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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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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의 근원인 거대 버섯 괴물이 쓰러지자 가시적인 변화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괴물이 사기를 흡수했는데도 옅게나마 숲을 뒤덮고 있던 사기는 빠르게 그 모습을 감췄다.

그와 함께 토벌대를 향해 비정상적인 공격성을 보이던 버섯 골렘 또한 하나 둘 숲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변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마력을 다룰 줄 모르는 이들조차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지력을 한계까지 빨아들여 먼지가 일기까지 했던 숲은 숲을 오염시키던 원인이 사라지자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는지 땅이 기름 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숲의 괴물이 사라졌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숲을 뒤덮은 마력 과포화 현상은 여전했으며, 설령 숲의 마력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이미 숲 전체에 퍼진 아쿠사레 버섯의 종균은 뒤틀려 버섯 골렘만을 뱉어내고 있었다.

마력 과포화 현상이 해결되면 이로 인해 발생한 골렘이 사라졌지만, 하필이면 버섯을 기반으로 발생한 것이 문제였다.

덕분에 그동안 굶어 죽을지언정 몬스터는커녕 맹수조차 드물었던 펑거스비는 졸지에 던전을 코앞에 둔 것에 더해 마을의 기반 산업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이중고를 맞이하게 되어버렸다.

물론 골렘의 핵을 노린 모험가들이 찾아올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골렘의 핵이 아무리 비싸도 에우로파 대륙 전역에서 구하지 못해 안달이 난 진미를 파는 것보다는 초라했다.

다만 마을의 숙소에 복귀한 캐서린이 지금 당장 신경 쓰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더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팔짱을 낀 캐서린은 무릎을 꿇은 채로 은근슬쩍 팔을 구부리려는 카렘을 째려보았다.

"팔 똑바로 들어라. 꼬마. 어째서 바구니를 똑바로 지키지 못했지?"

"아니, 진짜로 전 똑바로 지키고 있었다니까요!"

카렘은 무척이나 억울했다.

대피소였던 신전에서 건빵을 튀길 때도, 어디로 움직일 때도, 신전에서 잠시 기도를 할 때도 잊지 않고 수시로 양념치킨을 확인하며 들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바구니가 이상할 정도로 가벼웠다.

확인해보니 바구니엔 어느샌가 텅 빈 접시만 남아있었다.

아니, 바구니에 있던 접시에는 소스가 한 방울도 묻어있지 않았다.

마치 애초에 바구니엔 빈 접시만 담겨있었다는 것처럼.

"그래서 나보고 그걸 믿으라고? 네놈이 말해도 뭔가 이상하지 않냐?"

"마, 맞아! 한 입밖에 못 먹었는데! 혼자서 다 먹어치웠어."

"아니, 에스카르나님. 지금 프라이드 치킨을 먹으면서 양념치킨 소리를 하십니까?"

"나, 난 그때 한 입 밖에 못 먹었는걸!"

테이블에 앉은 나르케 또한 뚱한 표정으로 축 처진 귀를 펄럭이며 항의하고 있었다.

그녀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앞엔 수북이 쌓인 프라이드 치킨과 깨끗하게 남은 닭 뼈가 쌓여만 가고 있었다.

캐서린은 양념치킨 쪽이 취향이었는지 나르케가 혼자 치킨을 먹는데도 카렘의 죄를 묻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게 치킨이 갑자기 사라진 것을 막지 못했던 벌을 받던 카렘은 더 어깨에서 통각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되고서야 팔을 내리고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뭐, 벌은 이만하면 됐다."

"아니, 저나 누가 먹은 게 아닌데. 그냥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진 건데."

"그러면 뭐 치킨이 마법이라도 부렸다는 말이냐? 확실히 이건 좀 마법 같은 맛이긴 하다만."

숲을 깊게 들이마신 캐서린은 이내 이전보다 양이 조금 줄어든 프라이드 치킨을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무슨 의미인지는 뻔했다.

"으음, 몸에 스며드는 맛이야."

캐서린에게 뼈만 깔끔하게 바른 날개를 먹인 카렘은 앞접시에 손을 탈탈 털며 치킨이 담긴 접시 옆에 놓인 살짝 납작한 나무 상자를 응시했다.

나무 상자는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재질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길거리에서 몇 펜스로 살 수 있는 흔하디흔한 나무 상자라고 할까.

그보다는 나무 상자 위에 붙은 물건이 더 눈에 띄었다.

알아볼 수 없는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쓰인 경전이 부적처럼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보기만 해도 경건한 느낌이 절로 드는 것이 카렘은 더더욱 신경 쓰였다.

(저지르지도 않은) 양념치킨을 실종시킨 죄로 벌서는 동안 카렘은 숲에서 있던 일을 모두 들었고, 상자 안에 담긴 물건이 숲을 뒤집어놓았다던 괴물이 남긴 물건이라는 것 또한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아쿠사레 버섯 괴물이 남긴 이건 뭔가요?"

