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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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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영웅담은 이야기한다.

당신이 어디에 서 있든 저 드넓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자리가 보일 것이라고. 그리고, 그 별자리야말로 영웅들이 이 땅을 질주했던 흔적이자 그들의 삶이라고.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였다.

실제로 위업을 쌓은 영웅들은 밤하늘에 자신의 별을 새겨 성좌(星座)라 불리는 초월자가 된다. 그런 점에서 ‘별자리가 곧 영웅의 삶이다’라는 대목은 맞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틀린 부분은 어느 곳인가?

바로 ‘당신이 어디에 서 있던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자리가 보인다’라는 부분이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한평생을 하늘이라 여기며 살아온 도시의 천장을 봤다.

내 눈동자를 비추는 건 드넓게 펼쳐진 밤하늘이 아니었으며, 찬란히 빛나는 별자리는 더더욱 아니었다.

자욱한 연기. 천장에 위태롭게 박혀있는 수많은 광석들. 광석이 만들어 낸 인위적인 불빛만이 내 눈동자를 비추었다. 이 도시에는 하늘도 별자리도 없었다.

‘그야, 그렇겠지.

입가를 비집고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 도시에서 별 같은 게 보일 리가.

······지하도시, 아트만.

세상 만물을 평등하게 비추는 태양마저 비추기를 거부한 곳. 그리하여 일 년 사계절 밤낮으로 어둠에 잠긴 곳. 태양이 뜨지 않기에 광석을 통한 인위적인 불빛에 의존하는 도시.

윗동네 사람들은 이곳을 이렇게 불렀다.

매립지.

버려진 쓰레기들이 매립(埋立)되는 곳이라고.

지하 도시, 아트만.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대체로 두 부류로 나뉘는데, 그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윗동네에서 이곳으로 추방당했거나.

추방당한 연놈끼리 눈이 맞아 낳은 자식이거나.

그중에서 나는 후자에 속했다.

별다른 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평생을 이 도시에서 살아가야 할 운명을 타고났단 뜻이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윗동네 분들은 생각이 좀 다른듯싶었다.

쓰레기들이 교접해서 친 새끼는 당연하게도 쓰레기일 것이다. 태어남으로써 이 세상을 더럽게 만들었으니 태어난 것 자체가 죄다.

그게 윗동네의 평균적인 사고방식이었고, 이 도시를 대하는 보편적인 태도였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죄인이었으니 한평생을 이 도시에서 썩어야 하리라.

「···딱하게도.」

「어린것이 안타깝게 됐어.」

그런 나를 동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다만, 그런 그들의 동정이 썩 달갑지는 않았다. 나는 애초에 바깥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으니까.

그들이 말하는 따스한 태양도.

드넓은 초록빛 들판도.

지평선 너머까지 펼쳐져 있다는 푸른 바다도.

나는 본적도 없었고, 어떻게 생겼는지 그려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들에 동경을 품기란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나는 바깥세상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딱 한 가지.

관심이 있는 게 있다면······.

“별.”

내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별, 성좌, 영웅.”

손을 뻗어 동화책을 손에 쥐었다.

아주 어렸을 때, 우연히 손에 넣게 된 동화책이었다. 「아서 일대기」라는 제목의 책. 몇번이고 다시 읽어 낡아 해진 동화책을 나는 펼쳤다.

「아서 일대기」는 영웅담이다.

수백년도 더 전에 활동했던 영웅의 일생을 다룬 영웅담. 이야기 속에서 아서는 누구도 뽑지 못했던 바위에 박힌 검을 뽑아 들었고, 한 자루의 검만을 쥔 채 대륙을 가로질렀다.

기사로서. 그리고 영웅으로서.

수많은 이들을 구하고, 수많은 악마를 베어 넘긴 아서는 여정의 끝에서 성좌(星座)가 됐다. 아서가 쌓아 올린 열세 개의 위업은 별이 되어 밤하늘에 새겨졌다.

“별자리.”

내가 동화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가장 많이 펼쳐본 페이지였다. 아서의 별자리가 삽화로 실린 페이지였으니까. 종이 한 면을 가득 채운 별자리를 나는 말없이 바라봤다.

열세 개의 별.

별과 별이 이어져 만들어진 검의 형태의 별자리.

그 별자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삽화의 옆에 적혀있는 짤막한 글귀가 시야에 들어왔다.

「당신이 이 땅의 어디에 서 있던.」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은 보일 것입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당연하게도 별 같은 게 보일 리가 없었다.

“안보이잖아 씹새야.”

입가를 비집고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래, 바깥세상의 다른 것엔 관심이 없었지만··· 딱 하나, 저 별자리라는걸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긴 했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별이란 걸 봐 보고 싶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고 망상이었다. 어차피 이룰 수 없는 꿈일 테니 망상이나 다름 없겠지.

“인생.”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말도 있었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별을 모욕하지 말라고. 별은 당신이 어디에 있든 당신이 별을 보고 있는 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별도 안 보이는데 욕이라고 들리겠어.

머릿속으론 아서의 별자리를 떠올리며 내가 하늘을 향해 중지를 들어 올렸다. 중지와 함께 가벼운 욕설을 입에 담아봤다. 당신은 그냥 시대를 잘 타고 난 풍운아가 아니냐는, 들린다면 아서가 무시할 수 없을법한 모욕적인 도발.

1초, 2초, 3초··· 그렇게 1분.

당연하게도 천벌 같은 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뭐. 내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해야 할 일이 많았으니까.

“에휴.”

천벌이라도 떨어졌음 했는데. 그게 이렇게 지루하게 사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으니까.

소년이 자리를 뜨고 잠시 후.

지하 도시 아트만의 위, 그곳에 지어진 거대한 도시보다 더 위, 저 드넓은 밤하늘에 수 놓인 어느 별자리가 반짝였다. 그것은 소년이 동화책에서 보았던 아서의 별자리는 아니었다.

열세 개의 별로 이루어진 검의 별자리가 아닌.

그 곁을 지키는 잔잔한 호수와도 같은 별자리.

깊은 잠에든 자신의 왕이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도록 별을 품은 잔잔한 호수. 언제나 잔잔했던 그 별자리가 난데없이 찬란한 빛을 흩뿌렸다. 그것은 어찌 보면 별의 분노와도 같았다.

성좌(星座), 선별의 지팡이.

아서의 여정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별자리.

호수의 마법사, 멀린.

호수의 형태를 띈 멀린의 별자리가 거세게 출렁였다. 별자리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그녀의 진체(眞體)가 눈을 부릅뜬 채 지상을 내려다봤다. 멀린의 귓가에는 어느 건방진 소년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아서는 시대를 잘 타고났을 뿐인 풍운아.

이 시대에 태어났으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

꼬운가? 반박하고 싶은가?

그럼 와서 천벌이라도 내려보시던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지적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굉장히 모욕적인 언사였다. 멀린은 오랜만에 제 뒷목이 뜨끈해짐을 느꼈다.

“와.”

멀린이 헛웃음과 함께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가느다란 손가락을 타고 그녀의 청백색 머리칼이 물결쳤다.

“어떤 정신나간 놈이야?”

멀린의 눈에 핏발이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