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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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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왜? 무슨 일 있어?”

이서는 그렇게 말하며 수연의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Sultan of Swing Korean girl Cover - Best one EVER!!] 라는 미묘한 제목을 달고 있는 영상.

핸드폰 카메라로 녹화한 것이 분명해보이는 화질. Sultan of Swing의 앞 부분, 보컬이 나오는 파트는 아주 일부분만 녹화된 영상. 전문적인 유튜버도 아닌지 구독자는 오십명 정도에, 영상이라곤 아파트에서 개랑 놀아주는 조회수 200정도의 영상 2개, 그리고 방금 그 영상 뿐.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제목에 진실성이 있었던 것일까.

맥락이나 설명 하나도 없이, 그저 집에서 방송을 녹화해서 올려놓은 것 뿐인 그 영상은… 며느리도 모르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조회수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당장 영상을 보고 있는 지금도 조회수가 오르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까.

“혹시 아는 사람이야?”

“아니. 그냥 추천에 뜨길래 봤는데 나네. 그런데 Best one Ever는 좀…”

그렇게 중얼거리는 수연. 이서는 “자신감을 좀 가져!”라며 수연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댓글을 쳐다보았다. 영어라서 무슨 말인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무튼 [Fucking insane], [Awesone], [Brilliant!], [Expert performance!!] 같은 말들이 마구마구 달려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칭찬 같아 보였다.

“잘 치는 걸 보고 잘 치는 거라고 하는데 그게 뭐가 문제야.”

“내가 잘 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수연의 그 말에 서하가 무심코 “개 재수없다.” 라고 중얼거렸다. “내가 세계 1위는 절대 아니지. 당장 원작자가 살아있잖아.”

“관용어구지 그런 걸 뭘 그렇게 받아들여.”

“그래도 좀 그렇지 않나?” 라는 수연에게, 이서는 “늙은이야?” 라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 수연이 긁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과연 그 생각대로 눈을 찌푸리며 이빨을 드러내는 모습. 이서는 그 모습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뭐, 누가 네 연주 좋다고 올렸는가보지. 그렇게 생각하면 되지 뭐. 저 사람이 우리한테 무슨 일 할 것도 아니고.”

이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수연에게 넘겨주었다. 뭐, 그렇게 지나갈 일이었다.

그렇게 지나갈 일인 줄 알았는데… 며칠이 지난 후. 이서는 자신의 유튜브 알고리즘이 온갖 이상한 리액션 비디오로 물든 것을 목격했다. [Sultan of the Swing Korean girl Cover REACTION!!] 같은 제목을 달고서.

내용도 다 비슷했다. 조잡한 영상 혹은 공식 송출된 영상에 나오는 기타 솔로를 보고, 머리를 싸잡고 “Oh My GOD!!” 등을 외치는 장면. 혹은 근엄하게 중얼중얼거리는(아마 기타에 대한 내용 같았다) 늙은 외국인이나, 젊은 백인 남성 등.

그녀는 왠지 웃기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해서… 그런 영상을 쭉 훑어보았다. 그리고 한 영상 한 영상을 볼 때마다 소위 말하는 ‘뽕’에 가득 찼다. 여기 언급되는 ‘월클급 기타리스트’가 바로 우리 밴드 기타리스트이고, 내 친구란 말이지.

그렇게 영상을 다 보고 나자, 그녀의 알고리즘은 또 한번 뒤바뀌어 있었다.

리액션 비디오인 것은 비슷했다. 하지만 리액션의 대상이 달랐다.

[Rock Ladies from South Korea (Group Sound Reaction)]

[WHAT A ROCKSTAR!!! First Time UK Reaction - Group Sound Reaction]

[[해외반응] 그룹 사운드를 처음 본 외국인 리액션!!]

[FIRST TIME WATCHING Group Sound - 공중정원 Reaction]

[가사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노래만 듣고 외국인들 오열한 이유 Group Sound - 별이 되어가는 것 리액션]

더이상 하수연이 아닌, Group Sound 밴드 자체에 대한 리액션들이 수도 없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한국인들이 올린 것도 있고, 외국인들이 올린 것도 있다. 조회수는 각양각색. 한국인이 쓴 것으로 보이는 댓글이 주를 이루지만(그 중에 절반은 그들의 팬이라기보다는 그냥 ‘국뽕’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같아 보였다), 외국인도 적잖게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 음악 듣는 외국인들도 있는 건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리액션 비디오를 몇개 보았다. 진심으로 감탄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조회수를 빨아먹기 위한 걸까. 그렇게 턱을 괴고 영상을 보던 이서는, 뭔가 좋은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자체 컨텐츠를 찍어보자고?”

