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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Raw Blame History

최기훈은 IT 계열 종사자로서, 강남에 출근하는 불쌍한 개발자였다. 음악과는 그다지 연관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

그의 하루는 평범하다. 7시 반쯤에 나가서 9시 출근을 하고, 7시쯤에 퇴근해서 8시 반쯤에 집에 온다. 와이프가 데려 와서 돌보고 있던 아이들과 혼신의 힘을 다해 놀아주고, 집안일도 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어느새 잘 때.

그런 일상을 보내는 탓에 육아에 시달려 주말 출근은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고 하는 기훈이었지만, 이번 토요일은 아침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다음 주에 있을 서비스 오픈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

“아 진짜 싫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붐비는 강남역. 곧 10시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람이 많다는 게 말이 되는지. 기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9번 출구를 지나 직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와중 들려오는 노래와 박수 소리.

“와~!”

무의식적으로 쳐다본 그곳에는 허우대 멀쩡하고 잘 생긴 남자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다. 그리고 붙어 있는 카메라와, 뭔가 메모를 하는 듯한 30명 정도 되는 사람들.

근처에는 네다섯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밴드를 향해 열심히 응원을 보내고 있다. “아케테리아 잘한다~!”, “곡 좋아요!!”, “잘생겼다 최종훈!” 같은 외침. 그에 호응을 해주기도 하면서 열심히 연주하는 밴드.

‘뭔가 방송 촬영이라도 하는 건가?

기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핸드폰을 들었다. [버스킹 방송], [밴드 버스킹], [강남역 버스킹 밴드] 등. 검색을 돌려본 결과 그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 [인베이전 프롬 서울]의 라이브 예선임을 알 수 있었다.

총 참가 밴드 수 60개, 그 중 본선에 진출하는 것은 30개… 2:1이면 그래도 후한 것 아닌가 하고 기훈은 생각했다. 원래 오디션 프로는 몇백대 일 몇천대 일 한다고 하지 않나. 아무리 밴드라고 한들 2:1이면 충분한 경쟁률이지.

아무튼 그는 걸음을 멈추고 노래를 들었다. 평소라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주말 출근이기에 그 정도는 가능했다.

‘노래 잘 하네.

노래를 들으며 기훈은 생각했다.

기훈은 음악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가 아는 것이라곤, 고등학생 시절 듣던 SG워너비나 버즈, 소녀시대, 원더걸스와 같은… 지금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면 틀니 소리 들을 법한 그룹들. 기훈이 음악을 꺼려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찾아 듣는 류의 인간도 아니었기에… 그의 음악은 거기에서 멈춘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런 그가 듣기에 눈 앞의 밴드는, 꽤나 괜찮게 음악을 하고 있었다. 고음 시원시원하게 올라가고. 기타 드럼 베이스 등등 박자 잘 맞고. 나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로 하여금 안내판에 세워진 QR 코드를 찍어서 이것저것 조사까지 해 가며 투표를 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었다.

‘원래 밴드는 음악 다 저정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잘 하는 거 맞지만, 굳이 그가 몇분의 시간을 들여가며 투표까지 해줘야 할 정도일까. 그는 곰곰히 생각했고, 결론을 내렸다.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노래를 잘 하긴 하지만, 그게 그의 취향은 아니었다. 게다가 노래를 잘 한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 저 애들이 어디 락 페스티벌에 서 있다고 생각하면… 그는 공연에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았다.

기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살짝 저은 후, 직장으로 다시 발을 옮겼다. 그를 보고 잠시 희망을 가졌었던 팬들의 눈빛만 그 자리에 처량하게 남아 있었다.

그가 퇴근을 위해서 직장 바깥으로 나와 다시금 강남역 9번 출구로 걸어가기 시작한 시간은 19시 27분 정도였다. 이제는 날이 어둑해지고,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오가는 시점.

기훈은 아까 그 곳을 지나가며 흘긋거렸다. 아직도 뭔가 촬영하고 있나 해서. 아까 봤던 기사에 의하면 좀 길게 촬영을 한다던데.

