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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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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굳게 닫혀있던 접견실의 문이 열렸다.

편히 쉬다가라며 황실에서 직접 마련해준 접견실은, 사람 몇 명이 앉아있기엔 지나치게 넓고 화려했지만 접견실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을 감안해보면 썩 그렇지만도 않았다.

세 명의 초월자를 품기엔 그 크기가 너무나도 협소했으므로.

문이 열린 순간 카론은 헛웃음을 흘리며 ‘드디어 행차하셨군. 하고 중얼거렸고, 유엘은 말없이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선 이제 막 문을 열고 들어온 노인이 서 있었다. 그렇다. 노인(老人)인 것이다.

세간이 노인을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한, 옛 지혜를 가진 현명한 이들이라 여긴다면······.

무인과 마법사들의 세계에서 노인이란 단지 세월의 흐름에 패배한 패배자들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공경의 대상이 아닌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 그야 소드 시커급의 경지에 오르는 순간 노화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까닭이다.

노화에서 자유로워지고.

육체가 최전성기로 고정되며.

수명도 대폭 연장된다.

그러니, 그들의 세계에서 노인이란 단지 소드 시커급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채 늙어버린 패배자를 가리키는 단어일 뿐. 그러나 세상에는 언제나 예외란 게 존재하는 법이다.

“······.”

지금 저곳에 서 있는 노인이 그러했다.

노인의 머리는 새하얗게 셌다. 유엘의 백발이 아름다운 비단결이라면, 노인의 머리칼은 황야에 굴러다니는 모래알처럼 버석거렸다. 어디 머리칼뿐일까. 노인의 얼굴과 피부에 가득한 주름은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노인의 등은 굽지 않았다. 어깨는 안으로 말리지 않았으며 눈동자 역시 탁해지지 않았다. 세월의 흐름에 휩쓸린 것이 아닌, 흐름 속에서 우직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인(巨人)이다. 나진은 노인에게서 그런 인상을 받았다.

실제로 체격이 건장하기도 했고.

“자리를.”

제국의 소드 마스터, 게르드가 입을 열었다.

“비켜주겠나. 유엘. 카론.”

그의 호명에 카론이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차피 즐길 만큼 즐겼으며, 대화도 나눌 만큼 나눴다. 유엘 역시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은 게르드를 존중했다.

이곳은 제국이고.

게르드는 제국의 기둥이다.

초월자들이 같은 선에 서 있다곤 하나 제국의 중심에서만큼은 게르드를 가장 높게 쳐주는 것이 그들 사이의 관례였다. 반대로 검의 교단이나 성혈 교단의 본교회에선 각각 카론과 유엘이 존중받는 것이 관례였고.

초월자들 간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합의한 것. 그 규칙에 따라 유엘과 카론은 자리를 비켜주었다.

“너무 겁주지는 마쇼. 게르드 경.”

그리 중얼거리며 카론이 자리를 떴다.

그렇게 유엘과 카론이 떠나자 게르드는 가벼이 손을 휘둘렀다. 그것만으로 방안에서 진동하던 술 냄새는 증발했다. 한순간에 공기가 맑아졌다.

“이곳은 너무 좁군.”

게르드가 그리 중얼거렸다.

나진이 무어라 답하기도 전에 게르드가 들어 올린 발로 땅을 내려찍었다. 쿠웅, 하고 둔중한 소리가 메아리친 순간.

촤악.

접견실의 풍경 위로 무언가 덧칠됐다. 나진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마치 완성된 그림의 위에 물감을 흩뿌리듯, 접견실의 풍경 위로 새로운 풍경이 덧씌워지고 있었다.

문이 닫혀있음에도 바람이 휘몰아쳤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나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나진의 머리칼이 요란스레 흔들렸다. 밀려드는 바람 직후에는 한 번의 번쩍임. 천천히 나진이 눈을 뜨자 그곳은 더 이상 사방이 막혀있는 접견실이 아니었다.

탁 트인 초원.

지평선 저 너머까지 펼쳐진 초원이 있었다.

쿠웅, 하고 울려 퍼진 발걸음 소리.