회사 1층의 카페. 커피를 사러 온 손님에게 사인과 사진을 찍어준 후 문을 닫고 들어오자마자 이서가 한 이야기.

그는 턱을 쓰다듬으며 ‘언제부터 얘가 이렇게 회사를 생각해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회사를 생각해준 게 아니라, 어쩌면 유영 과장의 일을 대신해주고 있는 것일지도. 뭐, 아무튼 좋은 일이다. 최소한 싫어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응. 내가 얼마전에 리액션 비디오를 봤는데 말이지. 이게 재미있기도 한데, 이걸 가지고 뭔가 재미있는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서는 그렇게 말을 하며 리액션 비디오 하나를 틀어주었다. 그의 기타 실력에 관한 영상이었는데, 대략 이런 소리들을 하고 있었다.

[“와! 이걸 한번 보라고. 핑거 피킹으로 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이렇게 사운드가 깨끗한지. 이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 진짜 엄청난 연습이 필요한 것이라고.”]

[“나는 이렇게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어, 만약 이 영상을 보고 ‘이거 진짜 개쩌는걸. 기타 한번 배워봐야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그만두길 바래. 아마 너는 절대 이렇게 될 수 없을 거야.”]

[“저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말 엄청난 시간이 필요해. 아마 그녀는 수도 없이 기타 줄을 잡았을 거야. 글쎄, 최소 십년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뭐? 2년이라고? 사기 치지 마. 2년? … 세상에, 이건 조작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실력이 2년만에 나온다는 거지?”]

그런 반응을 보이는 유튜버. (그는 국외세션 경험 탓에 영어를 충분히 잘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말하기는 안 되었지만) 그는 그 심정을 이해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지만, 사실 그와 같은 기타리스트는 물리적으로 절대 존재할 수 없었다. ‘기타에만 수십년 이상 매달려 온 사람이 죽어서 여고생의 몸에 들어간다’ 라는 상상을 도대체 누가 하겠는가.

“그런데 이걸로 뭘 하자는 건데?”

그런 서하의 질문에, 이서는 잠시 재미있는 일이라는 듯 싱글거리더니 대답했다.

“리액션의 리액션을 찍어보는 건 어때? 자체 컨텐츠로.”

“리액션의 리액션? 그건 또 뭔데.”

리액션 비디오.

대략적으로 통용되는 정의로 말해보자면, ‘어떤 영상 등을 보고 반응하는 장면을 찍은 비디오’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K-pop 아이돌들이 화려하게 춤을 추는 영상을 보고 머리를 싸잡으며 “Oh My god!”이나 “Thats Crazy!”, “I Love it!!” 등을 외치는 영상.

이런 컨텐츠가 왜 소비되는거 하면, 재미가 있어서이다. 내가 보는 것도 아니고 남이 보는 것이 도대체 뭐가 재미가 있는가?? 에 대해 말해보자면, 일종의 인정욕구나 마찬가지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 나와 다른 타인에게서 인정받는 그런 상황 자체가 재미있는 것이다.

그런데 리액션의 리액션이라고 하면, 그가 이해하기로는 Group Sound를 보고 리액션을 하는 외국인의 리액션 비디오를 보고 우리가 리액션을 하자는 것일텐데.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이서의 그 말에, 그는 머리를 살짝 꼬았다. 그로서는 약간 미묘하긴 했지만… 리액션 비디오를 잘 선택하면 괜찮은 컨텐츠가 될 것도 같았다.

예를 들어 [“이 사람은 무슨 악기나 이펙터를 쓰는 거지?”] 같은 대답을 보고 그의 이펙터 세팅을 이야기해준다던가, 혹은 다른 사람의 감상을 들어본다던가. 그렇게 생각해보면 또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너희들은 어때?”

“저는… 뭐…”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하자.”

그런 아이들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하는 일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최대한 진지하게 임하고자 했다. 얼마 안 되는 시간동안 진지하게 영상을 찾아서, 최대한 정확하게 답변을 해 주었다.

[“와우. 이 톤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한 걸. 한번 이 기타리스트에게 물어보고 싶어.”]

“어, 기본적으로 제 톤은 말이죠. 기타리스트 David Gilmour의 톤을 기초로 하고 있는데요. 당시 톤을 구현할 때의 이상향은 The Dark Side of the Moon 시절의 톤과, P.U.L.S.E. 투어 시절의 톤 2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Binson Echorec, Fuzzface, Big muff, Electric Mistress 등을 사용하고 있구요, 세팅값 같은 경우는… 지금 여기 가져오지 않아서 보여드리기 애매한데. 조금 나중에 한번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기타가 진짜 최고네요. 어떻게 이런 연주를 할 수 있게 된 걸까요?”]