그리고 그곳에는 그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여전히 모여 있는 사람들과 카메라. 아까와 다른 것은, 밴드에게 비춰지는 조명과…

‘아직도 그 사람들인가? 아니 다른 애들이네. 여자애들?

무대 위에 올라간 등장인물이었다.

아니 무대 위에 여자들이 4명 올라가 있는데, 그게 아이돌이 아니라니. 음악과 담을 쌓은 그에게도 상당히 생소한 광경이었다. 각자 악기를 붙잡고 있는 것 또한 그랬고.

“감사합니다.”

하지만 복장은 요새 아이들이 붙잡고 있는 유튜브에서 나오던 걸그룹을 살짝 연상시키는 느낌이었다. 검은색 위주의 스트릿한 복장. 맵시 있게 차려입은 느낌. 아직 음악을 듣지도 않았지만, 그 복장에 기훈은 자신도 모르게 무대 앞으로 슬쩍 향했다.

“그럼 다음 곡은, 커버곡으로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A.R.B의 Private girl입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있는 가운데… 기타를 잡은 여자아이가 그렇게 말했다. 이윽고 터져나오는 딱 들어도 거친 것 같은… 육중한 기타 소리와 함께 열리는 아이의 입.

음악은 심플하다. 간단한 멜로디를 연주하는 기타와 간결한 드럼. 낮은 근음을 울리는 베이스와, 배경을 담당하는 키보드.

화려하지는 않으나 기본이 탄탄한 연주는, 그런 것 잘 모르는 기훈에게도 꽤나 좋은 음악으로 들려왔다. 계속되는 연주를 들으며, 기훈은 저도 모르게 자신이 한발짝씩 무대로 다가서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흡입력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들어보지도 못한,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는 가사와 음악. 하지만 사람들은 좋아하고 있고, 그 또한 계속해서 음악을 듣고 있다.

이제는 집에 가야 애들을 볼 수 있는데. 어제 저녁은 회식이라 아이들이랑 놀아주지 못해서, 오늘은 꼭 집에 빨리 들어가기로 약속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저 아이들이 이뻐서, 노래가 좋아서…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가 생각하기에 제일 큰 이유는, 이때 아니면 듣기 힘든 음악이라고… 그가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호소하는 듯한 목소리는 그에게 저도 모를 감정을 일으켰다. 가사도 내용도 모르지만, 그는 자신이 아내와 연애를 할 시절을 떠올렸다.

받아주지 않던 사랑과, 엇갈리던 감정과 표현들. 활기찬 악기 속에서도 느껴지는 것은 한줄기 슬픔.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그랬던 시절도 있었다.

“감사합니다.”

다시금 쏟아지는 박수. 기훈 또한 박수를 치다가, 억지로 발길을 돌렸다. 이제는 정말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그에게 보인 것은, QR코드가 붙어 있는 안내판.

‘몇분 정도는 더 괜찮겠지…’

전력을 다해서 놀아주면, 아이들은 괜찮아 할 것이다. 조금 늦게 퇴근했다고 하면 될 일 아니겠는가. 그는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며 설문조사를 해나갔다.


예선 최종 심사장.

최종 예선 평가는 심사위원들이 저번 주말에 있었던 예선 영상을 보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완벽하게 공연을 재현할 정도의 세팅은 아니지만, 어느정도의 객관적 평가는 가능할 수준으로 녹화된 영상들.

하지만 동욱은 이것이 너무 심심하다고 생각했는지, 며칠 전 급하게 심사과정을 하나 더 추가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은 그게 너무 싫었다.

“진짜 돈 준다니까 하긴 했지만, 윤피디 진짜 미친 인간 아니에요?”

“미쳤으니까 이런 기획을 하겠지.”

여성 가수 출신 심사위원의 말에, 중년의 작곡가 심사위원이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세상에, 녹화 영상을 틀어놓고 밴드 구성원들을 들여보낸다음 같이 보면서 심사를 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라니.

‘기존 오디션은 반복이 안되기라도 했지. 이거는 영상 틀어놓고 공개처형 하라는 거잖아.

