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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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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일단 정규 앨범 녹음 진행 상황에 대하여 설명드리겠습니다.”

혜인과 고경민, 정유영, 그 외 레이블 직원들과 그룹 사운드 밴드원들. 정규 앨범 제작 관련자 모두가 소집된 프로듀싱 정규 회의. 고경민은 그렇게 말하며 레이저포인트를 잡고는, 프로젝터 한 쪽을 가리켰다.

“현재 제작중인 곡은 총 10곡. 그리고 현재 녹음이 진행되고 있는 곡은 3곡. 완성된 곡은 현재 1곡입니다. 진척도는 약 20% 정도이며, 예상보다는 좀 느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고경민의 말에, 혜인이 볼을 살짝 쓰다듬었다.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

“제가 전에 수연이에게 말을 들었을 때는… 수록곡이 12곡에서 15곡 정도 된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현재 10곡 정도 진행중이라면 진척도가 훨씬 높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음, 설명하기 약간 좀 미묘하지만… 보통은 앨범을 만들기 위해서 딱 그 앨범에 필요한 곡만 제작하지는 않습니다. 훨씬 많이, 예를 들어 2배수 3배수를 제작한 다음 아닌 건 추려내고 다듬어서 세트리스트를 맞추는 쪽으로 가죠.”

그런 설명에 명전은 일화 하나를 떠올렸다. Beach boys의 Brian Wilson이 자신들의 앨범 Smile의 세트리스트를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완성하지 못했고, 결국 미완성 상태에서 릴리즈를 해버렸던 사례.

“왜냐하면 12곡 앨범을 위해서 12곡을 만든다면 분명 부족한 퀄리티의 곡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일단 곡을 많이 만들어낸 다음 퀄리티를 엄선해서 앨범에 곡을 수록합니다. 그래서 음악가들이 미공개 곡들이 많은 것이구요.”

고경민의 설명에 혜인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습을 본 경민은, 시선을 돌려 명전과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기한에 맞출 수 있겠습니까?”

“음… 솔직히 말하면 글쎄요. 자신이 없긴 합니다. 아시다시피 곡이라는 게 만들어야겠다! 라고 다짐을 한다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보니까요.”

명전은 그렇게 말하며 아이들을 슬쩍 쳐다보았다. 왠지 모르게 경민이 했던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는지 자기들끼리 “아 그러면 나 곡 더 만들어야 되는 거야?” 라고 쑥덕이는 녀석들. 명전은 이마를 짚었다. 이 녀석들도 몰랐단 말인가.

“하지만 기한은 최대한 지켜야 하는 법이죠. 일단 해 보고, 정 안 된다 싶으면 일정을 미루는 쪽으로 가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 없겠죠. 곡 작업이라는 건 밴드 멤버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래도 뭐… 만약 곡 구매가 필요하다거나, 프로듀서가 필요하시다면 말씀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밴드에게는 어찌보면 치욕스러울 수도 있는 이야기. ‘자체 프로듀싱을 못 하는 밴드’. 고경민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속에는 ‘기한 못 지키면 외부 프로듀싱을 고려하겠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명전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기필코 아이들을 재촉해야겠다 다짐하며, 고경민이 띄운 다른 자료를 보았다. 앨범 관련 사항들이 이리저리 적힌 PPT.

“다음으로 진행해야 할 것은, 앨범 컨셉 관련입니다.”

“전에 정한 거 아니었나요? 수연이가 곡을 들고 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서의 이야기에, 경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전반적인 컨셉은 그걸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이제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필요한 작업을 들어가야 하니까요.”

컴필레이션 앨범(보통 히트곡을 모은 음반)이 아닌 이상에야, 앨범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만들어지게 된다. 그 주제는 사상일 수도 있고, 이야기일 수도 있으며, 하나의 경험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정해진 컨셉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들의 이야기’ 뭐… 그런 느낌이지만, 이게 좀 지나치게 넓은 감이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팬들이나 일반 사람들에게야 ‘우리들의 이야기를 모은 앨범입니다. 라고 설명하면 그만이지만.”

그렇게 말하며 고경민이 띄운 것은, 다양한 앨범들의 커버와 뮤비들이었다.

