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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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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저렇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진작 깨달았어야 했는데…!

명전은 페달을 거칠게 밟으며 생각했다. 방송국 측은 분명 고의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처벌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실수는 전혀 아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나 실수로 보일 정도. 그렇지만 세상에는 “안 들키겠지?” 라는 마치 타조가 땅에 머리를 묻는 듯한 생각을 하며 멍청한 짓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멍청한 짓을 막기 위해서는, 애초부터 대비를 했어야 됐다. 저런 행위를 할 수 없게 사전에 방지를 한다거나…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고의로 끊었다고 해서 여기서 손 들고 저 놈이 줄 고의로 끊었는데 재공연 시켜주세요 라고 할 거냐?

스틱이 네 번째로 교차하기 직전의 짧은 시간. 명전은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느낄 정도로 고민을 거듭했다.

리듬 기타를 제외하고 그냥 노멀 솔로로 갈 수도 있다. 그 편이 훨씬 원곡의 감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부분이고.

‘하지만 그래서는 임팩트가 없어.

명전은 더블 기타를 염두에 두고 전체적으로 곡을 편곡했다. 초중반부에 더블 기타를 넣고, 후반부의 솔로 또한 마찬가지로 리듬 기타의 존재를 전제에 넣고 짜 왔다.

기본적인 드럼과 베이스 위로, 리듬기타로 중저음역대를 보강하고… 그 위에 고음역의 솔로를 올려줌으로써 보통의 솔로와는 다른 ‘꽉 찬 사운드’를 들려줄 생각이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후반부에 일반적인 솔로를 연주한다? 너무 가벼워 보일 것이 분명했다.

‘… 루프 스테이션!

네 번째 스틱이 내려쳐지며, 솔로의 시간이 왔다. 명전은 혹시 몰라 가져온 Boss Rc-2 루프 스테이션 이펙터에 생각이 가 닿았다. 연주를 녹음해서 그대로 재생시켜주며, 오버더빙도 무한으로 가능한 이펙터.

이걸 라이브 연주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해본 적은 없었지만… 어떻게든 할 수 밖에 없다.

스피커를 통해 처음 터져나온 소리는, 강하긴 하지만 뭔가 무난한 기타 소리. 적당하게 리듬감이 있는 프레이즈가 끝나며 관객들이 실망감을 표시하려 할 때쯤, 하수연은 페달을 다시 밟았다.

그리고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분명 지금은 누구도 기타를 연주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까 연주되었던 것과 똑같은 소리가 배경으로 깔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에 또다른 연주를 깔아넣는 수연.

“오오오-!”

마치 비눗방울을 처음 목격한 사람들처럼, 박수를 치는 사람들. 하지만 그 행위는 멈추지 않는다. 수연은 계속해서 페달을 밟으며 기타를 연주했고, 사운드는 계속해서 겹쳐져간다.

분명 그녀가 최초로 땅에 내려놓은 것은 자그마한 흙더미에 불과했다. 1프레이즈 정도에서 반복되는 2개의 연주.

하지만 패턴의 갯수가 점점 늘어날수록, 아무것도 없던 초반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띄기 시작한다. 8마디 내에서 쌓여가는 무한한 톤과 패턴. 낮은 음역대부터 중간 음역대까지 점점 쌓여가는 연주들.

더빙이 쌓여가면 쌓여갈수록, 소리는 점점 다채로워지고 웅장해진다. 흙더미에 불과했던 것은 언덕이 되고. 산이 되어간다.

어느새 무대 위에 등장한 거대한 소리의 장벽은, 관객들을 압도하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끊임없이 고조되어가는 분위기에 관객들이 점점 사운드에 짓눌려간다고 느낄 때.

계속해서 붉은 페달을 밟아대던 하수연은… 그 페달에서 발을 떼며 다른 페달을 철컥철컥 밟았다. 그와 함께 다시 한번 들어오는 드럼의 필인.

그리고, 본격적인 연주가 시작되었다.

하수연의 멘토를 맡은 멘토 팀 [도화서]. 그 중 ‘서’인 기타리스트 김진서는… 살짝 떨리는 손을 붙잡고 기타 연주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론상 가능은 하고, 실제로도 다들 많이 하고 있는 연주야.

