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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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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독안룡은 오로지 본능만으로 작동하는 괴물이었다.

그건 바다 요수였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때도 이름은 없었다.

요수가 태어난 곳은 위험한 바다였다.

시체에서 태어난 괴물들이 영원히 투쟁하다가 종국에는 시체가 되어 도로 가라앉는 곳.

그야말로 지옥 같은 장소였다.

바다 요수 또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싸우고, 잡아먹고, 또다시 싸웠다.

죽일 상대를 가려본 적은 없었다.

세월이 흘렀다.

바다 요수는 마침내 요수왕이 됐다.

뒤따르는 무리도 생겼다.

세월이 더 흘렀다.

요수왕은 스스로의 격을 높여서 용으로 거듭났다.

용의 군단은 끝없이 세력을 확장했다.

그 무렵, 미완의 용은 호적수를 만났다.

완성을 앞둔 여의주, 다종다양한 구성의 정예 군단, 그리고 패도를 걷는 절대 강자.

거울상처럼 똑 닮은 한 쌍이었다.

하늘 아래에 절대자가 둘씩이나 존재할 수는 없는 법, 두 용과 그들의 군단은 숙명처럼 격돌했다.

피와 살점, 조각 난 뼈가 비처럼 내렸다.

쌓인 시체가 섬을 이룰 즈음, 전쟁이 끝났다.

두 용 중 하나는 오른쪽 눈을 잃었고, 나머지 하나는 목숨과 여의주를 잃었다.

바다를 죽음으로 뒤덮은 대전쟁이었다.

그 강대하던 용의 군단도 영락을 피할 수 없었다.

오른눈을 잃은 절대자는 살아남은 한 줌의 정예병과 함께 은둔했다.

상처투성이 용은 때를 기다렸다.

충직한 수하들이 제단을 쌓고 있었다.

두 여의주를 완성할 날이 목전에 다가왔다.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제단에서 한날한시에 의식이 진행됐다.

오색 연무의 회전, 압축, 그리고 눈부신 번개.

의식이 종료되고 두 개의 별이 탄생했다.

수하들은 완성된 여의주를 주인에게 바쳤다.

오색찬란한 쌍성이 용의 외눈을 사로잡았다.

이후에 벌어진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용은 세상의 중심을 부유하고 있었다.

몸에 들러붙은 피와 살점이 적잖이 불쾌했다.

누구의 잔해인지는 알 바 아니었다.

떠나는 용을 만류하던 수하들의 흔적일 수도 있고, 주제도 모르고 용에게 덤벼든 다른 군단의 흔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딱히 중요한 건 아니었다.

눈앞에서 승천문이 열리고 있었으니까.

이내 천겁을 머금은 구름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천지영기의 흐름이 급격하게 뒤바뀌었다.

세상의 중심, 그 거대한 공혈이 일시적으로 닫히며 승천문까지 이어지는 용오름이 발생했다.

쌍성의 용은 흐름에 올라탔다.

기나긴 육신을 오색 구름으로 휘감고 비상했다.

용의 본능에, 승천 갈망에 따라 선계로 향했다.

그리고 천겁이 내리쳤다.

오색 운무와 결계가 순식간에 꿰뚫렸다.

하늘의 분노가 용린을 깨부수며 피육을 난자했다.

용은 승천하기 위해서 몸부림쳤다.

풍우와 뇌운을 조종하며 하늘로 나아갔다.

하지만 끝내 승천문에 닿을 수는 없었다.

천지영기의 흐름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승천문이 닫히고 그 대신 명계의 입구가 열렸다.

만신창이가 된 용은 위아래가 뒤집힌 용오름에 휩쓸려 공혈 내부로 빨려들어갔다.

의식을 잃은 용은 계속해서 추락했다.

거체에 작용하는 명계의 인력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졌기에 탈출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원래라면 여기서 용의 패도는 끝났을 터였다.

그때, 이변이 발생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정해진 운명이 뒤틀렸다.

여의주 안에 갇힌 호적수의 혼백이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고, 용 자신이 살면서 쌓아 온 업의 무게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좌우지간 무엇인가가 바둑판 위의 돌을 움직였다.

용은 의식을 되찾았다.

턱 아래의 하나, 그리고 오른손의 하나.

두 개의 여의주가 공명했다.

천신만고 끝에 공혈을 빠져나온 용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생각했다.

자신을 죽이려던 손길을 느꼈다.

반대로 자신을 살리려던 손길 또한 느꼈다.

그렇다면, 도대체 하늘의 뜻은 어디에 있는가.

잠시 후, 용은 생각을 그만뒀다.

어차피 전부 부질없는 고민이었다.

서로 다른 두 의지가 존재한다는 게 중요했다.

자신을 죽이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 강대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제아무리 용이라고 해도 살아남을 수 없었을 테니까.