“만드는 우리가 디자이너나 영상감독님들한테 가서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컨셉입니다. 라는 말만 해가지고는 일이 안 되니까요. 제목. 앨범 표지. MV. 의상. 단독 콘서트를 할 거라고 하셨으니, 콘서트 무대 컨셉 등. 이런 것들을 하나로 묶는 이미지가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경민은 설명을 시작했다.

만약 앨범의 내용물이 다 만들어진 다음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면, 당장 지금 정할 필요는 없다. 세트리스트까지 다 나온 다음 그것을 고려해서 디자인을 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6개월 안에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다 만든 다음 거기에서 컨셉을 따온다면 당연히 시기적으로 늦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역도 마찬가지다. 6개월 안에 따로따로 하는 것은, 앨범 작업의 시간 자체를 줄여버리는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고경민의 설명이었다.

“대략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은데…”

명전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가 처음에 멤버들에게 Entangle을 들려줌으로서 앨범의 전반적인 컨셉을 제시하긴 했으나...

그것을 뭔가 정제된 이미지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들은 아이들이 알아서 그 곡을 어떤 느낌이구나 한 다음 자기들의 생각에 따라 컨셉을 구현해내는 방식이었고, 그 때문에 아이들 간에 컨셉의 온도나 편차가 있었다.

경민의 말은, 그런 것을 막음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컨셉을 설명할 수 있도록 보다 해석이 쉽고 구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리라.


그런 다음 ‘앨범의 이미지’와 함께, ‘유입용 컨텐츠’를 만들자고 하며 경민이 추가 설명자료로 들고온 것이 그 프릴 달린 의상이었다. “이 앨범의 경우는 매우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는 설명까지 덧붙여서.

“네?”

명전의 외침에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을 지은 고경민.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연단위의 시간을 여자로 살아오면서, 입을만한 옷은 다 입어봤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고 정서라는 것이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그가 짧은 탱크탑에 핫팬츠를 입을 수는 없는 것처럼, 프릴 달린 이상한 일본 아이돌풍 드레스도 마찬가지였다. 해도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저는 절대 저런 것 안 입을 겁니다. 저한테 강요할 생각일랑 꿈에도 꾸지 마십시오.”

“아니, 이걸 입자는 게 아니라…”

“입자는 게 아니면 그런 걸 왜 가져왔다는 말입니까? 네? 그거 자체에서 이미 의도가 있다는 것 아닌지?”

사무실이 떠나가라 외치는, 평소보다 말투가 많이 흔들리는 그녀의 친구. 이서는 머리를 긁었다. 얼마 전부터 계속 생각하던 거지만, 이제는 확실해졌다. 그녀의 친구 ‘하수연’은 킥보드 사고때 뇌가 좀 망가진게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렇게 사람이 바뀔 수가 있겠는가. 별로 안 친하던 시절 인스타그램에 맨날 반쯤 헐벗은 사진 올리던 애가, 이제는 무슨 프릴 치마 하나 입는 거에도 완전 발작이라니.

‘진정한 유교걸이네.

“연수, 진정 좀 하고.”

“진정을 하게 생겼냐?”

“지금 고 부장님이 당장 입자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그 말에 잦아든 것 같은 ‘하수연’의 움직임. 그러나 이서가 잠시 수연의 등을 토닥이는 사이, 현아의 발언이 옆에서 쏜살같이 날아와 수연을 덮쳤다.

“애… 애초에, 옛날에 보면… 인스타에도 막, 그런 막, 저런 거보다 더 한 거… 그런 거 많이 올리셨던데…”

악의 없는, 아니 악의가 있을지도 모르는 현아의 직설적인 발언. 그 말에 수연은 잠시 굳어있다가 발작적으로 외쳤다.

“그건 내가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맞잖아. 그때 나 완전 놀랬어. 밴드 들어왔을 때는 엄청 조신하게 입고 있던 한살 어린 여자애가, 인스타에 가보니까 무슨 그때 중학생이었는데 반쯤 헐벗고…”

“아니라고!!”

“무슨 교복 치마를 엉덩이 보이기 직전까지 끌어올려놓고. 07년생 이런거 해쉬태그로 올려놓으니까 나도 웬만한 거는 그냥 무시하는데 내 안의 유교드래곤이 막 깨어나는 게 느껴지더라니까.”

“아니라니까!!”

왠지 모르게 진실성이 느껴지는 수연의 외침.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비웃는 서하와 현아.