이번 경연은, 멘토가 그다지 할 일이 없을 거라던 메인 피디의 말. 도움을 구하러 찾아오는 조에 조언 정도만 해주면 된다던 말을 듣고, 멘토들은 담당 팀들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멘토가 그렇게 노닥거리는 사이, 저 애들은 저런 연주를 만들어내버렸는가.

무한한 오버더빙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이용해 1인 연주를 할 때 가끔 사용하고는 하는 이펙터, 루프스테이션. 저런 연주 자체는 이펙터를 구입했다면 다들 한번쯤은 해보는 일으로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가능하다고 해서 누구나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런 계획 없이, 관객들 눈 앞에서, 탈락의 위험성이 있는 오디션 연주에서 라이브로, 빌드업 과정조차 지루하지 않게 만들며 저런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흔할 것인가. 시장에서 오래 굴러먹은 김진서 본인조차 저런 것이 가능하다고 장담하지 못하는데.

그런 와중에, 빌드업이 다 완료되었는지 수연이 루프스테이션에서 발을 뗀다. 그리고 밟은 것은, Boonar와 Wah-wah. 리버브감을 주기 위한 딜레이 이펙터와 소리를 “와와”거리게 만든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페달.

그리고 시작된 솔로는, 진서에게 ‘귀가 떨어질 정도의’ 충격을 주었다.

스피커의 트위터(Tweeter)를 박살낼 기세로 뛰쳐나온 클린톤의 고음. 데이비드 길모어의 시그니쳐 톤을 연상시키는 기타 소리가 무대를 지배한다.

기본적인 베이스와 드럼. 그리고 마치 오케스트라라도 되는 것 같은 중저음역의 기타 소리. 단단히 다져진 기반 위로, 창공을 가르며 무자비하게 질주하는 고음역대의 기타 솔로.벤딩과 해머링이 자유롭게 구사되며, 넥 위에서 손가락이 춤을 춘다.

그 누가 그랬던가. ‘자신의 기분을 반영할 줄 아는 연주인이 끝까지 남는 법’이라고. 그 말에 의하면, 저 애는 끝까지 남을 것이다. 자신의 기분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으니까. 이 음악으로 모든 사람을 기립시키겠다는 듯, 넘치는 자신감으로 사람들을 춤추게 하고 있으니.

격정적이며 격렬하게 울던 기타는, 후반부로 다가갈수록 연신 리듬을 바꾸며 분위기를 더 끌어올린다. 적절한 속주와 피킹 하모닉스의 울부짖음이 더해진 연주는, 와와 페달으로 분위기가 한번 더 반전되었다.

“우와아!!”

일반적으로는 접하기 힘든, 기타의 우짖는 소리. Wah-wah라는 이펙터의 이름처럼 연신 와와거리며 관객들의 반응을 더 격렬하게 이끌어낸다.

그리고 어느새 사라진 백그라운드 기타의 자리를, 드럼과 베이스의 필인이 메우며…

연주를 끝맺는 소리와 함께, 공연이 끝났다.


어떻게든 공연을 마무리 한 후, 명전은 리듬 기타를 쳐다보았다. 그 와중에도 ‘나는 어떻게든 노력을 하고 있다’ 라는 어필을 하려고 줄을 열심히 교체하는 중인 리듬 기타. 끊긴 줄이야, 이미 무대 위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저 놈을 어떻게 해야 하나.

명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채점이 이뤄진 후 스태프가 잠시 경연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메인 PD의 사무실로 안내되는 밴드. 줄을 끊어먹은 리듬 기타만 사무실 안에 들어간 사이, 다른 사람들이 명전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줄 끊긴 거 뭐에요?”

“음…”

보컬의 질문. 명전은 잠시 고민했다. “일부러 끊은 거 같다.”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뭐라고 해야 할까.

확답을 지어서 주는 것도 좋겠지만, 일단 상황을 보면서 그들(그룹 사운드)에게 제일 이득이 될 방향을 취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일부러 끊은 거 아닌가요?”

“설마… 좀 이상하긴 했는데.”

“아까 보니까 뭔가 하는 것 같긴 하던데요.”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중에, 사무실 문으로는 막을 수 없는 고함소리가 새어나온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누군가. 명전은 그것이 아마 피디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우… 뭔 일인지 몰라도 좀 어처구니 없긴 하네요. 하필 줄이 그 시점에 끊어진다는 게… 그보다 솔로 치신 거, 어떻게 치신 거에요?”

