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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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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숨결이 맞닿을 거리에서 시선을 마주했다.

멱살이 붙잡힌 채 나진은 디에타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샛노랗게 번들거리는 눈동자. 아르베니아 공작가에선 금안(金眼)이라 부르기도, 금화안(金貨眼)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눈동자였다.

그 눈동자에 비친 제 모습을 나진은 마주했다.

바짝 핏발이 서 있는 눈동자와, 눈가에는 얕은 그늘이 깔려있다. 지하도시에서 살아갈 적 자주 보았던 제 얼굴을 마주하게 된 나진은 숨을 삼켰다.

탁.

디에타가 붙잡고 있던 멱살을 놓아주고선,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나진은 한동안 침묵했다. 카프만과의 조우 이후 줄곧 저런 얼굴로 다녔었단 말인가.

‘멀린.

-응.

‘저, 이런 귀신 같은 몰골로 다녔어요?

-지금은 차라리 더 나은 것 같던데?

멀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 하나 찢어 죽일 표정으로 다니더라. 모험가들이 네가 가까이 가기만 해도 거리를 벌리는 게, 뭐 때문이었겠어?

나진은 침묵했다.

몸에 남은 버릇이었다. 지하도시에서 사냥개로 살아갈 때 몸에 밴 버릇. 확실히, 옛날부터 제 실수나 방심으로 목숨줄이 흔들릴 때마다 나진은 ‘이런 식’으로 움직이곤 했다.

‘그게 확실히 도움이 됐긴 했지만······.

이반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었다.

눈을 부릅뜨고, 몸에 힘을 잔뜩 넣고 다니는 나진을 볼 때마다 이반은 혀를 차곤 했었으니까.

「하루 이틀 살 놈도 아니고.」

「그렇게 다니면 탈 난다. 힘 빼. 쓰읍, 힘 안 빼? 이놈 이거 힘주는 거 봐라.」

그럴 때마다 이반은 나진의 목에 팔을 걸고선, 머리를 툭툭 치곤 했더랬다.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를 두들기며 힘 안 빼면 죽여버린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었고.

「따라와라. 술이나 한잔 걸칠 거니까.」

「대낮인데요, 이반.」

「임마. 낮술이 원래 맛있는 거야. 그리고 나 같이 유능하고 냉철한 보스는 주기적으로 술에 좀 꼴아서 술주정 좀 하고 다녀야 인간미가 있는 법이라고.」

「굳이 그렇게 안 해도 충분히···.」

「쓰읍. 잔말 말고 따라와라.」

그렇게 나진이 어쩔 수 없이 힘을 빼면, 이반은 어깨동무를 한 채 나진을 주점으로 끌고 가곤 했다. 아직 어려 술을 못 마시는 나진을 옆에 앉혀두곤,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나진의 머리칼을 헝클어트리기도 했었고.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나진은 이반을 두려워하면서도, 싫어하진 않았었다. 그 시간들을 떠올린 나진은 침묵했다.

“······.”

이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이었으니까.

나진이 어깨에 힘을 줄 때마다, 어깨를 내리치며 긴장을 풀어주던 이반은 더 이상 없었다. 지하도시를 나온 소년은 어른이 되어야 했다.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를 돌봐야 하는 어른.

“후우······.”

나진이 길게, 아주 길게 숨을 내뱉었다.

긴장을 해야 할 상황은 맞다. 훈련을 게을리해선 안 될 상황 역시 맞았다. 언제 어디에서 습격자가 올지 모르며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경계심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리란 사실 역시, 나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다고 소드 시커에 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닐 테니까.

숨을 내뱉으며 나진은 어깨와 눈에서 힘을 뺐다. 긴장이 풀리자 피곤함이 몰려왔고, 어깨가 뻐근했다.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근육을 풀며 나진은 문득 디에타를 바라봤다.

그녀는 고개를 돌린 채 제 손바닥으로 얼굴에 부채질을 하고 있었는데, 열린 창문에서 쌀쌀한 바람이 들어오고 있음에도 더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나진은 입을 열어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디에타.”