“수연아. 엄마는 그런 거 진짜 좋지 않다고 생각해…”

혜인의 그런 말에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이 부들부들대는, 하지만 엄마라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수연. 그 틈을 타 이서는 잠시 수연의 등을 토닥이고는, 고경민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무튼 이제 저런 것처럼… 잘 만들어진 이미지는 잘 만들어진 앨범과 어쩌고. 그런 걸 만든다는 게 부장님이 말하고 싶으신 거죠?”

“네, 그렇습니다. 뭐 어쩌면 그게 역이 되었을 수도 있긴 합니다만, 아무튼 우리 정규 앨범 제작에 있어 일종의 이미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것은 확실합니다.”

방금 그 꼴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고경민 부장. 이서는 억울해서 죽으려고 하는 상태의 수연(도대체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을 힘으로 눌러 앉히고는, 머리를 긁었다. 이미지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걸까.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의 세션. 명전은 세션을 위해서 만난 한국 메이저 락 밴드, 테일러드의 리더 김철연에게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정규앨범의 근황을 궁금해했기에.

“뭐, 다들 그러는 법이긴 하죠. 첫 앨범이니까. 아니 첫 앨범은 아닌가? 여러분 EP도 냈잖아. 그때는 그런 일 없었어?”

“그 때는 제가 다 만들어서.”

“아~ 뭐 그럴 수 있지.”

철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만들면 아무래도 그런 게 편하지~” 라는 중얼거림에, 명전은 속으로 동감했다. 혼자 다 하면 이리저리 귀찮은 일 안 겪어도 될 텐데.

“그래도 뭐 같이 하고, 사람들 많이 끼는 게 앨범 퀄리티가 나오는 편이니까. 디자이너가 있었다면 조금 편하긴 하겠지만.”

“테일러드는 디자이너 있으십니까?”

“우리야 뭐, 외주 주죠. 의상은 코디 있고.”

명전의 질문에 철연은 그렇게 답하며 이리저리 설명을 해 주었다. 앨범 표지나 MV같은 건 다 외주. 전체적인 디자인 컨셉은 그냥 자기들끼리 고민. 그 외 의상디자인이나 그런 건 다 코디네이터 사용하고, 무대 디자인도 외주 등등.

“디자인 도맡아 하는 직원이 있으면 편하긴 하지. 근데 무슨 큰 회사 아닌 이상에야 그렇게 막 직원을 뽑을 수가 없으니까. 그거 외주인력 말고 내부직원으로 뽑으려면 디자인 팀 자체를 채용을 해야 될 걸? 거의 다섯명 정도 뽑아야 되지 않을까요.”

“네? 한 명으로 안 됩니까?”

“요즘 세상에 그런 걸 누가 한명이 다 하나.”

철연의 말에 명전은 머리를 꼬았다. 옛날에는 그냥 음반사 여직원 한명이랑 외부 인력 한명이 붙어서 저런 디자인 일 다 처리했던 것 같은데. 디자인이야 그냥 다 비슷비슷한 거 아닌가. 내나 다 예술하는 애 데려다가…

‘아니, 이러니까 자꾸 꼰대 소리를 듣지.

명전은 머리를 흔들어 그런 생각을 지워버렸다. 점점 더 아이들의 놀림이 심해지는 만큼, 그도 옛날 사고방식을 버려야 했다. 언제까지 놀림만 받고 살 것인가. ‘서명전’의 사고방식을 가져가면 가져갈수록, 허구한 날 꼰대라며 놀림받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아무튼 뭐, 옛날 생각 나네. 그렇지 않냐? 우리도 옛날에 이랬잖아. 앨범 막 제작할 때 허둥지둥하고…”

“그러긴 했죠. 그런데 우리는 이쪽보다는 고생이 덜 했던 거 같은데? 아무래도 디자인이니 의상이니 그런 걸 신경 안 써도 됐잖아.”

그런 생각을 하는 명전을 앞에 두고, 철연과 동료들은 자기들의 옛날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명전은 그런 이야기를 조금은 귀를 기울여 들었다. 그보다 까마득한 후배들이었지만, 그래도 앨범 제작에 있어서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베테랑이었기에.

“어때요. 우리 뭐 앨범 예전에 작업했던 자료나 이런 것들 한번 볼래요? 참고가 될지도 모르잖아.”

그렇기에, 그런 철연의 제안이 들어왔을 때 흔쾌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