아마 윤동욱 피디가 노리는 그림이 그것일 거라고, 작곡가는 생각했다. ‘주제도 모르고 도전한 밴드를 프로들이 후벼파는’ 그런 구도를 원하는 거겠지.

“그래도 싹 보이는 애들은 칭찬 위주로 가라니, 그건 좀 다행이에요.”

“글쎄…”

전 아이돌 프로듀서 심사위원의 말에, 작곡가는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은, 후벼파여서 떨어지는 ‘수준미달 밴드’와 ‘싹이 보여서 칭찬받는 밴드’를 극명하게 나누기 위함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정말 잔인한 속셈이지만, 돈을 받기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 뭐 어쩌겠는가. 연예계라는 것이 그런 법이지.

“와… 너무하네.”

이서의 말에 명전은 고개를 쓱 돌려보았다. 내용이 100% 들릴 정도는 아니지만, 심사장에서 다른 밴드 아이들이 수모를 당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볼 수 있는 느낌의 대기실.

다른 밴드 사람들도 전부 다 앉아 차례를 기다리며 속삭이고 있다. 돌아가는 카메라에 처음은 다들 긴장했으나, 이제는 다들 마음을 놓은 느낌.

“그렇지 않나? 저렇게 막 몰아세울 필요가 있나? 제작진도 너무한 거 같은데…”

“그런 말 안하는 게 좋을 걸요.”

자신도 그렇게 생각해 말을 꺼내려는 찰나, 현아가 이서에게 속삭였다. 그 말에 흠칫하는 이서. 명전 또한 마찬가지 심정으로 현아를 쳐다보았다.

“왜… 왜?”

“아마 지금 카메라 돌아가는 거, 저 밴드들 혼나는 거 리액션 잡으려고 하는 거 같은데요. 지금 여기서 다른 밴드들 하는거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오디션 프로가 다 그렇잖아요. 안 한걸 했다고 막 악편하고.”

그 말에 쥐죽은 듯 멈춰버린 이서. 명전은 어처구니 없다는 눈빛으로 현아를 바라보았다. 그게 사실이냐?? 라는 물음에 사실이라고 눈빛으로 답하는 현아.

‘어이가 없구만.

그 정도까지 해야 되나? 명전은 머리를 긁다가, 그냥 무표정으로 자신을 만들었다. 어릴 적 봤던 불경이나 떠올려야 할 것 같았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 시조견 오온개공도 일채고액…

“그래서, 이 부분은 어떤가요?”

“어…”

“저는 분명 여러분이 릴리즈한 원곡을 들어봤거든요. 그런데 라이브와 많이 다른데, 이 라이브가 그것보다 낫지도 않아요. 곡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도 못하는 건지?”

그 말에 순식간에 의기소침해진 밴드. 기타는 할말이 있는 듯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떨구기를 반복했지만, 심사위원은 그들에게 말을 시킬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지금 박자도 다 틀리고. 공연 영상 좀 넘겨보면, 관객들도 다 아는 수준이고. 이래가지고 뭘 공연을 하겠습니까, 공연을. 박자 못 맞춘다고 다 나가겠다.”

공격 바톤은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간다. 가수 출신 심사위원은 가창력의 문제를 지적하고, 작곡가 출신은 곡 자체의 문제를. 밴드 출신은 공연의 문제를 지적한다.

“아무튼 뭐 좋은 공연 잘 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개를 떨구고 나가는 밴드. 심사장 옆쪽에 마련된 악기들은 이번에도 사용되지 못했다. 윤동욱 피디는 싹수가 보이는 밴드가 있으면 저 악기를 사용해서 연주하는 장면을 뽑아달라고 했지만, 그런 밴드들은 좀 드물었다.

‘하지만 다음 밴드는 좀 기대가 되는데.

심사위원 중 한명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전에 많이 들어본… 그리고 최근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이름. 그러는 사이 나가는 밴드에게 문을 열어준 진행요원은, 다음 밴드의 이름을 불렀다.

“그룹 사운드 분들 들어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