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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2 KiB
Raw Blame History

“감사합니다! 유튜브 영상은 며칠 뒤에 올라갈 거에요.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화면을 향해 두 손을 흔들다가, 방송이 종료되었다는 사인을 보고는 내린다. 그와 함께 열리는 스튜디오 문. 총총총 걸어온 이혜인 씨가 명전을 껴안았다.

“저희 딸 연주 너무 잘하지 않나요?”

“진짜, 너무 놀랬습니다.”

평범한 학부모가 했다면 ‘어휴 시팔 무슨 개 헛소리나 하냐’ 같은 생각을 떠올리면서, 아유 따님 연주 너무 잘하죠~ 하며 아첨이나 하고 말았을 텐데.

수연의 실력, 준홍이 생각하기에는… 모든걸 다 제하고 객관적으로. ‘서명전의 제자’라는 타이틀을 제하고 봐도, 정말 훌륭했다. 당장 프로로 데뷔해도 될 정도. 아니 그보다, 어느 오디션 프로에서 기타 관련 심사위원으로 등장해도 될 정도.

“진짜 우리 딸, 언제 이렇게 기타를 잘 치게 됐는지 모르겠네.”

“아니, 뭐…”

준홍은 그런 식으로 살갑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녀를 바라보다가, 질문을 던졌다.

“수연 학생은, 명전 선생님의 제자인 건가요?”

“에… 뭐…”

명전은 시간을 끌며 선뜻 뭐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그 시간을 그냥 지나보내면 별 일 없을 것이라고 믿는 청소년처럼 행동했다. 처음처럼 계속 대답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준홍에게 신뢰를 줄 것이므로.

“음… 알겠습니다.”

과연 그 의도가 먹혔는지, 혼자서 납득하더니 대화를 끝내는 준홍. 혜인은 그런 준홍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도대체 저 아저씨는 아까부터 왜 그 ‘명전’이라는 사람에게 집착을 하고 있는 걸까? 기타 잘 치는 것은 알겠는데, 그게 그 정도인가? 흠…

“아무튼 뭐 오늘 영상 찍는 것 즐거웠구요. 몇가지 이야기를 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잠시 괜찮을까요?”

준홍은 그렇게 말했다. 젊은 유망주… 아니 ‘서명전 선생님의 마지막 제자’에게, 지원해줘야 할 것들이 있었다.


명전은 준홍의 유튜브에 올라 온 영상을 바라보았다. 라이브 영상의 조회수는 그렇게 많지 않지만, 편집본의 조회수는… 나름 꽤나 나오고 있었다. 한 오만 정도?

올린지 얼마 안 된 것을 생각하면, 꽤나 훌륭한 편이라고 명전은 생각했다. 준홍의 채널 영상 중에는, 10만을 넘기는 게 몇개 없었으니까. 100만짜리 영상 두어개가 있긴 했지만, 나머지는 거의 다 몇만에 불과했다. 그런데 벌써 5만이라. 꽤나 성적이 좋은 것 같은데.

  • 최고위대한 기타리스트 👍👍👍👍👍

  • 박자와 기교,,훌륭한 연주솜씨에 듣기가 너무나 좋습니다 몇번을 들어도 감동적이예요

  • 와~ 개인적으로 전자기타 안좋아 했는데, ㅡ음악에 아는건 없지만 정말 계곡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젖어 드네요.

  • ㅠㅠ 곡 진짜 너무 대박이네요 좋습니다

어째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 ‘하수연’보다는 ‘서명전’에 가까운 느낌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랬다.

[White room]

@whiteroomguitar 구독자 13,843명 동영상 12개

명전은 자신의 채널을 바라보았다. 방송이 나간 직후, 꽤나 많이 올라온 구독자. 꾸역꾸역 1만명까지 올라온 것이 얼마 전인데, 준홍의 채널에 나가고 나니 3천명이 붙어버렸다.

‘이래서 다들 홍보니 뭐니 하는 건가?

