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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이제 막 태양이 뜨기 시작했지만, 숲은 높이 자란 나무 때문에 진청색으로 어두웠다.
그 때문에 주변은 아직 어두컴컴했지만, 캐서린은 일찍 일어나 당혹스러운 보고를 받고 있었다.
"지난밤과 새벽 동안 단 한 번의 습격도 없었다고?"
"예.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버섯 골렘 무리 중 일부가 숲의 중심부로 향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른 특이사항은 없나?"
"토벌대의 몇몇 도적과 궁수들이 숲 중심부에서 하늘로 오르는 사기가 어제보다 더 짙어졌다고 합니다."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큰일이 났을지도 모르겠군."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숲이 조용하지 않습니까?"
"그래. 알았다. 돌아가도록."
모험가를 물린 캐서린은 잠시 고민하다 옆자리에 앉은 나르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르케. 어떻게 생각하지?"
캐서린은 그 이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충분했다.
나르케는 초조하게 손가락으로 지팡이를 두드렸다.
"사, 사기의 근원이 저처럼 아쿠사레 버섯 골렘의 통제권을 탈취했을지도 모, 모르겠는데요."
"핵을 한 번 부숴서 침묵시킨 것도 아닌, 멀쩡한 버섯 골렘을 네크로맨시로 말이냐?"
애초에 나르케가 버섯 골렘을 조종하는 것도 편법에 가까웠다.
침묵한 골렘이 아닌 골렘의 핵에 든 사기를 통해 골렘을 조종하는, 네크로맨시보다는 인형술에 더 가까운 편법.
"사, 상황이 이상해서 듣기만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아, 아무래도 직접 봐야 할 것 같은데."
"토벌대가 움직이면서 확인하면 되겠군."
하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캐서린은 곧바로 조장 모험가들을 불러 함께 (카렘 덕분에 딱히 먹을 일이 없었던) 조잡한 야전 스튜와 건빵, 육포를 뜯어 먹었다.
나르케가 그녀의 식사를 보조하는 동안 캐서린은 모험가들과 보고 받은 내용을 공유했다.
토벌대를 무시하고 숲 중앙으로 몰려가는 버섯 골렘.
하루 만에 더욱 짙어진 사기.
그리고 어떤 동물, 곤충, 몬스터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숲.
조장 모험가들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역시 토벌이 쉽게 진행될리 없다며 그러면 그렇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들은 모두 C~B급에 해당하는 모험가.
즉, 하나같이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라는 의미였다.
그들도 이런 상황은 몇 번 겪어보았고,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경험을 통해서 알았다.
일반적인 토벌이었다면 달랐다.
식사를 끝내지 못했다느니, 잠을 좀 더 자야겠다느니 하는 높으신 분들의 사정으로 일정이 지체되는 것은 흔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조장 모험가들도 안심할 수 있었다.
전직 S급 모험가이자 현자에 다다른 대마법사가 있다는 것도 물론 그들을 안심하게 만드는 요인.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과 같은 경험을 공유했었고, 같은 생각을 할 줄 안다는 대선배가 책임자라는 것은 적어도 이번 토벌이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지체되어 실패할 일은 없다는 뜻이었다.
숲이 밝아오기 시작할 무렵 야영지를 정리하고 토벌대는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캐서린은 곧바로 이변을 눈치챌 수 있었다.
"지력이 고갈되었군."
캐서린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버섯이 부엽토에서 잘 자라는 만큼 펑거스비 인근의 숲은 모두 진갈색 부엽토 위에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바닥은 양분이 완전히 고갈된 것처럼 푸석푸석했다.
그 위로 옅은 사기가 비가 온 뒤 이른 새벽의 안개같이 두껍게 바닥에 깔렸었다.
"나르케, 정찰에는 문제가 없나?"
"아, 안개가 옅어서 아직 문제는 크게 없어요."
나르케는 창백하게 빛나는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캐서린은 곧바로 가까이 있던 조장 모험가를 불러들였다.
"아타니타스님? 뭔가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모험가는 군말 없이 다가와 캐서린에게 물었다.
"토벌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아, 당장 무슨 문제가 있진 않지만 안 그래도 다들 불안해합니다. 일부 사제들은 축성하고 있더군요."