"사룡 나글파르(DeathDragon Naglfar)의 비늘."

"비늘이요?"

고작 비늘 하나로 이 난리가 났다는 말인가?

그나저나 나글파르라니, 전생의 신화가 떠올랐다.

그나저나, 사룡-그러니까 드래곤의 비늘?

하늘을 뚫을 것처럼 솟구친 사기의 기둥도.

마을을 습격한 버섯 골렘 스팸도-

"아아, 괴물은 그저 시발점이 되었을 뿐, 버섯 골렘은 괴물이 아니었어도 벌어졌을 문제였다."

"아, 아쿠사레 버섯 기름을 수십 년 동안 퍼부었으니까."

그렇다는 말은 그냥 운 좋게 얻어걸렸다는 뜻이었다.

아니지, 이런 경우엔 운이 나빴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왜. 상자의 내용물이 궁금하냐?"

"그야 이렇게 신성한 느낌이 드는 봉인지를 덕지덕지 붙여놨는데 안 궁금한 게 더 이상하죠. 그런데, 열어도 되는 겁니까?"

"상관없다. 그 전에 우선 배를 채우도록 하지."

"아."

확실히 캐서린의 말이 옳았다.

숲으로 향했던 토벌대가 펑거스비에 복귀한 것은 그로부터 사흘 뒤.

대규모 토벌이라고 했던 것과는 달리 걸린 시간은 무척 짧았지만 복귀한 시간은 애매하기 그지없었다.

점심을 먹기엔 한참을 지나 오히려 점저를 준비해야 할 것 같을 때 토벌대는 마을에 귀환했다.

캐서린과 나르케는 돌아오자마자 카렘에게 치킨을 요구했다.

바구니를 미식가의 뚜껑으로 덮고 있었으니 상하기는커녕 식을 일 조차 없었다.

하지만 양념치킨은 진작에 사라진 지 오래.

카렘은 프라이드 치킨을 튀길 수밖에 없었다.

"하, 정말이지. 내가 꼬마 너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하냐?"

"예? 저 때문에요?"

"그래. 네놈이 요리를 너무 잘 해서 내 혀가 이제 일반적인 여행식에 만족을 못 하게 됐다. 다 네 솜씨 탓이야."

"아니, 그게 어떻게 제 탓입니까?"

"시끄러워! 다음부터 어디 나갈 일 있으면 데리고 다닐 테니 그럴 줄 알아라."

통보와 담소를 나누는 동안, 하늘의 태양이 조금 더 내려갔을 때.

치킨이 수북하게 쌓여있던 접시엔 튀김 가루와 뼈만이 남았다.

뒷정리를 마친 캐서린과 나르케는 따뜻한 햇볕이 비친 배부른 고양이처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잠깐 그러다가 캐서린은 나르케를 툭툭치고는 의자를 고쳐앉았다.

"좋아. 이제 상세하게 살피도록 하지. 숲에서는 현장을 정리하고 복귀하느라 자세히 살필 틈이 없었으니까."

그 말에 나르케 또한 지팡이를 고쳐 쥐고 카렘의 앞에서 두 번째로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첫 번째는 닭 다리에 대한 원한을 불태울 때였다.

그런데 고작 구경하는 일이 이렇게 진지해야 하는 일인가?

카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오싸아아아아악-!

캐서린이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여는 순간.

카렘은 주방 온도가 몇 도는 내려간 것을 느꼈다.

상자가 열린 틈새 사이로 옅은 검은색 사기가 드라이아이스의 연기처럼 탁자로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캐서린이 뚜껑을 완전히 치우자.

"....이게 뭡니까."

"말했듯이, 사룡 나글파르의 비늘. 이라고 나르케가 그러더구나."

"예. 아, 아니 저도 들었죠. 근데 그 말이 아니라."

회색, 검은색으로 썩어들어가는 중인 손 하나가 상자 안에 덩그러니 놓여 사기를 흩뿌리고 있었다.

아니, 과연 이게 썩은 것인가 의심부터 들었다.

그야 뭐가 됐든 썩었다면 상자를 연 순간부터 끔찍한 냄새가 주방을 장악했을 텐데, 주방에는 고소한 치킨 냄새만 어렴풋하게 남아있었다.

그리고 상자 안의 손.

손톱은 몇 달은 자르지 않은 듯 짐승 발톱처럼 길게 굽어 있었다. 건조한 곳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부패하면서 마른 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했다.

"하, 학파의 전설에 따르면 에우로파에서 최초의 네크로맨서가 된 나, 나글파르는 네크로맨시에 매료되어서 자기 몸을 마법 촉매로 개, 개조했다고 해."