“기본적으로는 연습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연습… 구체적으로는 크로매틱이나 스케일, 피킹, 테크닉 연습 등을 1시간 정도 합니다. 크로매틱의 경우에는 잘 되면 200에서 220, 240까지 올릴 때도 있구요. 그 다음 학교를 갔다 와서 다시 연습을 1시간 정도 하고, Spotify를 뒤져서 기타 사운드가 괜찮게 들리는 곡이 있다 하면 귀카피로 일단 쳐 봅니다. 하루에 1~2곡 정도는 습득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구요. 그렇게 다 하고 나서도 시간이 남으면, 뭐 다른 것도 해주기도 하고…”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예를 들어 이서는…

[“내가 들어본 결과, 그룹 사운드는 정말 최고의 한국 밴드 중 하나인 것 같아.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른 멤버에 비해 베이스의 실력이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기타는 굳이 말 할 필요가 없고, 드럼과 키보드도 애드리브가 자유로운데. 베이스는 좀 갇혀있는 느낌이 드네.”]

“야!! 너 어디살어!! 마! 어드레스! 외국에 산다고 해서 막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리액션 영상을 찍는 것인지, 자기 욕을 듣고 화를 내는 것인지. 그는 이서에게 핀잔을 줄까 했지만, 다른 아이들을 보고 참았다. 이서가 오히려 ‘선녀’로 보였기에.

[“키보디스트가 약간 좀 아쉬운 감이 있어. 존재감을 조금 더 부각시킬 수 있을 텐데.”]

“… 밴드, 알지도 못하면서… 해 보기나 했… 나요? 그렇게 말 할 거면… 와서 해 보던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이러면 리액션이 아니지 않나? 라고 그는 생각했다) 가만히 듣고 있다가, 욱했는지 그런 소리를 하는 현아. 하지만 그녀조차도 약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 바로 서하였다.

[“진짜 나 이 음악 듣고 눈물이 나왔어. 정말 아름다운 음악인 것 같아.”]

“흠… 그정돈가. 그 정도는 아니지 않아요? 내가 보기에는 이 사람, 그냥 조회수 빨아먹고 싶어서 이러는 것 같아. 우리 노래가 막 그렇게 눈물을 좍좍 뽑아낼 정도의 그런 노래는 아니잖아?”

[“듣자마자 딱 느꼈지. 이 노래는 정말 최고다! 올해 들은 노래 중에서 이 곡만한 게 없는 것 같아. 이건 진짜 진심이야! 정말로!”]

“이 분 이렇게 리액션 비디오 찍으신 다음에 다른 영상에서 또 비슷한 멘트 하셨던데요. 솔직하게 말해. 그냥 돈 벌고 싶은 거잖아?”

이게 리액션의 리액션인지, 아니면 난장판인지. 그렇게 막 자기들 마음대로 카메라를 빌려다가 영상을 찍은 아이들. 그는 우려가 많았지만 일단 가만히 있었다. 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의욕을 막기는 조금 그래서.

“자! 이렇게 영상을 찍었으니까, 이제 정 과장님한테 가져다 주면 되는 거야!”

“어… 그런데 괜찮을, 까요…”

“왜 안 괜찮아? 우리가 알아서 일을 해 왔는데! 오히려 칭찬을 해 주시지 않을까?”

그런 말을 하는 이서를 앞세우고, 영상을 들고 보무당당하게 사무실에 진입한 그와 멤버들. “우리끼리 자체 컨텐츠를 찍어 왔어요!” 라는 말에 기뻐하던 정 과장의 얼굴은…

“이런 걸 어떻게 채널에 내보내겠어요. 외국인이나 다른 유튜버 비하했다고 엄청 욕 먹을 걸요? 무조건 논란 생길 수 밖에 없어요.”

“아니 그래도…”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서와 다른 아이들을 갈구더니, “왜 이런 걸 안 말리셨어요.”라고 타겟을 바꾸는 정 과장.

“어, 저는 최소한 제대로 했습니다.”

“제대로 한게 문제가 아니라, 이거 그대로 나갔으면 우리 완전 망할 뻔…”

정유영 과장이 화 비슷한 것이라도 내는 것을 한번도 본 적 없던 아이들은, 살짝 얼어붙은 채 정 과장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그는 생각했다.

‘억울하다… 나는 열심히 했는데…’

세상에는 연대책임이라는 것이 있다라는 것을, 그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