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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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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그라프가 검을 휘둘렀다.

그 일격에는 전조가 없었다. 표정은 자연스러웠고 호흡은 일정했으며, 일말의 적의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라프는 검을 휘둘렀다.

제 아무리 나진이 반응이 빠르다곤 하나 이런 식으로 날아든 공격마저 반응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어려운 법이었지만, 그라프가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나진은 발검(拔劍)했다.

카아아아아앙! 검기가 맞부딪치며 내는 거친 소리와 함께 나진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반응이 빠르군. 놀라운데.”

그라프가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나진의 반응이 빠르긴 하나, 이 경우에 한해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진은 그라프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가 검을 뽑기 전부터.

‘그럴 수밖에.

그라프의 검기에 불타 바닥에 널브러진 인간들. 비록 성대가 불탄 그들의 목소리는 나진에게 닿지 않았지만, 입 모양을 통해 그들이 무슨 말을 전하려 했는지 나진은 알 수 있었다.

‘이들이 내 긍지를 모독했다. 외륙에서 살아가는 주제에 무슨 기사며, 무슨 쿠르탄이냐며 나를 욕보였지.

그라프가 그렇게 말했을 때.

그들은 이렇게 말하려 했다.

‘틀리다. 저놈이 내 동료를 죽였다.

그러니까, 습격한 건 저놈이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나진은 허리춤에 손을 얹고 있었다. 언제든 반응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습격이 이루어진 지금 나진의 표정은 구겨져 있었다.

“그라프라고 했습니까.”

“음. 내 이름이 그라프긴 하지.”

“당신, 기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습격했단 사실 때문에? 아니었다.

그가 자신을 기사라고 소개했단 사실이 나진의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물론. 나는 용맹한 쿠르탄의 기사, 그라프일세.”

“기습. 시체 능욕. 식인. 세상 어느 기사가 그딴 추잡한 짓거리를 즐긴단 말입니까?”

“외륙에선 다 이러네만. 이곳에선 이게 당연한 걸세. 아직 어린 친구라 잘 모르나 보구먼.”

이상할 게 뭐 있냐는 듯 그라프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가 검을 빙글, 하고 한 바퀴 돌려 자세를 잡았다. 칼날을 타고 타오르는 새파란 검기가 넘실거렸다.

그 자세가 완벽했기에. 기사의 모범이라 불릴만한 절도 있는 자세였기에 나진의 표정은 조금 더 구겨졌다.

“당연하지 않은 걸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 그런 말을 모르십니까?”

“기사의 계율이군. 그게 뭐 어쨌단 거지. 모든 가치보다 생존을 우선에 두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인간이 가축을 잡아먹었다고 그것을 ‘나쁘다’라고 인식하진 않잖나? 그것과 같은 걸세. 이곳에선 이게 당연한 거야.”

“그렇게 말할 거라면.”

나진의 검기가 새하얗게 타올랐다.

“기사라고 하질 말았어야지.”

들어 올린 발로 땅을 내려찍으며, 나진이 그라프에게 달려들려는 순간이다. 나진의 귀에 멀린의 목소리가 울렸다.

-안 돼.

언제나 들었던 멀린의 목소리와는 다른, 단호하고 차가운 목소리. 멀린은 경고했다.

-여기서부턴 함부로 싸우지 마. 사실, 이미 늦은 것 같기도 하지만.

‘예? 그게 무슨······.

멀린이 그렇게 경고한 이유를 나진은 곧 알게 됐다. 제 앞에 서 있던 그라프가 답을 알려주었으니.

“아. 이런.”

그라프가 탄식했다.

“까마귀들이 눈치챘군.”

나진과 그라프를 향해 화살이 쏟아졌다. 화살이라기엔 지나치리 큰, 차라리 창에 가까운 화살이었다. 실제로 그것들 사이에 창 역시 섞여 있기도 했고.

파바바바박!

화살과 창을 비롯한 온갖 투척무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나진은 검으로 그것들을 쳐내며 옆으로 몸을 던졌다. 직후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나진이 서 있던 곳의 땅이 푹 꺼졌다.

나진은 시선을 돌려 습격자들을 바라봤다.

