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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컨텐츠?”
“네! 자체컨텐츠!”
정유영의 말에, 명전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게 아닌가 생각했다. 자체 컨텐츠… 뭘 말하는 걸까. 자체 제작 컨텐츠? 그게 뭘 의미하는 거지. 하지만 그 생각은 이내 사라졌다. 얼마 전 배운 용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자체컨텐츠, 줄여서 자컨.
사전적 의미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 ‘자컨’이라는 말은 요즘 ‘아이돌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컨텐츠’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쉽게 말해 아이돌들이 자기들끼리 리얼리티 찍거나 Vlog 찍거나, SNS 이벤트 하거나 기타등등… 아무튼 다른 방송사나 컨텐츠 제작사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팬들을 위하거나 끌어모으기 위해서 제작한 것을 자체컨텐츠라고 하는 것이다… 라고 ChatGPT가 가르쳐주었다.
‘참 나도 신세대에 많이 적응했단 말이지. 그런 신세대 컨텐츠도 사용해보고…’
자신이 모르는 것을 ChatGPT에 찾아봤다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하며,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거 자체가 늙은이의 증명이라는 것은 모르는 채로… 명전은 계속해서 정유영의 말을 경청했다. 흥미로운 이야기였기에.
“저는 락밴드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리고 만약 제가 락밴드의 방식에 적응하길 원했다면, 사장님이 저를 뽑지도 않으셨을 것 같구요! 아무튼 제가 생각하기에는, 여러분들은 충분히 자컨으로 흥할 수 있는 타입의 그룹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왜 그렇죠?”
순간 말을 자르고 들어오는 고경민의 질문. 살짝 불쾌할 수도 있는 타이밍이었으나, 정유영은 싱글싱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왜냐하면! 일단 네 명이 다 이쁘잖아요! 이쁘면 다 됩니다! 이게 얼굴 합이 좋으니까, 일단 지루하던 말던 간에 얼굴 보고 다 풀리는 그런 감이 있어요!”
“일리 있네…”
이서의 혼잣말. 명전도 그럴 것 같다 생각했다. 이쁘고 잘생기면 집안 가산까지 다 거덜내서 주는 시대인데, 영상 하나 못 봐줄까.
“그리고 아무래도, 일단 십대들이다보니까! 제가 여러분과 대화를 많이 해 보지는 않았지만, 십대들이 하는 컨텐츠는 일단 뭘 해도 재미있어요! 에너지라는 게 있거든요. 주요 소비자층인 20대 30대들은, 이쁜 십대 여자애들이 웃는 거만 봐도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말하고도 한참을 자컨의 정당성에 대해서 설파하는 정유영. 명전은 머리를 살짝 꼬며 멤버들을 보았다.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 보이는 듯한 세 명의 아이들.
이서는 꽤나 흥미가 있는 것으로 보였고, 현아는 음… 뭐 평소와 같이 걱정 가득한 모습. 서하는 불만이 있어 보이는 눈치.
‘하긴, 서하는 ‘아이돌’ 비슷한 게 아니라 ‘정통 락 밴드’를 하고 싶어하는 눈치니까…’
하지만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튼 가릴 것은 없다. 게다가 이미 이전에 ‘상업적 영업 방식’을 채택하겠다고 말까지 하지 않았는가. 저 정도는 그냥 뭉개고 가도 된다. 나중에 뭐 부루퉁하게 입 댓발 나와서 “나 하기 싫다고!”라고 하면 아무튼 달달한 거나 마라탕 같은 거 먹이면 풀어질 것이라고 명전은 생각했다.
“근데 그러면, 어떤 자컨을 하게 됩니까?”
“음…! 좋은 질문입니다!”
정유영은 다시 아이패드를 넘겼다. 소개되는 여러가지 유형의 ‘자컨’들. 명전조차도 이름 꽤나 들어본 아이돌들이 나오는 컨텐츠가 여럿 예시로 제시되자, 이서가 “오~” 하며 탄성을 질렀다. 서하도 짐짓 안 그러는 척을 하면서도, 슬쩍슬쩍 관심을 보일 정도였다.
“이 컨텐츠들은 제가 제작에 참여한 것들입니다! 물론 전체 다 제가 만든 건 아니구요! 몇개는 진짜 일부 정도만 참여했고, 몇개는 좀 주도적인 아이디어를 낸 수준이지만요. 아무튼 이 중에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의 이미지를 해칠 뭔가 그런 건 하지 않을테니까요!”
“아니 그래서 어떤 거를…”
“그건, 비밀입니다!”
그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세요! 라며 싱글대는 정유영. 명전은 잠시 뭐라고 말하려다가, 그냥 관두었다. 하긴, 미리 알고 있어봐야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99 NEW! 과오 | GROUP SOUND | 과오]
현아는 차트 사이트를 응시했다. 오디션 이후 잠시 차트에 머물렀던 그들의 곡. 활동을 중단한 후에는 장르음악 차트의 하위권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곡이었는데, 어느새 메인 차트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이었다.
