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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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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 영업 방식?”

“응.”

무슨 말인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세 명의 아이들. 명전은 종이를 건네주고는 말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락 밴드 시장은 현재 이원화되어 있는 상태지. 메이저 씬에 진입한 밴드와 그렇지 않고 인디에 머무르는 밴드. 이 둘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아냐.”

일본은 락 음악이 활성화되어 있는 만큼, 메이저(メジャー)/인디즈(インディーズ)가 확실하게 나뉘어 있다. 나누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유명 레코드 회사에 소속되어 앨범을 내고 음악으로만 먹고 살면 메이저. 그렇지 않으면 인디즈라고 부른다.

한국은 이와 다르다. 뚜렷한 기준이 없어 구별하긴 힘들지만, 명전은 메이저 밴드를 ‘레거시 미디어에 다수 출연할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밴드’로 정의하는 편이었다. 왜냐하면 명확하게 타겟만을 노려 송출되는 뉴미디어와 다르게, 레거시 미디어(TV, 라디오 등)은 타겟을 설정하지 않고 송출되기 때문에 전방위적인 인지도를 얻을 수 있으니까.

“인디의 왕이 되거나, 메이저의 말석에 오르거나. 2500석이라는 건 둘 중에 하나는 해야 가능한 수치지.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는 인디의 왕이 되기보다는 메이저에 올라가는 게 나아.”

“왜? 인디보다 메이저에 올라가는 게 더 어렵잖아.”

서하의 물음은 살짝 불만족스러운 뉘앙스였다. 인디 씬에 오래 몸을 담았던 서하에게는 조금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으려나.

“음악으로만 보자면 당연히 그렇긴 하지.”

명전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는, 다른 아이들을 차례차례로 가리켰다. 이서, 현아, 서하. ‘하수연’ 자신까지.

“그런데 우리는 4인 걸즈 밴드잖아. 음악적 요인 말고 외적 요인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즐길 컨텐츠가 너무도 적어서, 매주 새로 발매되는 음반이 어떤 것인지 찾아보던 시대는 이미 지나버렸다. 세상에는 즐길 것이 너무도 많다. 원한다면 음악 한번 안 듣고도 인생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로.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하는 음악이 좋다면 세상은 결국 우리를 알아줄 거야’ 라는 정신으로 밀고 나간다면… 잘 되면야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굶어죽기 딱 좋은 마인드이다. 굳이 논리적인 근거를 들지 않아도, 홍대 인디씬에 가 보면 음악 하다가 굶어죽기 일보 직전이라 탈출버튼 누르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잘 만든 음악이면 모든 게 다 되던 시대는 이미 갔어. 아니, 그런 시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잘 모르겠네. 아무튼 우리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서는 결국 외적 요인에 의한 홍보가 필요해.”

좋은 음악은 분명 팬들을 만들고, 콘서트에 오는 팬 수를 늘릴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들이 발매한 타이틀 곡 하나가 차트 1위를 기록할 만큼 떴다고 해도… 콘서트 관객 수는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들은 것은 차트에 올라간 개별적인 곡 하나지, ‘그룹 사운드’라는 락 밴드의 음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곡 들어봤다 이러면 콘서트 가볼만 하지 않나?”

“요즘 콘서트 얼마 하는지 알아?”

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에 대답한 명전. 이서는 턱을 잠시 쓰다듬더니, “3만원? 4만원? 잘 모르겠어.” 라고 대답했다.

“작년에 똑같은 홀에서 공연한 밴드가 11만원 받았어.”

“11만원?!”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는 이서와, 핸드폰을 꺼내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는 현아. “2억7천5백만원…!” 이라는 현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2억 7천 정도인가. 꽤나 금액이 많긴 하다고 명전은 생각했다.

“우리가 11만원을 받지는 않겠지. 좀 낮춰서 금액 책정을 할 것 같긴 한데… 너 같으면 그냥 곡 하나 들어봤다고 11만원 주고 콘서트 갈 것 같아?”

“어…”

말문이 막힌 이서는 잠시 손을 매만지면서 뭔가 생각을 하고 있었다. “2억 7천만원…” 이라고 계속 중얼거리는 현아를 무시한 채, 명전은 생각했다.

그들은 절대 싸이가 아니다. 아는 건 강남스타일 밖에 없어도 길가다 ‘챔피언’, ‘새’, ‘아버지’, ‘연예인’ 등 들어본 노래가 많은 그런 레벨의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11만원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 정도의 고액을 주고 콘서트를 보러 올 사람은 코어 팬층 밖에 없다.

하지만 코어 팬층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생길 수 있는 것일까?