언제부터, 어디서 보고 있었는지도 모를 습격자들이 주변에 가득했다. 그 수가 최소 여덟이 넘어갔다. 나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척이 심상치 않았으니까.

외륙에서 살아간다는 건, 당연하게도 그들이 최소 소드 시커급의 경지에 올랐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완벽하게 갈무리된 검기와 기척으로 미루어보건대 소드 시커 중에서도 실력자일 게 뻔했다. 그러니까, 경지에 오른 지 오랜 세월이 지나 완숙해진 이들. 지금의 나진과 좋은 승부를 벌일 수 있을 만한 이들이었다.

“어이! 까마귀 친구들.”

자신에게 쏟아지는 화살들을 쳐낸 그라프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 친구, 별을 두 개 가지고 있는 듯해. 그것도 아직 빛을 잃지 않은 별이지. 나처럼 낡은 별보다는 저 샛별이 더 가치 있지 않겠나?”

그가 두 팔을 벌린 채 미소 지었다.

“게다가 이 친구, 생각보다 강해. 방금 전 반응만 봐도 알겠지? 놓칠지도 모른다네.”

“······.”

“그래서 말인데, 나눠 가지는 것 어떤가? 사냥을 돕도록 하지.”

“비율은.”

“내가 처음 발견하지 않았나. 3할만 주게,”

“2할.”

“쪼잔한 친구들이로군. 알았네, 알았어. 그리하지.”

거래는 성립됐다.

그들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라프에게 겨눴던 활시위나 창칼 따위를 나진에게 돌림으로써 대답했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나진은 정말 보기 드물게 당황했다.

‘이게 뭔······?

-말했잖아.

다시 화살이 쏟아졌다. 쿵, 하고 땅을 내려찍으며 누군가 창을 투척했다. 공기를 가르며 쏘아진 창을 쳐내는 순간 나진이 저 멀리 밀려났다. 손아귀가 얼얼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라프를 비롯한 습격자들이 달려들었다.

-여긴 그런 땅이라고.

카아아아앙!

쉬지 않고 몰아치는 공격에 떠밀린 나진이 바닥을 구르며 일어섰다. 휙, 고개를 들어 올리면 눈에 들어오는 건 짐승들의 눈동자다. 아홉 명의 인간이 짐승처럼 나진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나진의 심장에 고정 돼 있다.

나진의 목구멍에 욕설이 차올랐다. 오자마자 별꼴을 다 겪는군. 멀린에게 외륙이 어떤 땅인지는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느낌이 달랐다. 무엇보다도 나진을 경악하게 만드는 것은······.

저들의 눈동자와 몸짓에서 일말의 적의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단지, 저들에겐 이 모든 행위가 당연한 것이었다.

인간이 짐승을 사냥하며 죄책감 따위를 느끼는 일은 드물다. 그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저들에겐 인간을 사냥하는 일 역시 짐승을 사냥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듯했다.

오랜 세월 동안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생명들을 잡아먹어 왔다. 외륙에선, 그 대상이 같은 인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을 향해 사냥꾼들이 달려들었다.

정면승부로는 이길 수 없다. 한 명 한 명을 따로 상대한다면 모를까, 저만한 숫자의 실력자들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나진에게도 힘들었다.

나진은 뒤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도주하는 나진을 습격자들이 쫓아오는 가운데, 나진은 가파른 경사면을 향해 몸을 던졌다. 내리막길에서 가속을 멈추긴커녕 땅을 박차고 거의 뛰듯이 달리며 나진은 도주했다.

본래 나진이 작정하고 도망친다면 나진을 잡을 수 있는 이들은 드물었다. 속도와 도주 실력만큼은 정평이 나 있었으니.

쐐에에에엑!

하지만, 외륙에선 아니다.

달리는 나진을 향해 ‘정확하게’ 화살이 쏘아졌다. 나진이 몸을 틀지 않았다면 화살에 등줄기가 꿰뚫렸을 것이다. 몸을 비틀었지만, 연달아 쏘아진 화살이 나진의 종아리에 스쳤다.

투확.

스쳤을 뿐이지만 살점이 뜯어져 나갔다. 나진이 비틀거린 순간, 한줄기의 섬광이 나진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게 창이란 사실을 나진은 뒤늦게 깨달았다. 회피 불가능한 일격. 검을 휘둘러 받아친 순간 나진이 균형을 잃고 내리막길을 굴렀다.