유튜브 조회수도 꽤 올랐다. 이전에는 백 이백씩 꼼지락대며 오르던 조회수가, 단번에 천 이천씩 뛰어올랐다. 이전에 플레이리스트인가? 에 올라갔던 2번째 자작곡은 20만 정도를 기록하는 중.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시청자층이었다. 40대 50대가 제일 많다고 표시된 통계. 달린 댓글들도 준홍의 채널에서 봤던 댓글과 비슷하다. 예의 바르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뭔가 젊은 기색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댓글들.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 걸까?

그런 댓글들을 본 후, 명전은 자신의 감각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는 꽤나 괜찮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뭔가 아닌 것 같았다. 예의는 바르되, 전혀 활기차보이지 않는 시청자들.

명전 본인도 그랬지만, 늙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취향을 말하지 않는다. 더이상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남들도 좋아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남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계속해서 자신의 관심사를 전파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기에 젊은 층을 팬의 기반으로 삼는 것이, 늙은 층을 팬의 기반으로 삼는 것보다 훨씬 유리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이론에 따르면, 명전의 채널은 성장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아무튼 뭔가 그 신비한 알고리즘인지 뭔지에 선택받지 못한다면, 영 힘들어 보이는데…’

지금이라도 신세대 곡들을 커버하는 쪽으로 가 볼까? BTS, Newjeans, Blackpink같은 K팝 아이돌이나 젊은 층이 좋아하는 Yoasobi, 米津玄師, ヨルシカ 같은 인터넷 출신 아티스트들을 커버해야 할까?

명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를 스크롤했다. 그리고 보이는 영상 하나. [일반인 출신 기타리스트의 감성 넘치는 연주 ㅎㄷㄷㄷ] 라고 되어있는 영상.

왠지 모르게 익숙한 썸네일에 홀려 눌러보니, 쇼츠인가 뭔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연주는, 그가 일전에 준홍의 방송에서 연주했던 바로 그 밴드곡. 조회수는? 50만이 넘는다.

“이런 개 씨팔…”

명전은 문득 혈압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콘텐츠 ID의 개념은, 이서가 시간을 들여 설명해준 끝에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튼 자신의 채널에 올리면, 도둑질해가는 놈들이 즈그 채널에 올려도 그 돈을 명전 자신이 먹는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거는? 명전 자신의 채널에 올리지도 못했으니 아직 뭐 조치도 취해지지 못할 것이고… 영상이 곡 전체를 다 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클라이막스와 솔로를 포함한 일부분. 그리고 명전 본인이 자신의 밴드를 소개한 파트도 빠졌다.

명전은 단단히 열받은 상태로 댓글을 눌러보았다. 이 도적놈이 올린 걸 좋아하는 녀석들의 꼬라지를 좀 보자.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댓글을 써놨을지 궁금하구나…

= 하ㅠㅠㅠㅠㅠ 풀버전 기대하고 잇겠습니다,,

= 아침에 듣고 있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네요 좋아요좋아요,,,

= 공부 마치고 정말 지쳐있었는데 알고리즘에 이게 첫번째로 떴어요. 덕분에 기력회복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마지막에 진짜 나지막히 읊조리는거 정말 최고,,, 혹시 저 기타리스트분 누군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ㄴ 이거 다른 채널에서 연주한거 그대로 그냥 가지고 온 거 같아요

ㄴ 헐 미쳤나봐

= 이 곡 장르가 블루스라고 하더라고요,, ㅠㅠ 블루스라고 하면 늙은 분들 듣는 그런 음악인 줄 알았는데 너무 감동

= 찾아보니까 저 여성분 밴드 이름이 Group Sound래요!! 유튜브 채널이랑 공연 영상 올려놓을테니 꼭 한번 보고 가세요!! http://you~

ㄴ 헐

ㄴ 이분 올려드리죠

ㄴ 고정 부탁드려요 ㅠㅠㅠㅠ

명전은 댓글을 보고, 머리를 살짝 꼬았다. 그런가. 젊은 애들도 이런 곡을 좋아해주는 건가. 아직까지는 내 감각이 먹히고 있구나.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판단을 하며, 명전은 눈가를 살짝 훔쳤다. 늙으니까 이제 이런 작은 일에도 눈물이 다 나네. 젊은이들의 응원이 고맙게 느껴지는 건, 이게 처음이었다.

