소녀가 환생했다.
소녀는 공녀로 뽑혀 타국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수도자가 되어 되돌아왔다.
동굴에 틀어박힌 채 천 년 동안 수행만 하던 어린 용의 여의주 의식이 시작됐다.
그런데 서툰 솜씨로 만든 제단이 비바람에 무너지며 의식이 실패했다.
덕분에 독안룡의 마수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소녀는 진창에서 여의주를 주워 문파로 돌아갔다.
어린 용 또한 동굴을 나와 그 뒤를 쫓았다.
결과적으로 소녀는 결단기에 도달했고, 어린 용은 이름을 가지게 됐다.
이후에 소녀는 이름을 가진 용과 함께 어인족의 신이 되었다.
때로는 심마를 겪기도 했다.
그리고 전송진을 밟아 동대륙까지 날아갔다.
독안룡이 처음으로 소녀의 존재를 인식한 것도 그 무렵의 일이었다.
소녀는 대륙 간 발사체를 통해 바다 건너로 자신의 안부를 전했다.
죽순 발사체들은 동대륙과 서대륙 사이의 망망대해를 가로질렀다.
일부는 때마침 열리던 승천문의 인력에 휘말렸다.
일부는 교대하듯 닫히던 명계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일부는 독안룡의 손아귀에 붙잡혔다.
독안룡의 시선이 발사체의 궤적을 역추적했다.
삼라만상을 꿰뚫어 보는 용안이 소녀에게 닿았다.
여의주보다 커다란 금단 또한 마찬가지였다.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어차피 화신기 수사가 아니라면 무의미했다.
독안룡은 소녀에 대한 관심을 거두어들였다.
또다시 짧은 기다림.
독안룡의 시선이 남대륙을 향했다.
이름을 가진 용의 두 번째 여의주 의식이었다.
지난 번과 달리 의식은 성공했다.
미완의 여의주에서 오색찬란한 별이 탄생했다.
하지만 그때 독안룡이 주목하고 있던 건 완성된 여의주가 아니었다.
의식 중에 제단을 지키던 소녀였다.
작은 두개골 안에 덩치 큰 원영이 깃들어 있었다.
믿기지 않는 경지 상승 속도였다.
오래 전 잊혀졌던 생각이 망각 속에서 부활했다.
이론상으로만 가능하리라 여겼던 발상.
바로 인공 여의주 계획이었다.
독안룡은 소녀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고작 여의주의 대체제로써 끝날 수준이 아니었다.
소녀의 금단과 원영 안에는 그 이상의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었다.
여의주가 제 주인과 함께 공명했다.
이름을 가진 용은 하늘을 일별하더니 인간들이 기다리는 지상으로 내려갔다.
먹투성이와 마찬가지였다.
독안룡은 지금 당장 어린 용을 죽이는 대신 조금만 더 기다리기로 했다.
소녀는 금방 영물이, 화신기 수사가 될 터였다.
세 영물의 대면이 약간 더 늦춰진 이유였다.
그때부터 독안룡의 눈은 소녀에게 고정됐다.
사막거인의 영토, 화영근, 산호로 꾸며진 용궁, 우주 구조물 건설, 고대 유물 속 존재, 그리고 수영근.
맹목적인 시선은 한시도 소녀를 떠나지 않았다.
마침내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이 도래했다.
서대륙 전체를 휩쓰는 광풍.
문파 비승을 위한 우화 의식.
인간에서 영물로 거듭나는 소녀.
독안룡은 차분한 마음으로 소녀를 기다렸다.
몇 개월이 지나자 소녀가 육지를 떠났다.
세상의 중심으로, 독안룡이 기다리는 바로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참으로 오랜 기다림 끝에 맹수의 엄니가 사냥감의 목덜미에 닿았다.
해와 달이 수차례 뜨고 졌다.
일대의 천지영기가 모조리 고갈됐다.
그리고 독안룡의 일격을 허용한 서란이 격추됐다.
기나긴 싸움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