“뭐, 적당히 쳤죠.”

명전은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어처구니 없다는 듯 쳐다보는 나머지 3명. 뭐가 문제인가. “사실 그 놈이 왠지 사고 칠 것 같아서 루프 페달 챙겼다!” 라고 한다 해도, 그 다음 루프 페달로 솔로 친 건 그냥 손 가는 대로 적당히 친 게 맞는데.

그러는 동안 사무실 내의 소리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내미는 사람은 메인 PD, 윤동욱이었다.

“하수연 씨, 좀 들어와주실래요?”

“알겠습니다.”

피디가 그런 말을 한 후 들어간 사이, 명전은 슬쩍 아까 돌려받은 핸드폰을 켜 녹음 버튼을 누른 후 다시 집어넣었다. 어떤 상황일지 모르니, 녹음 정도는 해 놔야 하지 않겠는가.

동욱은 들어오는 하수연을 바라보았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하지만 단순히 피해자로 남기기에는, 좀 복잡한 문제가 있다.

“일단 앉으세요.”

줄을 끊은 이 [Muzaku]의 정재훈이라는 녀석은, 처음에는 부인을 했다. 자신이 일부러 한 일이 아니라 실수로 한 일이라고.

하지만 방금 스태프가 급하게 떠온 녹화 영상과 정황 증거 등을 제시하니, 결국 이 모든 일이 자신이 독단적으로 행한 일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유는 따로 없고, 그저 ‘하수연’이 미워서 탈락시키고 싶었을 뿐이라고.

그게 말이 되는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일 수가 있단 말인가.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는 이 환경에서 들키지 않고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적어도 동욱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동욱의 생각은, 점점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오히려 이 모든 게 전부 계획된 게 아니었을까? 그게 오히려 일리가 있지 않을까.

사전 계획된 퍼포먼스였다면 분명 이 녀석이 “사실 사전에 계획된 거였다” 라는 이야기를 했겠지. 그러니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동욱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역이용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까?

‘애초에, 하이라이트 시점에 줄이 끊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태연하게 연주를 했었지. 그 점을 미뤄본다면…’

물론 명전이 한 일은 전생의 경험과 초인적인 인내력, 그리고 압도적인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나…

동욱은 그렇게 생각하기보다는, 좀 더 간단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애초에 수연이 어떤 방식으로든지 저 기타리스트가 줄을 끊을 것을 미리 알았고, 그것을 역이용했다는 가설.

그리고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어디가서 다른 사람들이나 인터넷에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동욱이 도달했을 때…

동욱은 수연을 사무실로 부르기로 결심했다. 어디 가서 이야기를 하면 안 되니까.

“일단 더 자세한 조사를 해 볼 테지만… 녹화된 무대 영상만 봐도, 이 분이 정황상 일부러 기타 줄을 끊은 것이 확실해보이거든요.”

그 말에 기타리스트는, 고개를 좀 더 아래로 처박았다. 그리고 수연이 물었다.

“왜 그런 거에요?”

대답하지 않는 기타리스트. 무표정한 수연을 보며, 동욱은 몇 가지를 더 설명하고 기타리스트를 스태프에게 인계해 내보냈다.

“우선 이런 일이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구요. 이번 라운드 경연이 끝나면, 저 친구네 밴드는 자진사퇴를 한 쪽으로 일단은 처리를 할 예정입니다.”

“왜죠?”

“아무래도 너무 몰아붙이는 쪽은, 그렇게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까요.”

수연의 물음에, 동욱이 대답했다. 보통 방송가의 ‘관례상’, 아무리 심각한 문제라도 “이 새끼 개새끼에요!” 라고 언론에 터트려가며 사람을 몰아붙이지는 않는다. 그저 저 밴드는 방송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뿐이다. 다른 지상파에도 다 소문이 돌 것이고.

게다가, 동욱은 이 사건을 인터넷에 흘려 어그로를 한번 더 끌어모을 생각이었다. 마치 그가 첫 방청 직전에 [인베이전 참가 밴드 티어 리스트]를 만들어서 뿌리고, 그것으로 방송의 흥미를 유도했던 것처럼… 좀 더 자극적인 느낌으로 이야기를 유포해 [Muzaku]의 여론을 악화시키고, [인베이전]을 홍보하는 전략.