그래도 저작권 위반으로 신고는 해야지.

명전은 단호하게 [신고] 버튼을 눌렀다.


“와. 진짜 연습실 좋다.”

“그렇지?”

이서와 현아는, 연습실 소파에서 뒹굴대며 말했다. 이전에 다녔던 합주실은… 뭔가 없다거나 하진 않았는데 딱히 있던 것도 없었다. 의자 몇개, 드럼, 키보드가 전부. 그야말로 가성비 그 자체인, 반지하 합주실.

하지만 지금 수연이 얻어온 이 연습실은? 천국 그 자체였다. 소파도 있고, 커피 머신도 있고, 과자도 이것저것 있고, 기타 등등.

이전의 합주실에서는 쉬는 시간엔 무조건 바깥에 나가서 앉아있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야말로 천국 그 자체.

“과자나 커피 같은 건 우리가 먹은 만큼 채워놔야 해. 이걸 위해서 회비를 걷고 싶은데, 동의하지?”

서하와 함께 들어오는 수연의 말. 이서는 흔쾌히 동의한 후, 칙촉을 깨물었다. 폭력적인 초코칩의 맛이 입안을 달콤하게 물들인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알게 된거야?”

“그때 말했던 유튜브 채널 출연. 그쪽에서 여기랑 연결시켜줬어. 유망한 밴드에게 지원을 해 주겠다고 하면서.”

수연은 그렇게 말하며 놓여있던 악력기를 잠시 만지작거렸다. 준홍과 서하가 아는 사이라는 건, 상당히 의외인 사실이었다.

“서하는, 제가 눈여겨 보고 있던 드럼인데… 수연 학생과 밴드를 하게 되었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같은 말을 했었던가. 무슨 사이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친분이 있는 것은 확실해보였다. 하긴 뭐 저런 실력을 가지고 밴드씬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면 오히려 그게 이상하긴 하지.

“일단 몇가지 이야기를 짚고 넘어갑시다.”

명전은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로 다른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소파에 뒹굴다가 슬슬 모이는 밴드원들.

“일단 두번째 곡도 다 완성됐네요. 이서가 작사에 고생을 해 줬고, 편곡도 두분 다 고생해주셨구요.”

브이자를 그리는 이서. 명전은 살짝 웃은 다음, 말을 계속 이었다.

“그리고 우리 곡에 대한 크레딧 정리를 하긴 해야 할거에요. 저작권료가 발생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깔끔하게 짚고 넘어가는 게 제일 좋지. 음악을 그냥 한때만 하고 넘어갈 거라면 모를까, 계속해서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정리를 해야 돼. 안 그러면 싸움나니까.”

명전은 크레딧을 제대로 정산하지 않아 싸움이 났던 밴드들을 생각해보았다. 금전적 문제로 여럿 해체되긴 했지. 애초부터 깔끔하게 했으면 되는 것을, 괜히 정이니 뭐니 이러다가…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미련했던 시대였다.

“그리고 오픈마이크. 다들 이제 얼마 안 남은 거 알죠? 이젠 진짜 얼마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열심히 합시다. 가야 할 길이 먼데 그런 클럽 오디션에서 떨어질 수는 없잖아요?”

그 말을 하며 명전은 아이들의 표정을 슬쩍 훑어보았다. 다들 결연하다… 기 보다는, 연습이 너무 힘들어서 실전은 오히려 쉬울 것 같다는 얼굴.

“정부지원사업인가 그거 끝나면 좀 쉴 수 있겠지?”

“뭐… 아마 그러지 않을까.”

물론 그러지 않을 거라고 명전은 생각했다. 오픈마이크, 지원사업, 그 다음은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이미 스케줄이 다 꽉 들어차 있는 상황이긴 한데.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고 하지 않는가. 바쁜 시기도 한번 경험해봐야 느긋한 시기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