뒤이어 접견실의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마나가 건물을 뒤흔들었다. 접견실 바깥에 서 있던 이들이 마나에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혼절해 고꾸라지는 가운데, 오직 두 사람만이 그 마나에 반응했다.

검성 카론과 처형인 유엘.

두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두 사람의 검이 동시에 뽑혀 나왔다. 판단이 아닌 무의식적인 반응. 검을 뽑아 들었던 두 사람은 이곳이 영향범위 바깥이란 걸 눈치채곤 짧게 숨을 내뱉었다.

“거······.”

카론이 눈살을 찌푸렸다.

“자기 영역이라고 너무 막 나가는구만. 하여간 성격 더러운 노친네야.”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유엘이 무표정하게 답했다.

“제국의 중추에서 검의 영역을 펼치는 것은 엄연한 불법. 제국제일각께서 초법권을 지니고 있다 한들, 이는 권력남용입니다. 때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행위입니다.”

“세상 그 누가 제국제일각에게 책임을 묻냐는 게 문제이긴 하지.”

“제국의 태양께선 가능합니다.”

“제국의 태양이 허락했기에 움직였겠지. 저 노인은 그런 사람이니까.”

몹시도 불쾌해 보이는 기색으로 카론은 칼끝을 털었다. 칼날의 끝에 맺혀있던 풍경이 공기 중에 흩어졌다. 유엘 역시 비슷한 동작으로 풍경을 털어냈다.

만일 저 공간이 두 사람마저 집어삼키려 했다면, 유엘과 카론은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을 것이다. 이는 명백한 도발이자 선제공격이었으니까.

하지만 공간은 저 문의 안으로 한정돼 있다. 여전히 불쾌한 건 변함없지만, 정식으로 항의할 만한 명분은 딱히 없었다. 카론은 길게 숨을 내뱉고선 납검했다. 게르드가 저런 일을 벌인 이유야 하나밖에 없었다.

‘바닥을 보려 한 거겠지.

카론도 당했던 일이다. 저 노인은 재능있는 이를 마주한다면, 그 바닥을 긁어 제 두 눈으로 확인해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인물이었으니까. 그러니 겁 좀 적당히 주라고 경고한 것인데.

“역시 귓등으로도 안 들어 처먹었군.”

카론이 쯧, 하고 혀를 찼다.

노인의 검에 대한 숭고한 태도는 존경할 만했지만, 그 인성만큼은 썩 존경하고 싶지 않았다. 제국과 검밖에 모르는 정신병자. 자신이 언젠가 내렸던 평가가 정확함을 다시 확인한 카론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러니 내가 가장 정상인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겠지.”

“예? 뭐라 하셨습니까.”

“······.”

카론이 말없이 유엘을 바라봤다.

한 명은 피에 미친 살인귀. 다른 한 명은 제국하고 검밖에 모르는 정신병자. 그들과 한데 묶이자니 새삼스레 억울함이 밀려들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습니까.”

카론은 한숨을 내쉬며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다 말고, 카론은 문득 뒤를 흘겨보며 웃음을 흘렸다.

‘거 밑천을 털어보려 한 모양인데······.

자신의 비공식적인 제자. 몇 번 검을 가르치며 보았던 나진을 떠올리며 카론은 코웃음 쳤다.

‘그리 쉽지 않을 거요.

그 애송이가 어디 그리 쉽게 털려줄까.

만만하게 봤다간 도리어 한 방 먹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카론은 자리를 떴다. 자신의 도움은 딱히 필요 없어 보였으니까.


눈을 깜빡이면 보이는 것은 드넓은 초원.

나진이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공기마저 조금 전과는 달랐다. 환상이 아니란 뜻이었다. 아니, 어쩌면 고도의 환각 마법일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니야.

그런 술수를 부렸다면 멀린이 간파했을 것이다. 그럼 남은 건 하나였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초월자들의 전유물. 검의 영역, 혹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것. 일찍이 카론이 말해주었던 것이기도 했다.

제 심상을 세상에 덧칠하는 것.

그리하여 자신만의 세계에 바로 서는 것.

나진은 들이마신 숨을 길게 내뱉으며 눈앞을 바라봤다. 그곳엔 이 세계의 주인이 서 있다. 게르드가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나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놀라지 않는군.”