"축성을 어느 세월에 다 하냐. 보급 수레에 물이 있으니 성수나 만들어서 배급하라고 해."
"아, 성수!"
모험가는 곧바로 다른 조장 모험가들에게 캐서린의 명령을 전파했고, 이 소식은 순식간에 토벌대 전체에 퍼져 사제들이 성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토벌대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아타니타스님. 저쪽에 적 무리가-"
"전방 우측에 버섯 골렘 무리!"
나르케와 동시에 일부 눈이 좋은 모험가들의 신호에 토벌대는 정지. 하던 일을 모두 중단하고 곧바로 태세를 정비했다.
하지만 습격은 오지 않았다.
"뭐, 뭐야. 쟤들 그냥 가는 거야?"
"그러고 보니 불침번들이 그런 말을 했던 거 같은데-"
캐서린은 이른 새벽에 들었던 보고를 떠올렸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버섯 골렘의 습격은 빈번했다.
그리고 당연했다.
성별에 상관없이 셋만 모여도 접시를 깰 정도로 시끄러운 것이 사람일진대 토벌대의 인원만 200명을 넘겼다.
거기에 잡일꾼을 더하면 숫자는 금세 불어났다.
더해서 마차와 수레를 끄는 소, 말의 울음소리와 바퀴 굴러가는 소리까지 생각하면 토벌대가 다 그러듯 은밀한 이동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렇게 소음에 이끌린 버섯 골렘은 하나같이 토벌하고 핵을 루팅 당하거나 다시 일어나 토벌대의 충실한 고기 방패가 되었다.
쿵- 쿵- 쿵- 스스스스슥-
그런 버섯 골렘 무리가 토벌대가 지척에 있는데도 숲의 중심부로 향하고 있었다.
마치 토벌대를 아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적이 자기를 죽여달라 부탁하는데 뭐 하고 있지?"
캐서린은 지팡이를 마차 바닥에 두드리며 모험가들을 재촉했다.
그 말에 진형을 짜고 있던 모험가들은 앞다투어 나가 아쿠사레 버섯 골렘을 공격했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하나둘 침묵하는 버섯 골렘들.
모험가들이 루팅하는 것을 지켜보던 캐서린은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카락을 귓가로 넘겼다.
"나르케. 저것들을 일으킬 수 있겠냐?"
"네, 네! 가능할 것 같은데요."
"할 것 같다?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이로군."
"아, 아뇨! 가능합니다!"
흐릿하게 답하던 나르케는 부정확한 답변에 불만이 많은 교수처럼 답하는 캐서린의 반응에 얼른 말을 바꾸고는 마차에서 내렸다.
나르케가 움직이자 첫날과는 달리 모험가들이 일하다가도 솔선수범해 길을 비켜주었다.
그 길을 따라 나르케는 루팅의 대상이 되지 않고 방치된 아쿠사레 버섯 골렘 앞에서 주문을 외웠다.
"아, 아케론의 뱃사공에게 금화 하나, 나스트론드의 늑대에게 뼈다귀 하나. 응?"
어제까지만 해도 그녀가 외웠던 주문은 3구절.
반면에 오늘은 2구절로 끝.
한 구절이 줄어들었다.
바닥에 옅게 깔린 사기가 그녀의 네크로맨시를 돕고 있었다.
하지만 복귀하는 동안 나르케는 드물게 인상을 찌푸리다 못해 손가락 마디를 앙 물고 고민했다.
그녀의 고민은 마차로 복귀할 때까지 이어졌다.
"여, 역시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하지?"
"해, 핵에 스며든 사기에 희미하지만, 의지가 느껴져요."
"또 다른 네크로맨서의?"
"아, 아니요."
좀 전과는 달리 나르케는 말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단언했다.
"그, 그랬다면 조금 더 뚜렷한 의지가 느껴졌을 거예요. 내가 있는 바, 방향으로 오라던가. 내 명령에 복종하러 더, 던가."
"본능만 있을 골렘의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네. 오른손잡이가 손을 뻗으면 무, 무의식적으로 오른손 말고 왼손을 먼저 뻗는 느낌인데?"
이 비유가 맞나? 나르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캐서린에겐 설명으로 충분했다.
요는 버섯 골렘의 본능 밑바닥의 무의식을 통제하는 주체가 있다는 것.