하지만, 창을 잃었으니 이제 다음 공격까진 여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를 잠시.

『창은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땅에 박혔던 창이 뽑혀, 저 멀리 서 있는 습격자의 손을 향해 되돌아갔다. 창이 날아오던 것과 정확히 같은 속도로. 되돌아온 창을 받아냄과 동시에, 그 반동으로 몸을 한 바퀴 돌리며 그가 다시 투창했다.

쐐에에에에에에에엑!

공기를 가르며 쏘아지는 창. 창을 한 번 더 받아친 순간 나진의 손가락에서 ‘뿌득’ 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쉬고 있을 틈은 없다.

다시 화살이, 창날이, 그리고 마법이 나진을 향해 밀려들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어느새 거리를 좁혀온 그라프가 나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화륵.

몸을 뒤로 젖혀 간신히 공격을 회피한 나진이 검을 휘둘러 그라프를 떨쳐내려 했다. 허나, 그라프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카가가각! 검을 받아내며 그라프가 옆으로 몸을 던졌다. 그라프의 몸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것, 다섯 발의 화살이 갑작스레 나진의 시야에 나타났다.

스칵! 그 와중에도 반응한 나진은 기어코 화살 네 발을 베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남은 한발이 나진의 어깻죽지에 박혔다. 화살의 저지력에 나진의 균형이 무너졌다.

그리고, 다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그 모든 과정이 지나치리만치 매끄러웠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으며, 공격과 공격 사이에 틈이 없었다. 완벽에 가까운 합공이었다.

-침착해.

나진의 귓가에 멀린의 목소리가 울렸다.

거칠게 뛰는 심장을 짓누르는 서늘한 목소리.

-길은 내가 알려줄 테니까.

멀린이 손을 뻗어 나진이 검을 쥔 손을 부드럽게 감쌌다.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멀린의 존재감만큼은 느껴졌다.

-너, 달리기 하나는 자신 있잖아? 침착해. 여긴 도망칠 곳이 많아. 숨을 곳은 더 많지.

좁아졌던 나진의 시야가 넓어졌다.

-부상을 두려워하지 마. 외륙에서 이런 상처는 별거 아니야. 여기선 별의 힘이 강해지고, 네 회복력 역시 마찬가지지. 그러니까, 침착해.

그렇게 했다. 나진이 심호흡하며 눈에 힘을 줬다. 핏발이 선 눈동자는 지형을 읽는다. 습격자들의 움직임을 시야에 담으며 나진이 움직였다.

-그래. 그렇게.

멀린이 미소 지었다.

그녀가 방향을 가리켰다. 무너진 돌과 나무 따위로 가득한 지형. 그 방향을 향해 나진이 달리기 시작했다. 넓은 곳에선 불리하다. 그렇다면 좁고 시야를 가릴 장애물이 많은 곳으로 상대를 유인한다.

기본적인 전투법이었다. 나진은 기본에 충실했다. 좁은 곳으로 나진은 습격자들을 유인했다.

“내가 하지.”

쫓아오던 이들이라 하여 그걸 모르는 건 아니다.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달리던 자세 그대로 그라프가 땅을 내려찍었다. 그의 검 위로 푸른 불길이 길게 치솟았다.

소드 시커쯤 되는 강자라면 장애물 따위에 구애받지 않는 법이다. 눈앞에서 치워버리면 그만이었으니.

『나의 검은 불이요, 푸른 파도다.』

불길이 더 거세졌다. 시퍼렇게 타오르는 불길을 그라프가 휘둘렀다. 푸른 화염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푸른 검기에 닿는 바위는 녹아내렸고 나무들은 불타 한 줌의 재로 사위었다. 푸른 불이 휩쓸고 지나가자 장애물은 사라지고 시야가 탁 트였다.

그리고, 그라프의 팔 한 짝이 허공을 날았다.

그라프가 검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숨어있던 나진은 그라프를 향해 달려들었다. 푸른 화염이 그라프의 시야를 가린 틈을 타 파고든 나진이 그의 팔을 베어냈다. 핏줄기가 치솟는 가운데 나진이 검을 쥔 손목을 비틀었다.