‘역시 수연님의 라디오 덕분인가…’
[최수경의 늦은 밤 콘서트]. 현아 자신도, 소맛님(이서)도, 호랑(서하)도 들어보지 못했던 그런 라디오. 수연만이 “아니 이걸 안 들어봤다고?”라며 반응한 후, 왠지 늙은이 취향이라는 말에 화를 냈던 프로그램.
그렇기에 그녀와 다른 아이들은, 수연의 라디오 출연에 큰 기대감을 가지지 않았다. 단지 ‘기성 미디어’ 출연에 의의를 두었을 뿐. 그것은 수연도 마찬가지였어서, “뭐 그냥 출연하면 좋은거지. 나쁠 거 없지 않나?” 라는 말만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착오였다.
수연이 라디오에서 불렀던 곡은 총 4개(원래는 2개만 부르기로 되었지만, 앵콜을 받아 2곡을 더 불렀다). 커버곡이었던 메시아 어쩌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정규앨범의 곡 하나. [과오]. [잿빛의 나날들]. 그 중 처음 반응이 온 것은 [잿빛의 나날들]이었다.
[Playlist 요즘 당신이 좋아할만한 요즘 감성 한국 락 밴드]
수연은 “음악 도적놈들”이라며 엄청나게 혐오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런 수연조차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요즘 플레이리스트의 위력이다. 잘 만든 플리, 흥하는 플리는 조회수가 백만 이백만을 넘기기도 한다.
결과는, [잿빛의 나날들]의 차트인.
[46 잿빛의 나날들 | GROUP SOUND | Plastic Nostalgia]
물론 메인 차트가 아니라 락/메탈 차트였지만, 저 밑으로 내려갔던 곡이 다시 50위권 안에 들어갔다는 것은 엄청나게 고무적인 소식.
그리고 이 소식을 뒤쫒아온 것이 바로, [과오]의 부활이었다.
[얼마전에 라디오에서 들은 곡인데요]
(과오 유튜브 링크)
확실히 요즘 락밴드들이 스킬이 많이 늘었다는 게 느껴지네요
저는 모던락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 이런 곡은 들을 만 한 것 같습니다
일반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잠시 화제가 되고 그쳤던 이전과는 달리, 이번 라디오 송출은 [과오]를 음악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게 만들었다.
한국 락의 희망이냐 아니냐, 이런 곡이 흔치 않은 것인가 아닌가, 너희는 맨날 늙은이들이라서 늙은 곡만 듣고 최신 곡은 안 듣는 것이다 등등… 수많은 복잡한 반응이 있었지만, 아무튼 중요한 것은 [과오]가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이런 기성 미디어… 라디오가 아직도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게 놀랍네.’
현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회사 계정을 통해 EP의 판매량을 체크해보았다. 많이 팔려봐야 몇장 수준이었던 근래 판매 추세와 달리, 최근에는 그래도 백장 단위로 판매가 되고 있었다.
이와 함께 공식 채널의 구독자도 상당히 오른 추세. 물론 수연의 개인 채널인 [White Room]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었고, 아직 실버 버튼도 받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아무튼 발전했다는 것은 확실했다.
“뭐 보고 있어?”
그렇게 밴드의 발전에 히죽대며 노트북을 보고 있던 현아. 갑자기 치고 들어온 목소리는 수연의 것이었다. 살짝 느긋한, 하지만 대답을 강요하는 위압적인 느낌도 가진. 평소 수연의 목소리 그대로.
그 말에 현아는 고민했다.
‘지금 우리 밴드의 간판 곡인 [과오]가 TOP 100 차트 안에 진입했고, [잿빛의 나날들]은 락/메탈 차트 순위권에 올라 있으며, 앨범 판매량도 늘었고, 공식 유튜브 구독자도 상당히 많아졌구요… 그리고 그 외에도 수많은 호재요인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이제 이런 글 같은 걸 보면…’
어떻게 자신의 뜻을 전달해야 할까. 현아는 수많은 자료들을 통해 자신이 분석한 것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한참 고민한 결과, 현아는 자신의 뜻을 완벽하게 요약하는 말을 내놓을 수 있었다.
“좋… 좋아요.”
“…뭐가 좋은데?”
한참을 기다리게 한 후 나온 대답이 ‘좋아요’라는 것에 살짝 열이 받은 수연. 절로 한쪽 눈썹이 치켜올려지며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히… 히에엑…”
“빈님 진정해~ 진정해. 괜찮아요. 수연이는 안 물어. 야생동물이 아니라고.”
때마침 나타난 이서의 뒤로 은근슬쩍 피해버리는 현아. 이서는 그런 말을 하며 현아를 이리저리 쓰다듬었다. 그 광경을 본 수연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을 던졌다.
