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Ex2-novel-agent/content/references/novelpia/211768/137.md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4 KiB
Raw Blame History

그렇게 좌절된 이서의 꿈(은 아니었지만). 하지만 정유영 과장은, 그 아이디어 자체는 좋다고 생각했는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컨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멤버십 라이브 QnA로.

“네,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수연님은 화장품 어떤 거 쓰시나요?’… 여기서 이야기하면 광고가 될 것 같아서 굳이 말씀드리지는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네.”

그는 머리를 살짝 꼬았다. [헉], [말해주세요 ㅠㅠㅠ], [알고싶음] 같은 글들이 올라오는 채팅창. 하지만 말해줄 수는 없었다.

애초에 모르는데 어떻게 말해주겠는가.

화장 자체도 잘 안 하고, 해야 할 때는 혜인이 가르쳐준 대로만 하고, 만약에 화장품이 다 떨어지면 이전이랑 똑같은 것 사다달라 해서 쓰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데 “저 화장품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라고 하면 뭔가 좀 이상하게 들릴 테니까, 답변을 안 하는 게 나았다.

“수연이 쓰는 거 저 알아요. 전에 여행갔을 때 봤어. 대부분 시세이도 거 같던데…”

“… 너는 왜 그렇게 잘 아냐?”

“내가 좀 잘 알지.”

그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 그가 보라고 화장품을 들이밀고 나 시세이도 거 쓴다!! 라고 광고한 것도 아닌데 도대체 어떻게 본 건지. 제품명을 말해달라는 채팅에 “기회가 되면 알려드릴게요.” 라고 말한 후, 이서와 서하에게 들어온 질문을 읽었다.

“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나? ‘이서님과 서하님의 패션 대결에서는 누가 이겼는지 궁금합니다…’ 그러게요. 일본 여행때 뭐 자기들끼리 중고 옷 가게 가서 막 싸우던 건 기억이 나는데… 대결을 한 적이 있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기로 했어요. 끝이 안 나는 문제니까.”

그의 질문에 이서는 쾌활하게 대답했다. 이전에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던 모습은 하나도 없는 채로.

“그렇죠. 아무래도 계속 가게 되면 결국 제가 이길 수 밖에 없으니까. 줏대 없이 그냥 유행하는 아이템만 끼고 다니는 애는 이게 근본이라는 게 없어가지고…”

“너 뭐라 그랬냐?”

서로 투닥거리기 시작하는 두 명. “무슨 동묘에서 주워올 아줌마같은 무늬 옷이나 입고 다니면서…”, “그 네가 입은 옷 트위터에 가면 이상한 병신계 멘헤라계 이런 애들이 막 그렇게 입고 다니는데 따라 입은 거 아니지?” 등의 험악한 발언이 오가는 사이, 그는 둘의 마이크를 빠르게 빼버린 다음 다른 이야기를 읽었다.

“다음 질문을 좀 읽어볼게요. ‘저거 저렇게 둬도 되는 거 맞나요? 맨날 저러니까 별 상관 없어요. 원래 애들은 싸우면서 자라는 거라고 하잖아요. 그런 거죠.”

“수연님… 호랑보다 어리잖아요… 그러면서, 맨날 저랑 호랑한테 반말하고…”

“정신연령이 더 높으니까 상관 없습니다. 네 다음 질문. ‘수연님을 보고 기타를 연습중인데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쳐야 잘 치게 될까요? 음… 제 생각에 하루에 몇시간 정도 쳐야라는 질문은 적합하지 않아요. 정확히는 하루에 몇시간을 안 쳐야 되느냐가 적합하죠.”

미친 사람을 쳐다보는 듯한 현아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예를 들어 한 2시간 정도는 기타를 안 치고, 나머지 시간은 전부 기타를 쳐야 이제 좀 실력이 느는 겁니다. 처음에 쳐 보면 손이 아프고 그럴 수도 있는데, 그럼 이제 지판을 외우거나, 아니면 악력기를 좀 하거나. 이미지트레이닝을 하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이제 체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해야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악력기를 쓰고 있는데… 손가락 악력기라고 손가락만 따로 이렇게 쥘 수 있는게 따로 있거든요? 그거 하나랑, 아이언마인드에서 나온 이렇게 손을 필 수 있는 고장력 고무밴드 하나랑. 일반 손 악력기 이렇게 3개. 그 정도를 사용하고 있고…”

그는 내친김에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셔츠의 양팔을 걷어올렸다. 전완근이 명백하게 갈라진 것이 보이는 두 팔. 채팅창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이 그는 기타를 치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기타 치는 사람들 보면 대부분 여기가 엄청 두꺼워요. 이게 그럴 수 밖에 없거든요. 스트로킹 이렇게 하다보면 근육이 발달될 수 밖에 없는 거라서. 이서도 보면 아마 장난 아니지 않을까. 아 하긴 쟤는 살이 쪄가지고 뭐 그런 거랑 연관이 없을…”

“뭐라는 거야!”

