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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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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한국인은 블루스에 익숙하지 않다. ‘부루쓰’ 에는 익숙할지는 몰라도. 반대로 블루스를 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은 많긴 하지만, 소득을 얻은 사람은 몇명 없다.

블루스 애호가들 중 누구도 그 이유를 알지는 못했다. 당연하다. 그걸 알 수 있다면 음악의 신이겠지.

하지만 그것이 블루스 곡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대세 장르가 되지 못하는 것일 뿐이지, 곡 하나쯤은 성공할 수 있다. 오히려 메인스트림에는 없는 생소함을 줌으로써, 성공 정도가 아니라 대박을 터트릴 수도 있고.

지금 상황이 딱 그러했다.

‘음…?

주현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주현이 듣고 있는 곡은, 주현의 대표곡인 [어느 그늘진 날].

2010년 초에 잠시 유행했던, 락발라드 붐 때 살짝 재해석을 섞어 불렀던 노래다. 적당히 고음이라 남자들이 노래방에서 도전하기도 좋고, 이지리스닝을 추구한 곡이기에 들었을 때 한번쯤 ‘아 다시 들어볼까? 할 수 있도록 만든 곡.

그러나 멜로디와 가사는 분명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들려오는 사운드는 너무나도 생소하다. 보통의 락발라드에서 나오는 살짝 슬픈 느낌의 사운드보다 훨씬 내려간. 리듬도 약간 다른 것 같고.

어느 그늘진 날에

나는 너를 만나러 갔어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컬을 전면에 내세웠던 주현의 오리지널 곡과는 다르게 기타가 전면에 들어갔다는 것. 가이드 보컬임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힘을 빼고 부르는… 보컬을 마치 악기 취급하는 느낌.

“이거 그늘진 날 맞아?”

“어, 좋은데.”

“기타 톤 미쳤네.”

주현이 팔짱을 끼고 가만히 듣고 있는 동안스태프들 사이에서 조금씩 그런 혼잣말이 들려온다. 하지만 혼잣말을 한 사람들은, 주현이 딱 봐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노골적인 주위의 시선을 받고 침묵한다.

그러는 사이 곡은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그리고 터져나오는 보컬과 함께, 이내 그 보컬을 잊게 만드는 압도적인 기타 사운드.

단순하게 기타를 연주하는 것만 들어보자는 이유로 가져온 펜더 럼블 25W 앰프가 찢어지는듯한 굉음을 내기 시작한다.

게리 무어의 노래에서 따온게 분명한 듯한 톤. 분명 소녀가 들고 있는 기타는 스트라토캐스터임에도 불구하고, 레스폴의 중후함을 그대로 재현한 것 같은 소리.

그것으로도 모자라, 소녀는 왼손을 마치 숙련된 기타리스트마냥 끊임없이 흔들고 오른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멜로디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그야말로 8~90년대, 팝이 살짝 섞인 블루스 락의 표본이라고 할만한 연주.

“와.”

결국 참지 못하고 터져나온 주현의 작은 탄성. 소리는 작았으나 주위 스태프들을 다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한 음량.

그리고 연주의 끝에 소녀는 짧게 피크를 끊어쳐… 소리를 정리한다.

“뭐 이정도로 편곡을 좀 해 봤는데요. 콘서트 팬서비스 용으로 좀 어떠실지.”

아까보다는 살짝 큰 박수소리는 다시 쏙 들어간다. 주현은 그런 상황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본 후 다시 말했다.

“편곡을 그쪽 밴드에서 한 건가요?”

“네. 크게 뭔가 한 건 아니구요. 밴드 사운드로 바꾸고, 리듬은 블루지하게. 기타를 좀 전면으로 내세웠습니다.”

언뜻 듣기에는 겸손해보이는 말. 하지만 주현은 수연의 표정에서, ‘너는 이걸 좋아할 수 밖에 없다’ 라는듯한 자신감을 읽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원곡 자체로도 주현은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 있지 않은가. 똑같은 음량으로 계속 음악을 듣다 보면, 언제부터인가 ‘뭔가 소리가 좀 작지 않나? 라고 느끼게 되는 것. 그래서 음량을 더 올리게 되는.

지금 주현이 느끼는 것도 그랬다. ‘여기서 좀 더 뭔가 나가고 싶은데…’ 라는 생각 자체는 매번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곡을 손대기엔 또 그래서 매번 그냥 ‘아니 뭐, 그냥 똑같은 곡 부르자. 하고 콘서트 때 재해석만 어느정도 하는 수준이었는데.