“놀랄 일을 워낙 많이 겪어서 말입니다.”

나진이 곧장 응수했다.

왜인지 모르게 짓눌려선 안 된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나진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리에 바로 섰다. 출입구는? 탈출할 방법은? 아마도 지금의 나진으로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를 죽일 생각은 아니야.

제국제일각은 황제의 검.

황제의 뜻에 반하는 행위는 결코 저지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제국의 황제가 앞에서는 그리 수긍하고, 뒤에선 이런 일을 벌일 것 같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런 술수를 쓸 필요도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나진이 게르드를 똑바로 바라봤다.

시선을 마주한 채 게르드는 입을 열었다.

“황제께선 말씀하셨다. 제국이 너를 지켜보겠노라고.”

“기억합니다. 그리 말씀하셨지요.”

“그리고 본인은 제국의 첫 번째 기둥이다. 황제께서 이르신 제국에는 본인 역시 포함돼 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허나, 옳은 말도 아니었다. 나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제국의 소드 마스터 앞에서 세게 나가봐야 좋을 건 없지만 고개 숙이고 있기에도 좀 그랬으니까.

“제가 뭘 했습니까? 아직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요. 너무 빠르시지 않습니까?”

“늦은 것보단 낫다.”

“제게서 무얼 보시려 합니까?”

“네가 숨기고 있는 것.”

노인이 나진을 가리켰다.

“너는 황제께 모든 것을 내보이지 않았다. 나는 직감한다. 네가 무언갈 숨기고 있단 사실을. 나는 그것을 보아야겠다.”

요컨대 네 밑천을 털어보겠단 이야기였다.

그걸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인물을 보고 있자니, 나진은 왜인지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왜 만나는 사람마다 내 밑천을 못 털어먹어서 안달인가.

-무릇 천재란, 타인의 시기와 질투를······.

‘멀린도 그랬잖아요.

-나는··· 좀 다르지······ 질투는 아니었잖아. 그건 확인해야만 했고, 나중에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잖아···! 아니, 너 이렇게 섭섭하게 굴 거야?

‘농담이에요. 알죠.

멀린이 섭섭한 목소리로 투덜대는 가운데 나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숨기고 있는 것?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결코 보여줄 순 없는 것이었다.

‘말이 통하는 상대인가?

가만 보기에 일단 유엘보다는 정상 같았다. 나진이 천천히 입안에서 단어를 하나씩 골라냈다.

“사람은 누구나 비밀 하나쯤은 숨기고 살아갑니다. 전력이란, 숨기고 있기에 가치가 있으므로.”

“옳은 지적이다.”

“그러니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

“숨기고 있단 사실은 부정하지 않나?”

“부정해 봐야 의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게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드는 대답이라는 듯.

“황제께 네가 외친 맹세는 진실했다. 훗날 네 신념이 꺾이는 일은 있더라도, 당장 너는 그 맹세를 지키기 위해 움직이겠지. 맹세를 입에 담을 때 네가 보인 기세, 기개, 영혼의 울림. 나는 그것을 신뢰한다.”

호의적인 말투.

게르드의 눈동자는 온화했다.

“하지만 이건 별개의 문제다.”

노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순간 살기가 나진을 덮쳤다. 유엘의 살기처럼 무의식적인, 무차별적인 살기가 아니었다. 한 명을 겨냥하고 짓눌러 뭉개려는 거대한 살기. 나진의 눈에 핏발이 바짝 섰다.

탁.

나진이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때를 기다렸다는 양 살기를 거둔 게르드가 칼을 쥔 나진을 가리켰다.

“검을 쥐는 자세. 한순간 움직인 네 손. 뒤로 물러서며 뻗은 그 손.”

게르드가 손끝으로 가리킨 곳.

나진은 왼손으로 칼자루를 움켜쥐었으나 게르드가 가리킨 것은 나진의 오른손이었다. 그리고, 나진의 오른손은 허공을 향해 있었다. 당장에라도 허공에서 무언갈 뽑아 들려는 것처럼.

“내게 의심을 더해주는군.”

