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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여론은 하루에도 수십번이 바뀐다는 이야기가 있다.
거짓말이다.
인터넷의 여론은 10분 내로도 수십번씩 바뀐다. 3초 전만 해도 갓OO이었던 사람이 3초 후에 좆OO 개OO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
초단위로도 그럴지언데 분단위는 어떠할까. Mystica의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 Group Sound의 공연이 끝나기까지, 약 15분에 가까운 시간.
현장의 관객들은 Mystica의 공연은 미쳤다고 생각하며 반응을 올렸고, Group Sound의 공연에는 그저 압도되어 반응을 보일 수 없었을 뿐이었지만... 할 거 없이 인터넷만 하는 사람들은 두 이야기를 완전 다르게 받아들였다.
[여고생4명 외모빨거품그룹 ㅋㅋ]
그저 천편원툴 ㅋㅋ
[솔직히 피디 밀어주기 너무 심해]
지금 공연 이야기만 들어봐도 그런거같은데
실력으로만 보면 mystica나 wekids쪽이 이길 거 같은 데 아닌가?
좀구런듯
[기타랑 외모 외에는 볼거없잖음]
기타멤이 기타 잘치고 보컬 좋고 외모 좋다
나머지멤들 외모좋다
그거외엔모르겠던데
참가자들 후기에서 기본기좋다 이러는거도 그냥 포장해주는거아님?
[꼴좋은거 나뿐인가]
솔직히 락밴드오디션인데 외모랑 편집믿고 들이대는거 좀 그랬음
실력이 좋은거도아니고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던 사람부터, 유력 후보의 탈락을 원하는 팬. 그리고 그냥 커뮤니티를 불태우기를 원하는 재미연구가까지. 몇 분 안 되는 시간동안 수없이도 많은 캡쳐가 돌고 평가가 이어졌다.
관객석에서 녹화된 것이 분명해보이는, 아무런 보정이 없는 쌩 원본 공연 영상이 뜨기 전까지는 말이다.
[3rd9d8ergwqw2f2ejf0]
일자조차 적혀있지 않은 채, 성의없이 갈긴 것이 분명한 영상제목. 편집도 들어가지 않은 채, 녹화하던 사람의 흥분이 그대로 느껴지는 흔들림. 방송에서는 절대로 들을 수 없는 보정 하나 끼지 않은 목소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지랑이 치듯 보여오는 새벽 빛 바다…”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불러지는 아득하고 나른한 노래.
“일어서라, 가난한 자들이여!”
그리고 듣는 사람을 절로 끓어오르게 하는, 감정을 담은 외침.
결정적으로 하수연의 연주력을 인정하면서도, “어느 정도 보정이 들어간 게 아닐까? 그렇게 완벽하게 연주를 한다는 게 가능한가?” 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의 생각을 깨부수는, 그야말로 초기 프로그레시브 락의 정석을 보여주는듯한 격노의 감정이 담긴 기타 솔로.
분위기가 반전되기 위해서는, 영상의 재생 시간 정도만이 필요했다. 영상 자체는 유출을 우려한 제작진의 모니터링 때문인지 금방 삭제되었으나, 사람들 중 일부가 영상을 다운로드받거나 클립을 따고, 감상을 올릴 수 있는 시간 정도는 유지되었다.
그 결과, 영상을 본 사람 중 대다수가 [와 얘들 미쳤네 ㄷㄷㄷㄷ] 같은 류의 글을 쓰게 되었다. 약하게 분탕을 치던 사람들도 눈과 귀는 있었기에, [분탕 죄송합니다] 같은 류의 글을 쓰며 속되게 말해 ‘방을 뺐다’.
[그룹사운드 직캠 방금봤는ㄷ[]
보고 괜찮긴했는데
존나빨아대는애들보면
솔직히 흠… 그정둔가 소리나오는데 정상?
-
씹비정상
-
ㅋㅋㅋㅋ 알못새끼
-
방 빼! 방 빼! 방 빼! 방 빼! 방 빼! 방 빼! 방 빼! 방 빼! 방 빼! 방 빼! 방 빼! 방 빼! 방 빼!
-
티카견 ㅡㅡ
-
아재 냄새나요
-
아오 틀니시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몇몇은 독단적인 의견을 내세우며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돌려보려고 했지만, 호되게 두들겨맞고 사라지길 반복했다.
인터넷 여론이, 이번 라운드의 승자를 Mystica가 아닌 Group Sound라고 결론내리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골치아프게 됐다.’