“네, 네에?”

조금 전 멱살을 잡아당기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시선이 흔들리는 디에타를 바라보며 나진은 쓰게 웃었다.

“우리 친구 맞죠?”

“···마차에서 그러기로 약속했잖아요? 앞으로 친구 하자고.”

“그랬었죠. 그렇다면, 디에타가 제 유일한 친구가 되는 셈인데······.”

유일한, 그러니까 하나뿐인. 그 말에 디에타가 눈을 빛내는 가운데 나진은 말을 계속했다. 친구란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라 했던가?

“친구의 고민 좀 들어주겠습니까?”

“물론이죠. 여기 와서 앉아봐요.”

아직 가구가 들어오지 않아 삭막한 상단의 건물. 그 건물의 구석에 나진과 디에타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래서 고민이 뭔데요?”

“이야기에 앞서, 몇 가지 말하자면··· 듣는 것만으로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제가 배경이 좀 복잡한 사람이라. 그래도 괜찮겠어요?”

“···얼마나 위험한데요?”

“소드 시커급에게 암살당할 만큼.”

“와오.”

디에타가 짧게 감탄했다.

“쉽지 않은데요. 무슨 죄라도 저질렀어요?”

“태어나면서부터 죄인이긴 했습니다.”

“무슨 반역가의 사생아예요? 아님 반역도의 직계 후손인가?”

“제 부모가 그리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교단의 눈 밖에 날만한 일을 좀 한 것 같긴 하군요.”

“교단이 적이란 뜻이네요.”

가만히 나진의 이야기를 듣던 디에타가 턱을 매만지며 흐음, 하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몇 초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뜬 디에타가 나진을 흘겨봤다.

“우리 친구 맞죠?”

“···방금 디에타가 그렇다 했잖습니까.”

“그럼 나진이 제 첫 번째 친구 되는 셈인데, 첫 번째로 사귄 친구와 거리를 두고 싶진 않네요. 쉽지 않긴 하지만 감수하도록 할게요.”

그러니까, 하고 그녀가 말했다.

“이야기 해 봐요. 무슨 상황인지.”

나진은 디에타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동자엔 흔들림이 없었다.

···물론 디에타가 아군이란 보장은 없다.

그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그녀가 여전히 아군이란 확신은 없었다. 그만큼 긴밀한 관계를 쌓기엔 함께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으므로.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한들, 디에타란 사람을 알아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친구라고. 그 말을 나진은 믿고 싶었다. 저게 기만이나 거짓이 아닌 진심이라고 믿어보고 싶어졌다.

그러니 이건 어쩌면 도박이었다.

“지하도시 아트만이란 곳을 알고 있습니까?”

처음으로, 나진은 타인의 앞에서 제 출신지를 입에 담았다.

나진은 ‘엑스칼리버’와 관련된 부분을 제외한 채 디에타에게 제 상황을 털어놓았다. 엑스칼리버와 관련된 것마저 이야기 했다간 디에타가 감수해야 할 위험은, 고작 소드 시커급에 그치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한동안 나진은 이야기를 이어갔고.

디에타는 말없이 나진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이야기를 끝마친 나진은 디에타를 바라봤다.

디에타는 이야기를 듣기 전과 조금도 변하지 않은 표정으로 나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긴장한 기색으로 나진이 그녀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자니.

“범상치 않은 배경을 가졌다고 예상은 했는데, 제 상상 이상으로 배경이 복잡하긴 하네요. 이건 상상도 못 했는데.”

디에타는 조금 놀랐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래도, 지하도시 출신이었다고 생각하면 앞뒤가 맞긴 하네요. 묘하게 세상과 동 떨어진 느낌이 드는 것도, 제대로 된 신원 정보가 존재하지도 않는 것도 말이에요.”

그리 중얼거린 디에타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저 스스로 무언갈 납득했다는 모양새였다. 해묵은 궁금증이 해소됐다는 양, 디에타는 숫제 시원하기까지 한 표정을 지었다.

나진으로선 당황스러운 반응이었다.

“···그게 전부입니까?”

“네?”

