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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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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연습실에는 음악이 흐른다. 혜인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구축된 오디오 세팅을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 적당히 차분한, 하지만 경쾌한.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그림자를 파트너 삼아 춤을 추고 싶어지는 그런 음악.

もうダンスダンスダンス 誰も気づいてない

ジェメオスよりも ゆうもわな落書きに

もうステイステイ捨てる 下積み正義

嫌味に費やすほど 人生長くないの

노래를 들으며,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원래’라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을 계열의 노래. 하지만 이 몸의 영향인지, 혹은 이서의 영향인지. 그것도 아니면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뭐, 아무튼 시각이 넓어졌다는 점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여러분들을 뵙자고 한 이유는, 현아에게서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대학생들 사이에서 “반말 하는 사이야?”라는 말이 작게 오간다. 고개를 끄덕이는 건지, 아닌 건지 애매모호한 현아의 몸짓. 그는 그냥 무시하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음악편지에서 했던 언플러그드 공연을 녹음해서 음원으로 발매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원래라면 라이브본을 그냥 편집해서 음원화하려고 했지만, 사정이 있어서 그건 안 되고. 그러다보니 그냥 통짜로 녹음을 하자,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원래는 그냥 평범한 프로 세션들을 부르려고 했다. 오케스트라까지는 아니고, 밴드에 현악기 몇개를 낀 언플러그드 세팅으로. 그렇게 연습 좀 한 다음 평범한 정규 앨범처럼 녹음을 하고. 세션들도 한 1프로 2프로 정도 사용해서 녹음을 하고 발매하는 그런 평범한 앨범의 발매 과정.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그의 욕심 때문이었다. ‘더 품질이 좋은 음악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날것의 느낌을 좀 주고 싶다.

이서가 말했던 이야기. “좀 즐겁게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는 말. 의외로 사람들은 연주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 상태를 쉽게 알아챈다. ‘바람난 연인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행적을 후회하는 남성’ 같은 그런 복잡한 감정 같은 건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아무튼 ‘즐겁다’와 ‘슬프다’ 정도는 알 수 있다.

どうでもいいから 置いてった

あいつら全員同窓会

ステンバイミー 自然体に

シャイな空騒ぎ

그런 점에서, 그는 이번 언플러그드 음반에 ‘연습실에서 친구들끼리 즐겁게 잼을 하는 것이 녹음된’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마치 지금 흐르고 있는 음악처럼.

단 한번의 녹음을 위해서 모이고, 목표를 달성하자마자 헤어지는 그런 관계로는 안 된다. 마치 Eric Clapton의 공연에서 Nathan East가 보여주는 것 같은, 서로 계속 합을 맞춰보면서 흥겹게 연주를 했던 사람들만이 낼 수 있는 느낌.

그런 음악은 프로 세션들을 데리고는 할 수 없다. 자질이 아니라 비용의 문제다. 아무리 [레이블 에코사운드]가 ‘하수연’의 부모 이혜인이 운영하는 것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큰 이익을 보지 못할 게 뻔한 음반을 하루 몇백만원씩 부어가면서 제작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실력적 부분이 아쉽더라도 저렴한 현아의 친구들을 부른 것이다.

“그래도 우리도 나름 괜찮게 하는데!”

“맞아. 물론 현역 밴드에 비하면 좀 그렇긴 하겠지만…”

수연의 그 말을 들은 현아의 친구들은, 웃으며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살짝 자존심이 상한 것인지, 아니면 열이 받은 것인지. 그런 느낌을 보여주고 있었다. 서하가 이서의 귀에다가 “저 언니들 좀 열받은 것 같은데.”라고 속삭일 정도로.

‘하긴 그렇겠지.

지금 이서가 ‘프로’라고 불리고 있긴 하지만, 저 사람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서가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할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프로에 비견할 수 없다 할지라도, 그래도 음대생들이라면 어디 가서 음악 못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을 실력. 게다가 현아가 다니는 음대는 국내에서 수위에 드는 곳이니, 나름대로 자존심이 있겠지.

“어… 혹시, 수연…이? 말투가 원래 저런가? 저런 느낌이야?”

그 추측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수연이 나가자마자 현아의 친구들이 질문을 던져왔다. 이서와 서하는 난감한 듯 웃으며 “흫핳… 원래 저래요. 약간 좀 어… 저런 느낌이죠.” 라고 대답했다.

