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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3 KiB

타인에게 존중받는 법은 무엇일까.

누구는 지식을, 누구는 인성을, 누구는 재산 등등.

다양한 수단과 방법이 있겠지만, 동서고금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널리 쓰인 수단은 바로 힘이다.

그렇다고 상대방을 무턱대고 찌르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유 없는 폭행과 살인은 고대에도 처벌의 대상이었다.

그렇다면 그 힘을 보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바로 덩치와 근육을 단련해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것이다.

다른 이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크다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상대방은 필히 발끈하더라도 자신의 상황과 태도를 다시 한번 돌아볼 시간을 가질 테고, 이는 곧 상대방을 향한 존중으로 표출되었다.

하지만 덩치와 근육을 효율적으로 키우는 과학적 피지컬 트레이닝이 확립되기 시작한 것은 빨라도 근현대.

그 이전에 힘을 기르는 방법이란 비슷비슷했다.

레슬링, 복싱, 무에타이 등의 맨몸 격투술.

검술, 창술, 방패술 같은 무기술 전반.

승마와 사냥, 스포츠 같은 야외 활동.

혹은 그냥 무작정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내리기를 반복하거나, 무작정 지칠 때까지 달리기 등.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간단한 방법은 따로 있었다.

바로 먹어서 살을 찌우는 것.

시대에 따라 미와 멋의 기준은 달라졌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뚱뚱한 것은 자신의 힘과 권력, 지위를 과시하는 하나의 수단과도 같았다.

그 때문에 남자들은 더욱 많이 먹고 많이 마실수록 자신이 상남자라고 여겼으며, 보다 못한 이들은 감탄과 선망, 질투의 시선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풍토는 소위 힘을 가진 자일수록 더욱 강했고, 풍채가 비만으로 격하되고 식단의 변화와 의학이 발전하고 나서야 사그라들었다.

요는, 고드윈 펠윈터는 에우로파의 기준으로 앞날이 매우 창창한 상남자라는 것이었다.

"고드윈? 못 보던 옷이 많이 는 거 아니니?"

"아, 어머니. 덩치랑 키가 크면서 옷이 작아져서요."

"그렇다고 하기엔 뭔가 좀 끼는 것, 잠깐. 이리로 좀 와보렴."

"네? 잠깐. 아니? 어, 어어? 어머니?"

"맙소사. 이 배를 좀 보렴. 이건 풍채가 좋아진 게 아니라 그냥 살이 찐 거잖니! 안 되겠다. 그 살들을 전부 빼거나, 근육을 늘리기 전까지 간식은 금지해야겠다."

"...!"

"그 마요네즈라는 기름 덩어리 소스도 그만 먹으렴."

"..!!!"

"그리고 채소도 좀 먹고!"

"..!!!!!"

하지만 아이스랜드 공작부인, 네 아이의 어머니.

과연 엘리자베스 펠윈터도 그렇게 생각할까?

현대적인 미적 기준, 에우로파 적으로는 특이 취향인 그녀는 나날이 토실토실해지는 장남의 모습을 참지 못하고 칼을 빼 들었다.

파하아아아아...

한숨을 내뱉는 소리가 세상이 떠나가도록 이어졌다.

카렘과 고든의 앞에 앉은 고드윈이 세상의 모든 고난을 짊어진 고뇌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게 그렇게까지 큰 문제입니까?"

"그야 당연하지!"

쾅! 고드윈은 발끈하며 테이블을 내려쳤다.

"내 삶의 기쁨이 사라지고 있는데 이게 큰일이 아니면 뭐가 큰일이 아닐까!?"

아니 뭐 그걸 내가 말해야 아나?

카렘은 연신 테이블을 내려치는 고드윈을 짠 시선으로 떨떠름하게 쳐다봤다.

랄까, 고드윈이 자초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도 그럴게, 누가 마요네즈를 그렇게 처먹으라고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나?

그뿐만 아니라 달이 갈수록 고드윈의 늘어나는 식사량.

당연히 그에 비례하여 체중과 부피 또한 늘었다.

하지만 거기에 요리사들이 책임질 일은 아니었다.

특히 자신의 책임은 없다고 카렘은 굳게 믿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디까지나 요리사들은 요리하는 것일 뿐.