예를 들어 명전은 수십년을 살면서 대부분의 유명 락 밴드 음악이라면 다 들어봤지만, 정작 콘서트는 직업적으로 참여한 것 아니면 따로 가 본적이 없었다. 그가 특이한 것도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콘서트에 잘 안 간다.

그러므로 명전은, 빠른 밴드의 성장을 위해서 ‘상업적 영업 방식’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아니,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래서 ‘상업적 영업 방식’이라는 게 뭔데?”

“나도 그 부분은 잘은 모르지만…”

‘하수연’이 잘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자, 눈에 띄게 동요하는 아이들. 매일같이 모든 걸 아는 것 같이 이야기를 해 왔기에, 저렇게 이야기를 하는 수연은 매우 어색한 탓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잘 모르는 게 맞았으니까. 오히려 잘 아는 척을 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그가 ‘서명전’으로서 겪었던 일들은 세션, 공연, 그 외 연예계 일 몇개… 순수한 기타리스트로서 살며, 내는 앨범마다 다 말아먹고 다녔던 명전이다. ‘앨범의 성공’이라던지 ‘적합한 홍보 수단’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가장 성공한 방식을 써먹어 보는 게 제일 좋겠지. 인디밴드의 영업방식같은 건 많긴 하지만, 4인조 여성 밴드는 좀 드무니까…”

없는 것은 아니다. 명전이 아는 음악 하는 후배들 중에서도, 한국의 4인조 여성 밴드는 꽤 있었다. 대부분 다 잘 되지 못한게 문제긴 했지만.

“일본의 걸즈 밴드나, 아니면 한국의 여자 아이돌을 따라해볼 생각이야. 일본 걸즈 밴드 보다는 한국 여자 아이돌 쪽이 훨씬 더 가깝겠지. 예를 들어서 자체 컨텐츠, 개인 방송, 뮤비 촬영 등.”

그 말에 희망찬 미래를 떠올리는 느낌의 이서. 뭔가 표정이 일그러지는 현아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인 서하.

각자 지향하는 밴드의 모습이 다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진심으로 음악만 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고, 그냥 뭐 유명해지고 그러면 좋은 애도 있겠고…

“뭐, 확실히 결정된 거는 아니니까. 내가 세운 목표나 방법이 그렇다는 거고, 우리끼리 이야기하면서 좀 노선을 틀 수도 있겠지.”

아무튼 이야기를 해 보자. 명전은 그렇게 말을 끝맺었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하고 싶은 정규 앨범의 컨셉을 정해오라며 숙제를 내준 수연. 이서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컴퓨터를 이리저리 뒤졌다. 어떤 컨셉으로 가야 될지 몰라서.

‘나는 그냥 아무거나 해도 좋은데.

이서는 생각했다.

맨 처음 수연을 만나서 “밴드 하자!”라고 이야기했을 때, 지금 같은 그림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고등학생들의 우당탕탕 밴드 일기! 같은 느낌을 생각했다 해야 할까. 아름다운 1년 했잖아? 하고 해체하는 뭐 그런… [케이온]이나 [봇치 더 락], [뱅드림] 같은 컨텐츠에 나오는, 그런 고교 밴드를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완전 본격적인 일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정규앨범을 기획하고, 2500석 콘서트를 기획하고…

2억 7500만원이라고? 그럼 나한테 떨어지는 건 얼마일까?

절반으로 나눠도 1억 3천. 그 중에 4분의 1만 가져가도 3400만원. 세금으로 30% 뜯긴다고 생각해도 약 2천만원. 공연 한번에 2천만원을 버는 셈이다.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서 4년동안 공부(를 가장한 농땡이)를 한 다음 취직을 하면 어떻게 될까. 대학에서 정신을 차리면 모르겠지만, 대충 흘러가는 대로 살면 연봉 3천 초반이면 많이 받는 거고 4천 5천은 꿈도 못 꾸는 연봉일 것이다.

이런 인생을 맞이하리라고 생각했던 이서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금액, 2천만원. 이서는 들뜰 수 밖에 없었고, 그와 동시에 가라앉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 돈을 벌려면 정규앨범을 잘 뽑아야 하는데, 당장 생각나는 게 없으니. 그냥 재미있는 거 하면 다 잘 된다! 라는 생각으로 꾸리기 시작한 밴드였는데.

‘고민되네…’

물론 이와 같은 변화가 싫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았다. 맥락없이 인생 어떻게 사나~ 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삶에 목표라는 것이 생기긴 했으니까.

단지, 고민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것 뿐이지.

“최이서! 밥 먹어.”

“네.”

이서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방 바깥으로 나왔다. 식탁에는 남동생이 앉아 있었다. 오랜만에 보네.