이 모든 것은 동욱이 의도한 바가 전혀 아니었다. 동욱은 이렇게 자신의 통제 밖으로 흘러나가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이 어떤 것이 되었건 간에 자신의 통제 안에 있는 것을 좋아했다.
이번 라운드에서 Mystica가 Group Sound를 지목할 가능성… 자체는 예상했다. 혹은 그 역이 되는 것 자체도 예상했다. 두 그룹의 대결이 치열하게 돌아갈 것 또한 예상했다.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두 그룹의 대결 퀄리티가 너무나도 높았다는 것이다. 슬슬 결승선에 대한 빌드업을 들어가야 하는 시점에 이런 대결이 터져버렸다는 게 문제였다.
그가 우승자로 점찍어놓은 밴드는, 제작지원사 [C:RSKY]와 협력관계에 있는 기획사의 밴드… [WEKIDS]였다.
실력도 어느정도 있어 우승한다고 해서 조작 논란이 나올 것 같지도 않고, 팬베이스 자체도 좋고 편집도 잘 받는지라 실제로 표를 조작할 필요도 없는 밴드. 물론 그런 이야기를 통보받지 않은 밴드 당사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기에 동욱은, 사실 Mystica가 Group Sound를 지목했을 때 상당히 기꺼웠다. WEKIDS를 지목한 다음 탈락을 시켜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싸워 한 쪽이 떨어지는 건데 뭐가 문제겠는가. 오히려 동욱으로서는 환영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 뒤에 일어난 일은…
“윤피디님, 이거 어떻게 하죠?”
윤동욱 피디를 통제하기 위해 Mtown이 붙여준 2인자, 김지원 피디를 제외하고 열린 비공식 회의장. 동욱을 도와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맡아하던 최피디의 말이었다.
“글쎄.”
동욱은 팔짱을 꼈다.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이미 음악이나 방송, 서바이벌 관련 커뮤니티는 전부 다 Mystica와 Group Sound의 대결로 끓어오르고 있었다.
직캠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라 악편을 통해 공연 퀄리티를 깎아내리는 짓도 할 수 없다. 그런 일을 했다간 대놓고 조작 논란이 돌 테니까. 시청률은 오를테니 동욱에겐 좋은 일이었지만… WEKIDS를 내정해 놓은 상황에서는 전혀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가는 뒤의 대결들이 묻혀버린다. 당장 WEKIDS도 꽤나 좋은 공연을, 그것도 경연 마지막에 선보였다. 멘토나 판정단에게도 좋은 결과를 얻었고. 하지만 여론은 그 누구도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저새끼들 뭐임?’ 정도의 반응이 전부.
‘이대로 방치했다간, 그냥 대관식 치르는 거나 마찬가지가 된다.’
좋은 퀄리티가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을 했다. 그리고 Mystica의 공연을 보고는 얘들이 이기겠다 하고 생각까지 했고. 그러나 Group Sound는 그것을 뒤엎어버리는 퀄리티를 선보였다.
두 밴드 다 미친 퀄리티의 공연을 보여주었는데, 이 다음 나올 밴드가 누구인들 관심이 가겠는가? “학예회 하냐?” 같은 반응이나 나오겠지. 이후로는 다음 라운드나 파이널에는 별 관심 없을 것이다. 그냥 이 대결의 승자인 Group Sound에게 몰표가 박힐 것이고, 그렇게 아무런 이변 없이 우승을 할 것이다.
“일단 그대로 내보내.”
“순서는요?”
“그대로. 편집도 따로 보정 하지 말고, 그냥 최대한 뭐 없어보이게.”
“그럼 뒤에 애들 임팩트 없을텐데.”
동욱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맞는 말이긴 했다. 단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뿐이지.
“최대한 그 뭐야. 보이밴드 애들 쪽 빡세게 밀어주고. 앞의 두 그룹은 그냥 풀버전에서 보세요 넣고 최대한 줄여서 내보내. 악편 여지는 절대 주지 말고.”
“네.”
일이 왜 이렇게 됐을까. 동욱은 생각했다. 그저 평범하게(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흘러가면서 시청률을 빨아들였어야 하는 프로인데. 박이사가 찾아와서 부탁을 했을 때 거절을 했어야 했나? 같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지난 일인 것을.
[안녕하세요? 현재 KBS에서 방송중인 … 프로그램의 섭외를 맡고 있는 피디 김… 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수연 기타리스트님에게 인스타 DM을 드리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을 부탁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저희 프로그램 … 은…]
명전은 몇개의 인스타 DM과 이메일을 차례로 열어보았다. 대부분이 섭외 메일. 그 외에는 콜라보 요청이라거나, 아무튼 일에 관계된 연락들이 많았다.