용은 오른손에 든 여의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신의 텅 빈 눈구멍에 박아 넣었다.

여의주의 크기가 저절로 변하면서 피와 진물로 흥건한 안와를 가득 채웠다.

오래된 상처와 새로 난 상처가 뒤섞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과거에 잃어버렸던 오른쪽 시야가 회복됐다.

용은 네 개의 대륙을 시야에 담으며 날아올랐다.

더욱더 힘을 키운 뒤, 천겁을 극복하고 승천할 작정이었다.

독안룡은 그렇게 탄생했다.


선공은 독안룡의 차지였다.

세 개의 여의주, 세 개의 별이 공명했다.

눈부신 뇌전이 천지를 뒤덮었다.

서란은 곡예비행을 통해서 회피했다.

담청은 마주 쏜 뇌전으로 공격을 빗겨냈다.

식산대붕은 법화 결계를 두른 채 견뎌냈다.

서란과 담청이 동시에 같은 수인을 맺었다.

법력의 파동과 함께 합동 법술이 발동했다.

바다가 하늘을 향해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물로 된 감옥이 완성됐다.

독안룡은 오색 운무와 결계로 몸을 감쌌다.

직후, 공격이 시작됐다.

감옥의 안쪽 벽면에서 법력을 머금은 물이 고압으로 분출됐다.

죽음의 장대비가 독안룡의 결계를 난도질했다.

독안룡은 재빨리 서란과 담청의 법력에 간섭해서 법술을 흩어 버렸다.

막대한 수량의 바닷물이 해수면으로 낙하했다.

감옥에서 벗어난 독안룡을 반겨준 건 사출이 완료된 백만 마리의 자안효 군단이었다.

서란과 담청이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식산대붕은 무사히 격납고를 비울 수 있었다.

자줏빛 안광이 번쩍인 직후, 불가청비가시 광선이 빗발쳤다.

자그마치 군단 전체가 펼치는 합격진이었다.

결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성질의 법력 탓에 독안룡의 결계와 오색 운무가 빠르게 붕괴됐다.

하지만 집단전이라면 독안룡의 전문 분야였다.

용의 군단을 호령하던 당시의 독안룡은 전략가이며, 선봉장이며, 무패의 군단장이었다.

덕분에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어렵지 않게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독안룡은 즉시 결계의 형태를 조정했다.

단일벽을 수천 겹의 층으로 나누고 결계 사이사이를 오색 운무로 채웠다.

불가청비가시 광선이 결계를 깎아 내는 것보다 보충되는 속도가 월등히 빨라졌다.

여유가 생긴 독안룡은 즉시 반격에 나섰다.

장대한 파동과 함께 대량 살상 법술이 발동됐다.

무차별적으로 난사된 낙뢰와 비바람이 면을 이룬 채 비행하던 자안효 군단을 휩쓸었다.

단번에 전력의 절반 가까이 무력화됐다.

격추된 경우는 오히려 드물었다.

대다수는 그 자리에서 먼지가 됐다.

살아남은 올빼미 인형들은 대열을 벌렸다.

예상대로 자잘한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견제로 빈틈을 만들고 일격에 죽여야만 했다.

식산대붕과 자안효 군단은 한 발 물러났다.

그렇게 거대한 원형 경기장이 탄생했다.

영물들끼리의 살육전이 개시될 예정이었다.

때마침 천지영기의 흐름이 변했다.

반쯤 열려 있던 승천문이 완전히 개방되고, 명계의 입구가 닫혔다.

거대한 용오름이 바다와 하늘을 연결했다.

인계의 절대자들이 서로를 향해 격돌했다.

서란이 조종하는 물의 칼날이 하늘을 쪼갰다.

독안룡이 휘두른 폭풍 채찍이 바다를 두드렸다.

담청이 내던진 벼락의 창이 천지를 꿰뚫었다.

하나하나가 산을 부수고 강을 뒤엎을 법술이었다.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드는 공방들.

그야말로 경천동지의 싸움이었다.

선계로 향하는 용오름을 사이에 둔 채, 세 개의 초음속 비행체들이 어지러운 궤적을 그렸다.

연이어 터지는 법력의 파동, 발동되고 파훼되길 반복하는 법술, 요동치는 결계와 회피 기동.

우직한 힘싸움이 한동안 이어졌다.

서란과 담청은 명백하게 시간을 끄는 중이었다.

장기전을 통해 독안룡을 고꾸라뜨리겠다는 무모함의 발로가 결코 아니었다.

교전을 단번에 끝내기 위한 노림수였다.

전투가 시작되고 반 시진(1시간)이 경과했다.

서란과 담청이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이 도래했다.

마침내 독안룡을 찌를 비수가 도착했다.

담청은 봉인술을 발동했다.