“잘 치는 건 알겠는데…”

“뭐, 천재들은 원래 저런다고 하지 않나?”

“약간 좀 상처받긴 하네.”

그 말에 살짝 부루퉁해진 것 같은 현아의 친구들. 대체적으로 ‘그래도 우리도 꽤 친다고! 같은 느낌의 대화를 하는 듯 했다.

“합, 합주 해보면 알 거에요… 좀 힘들어요.”

“에이, 우리도 다 입시 해본 사람들인데!”

“맞아.”

“입시때가 진짜 힘들었지. 그렇지 않아? 진짜 몇시간을 내내 연습만 하고…”

자신감까지 내보이는 그녀들을 보며, 이서는 생각했다. 뭐… 겪어보면 알지 않을까. 수연의 미친듯한 실력을. 그리고 지옥에서 강림한 마귀와도 같은 악랄함을.


“괘… 괜찮으세요?”

“살려줘…”

쉬는 시간. 축 늘어진 친구들을 보며 현아는 상태를 확인했다. 대부분 다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듯한 모습. 그녀는 그럴 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음악을 시작한 이래로, 세상 어느 누구도… 심지어 그녀의 예대입시를 가르쳤전 선생이나 교수들조차도, 수연보다 혹독하게 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우리가 지금 녹음을 할 건데 피아노를 그렇게 푸시하면 어떻게 해.”

“바이올린! 몰아쳐야죠! 좀 더 리듬을 타고! 지금 다들 신나서 템포 올렸을때는 같이 따라와줘야 할 거 아니에요. 아까 말했잖아요. 우리는 아마추어. 그냥 칼같이 메트로놈 딱 딱 틀어놓고 할 거면 여러분들 제가 부른 이유가 하나도 없어. 그냥 연주를 느끼라니까?”

“베이스, 둘 다 안 묻히게. 개별적으로. 두개 다른 악기잖아. 느낌을 살려줘야지 둘이서 왜 문대고 같이 앉아있는 거야.”

맨 처음 밴드를 시작했을 때가 생각나는 광경에, 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도 음대 입시를 겪어보긴 했지만, 수연이 해주는 피드백만큼 밀도있고 힘든 것을 겪어본 적은 없었다.

당장 산증인도 있지 않은가. 재능이 있다곤 하지만, 베이스를 친 지 1년 정도밖에 안 되는 애를 프로 무대에서 무리없이 연주를 할 수 있게끔 만든 것이 바로 수연의 피드백이었다.

“잠시 좀 쉴게요. 커피 한잔씩 마시고들 합시다. 어떤 거 드실래요?”

수연이 그렇게 주문을 받고 사라지자, 입을 열기 시작하는 그녀의 친구들.

“와, 진짜 빡세다.”

“무슨 교수님이 대학원생들 잡는 줄 알았네. 원래 이래? 오늘만 피드백 세게 하는 거지?”

“아, 아니요… 오늘은 좀, 약하달까…”

“이게 약한 거라고?”

아연실색하는 표정에, 현아는 살짝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수연의 피드백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발라드 가수 주현과의 콘서트 세션에서도, 어디 가서 무시 절대 안 당할만한 프로들을 모아놓고도 거의 폭격에 가까운 피드백을 했던 수연이니까. 게다가 누구도 반박을 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예전… 에는, 좀 더 심했어요… 요즘은… 다들 실력이 좋아져… 가지고, 나아졌달까.”

“막 밴드 시작했을 때! 저 진짜 합주 4시간 한다 치면 3시간은 저만 엄청 갈궜다니까요. 그렇게 하지마라, 이렇게 쳐라, 이렇게 쳐라… 귀 터지는 줄 알았어요. 취미로 배운지 1년 정도밖에 안 된 사람한테도 그렇게 막 엄청 갈궜다니까.”

“1년 밖에 안 됐다고?”

화들짝 놀라는 현아의 친구들. 그 중 한명은 뭔가 우물우물거리더니, 상당히 미안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솔직히 나 이서… 보고 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거든. 저 나이때 밴드 데뷔 할 정도면 엄청 어릴때부터 쳤을 텐데 하면서. 그런데 1년밖에 안 됐다고 하니까… 완전 말이 안 되는 수준이네.”