“최이현. 너는 누나 오랜만에 보고 인사도 안하냐?”

“응 안해~”

남동생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리고 싶었지만, 이서는 참았다. 남동생이 귀여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엄마가 있는 앞에서 그랬다간 본인도 맞을 것이 분명하므로.

“이서야. 밴드 잘 되어가니?”

스팸을 집어 먹으며 ‘이게 밥이고 한식이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이서에게 날아든, 엄마의 질문. 이서는 스팸을 씹어 삼키고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잘 되어가는 건지, 안 되어가는 건지…

“정규앨범 발매해야 한다는데, 컨셉을 잡아오래요. 4명이서 컨셉 잡아보고 이야기하자고 하던데.”

“민주적인 밴드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이서는 남동생을 슬쩍 쳐다보았다. 아무 말 없이 밥을 먹고 있는 남동생.

“너는 누나가 밴드 하는거 알고는 있냐?”

“밴드 한다고? 내가 어떻게 알아.”

돌아오는 대답은 뭔가 약간 이상했다. 아무런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지만, 오히려 그 노력이 수상한 느낌을 주는 대답. 이서는 남동생의 눈을 쳐다보았다. 필사적으로 눈을 돌리는 최이현.

“얘 왜 이래. 너 뭐 범죄라도 저질렀어? 왜 자꾸 누나 눈을 피해.”

“아, 아니거든. 누나 밴드 한다는 거 전혀 몰랐거든.”

수상쩍은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남동생을 보고, 이서는 이 녀석 뭘 숨기고 있지 하고 생각했다. 그 궁금증을 해소시켜 준 것은 엄마의 말이었다.

“너 요즘 누나 밴드 누구 좋아한다고 난리치더만. 누구더라? 하수연?”

“얘가요? 푸핳ㅎ핳ㅎ핳!!”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진 남동생을 두고, 이서는 크게 웃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으므로. “수연이 사인이라도 받아줄까? 응?”하며 남동생을 놀리는 일은 정말로 유쾌한 일이었다.

얼굴이 붉어진 채 씩씩대며 간 남동생을 두고, 이서는 계속 밥을 먹으며 고민했다. 정규앨범의 컨셉을 도대체 뭘로 정해야 할까.

“엄마 예전에 락 들으셨다고 했잖아요.”

“그렇지.”

“어떤 거 들으셨어요?”

정규 앨범의 컨셉에 참조하기 위해 이서는 엄마의 과거를 참고하기로 했다. 일전에 들었던 바로는 어린 시절에 꽤나 락을 들었다고 하던데. 그런 저력이 있다면, 어느정도 컨셉에 도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서의 엄마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되려 방에 들어가버렸다. 갑자기 왜 저러시나, 뭐 하러 가신 건가 싶은 시간이 지난 후 그녀의 엄마가 꺼내온 것은 사진 앨범이었다.

“여기 엄마 옛날 사진 있어. 옛날에는 많이 놀았지…”

추억을 되새기는 듯한 엄마의 목소리. 이서는 그 말을 들으며 앨범을 폈다. 가장 최신 사진은 엄마와 아빠가 단정하게 옷을 입은 채 껴안은 사진이었다. 00년대 초반 정도 되어보이는 배경.

그녀는 앨범을 천천히 앞으로 넘겨보았다. 어느샌가 아빠는 사라지고, 엄마만 남았다. 그리고 그 다음은…

“엑.”

상당히 거친 그래피티를 배경으로, 담배를 문 채 형언할 수 없는 머리스타일을 하고 있는 그녀의 엄마. 뒤 쪽을 보면, 펑크 밴드가 뛰어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건 뭘까.

“엄마도 그 시절에 꽤나 잘 놀았지. 이 뒤에 있는 건 너도 알지? 크라잉넛. 여기 뒤에 이 사람이 노브레인의 이성우야. 그냥 알바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나중에 음악 하고 있더라. 한참 옛날 시절이긴 하지.”

이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의 ‘조신해보이는’ 모습을 가진 엄마(물론 모습만 그랬다)가 이런 과거가 있었다니.

“그렇게 살다가 너희 아빠 만나면서 지금처럼 바뀌었단다. 그래도 재미있는 시절이었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엄마를 두고, 이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치 “엄마와 아빠는 섹스를 해서 너를 낳았어.”라는 이야기를 들은 초등학생처럼, 계속해서 굳어있었다…


“내가 컨셉을 보여달라고 말을 하긴 했는데…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하라고.”

수연은 살짝 어처구니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녀의 손에는 3명의 정규 앨범 컨셉 서류가 팔랑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