이 곡은, 완전히 맛을 틀어버린 것도 아니면서… 기존의 곡에 살짝 질린 주현의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절묘한 곡이었다.

단지 문제는 이런 곡 조차 스태프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거지만.

‘곡만 따로 사야 할까?

주현은 우선 그런 생각부터 했다. 저 애들은 내보내고 곡만 산다? 그런데 누가 그렇게 하겠는가. 미친 사람이 아닌 이상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곡을 인질로 잡겠지.

‘그럼…’

그는 스태프들을 쓱 둘러보았다. 영 못마땅한 표정이 3할, 나머지는 별 생각 없거나 저 애로 했으면 좋겠다는 느낌의 표정. 주현은 내적으로 한숨을 푹 쉬고는 입을 열었다.

“저는 상당히 마음에 들거든요. 다른 연주도 괜찮았고, 이번 편곡도 그렇고. 혹시 세션을 하는 걸로 되면, 다른 곡들도 편곡하실 마음이 있나요?”

“뭐 그래야 할 필요성이 있거나, 그럴만한 사유가 있다면 하겠죠. 곡이 좋다거나, 이런 쪽으로 해보면 어떨까 한다거나.”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살짝 오만한듯한 대답. 하지만 처음이었다면 모를까, 이제는 주현도 저 애들이 저럴만한 애들인 것을 안다. 기타는 물론이고, 베이스니 키보드니 드럼이니 전부 다 락에는 문외한인 주현이 듣기에도 꽤나 실력이 있는 모습.

“그, 그냥 곡을 판매하시는 건 어떤가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스태프 중 하나가 급했는지 살짝 더듬으며 말했다. 주현이 최초에 했던 생각. 그리고 그 말에 대한 대답은 주현이 예상했듯이…

“판매하고 싶지는 않네요.”

그런 대답으로 이어졌다.

‘이참에 우리 팀도 약간 인적쇄신 같은 걸 해야 하나?

주현은 이리저리 고민하다, 그런 생각이 도달했다. 이미 저 애들을 쓰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실력적으로도 충분하고, 매력적인 편곡조차 해 온 상태. 이걸 거절할 이유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태프 중 일부는 아직까지도 불만에 가득 차 있다.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밴드라면 모르겠다. 하지만 귀가 있다면 들어봐서 알 것 아닌가. 충분히 훌륭한 상태인데, 이 밴드를 쫒아낸다면 이사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 것인가.

‘그래야겠다. 최근에 우리 팀이 너무 고이기도 했고, 살짝 새 출발한다는 느낌으로…’

주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결코 이 밴드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니다. 인적 쇄신을 하는 김에, 이 밴드를 빌미로 삼는 것이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믿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의 행동에 확신이 있었다.

“저는 이 밴드를 세션으로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혹시 이의 있으신 분?”

그 말에 번쩍 올라간 손 몇개와, 주저주저하다 살짝 가라앉는 손들. 주현은 그 손들을 바라보다가…

“지금 손 드신 분들은, 이따가 저랑 면담 좀 하시죠.”

싸늘하게 내뱉어진 주현의 말. 불과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나마 유지되던 분위기가, 그 말 한마디에 와르르 추락한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죄송하지만 스태프분들, 도대체 지금 이 팀이 누구 팀인가요? 스태프 여러분들을 위한 팀? 아니면 저를 위한 팀?”

이글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주현의 목에서 튀어나간다. 그 목소리는 조금 높아지려다가, 부외자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다시 낮아진다. 그의 눈짓에 따라 스태프 한명이 밴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고, 장비는 허겁지겁 치워지고, 나머지는 집을 어질러놓고 처벌을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명전은 커피를 쭉 빨았다. 뭔가 이상하게 요즘은 단 커피가 좀 땡기는 기분. 예전에는 달다고 해 봐야 카페 라떼에 평상시에는 아메리카노였는데. 최근에는 이서가 시키는 무슨 왱알앵알프라뭐시기 이런 거도 꽤나 잘 마시게 되었다.

‘왠지 그런 것도 지나치게 안 달단 말이지.

명전은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너무 안 단 디저트가 최고의 디저트다’ 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이서가 먹는 류의 음료는 그냥 설탕 범벅이었는데. 요 몇달 새에는 뭔가 쭉쭉 넘어가는… 체질이 바뀌어서 그런 걸지도.