제국의 소드 마스터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흔들리는 초원에 바로 선 노인이 질문했다.

“엑스칼리버의 주인이 너인가?”

엑스칼리버의 주인이 너인가.

그 질문을 들은 순간 나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그 누구도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누구든 자신을 의심할 수 있다. 그럴만한 업적을 세웠으므로.

‘행동은 실수했지만.

아직 주워 담을 수는 있다.

나진이 숨을 가다듬고 손을 내렸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하는가. 나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제국제일각, 게르드.

이 노인은 어떠한 사람인가?

『검과 제국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인물.』

『그 노인이 신봉하는 가치는 검과 제국뿐이야. 제 연인도, 자식도, 삶도, 모두 버렸지.』

언젠가 카론에게 들었던 말.

서적에서 보았던 게르드에 대한 기록. 검과 제국만을 신봉하는 인간. 그러니까, 검.

검(劍)에 삶을 바친 이. 검사(劍士).

그것을 기준 삼아 나진은 머릿속에서 문장들을 짜 맞췄다. 예로부터 강자를 상대로 살아남을 방법을 궁리하는 것은 나진의 특기였다.

상대의 흥미. 신념. 가치관.

그것을 이용해 상황을 넘어갈 방법.

“게르드 경.”

“나는 질문했다. 질문에 답하라.”

“경에 비하면 보잘것없으나, 저는 검사입니다.”

나진이 미소 지었다.

“언제부터 검사가 검을 놔두고 입을 통해 떠들어댔습니까? 물어볼 게 있다면 검으로 물어라. 그것이 검사의 도리 아니겠습니까.”

게르드의 눈매가 움직였다.

입을 열지 않았음에도 그 입가가 움직였다. 그 움직임을 나진은 놓치지 않았다.

“경과 저 사이엔 하늘과 땅 같은 차이가 있으나, 저도 경도 검사라는 사실만큼은 같지 않습니까.”

나진이 검을 거칠게 뽑아 들었다.

“결투를 청합니다.”

“내게?”

“예, 제국제일각이 아닌 한 자루의 검으로 초월의 경지에 오른, 검사 게르드 경에게.”

나진의 대답에, 게르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나진이 결투를 청한 것은 제국의 안위를 위해 변수를 파악하려 하는 제국제일각이 아니다. 단지 흥미본위로 나진에게 접근한, 재능있는 인물과 검을 맞대고 싶어 하는 검사 게르드다.

‘내 밑바닥을 보고 싶은가?

그럼 어디 검으로 물어봐라. 그게 검사의 도리 아니겠는가? 눈앞의 소년은 그리 이야기한 것이다.

그 의도를 게르드는 이해 했다.

이해했기에 어이가 없었고, 어이가 없었기에 흥미로웠으며, 흥미로웠기에 입가를 비집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결투를 걸어온다고? 내게? 초월의 경지에 오르고 결투를 받아본 것이 얼마 만이던가.

“허.”

웃음과 함께 게르드의 무표정이 깨졌다. 노인이 쓰고 있던 가면은 박살 났다. 가면에 가려져 있던 것은 검을 위해 제 삶을 내던진 광인이다.

광인을 마주한 채 나진은 미소 지었다.

“하지만, 단지 짓밟는 결투가 되어서야 저도 밑천을 보여드릴 순 없지 않겠습니까?”

“옳다. 내게 손대중을 둘 것을 요구하는가?”

“소드 마스터의 전유물만을 다루지 않아 주신다면야, 그걸로 족합니다.”

게르드는 웃음을 흘렸다.

“잔꾀가 많군.”

“영리하다고 표현해 주심 감사하겠습니다.”

제국의 소드 마스터가 검을 뽑아 들었다. 이 상황이 즐겁다는 듯 노인은 웃고 있었지만, 그가 검을 뽑아 든 순간 나진은 온몸의 감각이 바짝 곤두섬을 느꼈다. 섬뜩했다. 섬짓했다. 직감이 비명을 질러댔다.

‘이쪽 밑천을 털 생각이라면.

하지만 나진은 웃었다.

‘당신도 털릴 각오는 해놨겠지, 제국의 소드 마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