“무슨 사람을 애 다루듯이 그래. 현아가 너보다 어리냐?”
“너는 안 어려?”
“음… 아니, 뭐 그런 걸 이야기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는지 입을 살짝 다물었다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수연. 이서는 집요하게 말꼬리를 물며 추격했다.
“뭘 그런 걸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니야. 딱 봐도 그런 이야기 하려고 했으면서.”
“아무튼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뭘 그만해 뭘! 저거 봐. 자기 불리한 이야기 나오면 그냥 도망간다니까.”
이서는 할 말이 없어졌는지 슬쩍 자리를 뜨려는 수연을 붙잡았다. 하지만 수연은 “커피 사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부리나케 사라져버렸다.
‘좀 있다가 촬영인데 어디 가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이서는 서하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아무튼 날이 갈수록 점점 뻔뻔해지고 있는 수연이었다. 처음에는 안 저랬던 것 같은데…
“오늘 촬영은!”
레이블 사무실. 간단하게 촬영을 할 수 있게 마련된 공간. 명전은 촬영용 대형 카메라를 옆에 두고 화이트보드를 가리키는 정유영 과장을 쳐다보았다. 의욕이 넘치는 모습.
“일전에 말했던 것처럼 자체 컨텐츠를 할 예정인데요! 첫 촬영이니만큼, 막 엄청난 걸 할 건 아니구요, 간단하게 여러분들을 유튜브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그런 느낌의 컨텐츠로 마련해봤습니다! 이름하여…”
보드마커가 화이트보드에 마찰되는 소리가 들린다. 한참 끼익끼익댄 후, 완성된 글자는 ‘첫 인상’.
“여러분들의 첫 인상! ‘첫 인상을 알아봅시다!’ 시간입니다!”
“너무 유아적인 거 아닙니까?”
“전혀 아닙니다!”
약간 황당한 기분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상처되는 말을 바로 뱉어버린 명전. 아차하는 심정이었으나 정유영은 전혀 개의치 않아했다.
“첫 인상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과연 우리 하수연 리더님의 첫 인상은 어땠을까! 이서는? 현아님은? 서하님은? 과연 밴드원들에게 어떤 인상으로 다가왔을까! 그리고 지금의 인상은 어떨까! 멤버들은 서로를 어떻게 생각했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것을 알아보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강세를 주려는 듯 살짝 말을 끊은 정 과장.
“가감없이! 솔직하게 쓰는 것! 그리고 답변에 상처를 받지 않는 것! 그게 중요해요! 여러분들이 막 서로를 아껴주겠다고 “저는 누구를 처음 봤을 때부터 천사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거 안 통합니다! 그렇게 생각할 사람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이미지 관리 하지마시고!”
“아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이미지 관리 하지마시고!”
정유영의 삿대질에 살짝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은 서하. 그 모습에 명전은 ‘하늘이 무너져도 쟤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는, 하수연 양의 첫 인상입니다! 수연 양은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의 첫인상’을, 다른 세 분은 ‘하수연 양의 첫인상’을 바로 적어주세요! 고민 없이!”
명전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한 후, 종이에 상당히 긴 문장을 적었다. 평소에 그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뭔가 망설임 없이 하나의 단어를 적은 느낌.
“삼… 이… 일! 됐습니다! 그럼 이제 수연 양의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의 첫 인상’을 들어볼까요!”
“저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자신이 자신의 인상’이라는 걸 생각할 수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결국 인상이라는 건 타인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보니까,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런 건 사실 크게 상관이 없고.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의 이미지는 그냥 자기가 그렇게 생각할 뿐인, 일종의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 그런 이미지가 아닌…”
“네 잘 들었습니다! 아무튼 뭐, 약간 좀 이상하긴 한데요!”
자신의 첫 인상 카드를 들고 자신의 철학을 이리저리 설명하던 명전은, 정유영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아니 사람이 자기 철학을 설명하는데… 어? 이게 세상이 이래서야 되겠냐고.
“그럼 이제 다른 사람들의 대답을 볼까요!”
그 말에, 그는 살짝 기대했다. 명전 자신은 [자기가 자기를 평가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어느정도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었다.
‘살짝 진지하면서도 차가운. 그러면서도 실력이 있는. 뭐 그런 느낌 아닐까. 아무래도 외모적인 측면도 있고, 나라는 인간이 가진 이미지 자체가 좀 그런…’
[양아치]
[일진]
[노는 애]
세 명이 든 종이는 철자 자체는 달랐지만, 결국 똑같은 뜻을 가지고 있었다. “푸하학!” 이라며 반쯤 졸도할 듯 웃음을 참는 정유영을 무시한 채, 명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가자 이거지…”
어떻게든 그와 눈을 마주보려는 것을 피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명전은 서늘하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오늘 펜에 피를 묻혀야 할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