먹는 것은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먹는 사람들의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살이 안 찌는 것도 이상하긴 하네.'

아이스랜드의 식단은 기본적으로 기름졌다.

1년 중 대다수가 춥고 혹독한 다른 나라들과 똑같았다.

그런 느끼한 식단에 매콤한 맛이 곁들여지다니.

물론 붉은 마녀의 손가락 이전에도 매콤한 향신료는 있었지만, 매콤한 맛보다는 향이 더 강했던 것들에 비교하면 자극은 전자가 압도적.

당연히 기존 아이스랜드의 식단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식욕이 폭발하는 게 당연하겠지.

거기에 식사가 느끼해서 덜 먹던 이들도 불마손을 활용하자 거부감없이 먹을 수 있게 되는 것 또한 당연했다.

그런 상황에서 시도 때도 없이 새로 개발된 각종 디저트가 나오는데 이를 거부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러면 답은 간단한 거 아닙니까?"

카렘이 내온 에그타르트를 한입에 털어 넣은 고든은 가루를 탈탈 털었다. 그리고 시큰둥하게 탁자를 두드렸다.

"주방에 몰래 부탁해서 먹으십쇼."

"이미 해봤지. 하지만 윈터홈의 모든 요리사는 어머니에게 매수되어버렸다."

"그러면 아직 멀쩡한 요리사는-"

"그래, 그쪽의 짐작대로 외출해있던 카렘밖에 없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구출대를 먹이기 위해 많은 요리사가 차출되었다.

그리고 토벌대로 전환해 그 자리에 남은 지금, 복귀한 요리사는 오직 카렘 혼자.

"그냥 운동하시죠?"

"쉽지 않은 일이야."

단 1도 망설이지 않고 나온 말에 카렘은 뒷목이 땅겼다.

아니 그러면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건데.

하지만 고드윈에게도 변명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검술이나 승마 시간을 늘렸지만, 그만큼 배는 더 고픈데 어머니에게 매수당한 요리사들이 내오는 건 똑같은 빵과 샐러드, 과일에 소금 좀 친 삶은 고기가 전부야!"

"아, 그거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게 전생에 다이어트 때문에 한동안 고생했던 것은 그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탄성의 원리.

몸을 움직인 만큼 그만한 칼로리를 채우길 원하기 마련.

사람의 본능은 이를 위해 고열량 음식을 원하지만, 본능에 굴복해서는 체중 감량이 될 리 없으니 고난의 연속이다.

그 후 각고의 노력 끝에 감량에 성공.

그런데도 카렘에게는 잊을 수 없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음? 잠깐. 뭔가 떠오를 것도 같은데..."

"넌 나의 희망이다!"

"아 좀 조용히 좀 해주십쇼. 고민 중이니까."

윗사람을 대한다고 볼 수 없는 매몰찬 반응.

고드윈이 미련이 뚝뚝 흐르는 시선을 무시하며 마지막 에그타르트를 먹어치운 고든은 이래도 되나 싶어 카렘을 쳐다보았다.

'양놈들은 밥만 바꿔도 살이 쑥쑥 빠지던데.'

그러거나 말거나 카렘은 떠오를 듯 말 듯 한 머리를 최대한 쥐어짜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빵이나 쌀이나 정제 탄수화물인 건 마찬가지.

하지만 평소 식단의 차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위장의 기능이 달라서일지는 몰라도 서양인들은 식단만 바꿔도 살이 쑥쑥 빠졌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요점은 빵을 쌀로 바꾸며 식단에서 기름을 최대한 배제했다는 것.

하지만 아뿔싸.

여기에 쌀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적어도 카렘은 윈터홈에서조차 본 적은 없었다.

지그메서에게 물어서 구해야지, 쌀이 없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여타 다른 곡물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거기에 식단만 어떻게 이렇게 조합해보면...

"고드윈 공자님. 여하튼 지금 식사에서 가장 불만이신 부분이 어떤 것입니까?"

"일단 너무 날 것 그대로인 것이 불만인데. 아무리 그래도 살을 빼게 만들겠다고 생과일에 드레싱 없는 샐러드, 그냥 삶은 고기는 좀 심한 거 아닌가?"

"즉, 입이 불만이시라는?"

"그렇지."

고드윈이 단호하게 끄덕였다.

그렇다면 다행이었다.