반성해야겠다며 그녀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 그녀를 이서가 살짝 우쭐해진듯한 느낌으로 위로하는 사이, 서하가 그런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수연이는 밴드 시작 시점에 1년도 안 배웠을걸요.”

그 말에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 폭발적인 반응이 올라왔다.

“그게 말이 돼??”

“가능해?”

“저 실력이 진짜 2년도 안 된 거라고? 말도 안 된다 진짜.”

“와, 재능차이 개레전드네.”

다양한 감탄사를 늫어놓으며 수연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친구들. 무슨 두살때부터 기타만 친 애인 줄 알았다던가, 10년동안 최정상급 세션한테 레슨을 받은 실력이라던가, 기타 등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러던 와중 누군가가 뭔가 심각한 사실을 깨달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니 그런데, 우리한테 피드백을 해 주는 건 우리 악기 쪽까지 다 알고 있다는 거잖아. 그게 가능해? 그렇게 짧게 배웠는데?”

“뭐… 그게 재능 아닐까요.”

이서의 말에 뭔가 숙연해진 분위기. 현아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뭔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친구들이 하고 있는 생각은, 현아가 수연을 봤을 때 했던 생각 그대로의 것이었다. 결국 사람은 다 똑같구나.

“아무튼 뭐, 다시 제대로 해 보죠! 재능있는 사람은 있게 두고, 우리는 또 우리대로 해 나가야 되는 거니까!”

그런 침울한 분위기를 깨트리는 듯 외친 이서의 말에 다시 떠들썩해진 연습실. 커피를 잔뜩 사들고 들어온 수연만이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채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후로도, Group Sound와 현아의 친구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을 거듭했다. 몇주 몇달동안 세션에 몰두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꽤나 많은 시간을 합주에 투자했다.

그 이유는 수연의 말 때문이었다.

“애드리브는 익숙함과 여유에서 나옵니다. 그냥 보고 치고, 따라가기에 급급한 사람들은 절대로 그런 걸 가질 수가 없어요. 시도한다 해도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구요. 걷기도 전에 뛰려고 하는 건데, 불가능할 수 밖에 없잖아요.”

어느정도 연습을 했으니 이제 녹음을 해도 되지 않겠냐던 다른 사람들과 회사 직원들의 의견. 거기에 반대를 하며 수연이 내세운 주장이 저것이었다. ‘날것’, 혹은 ‘즐거운 것’. 그런 수연이 내고 싶은 언플러그드 음반의 분위기는, 이 정도 수준가지고는 안 된다는 말.

그런 수연의 지론에 따라 그들은 연습을 거듭했다. 나중에 가서는, 많게는 아니더라도 돈을 받고 오는 현아의 친구들이 “돈을 벌어가는 건 좋지만 너무 힘들다…” 라는 말을 할 정도로.

그렇게 연습을 했던 결과, 그들은 결국 수연에게서 원하는 말을 얻어낼 수 있었다.

“대략 80%까지는 올라온 것 같네요.”

100% 만족할만한 말은 아니었지만.

“이제야 80%라고?”

“뭐, 100%는 만들기 힘들지.”

그 말에 어처구니 없다는 듯 중얼거린 이서.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었다. 수연이 그들을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한참 먼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기에.

“슬 녹음 단계로 들어가도 될 것 같긴 하네요. 100%야 뭐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니까 제외하고. 하루 날 잡고 좀 장비 좋은 녹음실 빌려가지고 녹음해보면 괜찮은 라이브 나올 것 같기도 해요.”

환호성이 터져나와야 할 것 같은 대목이었지만, 왠지 현아의 친구들은 침묵하고 있었다. 그렇게 살짝 분위기가 이상해지려던 찰나, ‘친구들’ 중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우리, 지금까지 엄청 연습했잖아.”

“그렇죠.”

“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번 녹음 한번 하고 끝나는 거.”

그 말에 이서는 수연을 쳐다보았다. 수긍하는 듯한 표정. 그리고 이어진 말은, 꽤나 재미있을 것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학교 축제가 곧 있거든… 혹시 거기에서 한번 우리 무대에 서 보는 건 어떨까? 진짜 라이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