칼끝이 그리는 궤적을 바꾸며 나진이 검을 위로 쭉 뻗었다. 그라프는 제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검을 끌어들였지만, 나진의 칼끝은 그라프의 심장을 노리지 않았다.

-심장을 노리는 게 좋지만, 꼭 심장만 노릴 필요는 없어.

나진의 칼끝은 그라프의 턱 밑을 찔렀다. 나진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줬다. 턱으로 들어간 칼끝은 그라프의 정수리로 빠져나왔다. 깔끔한 찌르기. 나진이 검을 회수한 순간 그라프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심장을 다시 찌르려는 순간 그라프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머리가 꿰뚫렸음에도, 눈동자가 뒤집혔음에도 그의 팔은 움직였다. 마치 의식이 없어도 본능대로 행동하는 괴물처럼.

오랫동안 외륙에서 생존한 이는 인간과는 다른 생명체로 변해간다. 그라프 역시 그런 존재였다. 눈과 코에서 피를 줄줄 쏟아내면서도 움직이는 그 모습은 제법 공포스러웠다.

-머리를 쑤셔버리면 저렇게 짐승처럼 행동하게 되거든. 어때. 조금은 더 상대하기 쉽지? 행동이 단조로워지니까.

멀린의 말대로였다. 나진이 땅을 박차며 거리를 벌렸다. 그 순간 나진이 서 있던 자리에 화살이 쏟아졌다. 나진이 떠난 자리에 남은 건 그라프뿐이었고, 화살은 그라프의 몸을 꿰뚫었다.

그리곤, 쐐에에에에엑!

날아온 창이 그라프의 심장을 꿰뚫었다. 멀어지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진은 어이없다는 듯 허, 하고 숨을 뱉었다. 잠시 거래했을 뿐이지 동료는 아니란 건가. 창을 회수한 남자는 창끝에 매달린 그라프의 심장을 물어뜯었다. 심장을 씹어 삼킬 적 그는 미소 짓고 있었다.

황홀하다는 듯이.

“짐승 새끼들이 따로 없네.”

이게 외륙인가. 앞으로 이런 이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가. 나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외륙은 기꺼이 나진의 귀에 대고 속삭여 주었다.

겨우 이게 다일까 봐?

나진은 인기척이 늘어남을 느꼈다. 자신을 추격하는 습격자들이 어느새 늘어나 있었다. 나진이 땅을 박차고 달릴 때마다, 새로운 지형에 발을 들일 때마다 습격자들은 늘어났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실력자였다.

소드 시커급의 강자가 득실거렸다.

대륙에선 소드 시커가 귀중한 인력이라지만 외륙에선 아니었다. 어째서? 소드 시커는 천재들이 노력한 끝에 도달하는 경지가 아니었던가. 이렇게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강자들이 아닐 텐데.

-한 시대로 따지면 그렇겠지.

멀린이 말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으로 봤을 때 탄생하는 소드 시커는 그리 많지 않아. 하지만 그 기간을 100년, 500년, 천년으로 늘리면?

노화로부터 자유로워진 이들.

죽음으로부터 멀어진 이들.

그런 이들은 인간의 수명을 뛰어넘어 수백 년의 세월을 살아간다. 설령 대륙에서 떠밀려났다 한들, 그들은 사라지지 않고 세상의 바깥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여긴 인류사의 퇴적층이야.

일천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강자들이 퇴적된 땅. 비록 벽에 가로막혀 초월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최소 백 년 단위의 경험을 쌓은 이들이 가득한 곳.

-그리고.

나진이 눈을 부릅떴다.

추격에서 도망치던 나진이 고개를 휙 숙였다. 머리 위로 거대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뒤이어 ‘콰드드드드드득! 하는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숲에 가득하던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나갔다.

뒤를 돌아보면 그곳에는 거인이 있다. 거인의 손바닥이 제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는 사실을 나진은 뒤늦게 깨달았다.

-신화시대의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땅이기도 하지.

거인이 포효를 내질렀다.

포효를 내지르는 거인이 나진을 향해 제 손을 뻗었다. 피할 수 없다. 도망치던 나진이 검을 고쳐 쥐고, 거인의 손을 베어버리려는 찰나다.

“이쪽이다. 소년.”

누군가 나진의 팔을 잡아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