“그냥 사실대로 밝히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좀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모양새가 좀 좋지 않다 보니까…”

하지만 수연은 생각이 달라보였다. 마치 기타리스트 ‘정재훈’은 자신의 덫에 걸렸고, 사냥감을 수확하기를 원한다는 듯한 뉘앙스.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게 뭐가 있나요?”

‘공개처형 하자는 건가?

수연이 말하는 것을 듣고, 동욱은 살짝 소름이 돋았다. 진심으로 저렇게 말하는 것인가. 물론 저 일으로 인해 오디션에서 탈락했을 수도 있으니,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렇게 언론에 내보내버리면, 그냥 저 사람의 인생 자체가 망가질텐데.

‘무섭구만… 요즘 애들 무서워.

동욱은 그렇게 생각하며 수연을 만류했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고. Muzaku에서도 수연 참가자님께 단체로 와서 사과를 할 테니까요. 보상 같은 건 그쪽이랑 조율을 하면서 이야기를 해 보면 될 겁니다.”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수연은, 그저 궁금했을 뿐이었지만.


피디와의 지난한 이야기를 마치고 난 뒤. 뒤늦게 모인 [Muzaku] 밴드와의 이야기까지 마치고 난 다음. 명전은 피곤한 기색으로 녹화 세트에 들어섰다.

“수연아 너 우리 공연 안 보고 어디갔어! 왜 혼자 다른 데 가가지고 어!!”

이미 촬영은 거의 끝나가는 중. 공연을 마친 이서가 섭섭함을 토로하는 것도 무시한 채, 명전은 풀썩 의자에 앉았다.

“피곤하다, 피곤해.”

“무슨 일… 있으셨어요?”

현아의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대답을 하려던 명전은, 대답을 멈추고 “그런 일이 있어.” 라고만 이야기했다. 아무튼 피디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긴 했으니까.

‘뭘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빚을 졌으니 뭔가라도 해주겠지, 하는 게 명전의 생각이었다. 뭔가 건덕지가 없긴 하지만 아무튼 녹음도 해 놨으니까.

“혼자 뭐라도 먹고 왔어?”

“응?”

태연하게 이상한 소리를 하는 서하. 명전은 잠시 서하를 바라보다가, 끝나버린 마지막 밴드를 잠시 바라보았다. 전문가의 평가가 이어진 후, 표시되는 점수는 관객 점수, 전문가 점수, 멘토 점수를 적절하게 조합한 결과… 74점. 1위부터 18위까지 표시된 전광판에서, 12위 아래로 쭉 내려가버리고 만다.

“수연이 너네가 92점 나왔던가?”

“응.”

“우리는 뭐, 합격권이겠네~ 다들 공연을 잘 해가지고. 현아만 빼고. 아! 우리 수연 선생님은 공연도 안 보고 어디 이상한 데 사라지셔서 못 보셨겠구나. 저희 정말 잘했는데요. 맞죠 여러분?”

기분이 살짝 상했는지, 빈정거리며 팔꿈치로 명전을 쿡쿡 찌르는 이서. 명전은 뭐라고 하려다가, 그저 피식 웃고 말았다.

“방송본으로 보는 수 밖에 없지.”

“우리 공연 진짜 잘했는데~”

“잘했겠지. 누가 가르쳤는데.”

“그래! 누가 가르쳤는데. 진짜 손가락이 썩어들어가도록 연습했지. 너무한 거 아냐? 나 이번 라운드 미션 하는 김에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봤거든. 그런데 그런 식으로 혹독하게 연습하는 사람들 아무도 없다고 하더라. 정말 너무한 거 아냐?”

칭찬을 했다가, 명전은 볼멘소리나 돌려받고 말았다. 아니 실력이 늘게 해 줬으면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경연의 절차가 차례대로 끝이 난다. 이미 방청객들이 돌아가버리고 텅 빈 관객석 앞에서, MC가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열었다.

“12밴드밖에 남지 않은 이 상황. 3라운드도 끝난 이 상황! 4라운드 미션은… 드디어 올 때가 온 것이죠. 밴드 대 밴드! 1:1 대결입니다!”

‘드디어 정상적인 미션인가.

명전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1:1 대결이면 그래도 꽤 힘든 미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앞서 정신나간 미션들 몇개를 겪고 나니, 정말 천국처럼 느껴질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