“그 회사에서 다른 이야기는 없었어?”

“뭐, 이야기를 하긴 했지.”

“어떤 거?”

“자기네 회사에 소속될 생각 없냐고. 작곡가가 그랬거든. 전담 작곡가 및 밴드로 들어오시면 대우 무조건 해 주겠다고.”

“오…”

“근데 내가 이야기했지. 그 박휘석인가 하는 분도 그 이야기 하셨는데, 안 하기로 했다고.”

며칠 동안 편곡을 하면서 인터넷을 뒤진 결과, 명전은 [엔트라인]이 꽤나 큰 회사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회사의 메인 상품이 되는 아이돌 한명과, 주력 상품이 되는 주현과 다른 가수 몇몇. 그리고 소규모 남돌 여돌 각각 한팀.

흔히 칭해지는 3대 기획사라거나 그 밑의 뭐 탄탄한 중견 기획사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 밑은 되는? 3티어? 3티어라고 하면 뭔가 좀 없어보이는데, 그래도 이름은 들어본 가수들이 많은 그런 소속사. 명전의 첫 인상보다는 훨씬 크다는 느낌이었지만… 글쎄.

“기획사가 아니면, 레이블은 어때?”

이서는 핸드폰을 보며 화장을 살짝 다듬다가, 거기에서 눈을 돌려 말했다.

“레이블?”

“밴드는 기획사보다 레이블 같은 데에 소속되지 않아? 나는 그렇게 아는데.”

“그렇긴 하지.”

레이블인가. 글쎄, 레이블도 음… 굳이 필요성이 있나. 국내 인디 레이블도 꽤나 성장하긴 했지만, 명전은 그런 쪽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그런 곳에 소속될 바에는 그냥 따로 활동하는 것이 낫다 싶어서.

하지만 유명 레이블이라면 생각해볼만 하지. 예를 들어서 뭐 EMI라던지, 콜럼비아라던지, 하베스트, 캐피톨 같은 초 거대 레이블.

“레이블은 관심 없긴 한데… 음, 생각해보면 EP나 싱글 같은 것도 슬 내봐야 할 시점이네. 그런 쪽은 매니지 끼는 게 낫긴 한가?”

“앨범 내게?”

“앨범이 아니고 EP, 싱글.”

“그게 그거지.”

“전혀 아니야.”

그게 그거 아냐? 라는 표정을 하고 있는 이서를 보고, 명전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이 가련한 중생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렇게 고개를 젖히고 있던 명전의 시야 사이로, 어디서 많이 봤던 여고생 두명이 보였다.

“시간 됐다. 연습이나 들어가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서를 데리고 연습실에 들어서니 들려오는, 이전과는 다른 스태프들의 인사 소리. 살짝 훑어보니 인적 구성이 꽤나 바뀐 느낌이었다. 이전에 봤던 꼬장부리는 사람들은 몇명 없어지고 그 대신 다른 사람들이 몇명 들어왔다.

그리고 세션이 몇명 더해진 구성. 우리 밴드만 붙어서 하는 것도 ‘가능은’ 하지만, 그러면 사운드가 비어있다고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명전의 판단에 의해 추가된 세션들이 있었다.

‘다들 잘 모르겠네.

젊은 애들도 있고, 늙은 양반도 있다. 공통점은 딱히 유명한 세션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밴드의 보조로 들어가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런 쪽에는 익숙하지 않아 일어난 일일까.

“일단 저희가 밴드를 써서 하는 무대는 이게 처음이다보니까… 리허설이 안 익숙할 수 있어요. 그래서 어, 그 리더? 세션 리더분을 뽑아야 할 것 같은데.”

“밴드 마스터요?”

굵직한 목소리가 세션 기타 쪽에서 들려온다. 살짝 덩치가 있는 남자.

“네, 뭐, 밴드 마스터.”

“음. 원래 이런 건 경력이나 실력으로 뽑는 거라서요.”

라고 말하면서, 주위를 훑어보는 세션 기타. 아무런 의미가 담겨있지 않은 동작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의도가 명확했다.

그런 기타의 몸짓에, 그저 명전은… ‘경력이든 실력이든 뭘로든 밴드 마스터는 무조건 내가 될 수 밖에 없지 않나? 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