어느새 말싸움이 끝났는지 갑자기 덮쳐오는 이서. 거구(여성 기준)에 치여 날아가며 그는 생각했다. 더러워서라도 빨리 좀 커야겠다고.


자체 컨텐츠의 촬영이 끝난 후.

오랜만에 모인 회의. 그는 턱을 괸 채로 PPT를 쳐다보았다. 뭔가 기대할 내용이 많아 보이는 목차. 직원 한명이 나눠주는 자료를 받아 뒤적거려보니, 말로만 떠들썩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뭔가 내용이 있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이렇게 다들 모여주셔서 감사드리고… 본격적인 내용 전달에 앞서 간단하게 몇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일단은 첫 번째 정산이 있을 예정입니다.”

“벌써요?”

“벌써… 까지는 아니죠. 음반 판매나 음원 수익도 있고, 게다가 출연한 곳도 몇 군데 있었으니까요.”

불쑥 튀어나온 이서의 질문에 대답을 해 주며, 고경민은 자료의 몇 군데를 짚었다.

“이번에 언플러그드 음반 판 것도 있고, 현아 님 대학 축제 출연비도 꽤나 받았습니다. 음악편지 출연이나 뭐 이것저것 있다 보니까… 그런데 금액이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전에 뮤직비디오 제작비라던가 이런 것들을 깎고 들어가다 보니까. 자세한 것은 따로 나눠드린 정산서를 참조하시고…”

그 말을 하자 바로 봉투를 열어 정산서를 펴 보는 서하. “아싸, 오늘 저녁엔 무파마 먹어야지.” 라는 중얼거림에, 그는 측은한 나머지 “오늘 내가 소고기 사줄게.” 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아이들이 자기도 끼겠다는 말을 하고, 혜인이 반쯤 그렁거리는 눈으로 “오늘 회식 하자!!”를 외치는 가운데…

고경민은 그런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이전에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라이브 투어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상황이므로, 일단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장으로 넘어간 PPT가 비추고 있는 것은, 전국의 특별광역시들과 그 외 큰 규모의 도시들. 그 외 작은 도시들도 몇몇개 보인다.

“일단은 특별시와 광역시는 기본이고, 각 도마다 한 곳씩 정해서 규모에 따라 공연을 벌일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순천에서는 400석 규모의 공연이 있을 예정이고, 창원시 같은 경우는… 좀 조율을 하고 있는 상황이구요.”

“진짜 전국을 다 도는 거군요.”

혜인의 중얼거림. 고경민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음 장을 보여주었다. 공연장소와 날짜가 확정된 PPT. 날짜나 공연장이 확정되지 않은 시 또한 있는 걸 보니, 아직도 조율중인 것 같았다.

“네, 맞습니다. 수익이 크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다는 점은… 이전에 사장님에게 한번 말씀을 드렸던 부분입니다. 물론 투어 전체로 보면 분명 흑자일테지만, 당장 단기적으로 보면 손해를 보는 콘서트가 있다는 이야기죠. 예를 들어서…”

고경민이 띄워주는 작은 창 하나. 공연이 확정되었다는 어떤 한 도시의 공연장. 규모는 꽤나 있어보였으나, 사진을 보면 좀 많이 열악해보였다. 공연장이라기보다는 강당이라던가 극장 같은 느낌.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매진을 하기는 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콘서트를 하는 이유는, 전에도 말했다시피 ‘인지도’ 때문이구요.”

전국적인 공연을 함으로서, 적자가 날지라도 전연령대적인 홍보효과를 얻겠다던 고경민의 말. 계획대로 되면 참 좋겠지만, 그것이 쉬울까는 의문이었다.

“그런데 전국 투어를 한다고 해서 뭔가 홍보효과가 극적으로 일어날까요. 그냥 기사 몇개 나고 끝일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점은 저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화제를 끌어모으지 못하는 전국 투어는 확실히 그냥 예산낭비일 뿐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일단 준비하고 있는 게 있는데, 하나는 마지막 조율 단계에 있구요. 하나는 얼마 전에 들어온 제안입니다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계획에 끼워 넣었습니다.”

다음 장으로 PPT가 넘어가자, 다른 멤버들이 “오~” 하는 감탄사를 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약간 그러고 싶은 기분이 되긴 했다. 확실히 무게감이 있긴 하구만.