일대의 바람이 명령에 따라 독안룡을 옥죄었다.

독안룡은 즉시 봉인술을 파훼했다.

대응에 걸린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독안룡의 위치가 한순간이나마 고정됐으니까.

최초의 개량형 죽순 탄도탄이 도착했다.

죽순 탄도탄은 독안룡전의 핵심 대비책이었다.

위력 증폭, 소형화, 추진력 및 효율 향상 등 여러 개량을 거쳤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풍속성 법술을 응용한 미세 결계였다.

덕분에 개량형 죽순 탄도탄은 공기의 저항을 완벽하게 무시할 수 있었다.

서란은 전투 시작과 동시에 인공위성 금죽화를 거쳐서 발사장으로 신호를 보냈다.

발사 직후, 급격하게 가속한 개량형 죽순 탄도탄의 최고 속도는 음속의 일만 배.

그 결과, 서란 일행이 삼 개월 동안 이동한 거리를 반 시진만에 날아올 수 있었다.

식산대붕과 자안효 군단이 수집한 독안룡의 좌표는 곧장 인공위성 금죽화로 전송됐다.

우주 구조물에 탑재된 법뇌와 해석기관은 목표물을 정확하게 조준하는데 성공했다.

담청이 독안룡의 발을 묶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초당 수천 km씩 이동하는 탄도탄은 독안룡의 감지 범위 밖에서부터 빛살처럼 내리꽂혔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마치 순간 이동처럼 느껴지는 일격이었다.

설령 예지 능력을 보유했다고 해도 회피나 방어를 장담할 수 없었다.

작열하는 섬광과 엄청난 충격파, 뒤따르는 굉음.

태양이 내려앉은 듯한 광량이 눈을 가렸다.

급격하게 확산된 충격파가 소리를 지웠다.

정도를 벗어난 굉음이 촉각을 마비시켰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죽순 탄도탄은 아직도 잔뜩 날아오는 중이었다.

소통이 일체 불가능한 극한의 상황에서 서란과 담청, 식산대붕은 계획대로 움직였다.

담청의 용안이 섬광 너머의 독안룡을 포착했다.

역시 쉽게 죽어주지는 않았다.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방어에 총집중한 채 탄도탄 세례를 견디고 있었다.

담청은 다시 한번 봉인술을 발동했다.

지금은 아까처럼 파훼할 여유가 없었다.

독안룡의 움직임은 완전히 봉쇄되었고, 그 좌표는 담청의 뿔을 통해 식산대붕에게 전송됐다.

수평선 저 너머에서부터 시작된 빛줄기는 정확하게 목표물을 명중시켰다.

해수면으로, 해저로, 심해로, 그 지반 아래로.

독안룡은 속절없이 아래로 처박혔다.

담청과 탄도탄 세례가 독안룡의 손발을 묶어 두는 동안, 서란과 식산대붕은 마무리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안효 군단이 일대의 천지영기를 끌어모았다.

천지영기는 서란을 거치며 혼원법력으로 변환됐다.

그 흐름의 마지막에 존재하는 건 식산대붕이었다.

막대한 법력이 밀어닥쳤다.

하지만 인형핵과 해석기관은 그 힘을 온전히 제어하고 압축하는데 성공했다.

파괴적인 힘의 종착지는 식산대붕의 부리였다.

발사 준비를 마친 식산대붕의 부리가 열렸다.

그리고 딱 맞춰서 탄도탄의 재고가 소진됐다.

두 가지 공격의 끝과 시작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졌다.

거대인형을 포신 삼아 쏘아진 필살의 오색 광선이 독안룡에게 직격했다.

대기가, 바다가, 지각이 일순에 붕괴됐다.

여파만으로 천공 결계가 요동치고, 그 광량이 동서남북 모든 대륙에서 관측될 정도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공격이 멈췄다.

과부하 탓에 동면 상태에 접어든 식산대붕이 바다로 추락했다.

일대의 바닷물이 붕괴된 지반으로 밀려 들어가며 거대한 소용돌이를 형성했다.

서란은 구태여 ‘해치웠나? 같은 부활의 주문을 외우지는 않았다.

궁금해 할 필요도 없었다.

담청의 표정이 좋지 못했으니까.

둔중한 파동과 함께 소용돌이가 거꾸로 치솟았다.

회오리 안쪽에 비상하는 그림자가 엿보였다.

오색찬란한 빛과 함께, 독안룡이 용오름을 갈기갈기 찢으며 나타났다.

단기전으로 쓰러뜨리려던 당초의 목표는 실패했다.

식산대붕과 자안효 군단은 전력에서 이탈했고, 서란과 담청 또한 힘을 많이 소모했다.

독안룡은 오연한 표정과 달리 상처투성이였다.

남은 건 필사적인 난타전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