“조금 더, 뭔가 다른 반응이···.”

당황하거나, 거리를 벌리거나, 지하도시 출신이란 사실에 눈살을 찌푸리거나, 그런 흔한 반응들. 하다못해 자신에게 보낸 시선이 달라질 거라고 나진은 예상했다. 그러나 그런 반응은 없었다.

디에타는 이야기를 듣기 전과 같은 시선으로 나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설마 말이에요.”

디에타가 짓궂은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제가 뭐, 당신을 두려워하거나 지하도시 출신이라고 경멸할 거라고 생각이라도 했어요?”

“······.”

“와, 대답 없는 거 보니까 맞는 거 같네. 절 그렇게 봤으면 좀 실망인데요.”

디에타가 눈살을 찌푸렸다.

“출신이 뭐 어때서요? 배경이 복잡한 건 또 어떻고요. 당신 과거가 어쨌든 간, 당신이 날 구해줬단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그건···.”

“약속했으니까, 약속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당신이라면 그렇게 말하겠죠. 알아요. 당신은 그런 사람이니까요.”

그녀가 입가를 가리곤 쿡쿡 웃었다.

“당연하지 않은 걸 당연하다고 말하고, 손해 득실을 따지지 않고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에 뛰어드는 사람. 당신 그런 사람이잖아요.”

그런 주제에, 하고 디에타는 나진을 흘겨봤다.

“당신은 다른 사람에겐 그런 걸 조금도 기대하지 않죠. 내가 이렇게 행동하니까, 남들도 이렇게 대해줄 거라는 기대를 안 해요. 대가를 바라지 않고 행한다는 점에서 대단하긴 하지만······.”

한 뼘, 디에타가 나진에게 다가왔다.

“그래도 친구에겐 기대해도 되잖아요? 한명 정도는 당신에게도 ‘당연하지 않은 반응을 당연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당신이 해온 일이 얼마나 신기하고 당황스러운지 당신도 알 테니까.”

지금 기분이 어때요?

디에타가 나진의 옆구리를 찌르며 물었다.

“신기하죠? 당황스럽죠?”

“···솔직히, 예. 그렇네요.”

“제가 그날 얼마나 놀랐는데요. 뭐, 그런 거예요. 당신이 들려준 이야기는 확실히 놀랍긴 한데, 그게 당신에게서 거리를 벌릴 이유는 안 되네요. 당신을 혐오할 이유로는 더더욱 안 되고.”

나진은 침묵했고.

디에타는 웃었다.

“우리 친구잖아요. 그렇죠?”

“······.”

“왜요. 좀 감동스러워요? 제가 막 소중하고 그래요? 농담이에요. 뭘 그렇게 진지하게···.”

“그렇네요.”

“···네?”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디에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나진은 디에타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친구라는 거, 확실히 좋군요. 털어놓고 나니 속이 좀 시원합니다.”

“어, 어어······.”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해줘서.”

불의의 일격에 얻어맞아 뇌 정지 상태에 돌입한 디에타가 어버버, 하는 사이 나진은 몸에서 힘을 뺐다. 지하도시에서 탈출하고 난 뒤론 언제나 몸에 힘을 주고 있던 나진이다.

엑스칼리버에게 선별 받았단 사실.

이반과 오펜의 목숨을 짊어지고 있단 사실.

그런 사실들이 나진이 힘을 빼지 못하게 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아니었다. 표정이 자연스러워졌고 목소리와 말투 역시 조금 달라졌다.

“이야기하다 보니까 괜히 뒷골이 땡기는군요. 습격을 당하느니 그냥 이쪽에서 쳐들어가 버릴까요?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네에···? 저기, 나진. 성휘교단에는 등대지기라고 마스터급의 강자가 있는 거 알고 있어요?”

“농담입니다. 지금 쳐들어가 봐야 제 목이 예쁘게 잘려서 효수될 텐데, 저 그렇게 멍청하진 않습니다.”

그리 말하며 어깨를 으쓱이는 나진의 모습에 디에타는 눈을 깜빡였다. 농담? 농담이라고? 나진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걸 디에타는 처음 봤다.