그리고 정황상 그 주체는 당연히 숲에서 느껴지는 사기의 근원일 것이 분명했다.
당연하게도 사기의 근원은 네크로맨서 혹은 그와 연관된 유물임은 분명했다.
토벌대의 고기 방패가 되어줄 버섯 골렘을 추가로 합류시키고 전리품 수레가 조금 더 무거워졌다.
어느덧 숲의 밑바닥에 깔린 흐릿한 사기가 조금 더 짙어지고, 흙바닥이 조금 더 푸석푸석하게 토벌대가 움직일 때마다 작게 먼지가 일어날 무렵.
"끄윽-!"
나르케가 강하게 머리를 뒤로 젖혔다.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다.
충격으로 지팡이가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나르케는 눈, 코, 입에서 피를 흘리는 와중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핏발이 선 눈으로 캐서린을 돌아봤다.
"나르케. 설마 역추적을 당한 건가?"
"아, 아니요. 정찰을 보낸 언데드와의 연결이 끊겼어요."
"리바운드로군. 설마 통제권을 빼앗기지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가, 강제로 언데드들을 구성하던 마력을 빼앗기는 바람에 마법이 푸, 풀려서-"
"그나마 마력을 따라 역으로 공격을 날린 건 아닌가. 그렇다면 진원지에 거의 다 왔다는 것이로군. 버섯 골렘을 운용하는 건 괜찮나?"
역류한 마력을 진정시키며 눈을 감은 나르케는 품속에서 포션을 꺼내 단번에 들이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덕분에 정확한 방향을 확정할 수 있었다.
나르케의 말을 들은 캐서린은 곧바로 토벌대의 진로를 살짝 변경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밑으로 경사가 진 내리막의 밑.
나무 그늘 사이로 원흉을 볼 수 있었다.
뭉툭한 팔과 다리, 혹은 촉수를 움직이며 바글바글 한 곳에 모인 아쿠사레 버섯 골렘은 호두와 닮은 듯한 그 외형이 거대화한 탓인지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윽고 시선을 돌리자 혐오감은 불식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더더욱 끔찍한 외형의 괴물이 공터의 중앙에 있었다.
크고 작은 아쿠사레 버섯이 뭉쳐 생긴 기다란 도마뱀 같은 몸체를 수천 개의 손이 손가락을 애벌레같이 꿈틀거리며 비늘처럼 겹겹이 감싸고 있었다.
그런 육중한 몸을 수많은 팔이 뒤엉켜 생긴 6개의 다리가 지탱했다.
마찬가지로 수백 개의 팔이 그물처럼 엮여 거대한 박쥐 형상의 날개를 형성하고 있었다.
머리를 대신해 박힌 듯한 거대한 아쿠사레 버섯이 뇌처럼 꿈틀거리며 세 갈래로 찢어진 입으로 천천히 모여드는 버섯 골렘을 먹어 치우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의 끝에서 사기를 뿜어내는 허름한 로브의 인영은 의지가 없어 보였다.
괴물의 움직임에 따라 지팡이를 쥔 몸을 바람에 휘날리는 갈대처럼 아무런 규칙도 없이 흐느적거릴 뿐.
멀쩡한 사람이 난데없이 환 공포증이 생길 것 같은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끔찍한 광경. 토벌대의 사람부터 짐승에 이르기까지 산 자는 모두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빠르게 정신을 차린 배테랑들은 사전에 합의한 내용대로 유기적으로 움직여 진형을 갖추기 시작.
전위는 앞으로, 후위는 뒤로.
보급 수레와 마차는 안쪽으로.
"쯧, 이미 들켰군."
"아타니타스님? 그 말은-"
토벌대가 부산히 움직이는 가운데 캐서린은 곧바로 마차에서 일어났다.
괴물이 머리를 토벌대 방향으로 향해 움직였다.
"빠르게 진형을 갖춰라!!!"
캐서린이 강하게 지팡이를 내려찍었다.
안개처럼 내려앉은 사기를 뚫고 얼음벽이 올라와 토벌대를 감쌌다.
끽끄르르르륽-푸하아아아악!!!
카가가가가가강-!
직후 수백 개의 손톱이 얼음벽을 두들겨 부쉈다.