"최초의 네크로맨서, 아니 잠깐, 촉매?"

드래곤이 지닌 강력한 마력의 원천이라는 드래곤 하트, 심장부터 비늘, 갑각, 뿔, 뼈, 내장과 피 한 방울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마법 촉매이자 및 무기 및 마법, 연금술 등 뭐가 됐든 뛰어난 재료인 것은 유명했다.

이는 전생의 카렘이 접한 서브컬쳐 클리셰와 동일했다.

그런데 못해도 수십 미터는 될 법한 드래곤이.

"자기 자신을 통째로 마법 촉매로 개조했다고요?"

"그래. 나도 마법 학파마다 으레 있는 흔한 전설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 그중에 사실로 밝혀진 것도 없진 않은데."

"고작 이 썩은 손, 아니 비늘 하나로 마을이 뒤집혔는데요."

"전설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피해를 이만큼 억제한 게 신기한 일이지. 이거"

미간에 살짝 계곡을 만든 나르케는 손가락으로 상자를 톡 건드렸다.

"저, 전설에 따르면 수 천 개의 손이 비늘처럼 개조를 끝낸 나글파르의 전신을 뒤, 뒤덮었다고 해."

"사람의 손을 비늘처럼. 음? 잠깐."

"마, 맞아. 이건 내 추정일 뿐인데."

나르케는 잠깐 말꼬리를 늘어트리더니 이어서 말했다.

"아쿠사레 버섯 괴물의 머리에 달려있던 마, 마법사. 아니. 네크로맨서는 이 비늘로 무슨 일을 저, 저지르려 했던 게 아닐까?"

"공작령의 수도에서 반나절 거리인 여기에서요?"

"마, 마법사들은 의외로 하나에 몰두하면-"

"다른 사소한 건 눈에 안 들어오는 법이지."

아니, 콜던이 지척인데 그게 사소한 문제라고?

카렘의 심정과는 달리 캐서린은 그 말에 동감한다는 듯 팔짱을 끼고 나르케의 말을 이어서 말했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그 버섯 괴물도 기록된 드래곤과 구조적인 부분에서는 비슷했었지."

"비, 비늘로 모종의 일을 도모하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변수로 리, 리바운드가 일어났다거나"

"마력으로 과포화한 숲에서 나글파르의 비늘로 모종의 일을 도모하려고 했지만-"

"그게 시발점이 되어서 버섯 골렘이 푸우우웅."

카렘은 양손을 한데 모아 폭발, 혹은 확장을 묘사하듯이 펼쳤다.

캐서린도, 나르케도 같은 가정을 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쨌거나 결국 내 손에 떨어졌으니 상관없겠지. 하!"

"그렇게 좋으십니까?"

"그야 당연하지! 이 모양 이 꼴이라고 하지만 한 학파의 보물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물건이다! 당장 나르케 저것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

과연 캐서린의 말대로 나르케는 아닌 척하면서 은근슬쩍 곁눈질로 상자 안의 내용물을 흘겨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아, 아니야! 아니에요! 저, 절대로 탐내지 않았어요! 사, 사람은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하는데 아타니타스님의 소유물을 제가-"

"흐응, 그만한 가치를 보이면 내가 이걸 빌려줄지도 모르는 일이지."

"추, 충성을!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앗....!!!"

"뭐, 알아서 잘 보일 거라 생각한다. 그나저나 꼬마."

"네네."

"부족하니 몇 마리 더 튀겨라."

옙.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 카렘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형과 비교하면 비교적 대식가인 캐서린과 생각보다 많이 먹는 나르케에겐 이거론 부족한 게 당연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럴 줄 알고 미리 초벌로 튀겨놓았던 물건이 몇 마리 있었던 터라 그냥 한 번 더 튀기기만 하면 됐으니까.

끓는 기름과 화구의 열기를 참아가며 치킨에 집중한 카렘은 곧바로 큰 그릇에 치킨을 담아 고개를 돌렸고, 곧바로 이상을 느꼈다.

지금 계절이 분명 봄과 여름의 중간.

하지만 아까 전보다도 더욱 싸늘한, 마치 난데없이 겨울로 변해버린 것처럼 싸늘하다는 것.

그리고 캐서린과 나르케는 동영상을 정지한 것처럼 머리카락의 움직임까지 완전히 정지해 있었다.

지금 누구 놀리나 싶었지만, 주방의 창문 너머 허공에 흩날리다가 그대로 정지한 듯한 나뭇잎을 보고는 장난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거기에, 비어있던 자리에 조금 전까지 없었던 까마귀 깃털로 장식된 검은 로브를 깊숙하게 뒤집어쓴 인영이 앉아있었다.

오도독- 오도독- 오도독-

인영은 장갑을 낀 손으로 나르케가 남기고 카렘이 발라낸 치킨의 뼈를 집어 열심히 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