가벼워진 말투. 풀어진 얼굴.

여태까지 딱딱하고 무표정하게 답하던 나진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으니까. 그러나 오히려 나진의 본래 성격과 말투는 이쪽에 가까웠다. 지하도시에서도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다녔으니까.

단지, 기사에게 어울리는 말투와 행동이 아니라 생각하여 교정하고 있었을 뿐이다. 조금 달라진 나진의 모습에 당황하기를 잠시, 디에타가 입을 열었다.

“아무튼, 이야기는 잘 들었어요.”

그녀가 이야기했다.

“이젠 대책을 세워야겠죠?”

나진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하여.

「몇 가지 생각해 둔 부분이 있어요.」

「최소한, 캄브리아 내에서 당신이 암살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인데··· 이건 정리한 다음에 돌아가는 길에 이야기해 드릴게요.」

「지금은 잠시 휴가를 나온 거니까요. 카멜롯에 있는 동안은 편히 쉬다 돌아가자구요. 괜찮죠?」

디에타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나진은 카멜롯의 거리를 걸었다. 디에타는 상단과 관련하여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저녁에 다시 보자고 이야기했으니··· 저녁 시간대까지 시간을 때울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일단 정처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낯설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의 복장도 캄브리아와는 전혀 달랐고, 늘어선 가게들 역시 처음 보는 곳들뿐이다. 제국의 수도답게 어디를 보아도 반짝거리는 건 덤이었고.

‘제일 신기한 건 저것들이긴 하지만.

나진은 고개를 들었다.

우뚝 솟아있는 마탑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 멀리에 세워져 있음에도, 제국의 어디에서나 시야에 들어오는 마탑의 존재감은 과연 놀라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마탑들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황궁을 둘러싼 다섯 개의 탑을 나진은 흘겨봤다. 제국을 지탱하는 다섯 기둥을 상징하며, 제국의 기둥에게 주어진 탑. 저 기둥 중 하나에 소드 마스터 게르드가 거하고 있다고 들었다.

‘제국의 소드마스터.

제국제일각(帝國第一角).

제국의 첫 번째 기둥인 동시에, 황제의 검이라 불리는 노인. 소드 시커부터는 노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전성기의 육체를 유지할 수 있음에도, 노인의 몸으로 움직이는 특이한 인물.

어떤 인물이고, 어떤 검을 쓸까.

문득 그런 호기심이 들었지만 나진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쩌다 보니 소드 마스터 둘과 마주치게 됐지만, 본래 소드 마스터란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닐 테니까.

그저 호기심으로 남겨둔 채 나진은 거리를 걸었다. 그렇게 거리를 걷다 보니, 어느샌가 나진은 대장간 앞에 서 있었다.

-세상에, 볼 게 산더미처럼 많은 곳에서 어떻게 귀신같이 대장간을 찾아내? 여기까지 와서 대장간을 봐야겠어···?

멀린의 앓는 소리가 귀에 메아리쳤다.

그래도 찾게 된 걸 어떻게 하나.

저 멀리서부터 검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고, 소리에 이끌려 오게 된 것뿐이었다. 그렇게 대장간에 진열된 검을 나진이 바라보고 있을 무렵이다.

“······.”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보니, 대장간의 앞에 앉아있는 어느 소녀가 나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소녀는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었고, 경갑을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경갑에는.

나진이 잘 알고 있는 문양에 새겨져 있었다.

두개의 검과, 검을 가리는 방패의 문양. 아탕가의 기사를 상징하는 문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저 소녀를 본 적이 있었다. 악마 기사 베른하이겐과 전투를 마친 후, 아탕가의 기사들과 조우했을 때였나?

딸랑.

그때였다. 대장간의 문에 달린 방울이 소리를 냈고, 열린 문의 너머로 기사 하나가 걸어 나왔다. 대장간에서 나온 기사와 나진이 시선을 마주쳤다.

“아니, 자네는?”

아탕가의 기사, 아르고.

일전에 악마기사 토벌전에서 조우했던 기사가 나진을 알아보곤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