배고픈 것보다 맛이 문제라면, 그도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있었으니까.

"일단 지금 당장 어떻게 조치할 수는 없습니다."

기대감이 넘치던 고드윈의 표정이 카렘의 한 마디에 삽시간에 무너졌다.

접시에 남은 페이스트리 가루를 찍어 먹던 고든이 말했다.

"아니, 그쪽 공자님도 생각해보세요. 당연한 겁니다. 얘는 지금 나갔다가 돌아온 지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요? 게다가 공자님 얘기도 방금 처음 들었을걸요?"

"으음, 내가 너무 조급했던 건가."

"뭐, 쟤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잠시 시간을 줘보시죠."

"후우, 그래. 이거 내가 너무 실례했어."

고드윈은 안도하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정말로 해결할 수 있단 말이겠지?"

"예. 그런데 이거 하나는 꼭 지켜주셔야 합니다."

카렘은 진지하게 말했다.

"일단 마요네즈는 당분간 금지입니다."

"크, 크윽. 그래. 마요네즈는...어쩔 수 없지."

"그리고 거부감이 좀 들더라도 제 말대로 따르셔야 합니다."

빈 접시의 가루를 톡톡 손가락으로 찍던 고든은 움찔했다.

잠시 잊고 있었던 블랙우드 마을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그리즐리 비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르려고?

고든은 의심스럽게 굳은 얼굴을 한 카렘을 응시했다.

"큭, 크후훅,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그 모든 일을 고해들은 캐서린은 고용주이자 대마법사로서의 위엄을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아무렴 공작가의 자제가.

그것도 후계자나 되는 인물이 고작 그것 때문에 다급하게 찾아왔다고?

그야말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었다.

"흐음, 오히려 그 정도로 살이 찐 것이 보기 좋지 않나?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은 도통 모르겠군."

한편 캐서린과 좀 떨어진 곳에서 같이 듣고 있던 올리비에는 외형에 어울리는 말을 하며 못마땅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4백 년 전이었으면 저 나이에 저 풍채가 누가 보기에도 딱 좋은 풍채이건만."

"영감탱이. 4백 년 전이면 강산이 40번은 바뀌고 다시 세워질 시간인데 취향도 달라지는 게 당연하지. 공작부인의 취향이 조금 독특하기는 하지만."

"키티 너도 그렇고 요즘 어린 것들은 배가 불렀어.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또 시작이로군.

언제나 일상 같은 말다툼에서 이어지는 화려한 마법 전투의 여파를 온몸으로 느끼며 카렘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두 대마법사는 서로 혀를 차며 동시에 마법을 거둬들였다.

"그래서. 카렘. 뭐, 방법이라도 있는 게냐?"

"사실 따지자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요."

"으응?"

올리비에는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카렘을 응시했다.

캐서린도 마찬가지였지만, 카렘은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카렘은 정말로 자신 있었다.

그야 전생에 다양한 매체와 직접 몸으로 체험한 직, 간접적인 경험들이 있는데 고작 식단 하나 못 짤까.

물론 양심적으로 전문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뭐만 하면 천재라서 그렇다고 변명하는 카렘이었지만 거기까지 비양심적이지는 않았다.

결국 다이어트의 요점은 두 가지.

운동량을 늘리고, 먹을 음식을 조절하는 것.

그리고 카렘은 요리사였으니 그에 맞는 다이어트 식단을 짜기만 하면 충분했다.

물론 일반인들이 카렘의 머릿속 식단을 보면 밥 빼고 이게 무슨 다이어트식이냐고 빈정거릴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여기는 에우로파.

동양인보다는 서양인에 가깝거나 똑같은 체질과 식단.

그렇다면 그 정도 식단만으로 충분했다.

"일단 버터와 기름기 가득한 아이스랜드 식단은 빼고."

"호오, 확실히 추운 동네 식사가 기름지지."

"고기와 채소를 같이 잔뜩 먹이고."

"그래. 그것도, 응? 뭐라?"

"빵 대신 귀리를 먹일 겁니다."

이걸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캐서린과 올리비에. 스승과 제자는 사적으로는 드물게 의견이 일치했다.

두 사람의 생각을 알 리 없는 카렘은 머릿속으로 메뉴를 짜며 빈 바닥을 보이는 식기들을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