전부 다 4라운드 공연이 끝나고 나서 오기 시작한 것들이다.
이번 오디션을 시작하면서, Group Sound와 ‘하수연’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는 생각은 했다. 음반 판매량도 꽤나 많이 늘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나 기사 등도 나왔고.
그러나 그것들이 뭔가 실감이 나게 와닿은 적은 없었다. 그냥 그런가보다… 앨범 판매량이 많이 나오나보다 같은 느낌.
지금은 달랐다.
누군가가 올렸던 4라운드 공연의 직캠. 그리고 4라운드 방송이 나간 이후 인터넷에 올라왔던, 분명 공이 많이 들어간 것이 눈에 확 보이는 공연 클립들.
가장 잘 나온 클립의 조회수는 천만이 넘었으며, 그들의 공연 풀 영상을 보고 리액션을 한 비디오는 실시간 급상승 영상에 들어갈 정도였다. 그야말로 대박을 친 것이다.
그들이 이슈가 되고 있다는 또다른 징후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거 가사 노래 뭐임?]
(“일어서라, 가난한 자들이여!” 클립)
빨갱이임?
-
ㄷㄷㄷㄷㄷㄷㄷ
-
뻘개이가 또또또
-
백퍼 공감 지금 좌파는 내로남불 빨로남불 의 극치죠 이런 가사를 쓴 사람은 집어넣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ㄴ 틀내 씨발
- 얘들 노래 좋더라
ㄴ 뻘개이 기습숭배하는 거 보니까 이분 뻘개이신가보네요
내용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명전은 이런 게시글이 일반적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제까지 Group Sound와 연관된 글들은 대부분 음악이나 서바이벌 관련 커뮤니티에만 올라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4라운드 이후로는, 일반적인 커뮤니티나 틱톡, 인스타… 그런 소위 말해 ‘대중적인’ 곳에 Group Sound의 이름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좋은 징조긴 해.’
명전은 그렇게 생각했다.
화제성도 있었고 시청자들도 꽤나 많았던 [인베이전 2024]지만, 그냥 잘 만들어지고 시청률을 끌어모으는 오디션 방송일 뿐 그 방송을 대표할만한 스타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방송은 그들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주었다. 누군가가 [인베이전 2024]를 이야기했을 때, “아~ 그 노래 부른 애들?” 이라는 이야기가 바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큰 소득이다. 설령 탈락하더라도.
‘탈락하진 않을 거지만 말이지.’
명전은 4라운드 공연때 메모해놓았던 공책을 바라보았다. 경연이 끝난 후, 결과 발표와 함께 다음 라운드 방식을 이야기해주었던 스태프.
그의 말에 의하면 다음 라운드는 밴드 6개 중 상위 3개가 진출한다. 그 방식은 과거 밴드에 대한 트리뷰트의 의미로 커버곡을 부르는 것이라고 했고.
“단, 여러분 밴드가 주력으로 삼는 장르를 불러서는 안 됩니다.”
예컨대 WEKIDS 같은 경우는 팝을 불러서는 안 되고, Group Sound 같은 경우는 프록을 하면 안 된다… 뭐 그런 느낌의 이야기였는데.
그들에겐 그다지 문제될 방식은 아니었다. 명전이 프록만 하는 기타리스트는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Mystica가 말해준 다른 밴드들의 분위기를 들어 봐도, “쟤들 공연 보니까 우리 뭐 우승 못하겠는데 그냥 유종의 미나 거둘까?” 같은 이야기가 도는 수준이었다고 했으니… 이번 라운드는 그냥저냥 지나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5라운드… 준결승은 명전의 생각대로 무난히 흘러갔다.
프록이 아닌 것을 찾다가, Greatful Dead의 New Minglewood Blues를 Greatful Dead의 장기인 즉흥연주를 곁들여 연주해보인 결과는, 전문가들이나 멘토들이나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의 예상대로… 무난한 1등이었다. 2등인 WEKIDS 조차 Group Sound에게 짓눌린 모습이 보일 정도였으니까.
그들의 앞에는 우승 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그들 Group Sound를 막아선 것은… 방송 내적의 것이 아니었다.
[엔터톡) 현재 밴드 오디션 프로에 참여하고 있는 ‘하수연’의 학교폭력을 폭로합니다]
방송 외적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