그는 담배를 한대 물었다. 휘휘 날아가는 연기가 마치 일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사무실에 매여 앉아있는 그를 조롱하는 듯 했다. 성질만 나서 담배를 베란다에 집어던지고는 짓밟은 후, 다시 욕지거리를 하며 쓰레기통에 집어넣는다. 그러고는 다시 또 담배를 핀다. 그야말로 광인의 행각이 아닐 수가 없다.

“박세형 팀장님? 퇴근 안하세요?”

“야. 일이 있는데 어떻게 퇴근을 하냐.”

“무슨 상관이에요. 내일 하면 되는 거지.”

세형은 한가한 소리 하지 마라, 하고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직 채워지지 못한 라인업 빈칸 몇개가 그 자리에 있었다. 헤드라이너는 다 차 있었으나, 헤드라이너 바로 밑의 서브라이너가 비어 있는 상황.

이 빈칸을 도대체 누구로 채워야 할까.

‘헤더로 올라갈 정도까진 아닌데, 그렇다고 밑으로 내릴 그런 레벨은 아닌… 그런 애들이 필요한데 말이지.

박세형은 꽤나 역사가 있는 락 페스티벌의 공연 기획 책임자였다. 이제는 정통 락페라고는 보기 힘들지만, 모습을 변화시킴으로서 오히려 대중성을 사로잡은 페스티벌. 그리고 해마다 괜찮은 인디밴드를 발견하기로 유명한 페스티벌.

자화자찬이긴 하지만, 그는 그 명성의 30% 정도는 자신에게 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뛰어난 촉은 적중률이 상당히 높았으니까. 문제는, 그 촉이라는 게 올해는 발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밑에서 올릴 수도 없고, 위에서 내릴 수도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야 하는데, 서브라이너급 무게감을 가진 애들이 쉽게 나오냐 이 말이지…’

차라리 해외 밴드로 채울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료를 뒤적거려보았지만, 쉽게 나올 리가 없었다. 서브라이너급 해외 밴드가 쉽게 찾아질 리도 없거니와 찾아진다 해도 지금 섭외가 가능할지가 문제였으니까.

“뭐 하시는데요.”

“너 아까 안 갔냐? 지금 빈칸채우기 하고 있지. 골아프네 이거…”

다가온 부사수에게 그는 모니터를 보여주었다. 휑하게 비어있는 서브라이너 하나와, 일반 라인업 몇 자리.

“전에 그 애들한테 연락하신다더니 그건 어떻게 됐어요?”

“임마. 그거는 그냥 해 본 소리지 걔들이 여기 낄 급이 아니지. 그래서 일반 라인업으로 들어오라고 했는데 거절했어. 그날 스케줄이 있다던가 뭐라던가… 몰라.”

“저도 지금 생각나는 애들이 없는데…”

팔짱을 끼고 선 부사수. 세형은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그녀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야, 너도 뭐 딱히 나오는 것도 없구만. 그냥 퇴근해. 나는 좀 더 보고 가야겠다.”

“어… 아! 생각났다, 생각났다. 그 애들 있잖아요. 그… 그 누구냐. 걔들 어때요?”

“걔들이 누군데?”

“그룹 사운드.”

“그룹 사운드?”

부사수의 말에, 그는 턱을 긁적였다.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Group Sound라고 하면, 현재 한국 밴드 씬에서 가장 핫하다고 할 수 있는 밴드. 게다가 사운드가 엄청나게 빡센 것도 아니기에 그들에게도 어울리는 라인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Group Sound에게 컨택을 하지 않은 것은…

‘너무 신생이야.

정식으로 발표한 곡이 스무곡 남짓이던가. 유명하긴 하지만, 보유 곡 수부터 너무 작은 밴드. 그렇기에 락페스티벌의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의문이라 부르지 않았던 밴드가 바로 Group Sound 였다.

분명 노래나, 화제성으로 보면 서브라이너로서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비어있는 것은 토요일이 아니라 금요일의 서브라이너. 금요일은 락페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요일이며, 헤드라이너는 보통 그 해 락페의 간판을. 그리고 서브라이너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상당히 높거나, 혹은 락계의 터줏대감 급'을 부르는 자리다. 급이 안 되는 락밴드를 내보내겠다고 하면 '얘들 약먹었나? 이번 락페 좆망했네'라는 이야기를 한번쯤 들을만한 자리.

‘하지만, 모험을 해볼 가치는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핫한 밴드를 페스티벌에 데리고 온다? 그것도 서브라이너로? 혹자는 모험이라 하겠지만, 그가 보기에는 성공할 확률이 실패보다 높았다. 충분히 승산이 있는 일이었기에…

“그래. 걔들 한번 데리고 와 보자.”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